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입구에는 경쟁을 하듯 음식점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중에도 제일 눈길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짜장면 집이었다. 중국요리 경연대회에 출전하여 금상을 받았다는 어느 주방장의 수타면 빼는 사진도 붙어있었다. 이는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진정한 수타면! 탕! 탕! 소리를 내며 손으로 쳐서 면발을 빼는 그런 옛날 식 짜장면이라면 나이든 사람은 누구나 한번 쯤 추억을 떠올리게 되지 않았을까싶었다. 등산을 오는 날 이곳을 지날 때면 그 광고 사진의 유혹에 끌려 한번 들어가 맛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식사 때가 맞지 않았고, 혼자서 들어가기도 내키지 않아 그냥 지나치곤 하였다.
그런데 이날은 마침 아내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산을 내려온 아내 역시 그 짜장면 집의 수타면 빼는 사진을 바라보며 구미가 당겨왔는지 "여보! 우리 저기 들어가 보자"하고 말했다. 저녁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심전심'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추억이 어려 오는 그 옛날식 짜장면을 맛보기 위해 그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홀에는 손님들 네다섯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자리를 찾아 앉으며 곧 짜장면과 짬뽕을 각각 따로 주문했다. 서로 돌려가며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귀를 기울여가며 면발 치는 소리를 들어보려고 기다렸지만 그 어디에서도 면발을 늘이는 모습이나 탕! 탕!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조금은 김이 빠졌다고 해야 할지, 마음 같아서는 "아가씨! 왜 면발 빼는 소리가 안 나지요?" 하고 묻고도 싶었지만 꾹꾹 눌러 참고 그만 두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짜장면과 짬뽕이 우리 앞에 놓여졌다. 나는 혹시라도 그 소리를 놓치고 듣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며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혹시나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역시나 굵은 사각의 면발은 한눈에 보아도 기계로 빼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직원을 오라고 하여 이것이 손으로 뺀 수타면이 맞느냐? 밖에 걸어놓은 사진은 뭐냐고 따지며 시비를 가릴 수도 없었다.
'수타' '손짜장면'집 많아도 진짜는 보기 어려워_2 전에 언젠가도 '손짜장'이라는 간판을 보고 구미가 당겨오는 바람에 들어갔다가 속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타하는 장면의 사진까지 버젓이 걸어놓고, 누구나 의심 없이 수타면을 하는 집으로 알고 찾아들어올 수 있도록 광고를 하고 있지 않은가. 설마, 누가 기계면일 것이라고는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수타면'내지는 '손짜장'이라는 음식점의 간판을 볼 수가 있다. 그 옛날식 짜장면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들어가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계면'인데도 허위 광고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손님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손으로 뺀 면처럼 보이기 위해 기계면을 굵게 뺀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공장에서 아예, 상표의 이름을 '수타면'이나 '손짜장'이라 붙이면 그만 아닌가. 혹시라도 수타를 놓고 진위에 대한 시비가 붙게 된다면 "우리는 손으로 직접 뺀 면을 사용한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수타면을 대신하기 위해 모양과 식감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이라고 발뺌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요즘과 같은 육체적 힘든 노동을 기피하는 세태에 비추어 옛날에 먹던 진짜 손짜장면을 찾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라도 간판만 믿고 들어갔다가 당해보지 않았다면 '손짜장'이나 '수타면' 모두 옛날 식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접 손으로 뺀 진짜 손짜장면을 하는 집이 있다면 입소문만으로도 널리 알려지겠지만, 간판 앞머리에 '진짜 수타면' 또는 '진짜 손짜장'이라고 이름을 명시하면 어떨까싶다.
서민의 외식으로는 으뜸이었던 짜장면은 간편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중국집에서 처음 먹어볼 수 있었던 짜장면, 당시 십오 원하던 기억과 함께 혀를 감아 돌던 매혹의 그 맛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