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년 CJ제일제당 국물요리 총괄 부장
“모두가 맛볼 수 있는 요리 만들겠다”
특급호텔 셰프 그만두고 식품회사 연구소로
요즘 가정간편식 수준이 상당하다.
한·중·일·양식 등 그 종류가 다양할 뿐 아니라
유명 식당 못지 않게 맛있는 경우도 제법 있다.
1인가구 소비자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오던
간편식은 코로나19 이후 모두가
애용하는 식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뜩 인기 가정간편식의 맛은
누가 내는 것인지 궁금했다.
베테랑 식품 연구원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특별한 전문가의
특별한 레시피가 있지 않을까.
국내 최대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에 문의했더니
“특급호텔 셰프 출신도 있다”고 한다.
이 회사 국물요리 제품을 총괄하는
김무년(41) 부장은 JW메리어트호텔,
세종호텔 셰프였다.
특급호텔 셰프가
왜 간편식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어떻게 음식 맛을 내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김무년 CJ제일제당
식품개발 HMR팀 부장 /jobsN
-특급호텔 셰프라면
요리사 세계에선 최고 위치 아닌가?
“최고는 총주방장님이 그렇다는 것이고…
아무튼 호텔 셰프가 멋진 직업인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고급 식재료를 가지고 품격있는
요리를 만들어 VIP 손님들께 대접한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일이다.
JW메리어트호텔은 신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열어줬다.
‘갈비양념스테이크’, ‘버섯장국죽’,
‘감자천사채샐러드’ 등을 개발해
한식 디너쇼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일상적인 요리도 만든다.
김치말이국수는 여름철에만 메뉴에 올리는데,
유명 정치인 J씨가 동절기임에도
꼭 제 김치말이국수가 먹고싶다고 하셔서
만들어 대접한 적도 있었다.
요리사로서 정말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런데 왜 식품회사로 옮긴 것인가?
“우연한 기회에 고아원 요리 봉사를 나가게 됐다.
처음엔 1회적인 봉사였는데,
이후 월 2회 정기적으로 참여했다.
내 음식을 맛본 아이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돈을 내고
호텔 레스토랑을 찾아올 수 있겠나.
호텔이라는 울타리가 내 요리를
가두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한 선배를 통해 식품회사에서
셰프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당시의 가정간편식은 조악했지만,
셰프까지 영입해 이 분야를
키워보겠다는 의지에 끌렸다.”
호텔 셰프로 근무하던 시절
김무년 부장. /김무년 부장 제공
-호텔 셰프와 식품사 연구원의 일은
많이 다르지 않나?
“본질은 같다.
난 호텔에서 일하며 ‘겸손’을 배웠다.
한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은
한 사람이 만든 것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A셰프가 만든 김치찌개와 B셰프가 만든
김치찌개는 맛이 같아야 한다.
누군가 혼자만의 방식으로 튄다면
오히려 문제다. 설령 내가 특정 요리의
비법이 있다고 해도 호텔에 왔으면
그 호텔 레시피를 따라야 한다.
식품회사도 마찬가지다.
맛과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도
동시에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을 시식·평가하는
일부터 직접 레시피를 짜고
메뉴 개발 참여까지 다양하다.
나는 주로 메뉴 개발 업무를 맡았다.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 회사는 B2C(기업·소비자거래) 뿐 아니라
B2B(기업간거래)용 식재료도 많이 생산한다.
B2B용 냉동볶음밥을 수요보다 많이 생산했다.
어떻게 하면 볶음밥이
더 잘팔리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조금 생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의 볶음밥으로 가공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7가지 볶음밥’ 메뉴를
개발해 제품화해서 대형마트에 납품했는데,
인기가 좋았다. 그러다 2016년 비비고
한식 간편식 테스크포스에 들어갔다.
냉장·냉동을 하지 않고도 유통할 수 있는
국물요리 간편식을 만드는게 임무였다.”
메뉴 개발중인 김무년(가운데)
CJ제일제당 부장. /CJ제일제당 제공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하는 것인가?
“육개장을 예로 들어보겠다.
육개장을 개발하기로 정하면 우선 전국
유명 맛집 탐방 등을 통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이를 토대로 기초 레시피를 만든다.
기초 레시피를 실제 공정에 대입하며
수정을 거친다. 예컨대 최적의 육수 맛을 위해
쇠고기 양지는 얼마나 오래 삶아야 할까.
일반 식당이면 밤새 끓일 수도 있겠지만,
원가부담이 커진다.
육수 속 아미노산이 최적화돼 깊은 맛을
내는데 얼마의 시간이면 되는지 등의
포인트를 찾아 레시피를 조정한다.”
-이제 토란대와 대파 넣고 끓이면 되는 것인가?
"옛날 간편식은 육수부터 건더기, 소스까지
모든 재료를 함께 넣어 동일한 온도에서
고온살균처리(레토르트)를 했다.
맛이 그냥 그랬다.
우리는 식재료 하나하나를
별도 살균하는 방식으로 가공한다.
그래야 대파·토란·양지 등
원재료의 식감이 유지된다.
때문에 배합비가 중요하다.
대파만 해도,
적당히 눈대중으로 썰어 넣는 것이 아니다.
대파의 하얀 부분은 단맛이 강하고,
녹색 부분은 매운맛이 강하다.
이 두 부위를 각각 얼마나 넣는가도
맛에 영향을 준다.
마늘·고추 같은 양념은 볶아서 써야 한다.
집에서 냄비에 끓일 때는
양념에서 나는 향취가 쉬이 날라가지만,
레토르트 공정에선 빠져나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출시를 하면 되는 것인가?
“제품이 완성되면 소비자·전문가그룹 평가 등
맛 검정을 한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맛있다’고 해야 통과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이지만,
이를 철저히 지킨다. 지금까지 고생한 것이
아까워 나쁜 평가를 받은 제품을 그대로
출시할 수는 없지 않나.
실제 올해 들어서는 단 한 건도
통과하지 못해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충남 논산의 비비고 생산라인.
/CJ제일제당 제공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제품을 내놓았나?
“2016년 4종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탕 11종,
국·찌개 13종을 출시했다.
비비고 육개장·사골곰탕은 초창기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에 출시된
프리미엄급 제품들도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라가는 추세다.
현재까지 약 3억봉이 팔렸다니
‘모든 이들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보겠다’는
나의 목표는 어느정도 이룬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한국의 국물요리를 세계적인
요리 반열에 올리는데 기여하고 싶다.
비비고 만두의 경우 지극히 한국적인 요리지만
만두 취식 문화가 있는 지역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프·국물 문화가 있는 지역에서
한식 국물요리에 대한 이해가
높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 출시 첫 해인 2016년만 해도
우리 제품은 미국·일본·중국 등
10여개국에만 수출됐는데, 지난해엔
인도·파라과이 등 40여개국으로 늘었다.”
글 jobsN 김충령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첫댓글 먹는 음식은 맛과 품질로 승부를 거는 것인만큼
연구를 많이 해서 훌륭한 제품으로 거듭나야겠지요~
궁물맛이 중요하군요..
역시 누군가의 연구결과로...
특히 우리나라 민족은 국물 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더욱 더~
찐한 국물이 생각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