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스쿨러들이 이웃집 천사아줌마네 밭에서 깻잎을 따고 있다
그룹홈스쿨링 체험학습, 이번 미션은 '깻잎 따기'다. 장아치로 만들어둘 생각이다. 수능을 앞두고 있는 아이를 제외한 네 명의 그룹홈스쿨러들을 데리고 이웃집 깨밭에 갔다. 우리 깨밭 깻잎은 너무 병충해를 많이 입은 데다가 이미 거의 익어 깨알이 쏟아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 깨는 벨 때를 이미 넘긴지라 아침 이슬이 마르기 전에 조심조심 베어 눕히고 있다. 이제 절반 베었다. 이웃집 깨는 늦깨(깨도 올깨, 늦깨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라서 가능하다.
우리집 깨밭. 이미 익었다. 한창 베는 중이다
장아치용 깻잎은 단풍들어 노란 깻잎이 더 맛있다고 한다. 책에 안나와 있어 이해는 안가지만 '경험이 녹아있는 정보'는 믿어도 좋다. 도시 노인들보다 시골 노인들이 대접받는 이유는 시골노인들이 경험에 의한 삶의 지혜를 풍부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 힘 떨어지기 전에 얼른 시골로들 내려오시라. 그룹홈스쿨러 넷은 깻잎을 따기 시작한다.
이웃집 깨밭 속의 이웃집 새끼고양이. 발에 밟힐 정도로 따라다닌다
이웃집의 제안으로 그집 밭에서 따는 거지만, 헤집고 다니다 깨알쏟는 피해를 끼칠까봐 가장자리를 돌며 따도록 했다. 한참을 따다 보니, 아이들이 한 곳에서 줄지어 따가고 있다. 한 마디 던졌다. "다른 사람이 차례대로 따고 지나간 자리에서 나중에 따려면 딸 게 없지 않을까?" 이내 아이들이 흩어진다.
오늘 나는 깻잎따기에 몰입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깻잎채취를 관찰하고 싶어서다. 내게는 조상의 채취 유전자가 강하게 남아있어서인지, 일단 채취만 시작하면 정신없이 몰입하는지라 관찰이 불가능해진다.
이웃집 곤드레밭. 아시는가? 그 곤드레다. 이제 꽃밭이 됐다. 이 글 주제와는 상관없다
이하는 관찰 결과. 먼저 초반. A, B, C는 성실하게 미션 수행을 한다. D 또한 아쉽다 싶은 점이 없진 않으나 역시 긍정적인 태도로 성실하게 미션 수행을 시작한다. 이번엔 종반. A, C는 꾸준한 반면, B는 (지쳤는가? 질렸는가?) 멍~ 방심한 듯한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참고로 오늘 오전의 가을 햇빛은 봄 고양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람 늘어지게 하기 딱 좋다. D는 점점 하품 빈도가 늘면서 점점 더 늘어진다. 결과 점검. A, B의 채취량이 비교적 많고, C의 채취량이 비교적 적다. D의 채취량은 예상대로다.
B의 채취량이 뒤지지 않은 점과 C의 채취량이 많지 않은 점이 특이하나, 아이들의 기질이나 흥미를 알고있는 나로서는 예상한 대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싶다. 아이들의 못함을 질책하는 것도, 분발을 촉구하는 것도 아니다. 오랜 그룹홈스쿨링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질과 흥미를 가졌다는 건 아이들 서로 잘 안다. 그래서 서로서로의 차이(꼭 성과 차이를 염두에 둔 거 아님)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 차이가 어떤 건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각해 볼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첫댓글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깻잎을 따는 아이들보다 그 뒤로 보이는 집에 관심이 가서 유심히 보았는데 단독 주택 뒤로 빌라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채가 보이는데 본인들 땅에 집을 짓는 것을 뭐라할 수는 없겠고 단독주택에 사시는 분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집 뒤로 고속도로에 보면 주변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서
높게 무언가로 담을 둘렀더군요...아님 집 뒤로 큰 가로수들을 심어 사생활이 보호 받기를 바래봅니다.
생각이 짧은 유지 맘 생각임다.^^
천사아줌마 집 뒤 언덕이 바로 문제의 공동묘지랍니다.
얼굴없는 주인이 팬션을 짓는다고 하는데... 저렇게 사업감각이 없어서야,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천사아줌마께 1m 간격으로 자작심어라 했어요~
아, 보내주신 단감박스 안착했습니다.
잘 먹겄습니다~
천사 아줌마 가족들께서 마음고생을 하시겠군요. 위기를 좋은 기회로 만드시기를 바래봅니다.
말씀하신대로 자작나무를 심으시면 좋겠군요.
아! 사진에서는 바로 집 뒤에 신축건물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겠구나 싶네요.
신축 건물들은 천사아줌마 집에서 꽤 떨어져 있어서 크게 스트레스 없어요^^
제가 채취한량이 좀 많았긴 했지만 장아찌용이 아니라 한번 행궈서 요리로 해먹을줄 알아서
대충 담았던 것 같아요..ㅠ다음엔 좀 일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일해야겠습니다.
나름 성실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양이 별로 안나오는 것을 보니 속도의 문제네요...
후반에 가서 속도를 냈는데.... 제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속도이상으로 속도를 내겠습니다.
전 많이 움직이는 일에는 잘 몰입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ㅠ.
저의 게으름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네요. 앞으로는 활동적인 일도 집중을 잘 해보려 노력 해야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속도는 느려지고 손에서 봉투로 깻잎을 이동시키는 횟수가 많아졌는데 급하게했다가 지치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긍정하고 반복한다면 일의 성과도 좋아질 꺼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