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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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9 05:17
동인지 작품입니다
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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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
첫차 타고 왔다
주리 옥분리 마을 지나
엷은 스카프 산허리 휘감은 안개 서서히
발끝을 내딛는 들판
갓 모심기 한 무논 삐뚤게 줄을 선 어린 벼
목까지 잠긴 채 고개 쳐들고 있다
이슬에 젖은 푸성귀
밭고랑사이 검정비닐 몇 개 벌려놓고
아욱 근대 쑥갓 차례대로
솎음질하면 무당벌레도 쉽게 눈에 잡히는 아침
앞산에 뻐꾸기 운다
서둘러라
비 온다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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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것은 적막하다
합천댐 중허리
자정이 지나 텐트 안에 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옆에서 자던 일행은 이 밤에 무슨 목탁이냐며
구시렁거리며 돌아눕는다
나는 그 소리 따라 밖으로 나왔다
가로등 불빛이 드문드문 박힌
건넛마을 어디쯤에서
물고기를 깨우고 새를 깨우는 도량(道場)經 치며
가까이 걸어오는 듯하다
동상처럼 앉은 남자들의 낚싯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지만 먼저 깬 물고기는
그들의 아침 매운탕거리로 걸려들까
나는 두렵다
열이레 달은 밝고 사위는 더 넓고 고요하여
말할 수 없는 적막만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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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에 쓰는 편지
그 해 겨울
어머니를 잃고 여러 날을 동면 속에 있었다
차례상 준비도 뒷전인 채
세상은 나 혼자인 듯 동지섣달 긴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터널은 길고 캄캄했다
봄이 오는 날 산소를 찾았다
산골짜기가 환해지며 갑자기 눈발이 펄펄 내렸다
어머니가 버선발로 내려오는 것처럼
달려가 안았다
허망한 기쁨
빛바랜 메모지에
‘어머니 맏딸은 황야에 홀로 서 있어요.’
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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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를 잃고
며느리를 맞이했지만 세상은 어둡기만 하였다
거리에 나서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한의원에 앉아 환자들의 상담하는 모습만 멍청하게
듣는 것이 전부였다
긴 침을 몇 군데 찌르고 자격(刺擊)을 준다며 반복해서
돌리면 모두들 아파서 고함을 지른다
친구와 바둑을 두며
나누는 이야기는 나를 두고 하는 말인 듯
松下問童子하고........
낙관도 없이 받아왔다
이제 세상이치를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로 늙어가고 있다
이 詩를 접하자 문득 그를 뵌 듯 반갑다
그는 나의 隱者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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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세미
그는 비상한 더듬이가 있다
때로는 작은 짐승을 향해 평원을 질주하는
맹수와 같다
허공을 계단으로 삼아 담장에 올라
푸른 아우성으로 지루한 땡볕을 삼킬 듯
내다린다
장엄한 여름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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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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