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호를 펴내면서
무서운 놈 이용우
늑대의 송곳니 전갈의 독침
내 입안에 다 있다 ---이용우 시집 {너의 서쪽은 나의 동쪽이 된다}(근간)에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사랑을 택하면 증오(혐오)가 따라오고, 증오를 택하면 사랑이 따라온다. 친구를 좋아하면 적이 나타나고, 적과의 싸움을 택하면 친구가 나타난다. 사랑만으로 살 수도 없고, 증오만으로 살 수도 없다. 이 세상의 삶은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이지만,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욱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무서운 놈이 되는 것이다. 홀로서기는 주체성의 완성이고, 주체성을 완성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전인류의 아버지이자 스승이 되고, 최후의 심판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용우 시인의 [무서운 놈]처럼 “늑대의 송곳니”와 “전갈의 독침”이 “내 입안에/ 다” 있지 않으면 그의 홀로서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두 가지의 본능이 있는 데, 공격본능과 방어본능이 그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타인과 이웃 국가와 이 세계를 정복하는 것은 공격본능이고, 그 어떤 침략자와도 맞서 싸우는 것은 방어본능이라고 할 수가 있다. 홀로서기는 이빨을 갈고 독을 기르는 것이고, 이빨을 갈고 독을 기르는 것은 공부를 하고 건강을 돌보는 것이다. 건강과 지식은 홀로서기의 근본동력이며, 우리는 이 홀로서기를 통하여 모든 동지와 부모형제들마저도 자기 자신의 신민으로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있고 세계가 있다. 나는 명령자이고, 시바신이고, 제우스이다. “늑대의 송곳니”, “전갈의 독침”, 이것이 소위 이용우 시인의 [무서운 놈]의 진면목인 것이다.
모든 생명체의 근본물질은 무엇인가? 밥에도 물에도 과일에도 독이 묻어 있고, 언어에도 지식에도 이론에도 독이 묻어 있다. 사랑에도 우정에도 미움에도 독이 묻어 있고, 자동차에도 비행기에도 인공지능에게도 독이 묻어 있다. 독은 약이고, 독약이다. 우리 인간들은 독을 필요로 하면서도 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는 [무서운 놈]이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놈이기도 한 것이다.
‘기획특집: 논쟁문화의 장’은 아흔 다섯 번째로 반경환의 명시감상을 내보낸다. 이번 호의 ‘애지의 초대석’에는 곽효환 시인과 한현수 시인, 그리고 유계자 시인을 초대했다. 곽효환 시인의 [미륵을 기다리며]와 김지윤의 작품론 [바람을 견디는 협곡의 시], 한현수 시인의 「사과꽃이 온다」와 황치복의 작품론 [존재의 배후, 혹은 위대한 수동성], 그리고 유계자 시인의 [물마중]과 권혁재의 작품론 [아날로그로 짚어내는 기억과 아포리즘, 그 시의 힘들]을 다 함께 읽고 감상해주기를 바란다. ‘애지의 초점: 이 시인을 조명한다’에서는 권기선 시인과 정구민 시인, 그리고 박용숙 시인의 시들을 내보낸다. 권기선 시인의 신작시, [책벌冊罰] 외 4편과 황유지의 작품론 [지금부터 죄를 지어도 되겠습니까], 정구민 시인의 [호랑이] 외 4편과 반경환의 작품론 [시인과 언어], 그리고 박용숙 시인의 [공동경비구역] 외 4편과 유지현의 작품론 [일상을 견디는 시, 발효되는 언어의 향기]를 다 함께 읽고 감상해주기를 바란다. 지난 일년 동안 계간비평을 맡아오던 배옥주 시인에 이어서 본지의 편집위원인 임현준 시인이 앞으로 1년 동안 계간비평을 맡아주게 되었다. 본지는 이번 호에도 [외눈박이] 외 4편을 응모해온 김용칠 씨와 [닭발] 외 4편을 응모해온 성재봉 씨를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자로 내보낸다. 제21회 애지문학상, 제10회 애지문학작품상, 그리고 2023년 애지신인문학상 시상식이 2023년 12월 1일 금요일 오후 3시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유명 문인들과 수많은 축하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주 성대하게 있었다. 유계자 시집 {물마중}, 탁경자 시집 {어초장}, 장정순 시집 {그믐밤을 이기다}, 정동재 시집 {살리는 공부}, 김홍희 시집 {부산}이 출간되었고, 최세규 시집과 이용우 시집, 그리고 이원형 시집들이 출간 대기중에 있다. 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애지} 필자 선생님들과 독자 여러분들, 그리고 애지문학회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무튼 계간시전문지 {애지}와 편집진은 너무나도 분명하고 확고한 걸음으로 ‘애지의 창간 이념과 목표’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될 것이다.
비판만이 위대하고, 또 위대하다. 비판은 당신의 존재증명이다. 당신은 누구를, 무엇을 비판할 수 있는가?
애지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