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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에 인사 올립니다.
봄비가 흠뻑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까지 예고되어져 있는데 덕분에
오후부터 휴식하면서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
저는 때로 간사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 라는 동질감, 공동체의식, 가족개념이
되는 사람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사랑의집으로 들어온 날로부터 공사석간에 우리 사랑의집
이라는 표현이 곧바로 제 입에 착 달라붙어 있는데
반면 여전히 저희가족은 이방인, 선생님가족, 잠시잠깐 있다가 떠나갈 사람
심지어 훈련생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공동체에 소속이 되면 그곳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서 잘 소통하고
서로간에 영향력을 주고 받는 것을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전에 미리미리 함께 의논하고 일을 결정하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제때 알려주면 좋은데 저희는 모르고 지나가거나 나중에 알게 되는 일
대부분 일방적인 통보나 지시의 순간이 많아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부터 늘 스스로 개척자로서 일을 감당해 오셨고
팀사역이라고 사람들이 몇번 함께 할 때에도 정드는가 싶게 금세
떠나가 버려서 혼자 처리하고 시키는 일에 익숙해지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개척자와 첫 설립자들이 비슷한 유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에도 당신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할지라도 다른사람들과 특히
다음세대들과 의견을 나누고 함께 일해가는 노력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서론이 다소 장황했는데 그럼 4-5월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1 텃밭 가꾸기
이곳은 들어오는 진입로 입구와 뒤안 두 곳에 제법 넓은 텃밭이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에 각종 농작물들을 수확하고 김장담그는 일이
첫 번째 일이었는데 봄을 맞이해서 땅을 갈아엎고 각종 씨앗들을 심었습니다.
4월 한달 동안에 봄비가 제법 자주 내렸는데 비가 조금만 와도 완전히 진땅이 되고
그치고 나면 딱딱하게 굳은 땅이어서 삽으로 흙덩이를 깨는 작업들이 상당히 오래 걸리고 힘도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영광의 물집도 손바닥에 딱 잡혔지요!
저는 흥안이라는 마을에서 오시는 류씨 아저씨를 따라서 부사수처럼 일하는데
참으로 부지런하시고 일도 참 잘하시고 얼마나 선량한 분이신지 모릅니다.
이곳에 첫 삽을 뜰 때 즈음부터 함께 일하셨다고 하니 산증인 같은 분이십니다.
덕분에 일을 많이 배웁니다.
단동에 있을 때는 노임을 주고 큼직한 일들은 대부분 농부들에게 맡겼었기에
이곳에서 스스로 하나 하나 해결해가고 배워가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72세이신 어르신은 담배를 한40년 피워 오셨는데 시계를 볼 것도 없이 30분에
두 대씩 피우십니다. 그러면 자연 저도 곁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지요
벌써 맨 처음 심었던 마늘은 싹이 한 뼘가량 올라온 것도 많이 있고
손수 심은 유기농 야채들로 한상 차려서 먹게 될 밥상이 머지 않았습니다.
#2 어린이예배 시작
“아빠, 우리는 어른 예배 안 가면 안돼? 사실 좀 힘들어....”
3월말경에 큰 아이가 주일예배에 가는 것을 힘들어 해서 4월 첫주부터
어른예배를 다녀와서 곧장 아이들의 어린이예배를 시작합니다.
저희 부부가 나가 있을 동안에 누나들이 동생을 보는데 한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막내에게 진을 빼놓고 나면 언제나
“왜 이제 와!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아무리 재울려고 해도 자지도 않고”
하면서 하소연을 늘어 놓습니다.
요한복음에 예수님께서 “나는 ...이다” 라고 당신을 소개하신 7번의 에고 에이미를
가지고 시리즈 설교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좀 지겨워하는 거 같아서
설교에 혁신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3 사랑의집 방문 문의
빠른 곳은 이미 여름행사가 다 결정이 났고 늦은 팀들은 지금 막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한달 동안 이곳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견과 주소를 알려달라는
분들이 몇분 계셨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곳을 소개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추천의 은사가 있다고 늘 자신있게 자랑하곤 했었는데
방문자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아이들이 아닌 건물(8동의 건물투어를 한시간 가량)과
사모님의 기도사역을 제일 먼저 과시하시는 부분이 저와 맞지 않아서
제가 직접 소개해서 팀을 받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대신 다른 추천의 은사를 발휘하자면,
이미 많은 분들이 시청하시고 계실테지만 jtbc에서 방영하는 톡투유
프로그램을 아주 재미있게 봅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공감능력이 상승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남들 살아가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나만의 이기심을 벗어나 사람들의 세상살이에 관심을 갖게 하고
무엇보다 사회자인 김제동씨와 패널 고정멤버들의 탁월한 입담이
절로 웃음 짓게 하고 피로를 풀어 주어서 정말 좋습니다.
