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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쿠페를 가린다, AMG GT / 911 GTS / F-타입 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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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서부의 반도에 자리 잡은 웨일스는 시승코스의 천국이다. 만약 어떤 차를 마음껏 타고 다니면서 속살을 파헤치려 한다면, 노면이 깔끔한 A급 도로와 서킷에서 테스트 해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로드카는 역시 서킷보다는 도로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테스트 장소로는 웨일스가 제격이었다. 하지만 ‘약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표현이다. GT 역시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 라인업은 두 모델로 구성되어 있는데 GT는 신형 4.0L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462마력의 힘을, GT S는 51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시승차인 ‘GT S 에디션 1’은 여기에 에어로다이내믹을 위한 장비가 추가되고 시트 등 일부 소재의 컬러가 다르다. 실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그 다음 상대로 우리는 애스턴마틴 밴티지를 계획했지만 애석하게도 무산되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좋은 라이벌, 재규어 F-타입 R을 선택했다. 최고출력은 550마력으로 AMG GT S와 대등하고,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파워를 뒷바퀴로 보낸다. 4.0L V8 엔진은 두 실린더 뱅크 사이에 터보를 끼고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앞, 뒤 무게 비율은 48:52로 뒷바퀴에 무게를 살짝 더 싣는데, 이는 핸들링 밸런스를 위해 철저히 계산된 결과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난 GT의 잠재력이 얼마나 폭넓은지 실감했다. 스티어링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방향전환이 빠르고 경쾌하다. 그리고 무게를 조절할 수 없는데, 변속기 터널 위의 수많은 버튼을 생각하면 의외다. 로터리 컨트롤의 드라이브 모드 스크롤 방식에 비춰 봐도 생뚱맞은 일이다. 하지만 고속주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운전의 재미는 감각적인 피드백이 아닌, 장쾌한 엔진 사운드와 비주얼에서 나왔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토요타 86이었다면 운전에 한층 감칠맛이 나고 스티어링 피드백이 좀 더 뚜렷할 것이다. 그러나 GT는 다른 방법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이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행 성능에서는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 법. 5.0L V8 엔진에 슈퍼차저를 달고 나온 F-타입은 어느 속도에서나 긴박하게 돌아간다. 오른 페달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황당하게 빠르고 기민하다. 스티어링은 F-타입 쿠페 R이 생동감 넘치고, 코너 진입과 탈출에서 뒷 타이어가 한층 예리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GT보다 무겁고 정확도가 조금 떨어진다. 공식자료에 따르면 차의 무게는 5kg 차이가 난다. GT가 1,645kg, F-타입은 1,650kg. 하지만 그 차이는 스티어링 덕분에 훨씬 크게 느껴진다. 다음은 911 GTS. 라이벌 중 가장 작은 엔진을 쓰고 출력이 가장 떨어진다. 또한 폭이 가장 좁고 제일 가볍우며, 뒷좌석을 갖춘 유일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번 비교시승에서 우승을 차지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911은 아득한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 단지 911 GTS에 드라마를 기대할 수는 없다. 매끈한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라이벌 중 유일한 자연흡기 방식이다. 430마력에 도달하려면 7,500rpm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44.8kg·m의 토크를 끌어내는데도 5,750rpm이 필요하다. 시승차의 7단 PDK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GT와 대등하고, F-타입보다 덜 매끈하지만 더 예리하다. 그리고 엔진은 어떤 rpm 구간에서나 완벽하게 뻗어나가고 예측 가능하다. 엔진 사운드가 속이 차지 않는다면 레드라인까지 기다리라. 911은 기계식 제한슬립 디퍼렌셜(다른 두 라이벌은 전자식으로 더 세련됐다)을 달았다. 앞뒤 무게비는 42:58로 노즈가 약간 위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911의 개성일 뿐이다. 911은 모범적인 강성과 날렵한 승차감을 뽐냈다. 하지만 GT에는 그보다 더욱 큰 기대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GT를 서킷에 내놓았을 때 이룰 수 있는 꿈은 아니었다. 가장 빡빡한 댐퍼를 달고 있는 GT는 침착성을 지켜낼 보디 컨트롤이 부족하다. 그리고 스티어링은 자연스런 느낌을 주지만 메르세데스-AMG에 어울리는 호사는 아니다. 반면, 911의 스티어링은 성숙하고, 핸들링 밸런스는 강력하다. 포르쉐는 도저히 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메르세데스-AMG GT를 가져야 할 좋은 이유가 있다. 현재 영국에서 GT를 사려면 18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당분간 대기 기간이 줄어들 가망은 없어 보인다. GT는 죽도록 듣고 싶은 엔진 사운드를 자랑할 뿐 아니라, 분명 여러모로 깊은 인상을 준다. 이런 차를 날마다 타려고 산다면 그 보상과 매력은 뚜렷이 드러난다. 그래서 F-타입을 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 스포츠카다운 스포츠카를 원한다면 선택의 길은 하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