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날짜까지 다 잡아놓고도 담배를 끊지 못해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설마 담배 좀 피웠다고 수술을 안 해주겠어?"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정말 위험한 착각입니다.
의사가 "흡연하면 수술 못 한다"고 하는 것은 환자를 겁주려는 말이 아닙니다. 수술 후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명백한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경고입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몸속 두 갈래 길에 비유해서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수술의 성공을 결정하는 몸속 두 갈래 길
폐 수술을 이해하려면 몸속에 있는 두 가지 길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 길은 가래와 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청소 도로'입니다. 기도(공기가 드나드는 숨길) 안쪽에는 섬모(가래와 먼지를 쓸어내는 미세한 솔 같은 조직)라는 청소부가 있어서, 매일 부지런히 이물질을 밖으로 밀어냅니다.
두 번째 길은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보급로'입니다. 몸에 상처가 나면 이 보급로를 통해 회복에 필요한 재료가 도착해야 상처가 아뭅니다.
담배 연기는 이 두 갈래 길을 동시에 망가뜨립니다. 그래서 흡연자의 수술이 유독 위험해지는 것입니다.
청소 도로가 막히면, 수술 후 폐렴
폐암 수술은 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입니다. 수술 후에는 남아 있는 폐가 가래를 잘 뱉어내고 다시 펴져야 정상적으로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담배 연기는 청소 도로의 미화원 역할을 하는 섬모를 마비시키고, 가래를 끈적하게 만듭니다. 청소부가 사라진 도로에 쓰레기가 쌓이듯, 가래가 기도에 그대로 남아 막히게 됩니다.
이렇게 가래가 배출되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1. 폐렴: 막힌 가래 속에서 세균이 번식해 염증이 생깁니다.
2. 무기폐: 공기가 통하지 않아 폐의 일부가 찌그러지듯 쪼그라듭니다.
이 두 가지는 암 자체보다 오히려 수술 직후 환자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좁아진 보급로, 더뎌지는 상처회복
담배 속 니코틴은 혈관을 좁아지게 만듭니다. 좁아진 도로에서는 화물 트럭이 지나가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좁아진 혈관은 상처 회복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합니다.
폐를 잘라내고 꿰맨 부위는 이 보급로를 통해 재료를 공급받아야 아뭅니다. 하지만 흡연으로 보급로가 좁아져 있으면 다음과 같은 위험이 커집니다.
1. 수술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고 벌어질 위험
2. 봉합 부위에 염증이 생길 위험
수술이 아무리 잘 되었더라도, 이후 회복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두 번째 위기를 맞는 셈입니다.
마취 단계에서도 커지는 위험
흡연은 두 갈래 길뿐 아니라, 기도 자체를 예민하게 만듭니다. 오랜 기간 자극을 받아온 기도는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전신마취를 할 때는 호흡관을 기도에 넣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예민해진 기도가 갑자기 좁아지는 발작(기관지 경련)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취 도입 단계에서부터 산소 공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응급 상황입니다.
짧은 금연으로도 다시 넓어지는 길
다행인 소식도 있습니다. 이 두 갈래 길은 담배를 끊으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수술 전 2~4주 정도만 금연해도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1. 마비되었던 섬모(청소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2. 좁아졌던 혈관이 넓어지며 보급로가 원활해집니다.
3. 예민했던 기도가 안정을 찾아갑니다.
이 덕분에 수술 후 폐렴, 상처 벌어짐, 마취 합병증의 위험이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금연을 수술을 준비하는 첫 번째 치료 과정으로 강조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