공감 이라는 말을 쓰니까 문득 지난 주간에 있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곳에 한 대형교회를 사임하고서 다음 스텝을 위해 가족여행을 오신
목사님 가족이 계셨습니다.
부르짖어 기도를 많이 하시고 예언사역을 하시는 사모님으로부터 기도도
많이 받고 가셨는데 그분들과의 대화 중에 제가
“저는 평생 을로 살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라고 하자
방문하신 목사님의 사모님께서 대뜸 “좌파세요?” 라고 하셔서 할말을 잃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의 어설픈 지식과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참만남을 방해하는구나
싶고 그 한마디 이후로 마음이 닫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아와 과부들, 장애인과 어린아이들의 만만한 친구가 되셨던 예수님은
좌파라서 그러고 사셨을까요?
#4 가짜와 진짜 사이 (페북 친구의 글을 옮겨 왔습니다)
가짜는 가짜를 보면 수준에 못 미침에 화를 내지만
진짜는 가짜를 보면 수준까지 내려가 돕습니다.
가짜는 진짜를 보면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워하지만
진짜는 진짜를 보면 자리를 나눌 수 있어 기뻐합니다.
가짜는 누구를 만나도 불안하고 불행하지만
진짜는 누구를 만나도 평안하고 행복합니다.
#5 여름 한국방문 항공권 티켓팅
올여름에 7월한달 정도 가족이 모두 한국을 다녀오게 됩니다.
후인이를 부모님들이 많이 보고 싶어 하시기도 하고 치과 등 몇가지 병원 검진
그리고 심방을 해야 할 친척이 있어서입니다.
연길이 본래 원거리여서 비행기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4월 정도에 티켓팅을 마쳤어야 하는데
시기상으로 좀 늦어서 알맞은 날짜에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주에 잘 진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6 사람 소개
고등학생 안미령(21세)
어릴적 고생을 많이 하고 이곳으로 와서 생활하고 있는 여자 아이입니다.
직업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귀가하면 동생들 뒷바라지와 저녁식사준비와 뒷정리를
도맡아서 합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 5명 있는데 그 중에서 미령이만 유일하게 예수님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6월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사회로 진출한 아이들이
어림짐작으로 100명에 육박하지만 하나같이 신앙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 없고
또한 사랑의집과 연락관계 조차 끊긴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렇듯 사회진출을 앞둔 아이들의 영육간의 돌봄이 참 중요한 부분인데
집이 싫어서 떠나간 아이들도 있을테고 일자리를 찾아서 나간 아이들....
사연 많은 그들이 좋은 이웃들과 잘 연결되어서 잘들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미령이는 중국어와 우리말이 자유롭고 학교에서 회계를 배우고 있기에
단동에 가서 대북무역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제 지인들도 많이 있으니 생활면에서도 좋은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넌지시 한번 추천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아이 뿐만 아니라
직업고에 다니고 있는 17세 해송이는 올6월에 독립하겠다고 선언을 하여서
쉼터 같은 공간이 절실합니다.
같은 연길내에서는 다른 공동체에 이 아이들이 찾아가게 되면
여러 말들이 나올수 있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냥 내보내면 아무렇게만 살 것 같고
기도가 많이 필요합니다.
절친 이관욱 (분당 판교 운중동 한울교회 부목사)
20살때부터 청년부에서 찬양인도를 했던 제 친구가 지난달에 1집 음반을 발표했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길”
자작곡도 있고 찬송가편곡도 두곡 있는데 성품 따라 아주 잔잔하면서도 부드럽게
은혜가 되는 곡들입니다.
라디오를 즐겨 들으시는 분들께는 극동방송, cbs, cts, 할 것 없이 신청곡도 좀
올려주시고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음반 구입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음반이 나오자말자 해외배송으로 구입했는데 도착하는 3일동안 얼마나
설레든지 이래서 친구가 좋은거 같습니다.
#7 가족근황
달농부 : 저는 어딜가나 간식제공맨을 자처합니다.
그런데 연초부터 사모님의 “남들이 주는 간식 받아 먹지마!” 엄포가 떨어지면서
몰래몰래 줘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지요
엄마아빠의 눈을 피해서 아이들과 눈빛 교환을 하는 이게 잘하는 일인지
때로는 헤깔릴때도 있지만 아직은 남이니 어쩔수 없는 시간들입니다.
오전4시간 오후4시간 노동을 하는 동안 팟캐스트 방송을 각각 3개씩 듣습니다.
시사도 듣고 육아프로그램도 듣고 설교도 듣고
얄팍하게 지식을 얻을수도 있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계기도 되고 무엇보다
시간이 참 잘 갑니다.
4월22일이 제 생일, 그 다음날 23일이 결혼 11주년이었는데 참 많은 분들로부터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뻤던 것은 장애 여자 아이 두명이 꼬불꼬불
눌러 쓰고 그림까지 그려준 축하편지가 감동이었습니다.
