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다시 도입하자` 금융권·건설사 한 목소리
매일경제 | 입력 2011.04.18 08:11 | 뉴스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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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와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대출 부실이 급증하자,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건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시급히 재도입해
기업 재무구조개선 작업(워크아웃)을 활성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A시중은행은 1분기 중 대손충당금을 약 3000억원 가량 쌓을 방침이었지만,
이달 들어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충당금을 800억원 가량 더 쌓기로 했다.
4월에 발생한 부실이지만, 실적결산 이사회 이전 건에 대해 1분기 실적에 선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은 여신 중 담보 없이
신용으로 대출한 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해 100%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도급순위 34위 삼부토건은 지난 12일 내곡동 헌인마을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출
4270억원의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공동시공사인 시공능력 35위의 동양건설도 15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양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총 4921억원 규모에 달한다.
B은행도 "이달 중순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 관련 대손충당금을 1분기 실적으로 소급해 쌓을 수 있다"며,
"PF대출은 대체시공사를 구하면, 여신이 정상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당장 충당금을 더 쌓을 생각"이라 했다.
은행들은 건설사들이 채권단과 상의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예상치 못한 여신부실이 증가하자, 무책임한 법정관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견 건설사들이 경영권 유지 가능성을 노리고,
채권단과 협의하지 않은 채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으며,
LIG그룹 등 대기업도 계열 건설사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이른바 '꼬리 자르기'를 위해 법정관리를 악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최근 파산 위기에 처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PF대출을 대거 회수해
법정관리 신청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기촉법이 작년 말 폐지된 상태여서 법정관리 외에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유동성 압박에 몰리자. 시간을 벌려는
목적으로 법정관리를 이용하는 기업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법원에서 가려야 한다."며,
"하지만, 도덕적 해이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해 지원의 손길 내밀기를 꺼린다면,
흑자 기업마저 하루아침에 파산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국회가 기촉법을 속히 재입법해야
건설사는 물론 납품 업체와 은행 모두 숨통을 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 여신과 납품업체에 지급할 어음 등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지만,
워크아웃의 경우, 상거래 채권이 동결되지 않아, 납품 업체의 연쇄 도산을 피할 수 있다.
두 실장은 "견실한 기업들은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며,
"부실한 기업은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건실 기업도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기촉법을 통한 알곡 가리기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도 법정관리보다 충당금을 적게 적립할 수 있고,
금융업계 간 합의로 건설사의 조기 회생을 꾀할 수 있는 워크아웃을 선호하고 있다.
기촉법이 있으면, 채권단 75%의 동의로 워크아웃에 착수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과 기업어음(CP) 투자자 등 채권단 100% 동의가 필요한 현재 워크아웃 착수가 사실 불가능하다.
C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5~6개 건설사가 추가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는
설이 현실화되면, 충당금을 상당폭 추가로 쌓아야 할 처지"라며,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기업 구조개선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기촉법 도입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원은 "PF대출 부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인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현재로서는 기촉법 부활이 최선책"이라며,
"업계에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 효과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