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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제주 도보 순례 피정
아홉 째날 4월 29일(수)
(조수공소~금악성당~삼위일체 대성당~새미 은총의 동산)
4월 29일 수요일 제주도착 10일 걷기 9일째
눈을 뜨니 새로운 하루가 밝았습니다. 어제는 비오는 길을 비맞고 늦게서야 걷기를 마치고 들어왔기에, 다음 날이 걱정스러웠는데, 다시금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생각만큼 피곤하지도 않고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7시 조금 지나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조촐한 방 안에서의 미사가 아니라, 공소에서 하는 미사가 색다릅니다. 조수공소의 오현자(마리아)선교사님이 모든걸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미사준비를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제주도에는 선교사가 7분 계신다고 합니다.
신부님께서, 미사시 자주 질문을 던지셔서, 그 것도 제가 첫 번 주자로 답을 해야해서은근히 긴장되었는데, 편안히 강론만 해주시니 그 점도 참 좋았습니다. 강론 말씀으로, 빛으로 오신 주님께서는 우리와는 다른 참 빛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주님의 제자인 우리도 빛이 될 수 있으며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하고, 빛을 비추어주는 거울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묵상질문: 이번 도보순례 피정을 통해서 내가 주님께 청하고 싶은 은총은 무엇입니까?
어제는 미사중이어서 늦게 도보를 마치고 성전에서의 기도를 드리지 못해, 아침 출발전에 주모경과 순례의 기도를 바치고 사진을 찍은 후 출발을 준비했습니다.
제주도에 비가 많이 온다고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뉴스를 짱가(조정가 엘리사벳)자매님이 알려주셨는데 그와중에 우리는 출발준비를 한다는 것이 조금 걱정스러움으로 다가왔지만 주님께 모든 것 맡겨드리고 체조를 한 후에 화이팅! 크게 외치고, 9시 50분 8명의 인원으로 힘찬 출발을 했습니다.
어제의 인원에서 참모습(조명희 베로니카)자매님이 아픈 다리를 어느정도 회복하고,함께하기로 한 것입니다.
다행히 아침에는 아직 비가 오지않고, 신도 젖고 옷도 젖어서 눅눅한 기운을 조금 늦춰주는 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처음 얼마동안은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다리가 많이 아팠습니다. 한쪽다리를 절뚝거리며 은근히 힘든 길을 걸었습니다. 다리를 아파보니 아픈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게 됩니다. 며칠을 쉬지 않고 걷다보니 모두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고, 참고 인내하며 그야말로 순례길을 걸어갑니다.
윌림이라는 팻말이 나오니 우리의 박승근 형제님은 지금은 비록 달빛이 없지만, 달뜨는 숲이란 뜻이라고 뜻을 풀이하셨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달이 비취는 밤에 이 길을 걷는다면 아침의 조용한 숲길같은 느낌과는 또다른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간간히 비는 흩날리지만, 그동안 걸으면서 뜨거웠던 열기를 식혀주었습니다. 비온 후의 길은 정돈되고 산뜻한 느낌을 주어서 참좋았습니다.
얼마쯤 걷다가 10시 30분경 길잡이인 엘리사벳 자매님이 신부님의 전화를 받더니, 길을 잘못들었다고 했습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신부님이 먼저 알아보시고 전화를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신부님이 출동하셔서 5분정도 차를 태워주시며, 다시 시작할 지점에 밀감 3개씩 나누어 주시며 내려주셨습니다. 마치 길 잃은 양을 찾아서 이끌어주시는 목자같으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의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신부님은 우리의 목자이셨습니다.
은행나무 열매 비슷하게 생긴 이름모를 열매가 땅에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참모습(베로니카) 자매님은 떨어진 열매를 주워서 냄새를 맡아보고 궁금한 것은 못넘긴다며 호기심을 나타내지만 결국은 아무도 그 열매를 모르니 역시 이름 모를 열매로 끝맺음을 합니다.
방림원이라는 매표소를 지나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돌 하르방이라고 써진 팻말을 뒤로하고, 미래농원을 지나고 어느만큼 가야하는지 계산 하지 않고 걸어가면서 보니 제주도에는 마늘밭이 많았습니다.
제주도의 마늘은 품질이 좋아서 주로 서울에 많이 팔려간다고 하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12시 금악초등학교 앞 의자에서 지친 다리를 쉬며, 사과를 먹고 있는데 후두둑 비가 내립니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어제의 숙련된 솜씨로 비옷을 꺼내입고 가방을 둘러싸고 12시 15분 다시금 출발을 했습니다.
