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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대한양궁협회장)이 인천 계양 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양궁 컴파운드 단체전 한국과 대만과의 결승경기를 보고 있다//뉴스1DB ⓒ News1 한재호 기자 |
현대차 그룹의 한전부지 개발사업을 현대엔지니어링이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가 전통적으로 그룹 공사를 현대엠코에 맡겨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법인이 한전부지 사업을 도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서라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한전 개발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한전 부지 개발을 통해 매출규모를 늘리게 되면 정 부회장이 이 회사 지분매각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실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정 부회장, 모비스 지분 17% 확보 절실…현대ENG 맡아야 유리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라온 현대차 그룹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로 지분의 20.78%를 가지고 있다. 2대 주주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며 지분 5.17%를 보유하고 있다.
모비스 지분은 기아차와 정 회장이 각각 16.88%, 6.96%를 나눠가지고 있는데 기아차 최대주주는 지분의 33.88%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다. 결국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는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 역할을 하는 모비스 지분을 확보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이 경영권을 가장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길이다.
문제는 정 부회장이 기아차를 제외하고는 현대차와 모비스 지분을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 중 기아차(1.74%), 현대글로비스(31.88%), 현대엔지니어링(11.72%) 등의 지분을 보유한 게 전부다.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아직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는 의미로 정 부회장에게는 모비스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확보가 절실하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모비스 지분 17%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다른 계열사 지분 없이도 그룹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고 파악한다. 모비스 지분 한 주당 가격은 현재 23만8000원이다. 모비스 전체 지분 17%에 해당되는 보통주 1654만주를 확보하려면 산술적으로 3조93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모비스 지분 매입에 수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가치가 높아질수록 유리하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시점에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 정 부회장은 더 많은 실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한전 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건립하는 일은 지금까지 현대차 그룹이 추진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사업 중 하나"라며 "이를 현대엔지니어링이 맡게 되면 매출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장외주식시장에서 20만원을 밑돌았던 현대엔지니어링 주가가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60만원까지 급등해 정 부회장의 자금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계에서 GBC 공사를 현대엔지니어링이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GBC 사업, 현대ENG 연간 최소 9000억∼1조원 매출액 확보
현대차가 GBC 조성사업을 현대엔지니어링에 맡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회사의 매출액이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GBC 건립에 최소 2조7000억원 이상의 건축비가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용적률 800%를 적용해 연면적 63만4736㎡ 규모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는 가정 아래 3.3㎡당 건축비 800만원을 적용해 계산한 값이다. 지상층 건축물 공사에만 1조7300억원 이상이 투입되며 이와 별도로 연면적 39만7160㎡ 규모의 지하 건축물(500% 기준)을 짓기 위해서는 9600억원 가량의 추가 공사비가 필요하다.
건축비는 시공사가 지급받는 돈이기 때문에 매출로 집계된다. 보통 초고층 건축물 공사기간이 3년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2조7000억원을 기준으로 연간 최소 9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GBC 사업을 통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매출 목표는 6조6000억원으로 늘어나는 예상 매출액 9000억원을 더하면 연매출 7조5000억원 이상의 대형 건설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평균 4조∼5조원의 연간 매출을 올리는 롯데건설을 뛰어넘는 것으로 매출규모 6∼7위를 오가는 SK건설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매출기여도를 최소로 잡아 계산한 값이기 때문에 GBC 사업을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확보하면 5대 건설기업과 대림, SK건설 사이에 드는 대형 건설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오너 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중 특수관계인 지분은 정몽구 회장(4.68%)과 정의선 부회장(11.72%) 몫을 더해 16.4% 정도다. 현대엔지니어링이 GBC 사업과 관련된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그룹 공사를 독차지해 기업 가치를 계속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GBC 사업이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에 기여하는 금액이 상당한 수준"이라며 "경영권 승계,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제외 등 속 배경을 살펴봐도 현대엔지니어링에게 GBC 사업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