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정중앙 최북단 마을, 양구 DMZ펀치볼 둘레길
이동명 2022. 9. 10.
▲ 양구 해안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DMZ펀치볼 둘레길’은 국토정중앙의 최북단 마을에 설치된 숲길이다. 사진은 둘레길 모습.
양구 해안면 월산리는 돌산령 아래 처음으로 추석 보름달이 뜨는 마을이다. 오유리에는 오리나무가 늘어선 아름다운 동네이고,
만대리는 일만호를 먹여살릴 수 있는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 곳이다.
많고 많은 사연을 간직한 해안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DMZ펀치볼 둘레길’은 국토정중앙의 최북단 마을에 설치된 숲길이다.
전쟁과 분단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지만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어 역설적이다.
남한 최북단 DMZ와 백두대간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 길이다.
다른 지역 둘레길과는 달리 ‘DMZ펀치볼 둘레길’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또 서약서도 작성해야 한다.
▲ 양구 해안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DMZ펀치볼 둘레길’은 국토정중앙의 최북단 마을에 설치된 숲길이다.
사진은 둘레길에서 본 해안면 전경.
서약서 작성 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탐방하다보면 이곳이 전쟁의 상처를 갖고 있고 휴전이라는 현실 속에 불안한 평화가
깃든 곳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한국전쟁 당시 폭탄 파편 등 수 많은 무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펀치볼 분지는 이제는 개량 주택과 비닐하우스가
들어서 있어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인다. 평온하기 그지없다.
과거 해안면에는 아침이면 가을의 낙엽처럼 북한에서 날려보낸 삐라가 무수히 떨어져 있었다.
야간 일몰 이후 벌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등화관제가 필수였고 집 바깥의 화장실 가는 것도 금지사항일 만큼 주둔 군부대의
통제를 받아야 했다. 대중교통도 없어서 군인들의 버스를 타고 돌산령을 넘어다녔다. 고립과 통제의 땅이이었다.
개척민들은 폐허 속에서 황무지를 일궈 살만한 곳으로 만들었다.
북쪽의 을지전망대와 가칠봉만이 이곳이 치열한 전장이었다는 것을 웅변한다.
‘DMZ펀치볼 둘레길’은 전쟁의 흔적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됐다.
73.2㎞의 숲길이다. 평화의길, 오유밭길, 만대벌판길, 먼멧재길 등 4개 코스로 구성됐다.
▲ 양구 해안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DMZ펀치볼 둘레길’은 국토정중앙의 최북단 마을에 설치된 숲길이다.
평화의길(14㎞)은 남방한계선에 가장 근접한 코스다. 안내센터~청용안~산채군락지~와우산~월경금지판~대형벙커~동막동마을~정안사~안내센터로 이어지는 5시간 30분 코스의 길이다. 평화의길 단축코스로는 와우산길 7.5㎞와, 벙커길 10㎞의 길이 있다.
오유밭길(20.1㎞)은 대우산 자락의 고원지대 황톳길을 걷다보면 산양 서식지인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의 다양한 식생과 해안분지의 수려한 경관에 흠뻑 빠지게 된다. 7시간30분이 소요된다. 안내센터~해안재건비~동막동마을~지뢰밭길~상상바위~구도로(쉼터)~부부소나무~송가봉~성황당(쉼터)~야생화공원~형제나무~안내센터로 구성돼 있다. 오유밭길 단축코스는 송가봉길 4㎞와, 도솔숲길 9.2㎞ 구간이다.
만대벌판길(21.9㎞)은 만대평야의 탁트인 경관에서 힐링할 수 있다. 7시간30분이 소요되는 이곳에서는 ‘통문’을 체험 할 수 있다. 실제 군사시설물은 아니고 영화배우 이지아, 김민준이 출연해 지난 2015년 상영된 ‘무수단’의 세트장이 조성돼 있다. 북한의 무산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지역 만대리, 이곳의 북향집은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집이었다. 안내센터~구시장~귀롱삼거리~만대2교~냉장쉼터~DMZ자생식물원~성황당(쉼터)~먼멧재분기점~쌍솔~귀롱삼거리~안내센터 코스로 돼 있다. 만대벌판길의 단축구간은 분기점길 7.4㎞, 쌍솔길 7.78㎞이다.
▲ 양구 해안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DMZ펀치볼 둘레길’은 국토정중앙의 최북단 마을에 설치된 숲길이다. 사진은 둘레길 모습.
먼멧재길(16.2㎞)에는 양구 해안면과 인제 서화면을 잇는 고갯길인 ‘아리랑고개’가 있다. 1956년부터 해안지역에 입주해 살면서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농토를 개간하는 고달픈 삶과, 군부대의 통제로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던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고개다. 6시간이 소요된다. 안내센터~구시장~귀롱삼거리~먼멧재분기점~전차방호벽~먼멧재봉~군헬기장~서화옛길~지뢰지대~물골교~안내센터 코스다. 먼멧재길의 단축코스는 분기점길 12㎞, 지뢰밭길 15.2㎞이다.
오전 탐방을 마치면 숲속까지 배달되는 ‘숲밥’을 맛볼 수 있다. ‘숲밥’은 지역민들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13가지 이상의 산채류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으로 탐방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점심식사를 하려면 20명 이상일 때 일주일 전에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이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