12시 30분 침묵의 시간이 주어지고, 묵상을 하며 길을 갑니다. 근처엔 축사가 많아서 냄새가 지독했습니다.
바람이 더러더러 불어주니 그나마 찌푸리지는 않고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비는 왔다갔다하며 걸어가는 길에 계속 옷을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게 했지만,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아서 다행스러웠습니다.
침묵의 시간에 주제에 대해 떠올려 보았습니다. 특별히 청하고 싶은 은총을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라도 도보 순례 피정을 통해서 청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 맘속에 무슨 갈망이 있는 것인지...생각해보았습니다.
많은 욕심이 있지만, 욕심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고 만족은 더군다나 없었기에, 지금처럼이 아니라, 뭔가 확실한 신앙인으로서 주님을 더 가까이 느끼고 세상이 주는 평화가아니라, 주님이 주시는 평화를 잃지 않고 살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선택의 순간이 자주 주어집니다. 그럴 때, 주님께서 원하시는 뜻으로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자신이 늘 없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속에 살 수 있는 길은 영의 분별, 지혜롭게 분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13시 10분 침묵시간을 해제함과 동시에 바라보니 어느새 신부님과 우리 일행들이 이시돌에 먼저 도착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헤어지고 만난 것이지만 우리는 또 기쁜 포옹을 나눕니다.
짱가 자매님은 어제 비오는 길을 걸어온 탓에 신이 젖어서, 발에 꼭 맞는 신을 신어서 아픈 발로 겨우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틈에 도착해있는 일행들이 비옷으로 양쪽에서 끈을 만들어 결승선을 만드니 기쁘게 골인을 합니다.
이어 노래가 이어집니다~~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물어보면 쪽팔립니다~~^^
새미 은총의 동산 앞에서 우리의 막내 순총 형제님은 줄곧 사진으로 영상으로 순간들을 전달해주는데, 한 사람씩 모두가 제삼피를 외치도록 했는데, 모두가 나름의 표정을 지으며 제삼피를 외쳤습니다. 모두가 함께한 하나의 작품인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성전 도착후 기도하기 위해 성전에 도착했는데 보통 성전의 두 배는 되는듯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기다리는 식사시간에 오늘은 주먹밥이 아닌 국과 밥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먹고 있는 중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려서 차로 대피해서 먹기도 하였습니다.
새미 은총의 동산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와 묵주기도를 하기로 했는데, 신부님께서 예수성심전교수도회 한국진출 25주년 기념 묵주를 한 개 갖고 오셔서, 14처를 끝낸 후 14처를 다 외우는 사람에게 묵주를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묵주기도는 몇 단을 할 것인가? 의견수렴 후에 15단을 모두 바치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기도를 위해 들어서는 입구에 계란꽃(마가렛)이 있었는데 참 앙증스럽게 예뻤습니다.
신부님께서 `칠층산`을 쓴 작가 토마스 머튼은 십자가의 길 기도할 때 특별히 14처에서 지향을 드리면 들어주신다고한 책의 내용을 말씀해주셨고, 저는 얼른 그자리에서 분별력을 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각 자 1처씩 번호 순으로 기도를 이어갔는데, 박승근 형제님도 12처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신자가 아니신데 함께하는 기도는 먹먹한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14시 40분 십자가의 길 기도를 시작하며 1처씩 돌아가니 간간이 오던 비도 멈추고,십자가의 길 기도를 마치고나니 햇살이 우리들을 비춰주기도 하였습니다.
묵주기도 15단까지 마치니 16시 40분이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약속대로 묵주를 주시기 위해서 문제를 내셨는데, 제가 간발의 차이로 손을 빨리 들어서 묵주는 제게 당첨이 되었습니다.
묵주를 받으며, 이 묵주를 제가 평생 갖고 갈 묵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갖게되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열심히 기도하는 것으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17시 20분까지 잠시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모이는 시간에 와서 보니 우리의 신부님 너무도 곤하게 주무시는데, 그 모습을 세례자 요한 형제님이 짖궂게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18시에 조수공소로 돌아와서 저녁 메뉴는 어제 정한대로 회를 준비했는데, 자연산 광어입니다. 이말숙 수산나 자매님이 우리들을 위하여 기꺼이 사주셨습니다.
여막(여자중 막내)인 김은영 벨라뎃다 자매님과 세례자 요한 형제님은 오늘의 식사당번과 합심하여 회를 뜨고 매운탕을 끓여서 맛난 저녁을 먹었습니다.
