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에게 금정산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발길이 끊이지 않고, 산 좋아하는 사람이든 운동 삼아 오르는 사람이든 금정산의 거미줄 같이 엉킨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친숙하면서도 부담 없고 다양한 산길을 품고 있는 게 금정산이다. 대표적인 등산로를 제외하더라도 산 중턱까지 주택이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는 만큼 금정산으로 오르는 길은 수없이 많다. 이들 산길은 모두 금정산 능선이나 봉우리를 향해 오르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산 사면을 가로질러 평행하게 나 있다.
이 길은 사면을 가로지르는 만큼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체력적인 부담이 크지 않다. 이처럼 금정산 자락을 에두르는 길을 부산시가 2011년부터 2년에 걸쳐 연결한 것이 금정산 둘레길이다. 백양산까지 아우르는 둘레길은 기존 산길을 정비하고 일부 연결되지 않는 구간을 새로 개설해 전체를 이어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짧은 급경사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어린이나 노약자도 큰 어려움 없이 걸을 만한 길이다.
'근교산& 그너머' 취재팀은 이 가운데 경남 양산시 동면 사송리에서 올라 둘레길을 탄 뒤 시계 방향으로 범어사 입구를 거쳐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까지 이어지는 길을 답사했다. 둘레길답게 코스 자체는 평이하다. 산행을 시작해 계명봉과 장군봉 사이 고갯마루를 향해 올라가는 포장도로가 조금 지루하지만 이후로는 산책하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범어사 방향으로 가는 도중 갈라지는 곳에서만 이정표를 잘 살피면 길을 잘못 들 염려도 없다. 범어사를 지난 이후는 주택가와 인접해 갈림길이 숱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정표가 꼼꼼하게 설치돼 있어 일부 갈림길만 주의하면 된다. 길이 편하고 중간에 탈출 지점이 많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때에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기 좋은 코스다.
◇ 버스 내려 둘레길 만날 때까진 포장로
근교산 취재팀이 금정산 둘레길 코스 중 남산동 구간의 숲길을 걷고 있다.적당히 낙엽이 깔리고 완만한 길이라 체력이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이번 코스는 양산시 '사송못뚝' 정류장을 출발해 장군봉과 계명산 중간 고개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둘레길을 타기 시작한 뒤 낙동정맥 갈림길~체육시설~작장마을 갈림길~금어동천~범어사 입구~상마마을~만성암~남산동 갈림길~부산외대~구서동 동네체육공원 입구~우성아파트 갈림길~금강아파트 갈림길~대진정보고 갈림길~법성사 갈림길을 거쳐 법성사에서 마친다. 전체 거리는 16㎞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 안팎 걸린다.
'사송못뚝'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육교를 건너서 내려와 맞은편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곧바로 왼쪽으로 들어가는 도로로 접어든다. 정면에 올려다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장군봉이고 왼쪽의 잘록한 고개 옆 봉우리는 계명봉이다. 답사로는 고개 쪽으로 오르다가 계명봉 아래를 빙 돌아간다. 완만한 포장도로를 20여 분 오르면 허름한 화장실 옆을 지나 등산로가 시작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콘크리트 도로가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을 100m가량 가면 등산안내도가 나오고 왼쪽으로 꺾으면 계곡을 건너 산길로 이어진다. 여기서 굵은 돌이 깔린 너른 길을 30~40m 가면 다리를 건너기 직전 왼쪽 책상 크기 바위 옆 길로 들어선다. 이정표가 없어 유심히 살펴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둘레길을 걷는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며 길이 이어진다. 15분 정도면 왼쪽 사면에 너른 공터가 있는 곳을 지난다. 길이 희미해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계명봉에서 내려오는 낙동정맥 길과 만나는 사거리다.
◇ 큰 기복없는 길 따라 걷는 재미 즐겨
범어사 가는 길에 지나는 대나무 숲.
소나무 숲 속 평탄한 길을 걷다 보면 금정구가 설치한 이정표를 처음 만난다. 잇달아 체육시설 두 곳을 지나면 계곡을 지나 이정표 삼거리다. 왼쪽 내리막은 작장마을과 노포동 터미널 방향이고 답사로는 직진해 경동아파트 방향이다. 여기서 3, 4분 가면 이정표 사거리다. 넓은 길을 벗어나 경동아파트로 이어지는 2시 방향 오르막으로 간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아래에 경동아파트가 보이고 곧 체육시설이 나온다. 이곳 삼거리에서 왼쪽은 아파트로 이어지고 답사로는 직진하는 오른쪽 길이다. 범어동천을 지나 체육시설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오르막을 탄다. 곧 범어사 입구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이다.
