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율곡 선생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자(字)는 숙헌(叔獻)이오 호는 유곡 또 석담(石潭)이라 한다. 중종 21년 강원도 강능에서 나시고 천자가 총명하여 글 읽기를 좋아하고 처음에는 불설에 혹하여 금강산에 들어가 불의계행을 지키더니 일 년 후에 불설에 대하여 의혹이 생기었다. 다시 유교에 들어와 학업을 전력하여 우인 성혼(成渾)과 상종하여 이학의 조예가 날로 높아졌다.
그 후에 도산에 가서 퇴계 이황을 만나 이기(理氣)의 학설을 서로 의논하여 새로운 각오가 있었고 퇴계도 또한 율곡의 말을 승인한 것도 있었다. 서로 도의의 사귐이 되어 학업이 더욱 나아갔다. 명종 19년에 생진과에 합격하고 그 후에 또 문과(文科)에 합격하여 수석이 되고 드디어 벼슬에 나아가 호조좌랑(戶曹佐郎)이 되고 또 홍문관교리(弘文館校理)가 되고 그 후에 벼슬을 사양하고 해주(海州)에 돌아와 석담(石潭)에 집을 짓고 청년자제 훈육에 종사하더니 그 후 선조(宣祖) 14년에 대사헌(大司憲)이 되었다가 다시 올라 호조판서 이조판서가 되었다.
때에 당론(黨論)이 심하여 문호를 나누고 알력이 심하더니 율곡은 이것을 조정하려고 노력하다가 성공치 못할 것을 알고 고향으로 내려가며 그 뜻을 글로 표시하였다. 세이인간사석문청송위우녹위이(洗耳人間事石聞靑松爲友鹿爲이) 이라 하였더니 이(珥)의 세이(洗耳)설은 어찜이뇨 하고 왕은 물으시고 만류하시나 듣지 않고 해주에 나려와 강학에 종사하다 별세하시니 시호는 문성(文成)이라.
선생은 한가하고 고요하며 물루에 초월하여 진세인(塵世人)이 아닌 것을 그의 저술하신 글월 혹 시문에 나타났다. 다른 시문이 많지만 우리가 흔히 읊는 석담구곡가(石潭九曲歌)가 그것이다.
석담구곡가(石潭九曲歌)*
一曲(일곡)은 어드매뇨 관암(冠巖)에 해 빛인다.
平蕪(평무)에 내 걷으니 遠近(원근)이 그림이로다.
松間(송간)에 綠樽(녹준)을 노코 벗 오는 양보노라.
二曲(이곡)은 어드매뇨 花巖(화암)에 春滿(춘만)케라.
碧波(벽파)에 꽃띄여 野外(야외)로 보내노라.
사람이 勝地(승지) 모르니 알게 한들 어떠하리.
三曲(삼곡)은 어드매뇨 翠屛(취병)에 잎 퍼졌다.
綠樹(녹수)에 山鳥(산조)는 下上其音(하상기음) 하는대
盤松(반송)이 受淸風(수청풍)하니 여름 경(景)이 없어라.
四曲(사곡)은 어드매뇨 松崖(송애)에 해 넘는다.
潭心巖影(담심암영)은 온갖 빛이 잠겼서라.
임천(林泉)이 깁도록 좋으니 흥(興)을 겨워 하노라.
五曲(오곡)은 어드매뇨 隱屛(은병)이 보기 좋와
水邊(수변)에 精舍(정사)는 瀟灑(소쇄)함도 가이없다.
이 中(중)에 講學(강학)도 하려니와 詠月吟風(영월음풍)하리라.
六曲(육곡)은 어드매뇨 釣峽(조협)에 물이 넓다.
나와 고기와 뉘냐 더욱 즐기는고.
黃昏(황혼)에 낙대를 메고 帶月歸(대월귀)를 하노라.
七曲(칠곡)은 어드매뇨 楓巖(풍암)에 秋色(추색) 좋다.
淸霜(청상)이 엵게 치니 絶壁(절벽)이 금수(錦繡)로다.
寒巖(한암)에 혼자 앉어 집을 잊고 있노라.
八曲(팔곡)은 어드매뇨 琴灘(금탄)에 달이 밝다.
玉軫金徽(옥진금휘)로 數三曲(수삼곡) 노래하니
古調(고조)를 알 사람이 없으니 혼자 즐겨 하노라.
九曲(구곡)은 어드매뇨 文山(문산)에 歲慕(세모)케라.
奇巖怪石(기암괴석)이 눈 속에 뭇였서라.
遊人(유인)은 오지 아니하고 볼 것 없다 하더라.
_____
* 석담구곡시(石潭九曲詩) 원문
高山九曲潭(고산구곡담)을 살이 몰으든이
주모복거(誅茅卜居)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즙어, 武夷(무이)를 想像(상상)고 學朱子(학주자)를 리라.
一曲(일곡)은 어드고 관암(冠巖)에 빗쵠다.
平蕪(평무)에 거든이 遠近(원근)이 글림이로다.
松間(송간)에 綠樽(녹준)을 녹코 벗 온 양 보노라.
二曲(이곡)은 어드고 花巖(화암)에 春滿(춘만)커다.
碧波(벽파)에 곳츨 워 野外(야외)에 보내노라.
살이 勝地(승지)를 몰온이 알게 들 었더리.
三曲(삼곡)은 어드고 翠屛(취병)에 닙 퍼졌다.
綠樹(녹수)에 山鳥(산조)는 下上其音(하상기음)는 적의
盤松(반송)이 受淸風(수청풍)이 녀름 경(景)이 업셰라.
四曲(사곡)은 아드고 松崖(송애)에 넘거다.
潭心巖影(담심암영)은 온갖 빗치 겻셰라.
임천(林泉)이 깁도록 죠흐니 흥(興)을 계워 노라.
五曲(오곡)은 어드고 隱屛(은병)이 보기 죠희.
水邊精舍(수변정사)는 瀟灑(소쇄)도 이업다.
이 中(중)에 講學(강학)도 연이와 詠月吟風(영월음풍)올이라.
六曲(육곡)은 어드고 釣峽(조협)에 물이 넙다.
나와 고기야 뉘야 더욱 즑이는고.
黃昏(황혼)에 낙대를 메고 帶月歸(대월귀)를 노라.
七曲(칠곡)은 어드고 楓巖(풍암)에 秋色(추색)이 죳타.
淸霜(청상)이 멻게 치니 絶壁(절벽)이 금수(錦繡)ㅣ로다.
寒巖(한암)에 혼자 안자셔 집을 닛고 있노라.
八曲(팔곡)은 어드고 琴灘(금탄)에 이 다.
玉軫金徽(옥진금휘)로 數三曲(수삼곡)을 노는 말이,
古調(고조)를 알이 업스니 혼 즑여 노라.
九曲(구곡)은 어드고 文山(문산)에 歲慕(세모)커다.
奇巖怪石(기암 괴석)이 눈 속에 뭇쳣셰라.
遊人(유인)은 오지 아니고 볼 것 업다 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