21시 40분 나눔시간에 진지하게 주님께 청하고 싶은 은총을 나누었습니다.
서로를 깊이 알아가는 나눔시간은 부담스럽지만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각 자 가장 절실한 것 한 가지씩 적어서 미사 때 봉헌한다고 하셨는데, 저도 제가 원하는 것 중에 가장 절실한 것 한 가지를 적었습니다. 꼭 이뤄주시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나눔시간 후 우리가 걸었던 길을 지도위에 표시를 하고, 뿌듯함을 나누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이번 제삼피는 `흘러가는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일피, 제투피보다 많이 수월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5월 3일 제주도의 마지막 날의 점심은 일행중 가장 막내인 순춍 형제님이 자진해서 사겠다고 하셨고, 저녁은 일행중 가장 왕언니인 이양립 소화데레사 자매님이 미리 한 끼 사겠다고 신부님께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것이 기다려지기도하고, 아쉽기도하고, 아직 며칠이 남았지만 마지막 날을 이야기하는 것은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11시가 지난시간 이 하루의 일정도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참으로 좋으신 주님! 넘치는 은총을 저희에게 부어주심에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당신의 크신 사랑으로 이 자리에 왔고, 소중한 하루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당신께서 얼마나 많은 것을 주고싶어하시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도 생각하게 하는 밤입니다.
이 자리에 초대받음도 감사하고 감사한데, 받고 싶은 은총이 무엇인지 기회도 주십니다. 저는 제가 무얼 원하는지도 사실은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에 걸려 있는 소원 한 가지를 적었습니다. 모든 것 주님께 맡겨드리고 싶습니다. 당신께서는 제게 가장 필요한 것도 아시고,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란 것도 알기때문입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사랑하고, 감사하며, 찬미를 드립니다. 아멘!
☞ 백희숙(율리안나)님의 글을 제가 대신해서 올려드립니다.
제3피 도보순례 9일째.
이시돌에서의 십자가의 길 그리고 묵주기도. 제3피 동료들과 함께였기에 더욱 거룩했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쌓인 여독으로 인해 몸이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걷는 발걸음엔 오히려 힘이 넘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박광택 사도요한 (필명: 순수총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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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다리던 순례기 잘 읽고 갑니다. 동영상도 잘 보았습니다. 동영상의 음악을 들으며 제가 동영상 편집할 때 쓰는 음악과 아주 대조적이어서 참 젊은분이 편집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록에 수고하신 분들 감사하구요, 어려운 순례길에 웃음으로 동참하는 모든 제삼피 여러분들도 감사합니다.^^
항상 댓글을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미약하게 출발했지만, 덤으로 채워주시는 주님을 느낍니다.
우리의 막둥이였던 순총형제의 동영상 합세가 밋밋함을 잘 채워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한동안은 제삼피의 여운에 젖어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 모두 수고 많이 하셨어요. 영상을 통해서 순례기를 보며 피정에 참여했습니다.
주관하신 신부님과 손에 잡힐 듯이 글써주신 율리안나님을 비롯하여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힘들었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이 지나갔지만,
지나간 시간의 감동은 오래갈 것 같습니다.
글을 통해서 늘 함께임을 확인하는 시간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특별한 피정에 부르심에 응답하시어 힘든 여정을 봉헌하시고 회개의 은총을 받으신 제삼피 여러분 축하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정말 특별한 부르심이었습니다.
똑같은 현실로 돌아왔는데,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있네요.
감사합니다~^^
신부님, 제삼피 형제 자매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꿈을 꾸신 것 같진 않으신지요? 순례 때 받으신 은총이
기쁘고 행복한 생활로 오랫동안 이어지시겠지요? 그동안 저에게도 은총을 나눠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 마음을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체험했다는
사실이 돌아와서 더 느끼게 되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소박한 순례기를 읽으며..율리 자매님 마음속에 계시는 주님사랑을 나누어받습니다..감사드립니다. 정말~축복스런! 마음의 영성 가족 순례단이군요^.^
주님께서 끝없이 주시는 사랑을
제 마음상태에 따라서 못느끼고 살았는데,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을 주고 계심을
느끼고나니..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제삼피 형제 자매님들의 순례기를 읽으며 함께 감사하며 길을 걷습니다.
초대해 주신 주님께 찬미와 영광 드립니다.
참 좋으신 주님이십니다.
주님안에서 함께하는 우리들은
모두가 하나인 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