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공지천 출렁다리 개통식
심영희
강원도민일보 어제 신문 9면 춘천 란에는 저녁 5시에 "출렁다리 개통식"을 한다는 안내 기사가 실렸다. 출렁다리 이름은 "춘천 사이로 248"이다. 길이 248m, 폭 1.5m의 현수교다.
여름내 공사 때문에 막혀 있던 길도 열렸으리라 생각하면서 나는 저녁에 구경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내 개인적인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 병원가는 것도 아주 싫어하고 주사 맞는 것은 더 싫어서 예방 접종을 아주 가끔씩 했다. 그런데 올 3월에 "대상포진"에 걸린 것이다. 어떤 사람은 대상포진은 병도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3개월 약을 먹고 나서도 계속 후유증이 있다. 초겨울이 되자 우선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2주 후에는 코로나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광고문에 보니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연말까지는 할인해서 20만 원에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5만 원을 아끼기 위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예방주사를 맞았다. 연말까지 20만 원에 접종한 사람은 2개월 후에도 그 가격에 접종을 해 준다니 결국 10만 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그런데 주사 맞은 횟수가 늘수록 주사 맞은 쪽 팔이 아프다. 그런데도 미련하게도 쉰다며 앉아서 장장 여섯 시간을 그림을 그렸다. 중간 중간 몸 상태를 저울질 해도 개통식에 갈 상황은 아니다. 날씨도 춥고 크리스마스이브라 몰려들 인파를 생각하니 도저히 공지천으로 갈 수 없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이태원 참사를 생각하게 된다.
텔레비전을 통해 아름다운 불빛을 보며 개통식이 시작되었구나 하면서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더 중요한 것은 윤석열 앞날이 궁금하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기 싫어 "윤석열 씨"라 한다고 했는데 나는 정당인도 아니면서 이번 계엄 선포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나라 망신을 시킨 것은 물론이고 자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저만 살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참 한심한 인간이다.
오늘 아침 출렁다리를 보러 운동삼아 공지천으로 갔다. 어제의 화려함은 자취를 감추고 을씨년스러운 출렁다리 부근은 부귀영화를 꿈꾸다 차례로 감옥에 갖힌 계엄에 가담한 사람들의 신세와 다를 바 없다. "최순실의 국정농단"보다 더 비참한 것은 군 장성이 무속인을 찾아가 국정 운운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최대의 망신이다.
군인 장성과 경찰청장의 밥줄을 끊어지게 하고 자기 밥줄은 그렇게 대단하던가. 어제의 화려함을 잃고 쓸쓸한 오늘의 공지천 출렁다리 부근처럼 대통령 실에도 쓸쓸한 찬바람만 불고 있겠지.
겨울밤 얼마나 춥고 분통이 터졌을까, 죄 없이 벌을 받는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