여기서는 일주도로를 따라 상마마을까지 간다. 5분 정도 내려가면 상마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갈라진다. 도로를 따라 들어가다가 '초가집'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곧 만성암 입구다. 둘레길은 만성암 입구 왼쪽의 덱 계단으로 이어진다. 잠깐 내려가면 계명봉 쪽으로 시야가 열리고 정상 바로 아래 계명암이 뚜렷하다. 곧 둘레길 안내도와 쉼터가 있는 사거리다. 네 갈래 길 중 둘레길은 이정표에 표시가 없는 3시 방향의 완만한 내리막이다.
중간에 남산동에서 4망루 방향으로 오르는 길을 몇 차례 지나친다. 15분 정도 오르내리면 나무 사이로 부산외대가 보이는 곳에서 T자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꺾어 아래쪽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까지 가지 않고 곧바로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로 들어선다. 부산외대에 올라서면 인도를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맨 아래쪽 건물 밑까지 내려간 뒤 길을 건너 축대 아래 도로를 가면 숲 속으로 둘레길이 이어진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길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곧바로 쉼터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이정표의 부산대 방향으로 간다. 이후로도 갈림길에서는 이정표의 부산대나 산성길 방향으로 가면 된다.
◇ 구서·남산동 도로 가까워 힘들면 탈출
부산외대 직전의 전망대에서 본 캠퍼스와 시가지.
아파트단지가 가까워지며 길이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나 있다. 둘레길 구간 중 헷갈리는 곳엔 노란색과 검은색이 섞인 로프를 매두었다. 우성아파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면서부터는 약간 경사진 오르막을 간다. 잇달아 용머리 약수터 갈림길을 지나 산성길 방향으로 간다. 3망루 갈림길을 지나 제법 수량이 많은 약수터다. 이어 잇달아 동문 갈림길을 지나면 배드민턴장이다. 작은 대숲을 지나가면 금천선원 경계의 녹색 철망 담장이다. 담장을 따라 빙 돌아가서 오르막 경사가 완만해지는 지점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이곳을 전후해서는 이정표가 없고 길이 희미해 헷갈릴 수 있는데, 부산대 방향으로만 가면 길을 이을 수 있다.
잠시 뒤 다시 넓은 길을 만나고 이후로는 뚜렷한 둘레길을 따라가면 된다. 이전보다 오르내림이 잦아진다. 금강아파트 갈림길을 지나면 곧 대진정보고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계속 부산대 방향으로 둘레길을 따라가면 제법 너른 계곡이 나온다. 곧 이정표 삼거리다. 계속 가면 산성로 방향이고 계곡을 건너 왼쪽 법성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주택가로 접어들면 곧바로 법성사가 나온다. 여기서는 도로로 계속 내려가면 도시철도 장전역이 나온다.
# 떠나기 전에
- 일부 갈림길 이정표 없거나 길찾기 헷갈려
금정산 둘레길은 노약자가 가볍게 짧은 구간을 '운동 삼아' 걷기에 적당하다. 금정산 자락에서도 시가지에 가까운 길이라 접근하기도 쉽다. 마찬가지로 걷는 도중 적당한 곳 어디서라도 내려가기도 좋다. 어지간한 갈림길에서는 10분 이내에 도로에 내려설 수 있다. 장거리를 걸을 정도의 체력이 있는 이라면 둘레길 코스를 연결해 계속 걸어도 좋다. 다만 계속 숲길이라 조망이 트이는 곳이 별로 없고 보이는 곳이라도 시가지의 아파트 단지가 가리는 곳이 많아 지루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대부분 구간에 이정표가 잘 돼 있지만 꼭 있어야 할 곳에 없거나 헷갈리는 곳이 몇 곳 있다. 이번에 답사한 구간 중 상마마을을 거쳐 둘레길로 들어서는 만성사 입구에는 능선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옆에 등산안내도와 둘레길 개념도가 있지만 정작 만성사 옆으로 들어서는 길옆에는 이정표가 없다. 덱 계단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둘레길 표시가 있다면 더 쉽게 길을 이을 수 있다. 또 이곳을 지나 처음 만나는 갈림길에도 둘레길 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는데 사거리인데 세 방향만 표시가 있고 정작 둘레길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는 없다. 금천선원을 지나는 구간은 길이 희미한데 이정표나 길 안내 표식이 없다.
이와 함께 서로 다른 시기에 설치한 듯한 두 종류의 이정표가 방향이나 거리 표시가 조금씩 달라 헷갈리게 한다. 특히 여러 갈래 갈림길에서 사각형 기둥 모양 이정표의 방향 표시가 정확하지 않아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 교통편
- 명륜역에서 양산 12, 13번 버스 이용
이번 코스는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 거리가 먼데다 대중교통이 편리하니 승용차는 두고 교통카드만 들고 나서도 된다. 도시철도 명륜역 1번 출구 앞에서 양산 방향으로 가는 12번과 13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사송못뚝'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산행을 마치는 금정구 장전동 법성사에서는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시내버스 정류장과 도시철도 장전역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