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25]
- 공정임대료 제도의 필요성(2): 임대인과 세입자의 사회적 통합에 기여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공정임대료는 주택 임대료(전세, 월세금액)을 주택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공익대표가 참여하는 지역별 (시, 군, 구)단위의 ‘지역 임대료 산정위원회’에서 주택 형태나 평형별•건축년도와 물가상승률, 그리고 전년도 임대료 등을 고려하여 사회적 합의로 특정주택에 대해 일정 범위의 임대료를 결정하면, 임대인과 세입자가 그 범위 내에서 협의 결정하는 제도이다.
주택시장이 과거에는 계속 매매가격이 올라 임대료를 많이 받기 보다는 매각할 때 ‘양도차익’을 실현하는 시장이었으나,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서민층의 주택구매력의 약화와 인구 출산율 감소 등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의 상승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용수익’ 즉 ‘임대료를 받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으며, 최근의 저금리 영향으로 ‘사용수익 실현(임대료 시장)’의 속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룸과 오피스텔은 사실상 월세시장이 되었고, 서민층의 소형연립이나 빌라 그리고 중산층의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전세시장에서 월세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임대인은 투자수익 실현을 위해 많은 임대료를 받으려고 할 것이고, 실질소득의 상승이 정체되고 있는 다수의 임차인들은 소비지출에서 새롭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전세나 월세)를 줄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호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를 주택시장에만 맡기는 경우, 전세물량이 부족할 때 최근의 ‘전세가 폭등’처럼, 세입자의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몇천만원 이상씩 올라 전세를 구하기 위해 대출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출능력이 되지 않는 세입자들은 더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이사를 해야 하고, 이로 인해 직장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등 ‘일상의 고통’이 증가하고 있다. ‘렌트 푸어’의 설움이다.
‘제한폭 없이 임대료 상승’이 허용되면서 고통 받는 세입자들이 임대료이익을 실현하는 임대인이나,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나 정치권에 대해 좋은 시각을 가질 수 없다.
반대로 몇 년 전에는 집주인들의 고통이 심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대형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했다.
주택가격 상승을 예상해 과다한 대출로 수도권의 대형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금융위기로 인해 분양가 이하로 주택가격이 떨어져 망연자실했다. 한 푼이라도 손해를 덜 보기 위해 매매로 내놓았으나, 더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 매수희망자들이 구입에 나서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임대로 내놓아도 융자금액이 많아 ‘경매’가 들어올 것을 걱정한 임차희망자들이 임대차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 좋은 시설을 갖춘 새집들이 비어 있어야만 했다. 집주인들은 경매를 막기 위해 은행 이자 및 원금분할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했다. 하우스 푸어로 고통 받는 이들은 집을 헐값으로만 구입하려는 사람이나 문의만 하고 임차를 하지 않은 임차인들이 야속했을 것이다. ‘하우스푸어의 고통’이다.
집을 둘러싸고 ‘렌트 푸어’와 ‘하우스 푸어’의 고통이 순환 반복되면서 겪는 고통은 당사자 개인만이 아닌 ‘렌트 푸어’와 ‘하우스 푸어’가정의 고통이다. 나아가 가정을 벗어나 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 하우스 푸어들은 선거에서 ‘집값을 올리는 정책’을 실시하는 정당을 지지한다. 지난 대선의 50대의 새누리당에 대한 몰표는 이러한 결과이고 집권한 새누리당은 금융위기 이후 하향안정화 되어가던 집값을 올리기 위해 대출완화와 저금리정책 그리고 재건축연한 완화등 각종건설경기 부양정책을 실시했다. 현재의 ‘빚내서 전세자금’마련하는 ‘렌트 푸어’의 고통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의 고통을 줄이는 정책이 ‘렌트 푸어’를 양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임대인과 세입자의 갈등을 완화하고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의 고통을 서로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이 주택관련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임대인과 세입자 그리고 공공(정부, 정치권, 공공성을 갖춘 주거전문가)이 주택시장에서 핵심적으로 이해갈등을 일으키는 임대료에 대해, 임대인과 세입자가 상호 수용 가능한 적절하고 공정한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이러한 공정임대료제도를 통해 주택(주거)을 놓고 벌어지는 임대인과 세입자 가정의 고통을 줄이고 임대인과 세입자의 사회적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공정임대료 제도의 공론화과정은 임대인과 세입자들의 상호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대화는 민주주의의 토대이다.
공정임대료 제도의 공론화는 ‘주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