다른 여학생 한명은 밤새 만들었다면서 아이클레이로 꽃다발을 만들어서
주기도 했는데 이 역시도 몰래 살짝 건네 준 서글픈 시츄에이션....
백여사 : 아내가 지난주부터 점심 주방봉사를 나가지 않습니다.
후인이를 계속 업고 있을수가 없어서 풀어 놓으면 가스불도 만지고 온데
휘젓고 다녀서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어 배려를 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 아들 효자지요? 안그래도 신경 쓰였었는데 다행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면 그때가 이곳을 철수해야 하는 날이다
라는 마음을 먹고서 들어왔더랬습니다.
엊그제 저녁에는 “내가 해주는 밥이 맛 없으면 이제 방에서 직접 해 드세요”
라는 말을 듣고 왔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갔다 오면 배고파해서 간식을 먹이고 1시간반 정도 지나서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는데 밥을 많이 안 퍼는 것을 보고 신경 쓰였나 봅니다.
의외로 아내의 반응이
“밥맛이 없어서 그런거 아니예요” 하며 태연히 먹고 왔고
그러실 때 보면 꼭 아이같다, 어떨때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시달리다 보니
상담이 필요하신거 같다
이렇게 차분하게 나누는 것을 보면서 안심하고 있습니다.
가은 : 가은이의 성경통독이 드디어 구약전체를 다 읽고
지금 마가복음에 이르렀습니다.
“아빠, 요즘 스카이콩콩을 타고 싶은데 그러면 다른 언니오빠들도
타고 싶을텐데 같이 못 노니까 꾹 참았어......“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싶기도 하고
중간고사 기간에 몸살이 났는데도 학교도 잘 다니고 동생들도 잘 돌보면서
잘 크고 있습니다.
아진 : 아진이는 국어, 한어 단어시험을 보는 날이면 학교가는 차 안에서도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공부를 해서 한 두 개를 아깝게 틀려 옵니다.
저희 부부가 점수나 공부 스트레스를 전혀 안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
점수를 물은 적도 없지만 알아서 공부에 애착을 가지는 모습이 예쁩니다.
과자를 먹으면 얼굴이 울긋불긋 아토피같은 증세를 보여서 그럴때면
먹고 싶어도 과자를 싹 끊습니다.
요즘 들어서 살이 많이 빠진 거 같아 안쓰러울 때도 있는데 마침 5월5일이
생일이라 다음주일 외출날에는 아진이가 먹고 싶은 하는 걸로 먹고 와야겠습니다.
후인 : 300일 정도 될 때 첫 몇발짝을 뗀 후인이가 이제는 안정감있게 잘도
걸어 다닙니다. 한번 걷더니 자꾸만 걸으려고 하고 손으로 자기의사를 표현하면서
그리로 가자 하고 달라 하고 고집도 점점 세어져 갑니다.
아직 줘서는 안되는 요플레를 몇 숟갈 줬더니 완전히 신세계를 경험하고나서
저희가 요플레만 먹으면 자기도 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옆집에 밥 먹으러 가서 너도나도 귀엽다고 손으로 만지면 이내 울긋불긋해지고
일하시는 아저씨 한분이 계란을 주셔서 또 얼굴주위가 울긋불긋해지기도 했지만
사랑 많이 받고 언제든 나타나기만 하면 인기를 독차지 하는 후인이가
5월23일이면 첫 돌을 맞이하게 됩니다. 돌잔치는 하지 않아도 한끼 특식이라도
후인이의 이름으로 한번 쏘아야겠습니다.
기도제목
1. 며칠 전부터 주석서 한질을 다 읽겠다는 목표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애초부터 목표는 1주에 1편의 설교문을 작성하는 것이었지만 못 지켰지요
일단 아이들 예배에 설교준비를 잘하고 말씀전체가 통째로 제 안에서 꿰어지는
시간이 되도록 손모아 주십시오.
2. 저희 가족이 이곳의 형편과 상황과 상관없이 평안하고 행복하기
또한 저들과 함께, 아이들은 학교 친구들과도 함께 더불어 화평하고 행복하기
3. 4촌처남(홍신혁 21세)이 어릴적부터 많이 아팠는데 지금 서울의 쉼터에 있으면서
항암 약물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폐에까지 전이가 많이 되어서 수술이 불가하고
처이모님께서 기도를 요청해 오셨습니다. 아직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고 계시는
장모님께서도 기도 많이 해달라고 하십니다.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4. 페이스북에 이곳 아이들과 생활중에 크고작게 소통한 내용들을 간간히
소개하다가 이제는 제 생활 신변과 가족들의 이야기만 담지 사랑의집에 대한
글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은연중에 부정적인 부분들을 쓰게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은근히 자기의가
발동할 수 있어서입니다.
항상 현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사고로, 사람에 대해서는 포용하고 품으면서
살자고 다짐하곤 하는데 저희 가족 모두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인도해주신
뜻을 온전히 이루면서 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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