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2년 첫 번째 그림책길은 신륵사 해돋이로 시작합니다.
-그림책 키워드 ‘삐’
-1월 15일(토) 오전 7시 신륵사 주차장에서 모여요."
벌써 2년 전이다. 머뭇님의 별명이 따박따박이었던 시절! 우리는 신륵사에서 해돋이를 보겠다고 신새벽에 모였더랬다. 날씨는 무척이나 추웠고, 해는 더디 뜨고, 기적님이 손수 준비해 온 차를 마시며 언 몸을 녹여보려 애를 썼었다. 강렬했던 추위만큼이나 아름다웠던 해돋이와 더 아름다웠던 그림책 동무들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오늘, 2024년 첫 번째 그림책길도 바로 그 신륵사에서 시작했다. 2년 전의 맹추위를 기억하고 있던 그림책 동무들이 있었나 보다. 이번에는 해 뜨는 시각을 가늠해서 7시 30분에 모였다. 동쪽 하늘이 환상적인 붉은 색으로 물들어 일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더니 해는 얼굴 한 번 보여주질 않았다. 하지만 회색빛 하늘과 강물은 그림책과 그림책을 사랑하는 우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키워드 ‘랑’을 떠올리며 각자 데려온 그림책들을 바위 위에 조심스럽게 세워놓고 찍은 사진도, 저마다의 그림책을 들고 찍은 사진도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근처 카페로 이동해서 본격적으로 그림책 이야기를 나눴다. 늘 야외에서 진행하던 그림책 이야기를 실내에서 하니 색다른 맛이 있어서 좋았다. 머뭇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곰》을 데려와 그림책에 등장하는 곰이랑 말코손바닥사슴이랑 오소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세 친구가 나누는 우정은, 머뭇님을 그리고 우리 모두를 돌아보게 했고, 정말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오순도순 모임을 꾸려가는 일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 머뭇님의 ‘랑’은 함께하는 조사 ‘랑’이었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곰’이라 했던 머뭇님의 그림책은 늘 새로운 생각이 번뜩이는 ‘말코손바닥사슴’을 닮은 방랑자님에게 전해졌다. 방랑자님은 《오늘도 너를 사랑해》를 데려 오셨다. 사랑의 ‘랑’을 떠올렸다고 한다. 더 잘, 더 많이 사랑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잘 달래야 한다며, ‘느긋느긋 푸~욱 뒹굴뒹굴 푸~욱’ 쉼을 강조했다. 그림책 동무들은 ‘달래다’에 감동했다. 올라오는 감정과 끝없이 추락하는 감정을 잘 달랬어야 했던 거구나. 그래 이제라도 잘 달래 봐야겠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렇게 소개하다가는 밤을 새워 적어도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지금부터는 간단하게 적어 보련다.
- 방랑자님의 그림책은 다가치님께로, 그리고 다가치님의 《나랑 같이 놀자》는 나의 차지가 됐다. 그림책의 주된 색깔 노랑! 나랑 같이 놀자의 ‘랑’. 같이 놀기 위해서 때로는 가만히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 ‘랑’이라는 키워드에 어울리는 그림책을 찾다가 《눈의 시》가 적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밝을 랑(朗)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눈의 순수와 눈을 기다리는 설렘이 잘 드러나는 시, 현실과 비현실을 묘하게 중첩 시킨 그림이 멋지게 조응하는 그림책이다. 특히 나를 웃음 짓게 만든 대목은 동심으로 돌아간 할머니가 장난꾸러기처럼 눈덩이를 던지는 부분이다. ‘눈은 시간을 되돌’리고 마는 것이다. 이 책을 전해받은 한결님은 환호성을 질렀다. 카페 안이 환해졌다. ‘밝을 랑’^^
- 한결님의 그림책은 《오》. 자연은 우리랑 함께 존재하는 것, 나부터 자각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진정성 담아 전해 주셨다. 《벗지 말 걸 그랬어》를 데리고 온 이야기꽃님께 《오》가 전해졌다.
- 이야기꽃님은 오십견 때문에 옷을 입고 벗을 때 무척 고통스러우시다는데 그림책 속 꼬마가 마치 이야기꽃님인 것처럼 고통의 경험조차 유쾌하게 전해 주셨다. 《벗지 말 걸 그랬어》는 기적의 책이 되었다.
- 기적님은 《동물원》을 데리고 오셨다. 그림책에는 ‘아빠랑 엄마랑’ 함께 동물원에 간 아이도, 노랑도, 오랑우탄도 있었다. 부모가 믿고 있는 바 신념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게 옳은가? 옳은 신념이라면 아이도 그에 따르도록 교육하는 게 맞는가? 생각이 깊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 동물을 좋아하는 끈바님께 《동물원》이, 끈바님의 《여우랑 줄넘기》는 오로라님께 전달됐다. 끈바님이 아버지와 사별했을 때 따뜻한 위로가 됐다던 《여우랑 줄넘기》. 이 그림책은 오로라님에게 2월 그림책길 초대장이 되었다.
- 오로라님은 데려온 《호랑이와 곶감》을 소개하면서 옛이야기의 기저에 깔린 ‘미지의 대상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옛이야기에서 깨달은 바를 《섬》이라는 그림책과 엮어 들려줬는데, 우리의 편견과 배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됐다. 아직 어린 아이가 있는 설렘님께 《호랑이와 곶감》이 전해진 건 정말 다행이었다.
- 설렘님은 두 권의 그림책을 데려 오셨다. 《사랑해, 사랑해》도 《내 거랑 바꾸자》도 우리를 엄마의 마음으로,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멋진 그림책이었다. 첫 순서로 그림책 이야기를 시작했던 머뭇님은 그림책을 두 권이나 선물로 받게 됐다. 대박!^^
카페를 나와 남한강변을 걸으며 카페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텁게 껴입은 옷이 부끄러울 만큼 봄 날씨 같았다. 2024년의 첫 그림책길을 이리도 훈훈하게 걸었으니, 앞으로의 그림책길 안 봐도 비디오다!^^ 그림책이‘랑’ 그림책 동무‘랑’ 우리는 올해도 길 위에서 행복할 예정이다.
첫댓글 산시내님~~
글 속에서 산시내님 목소리가
막 들려요
가만가만
나즈막히
포실포실
따~뜻한
목소리~
그림책과 사람책 이야기
하나하나
정성스레
귀에 담고
또 풀어주시니
저도 신륵사길
함께한 듯 해요!^^
올해도 길 위에서
행복할 예정들이시라니♡
그림책길 여주
오홋 만세!!
9월에 함께 할 여주길 벌써 기대기대
p.s.
그림책 길 사진전
열어야겠어요!
사진이 진짜 완전 땡.작.
감사해요~^^
뚜셰, 얼른 만나뵙고 싶어요!
@산시내 저두여~~
정말 근사한 나눔의 현장이네요^^
온갖 '랑'들이
랑~랑~랑~
그림책이랑, 그림책 동무랑
올해도 행복할 예정인
그림책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