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삼백예순세 번째
옹두리투성이의 삶이 위대합니다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 선생은 근대 서화 계몽운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분으로 서예의 각 체에 두루 능하며, 전국의 궁전·사찰·현판에 많은 글씨를 남겼답니다. 그는 인생살이를 고생살이라며 8고八苦를 얘기합니다. 1고-생고生苦, 태어나는 괴로움에서 시작해 노고老苦, 병고病苦, 사고死苦, 애별이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음성고五陰盛苦까지 육체의 본능에 의한 갖가지 괴로움입니다. 그러니 우리네 삶은 옹두리투성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뭇가지가 병들거나 벌레 먹은 자리에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을 옹두리라고 합니다. 김기석 목사가 숲을 거닐며 나무를 봅니다. “숲길을 걷다 보면 가끔 커다란 혹을 달고 있는 나무가 눈에 띈다. 병들거나 벌레 먹은 자리에 맺힌 결인 혹은 나무가 겪어온 풍상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옹두리를 볼 때마다 상처를 딛고 상승에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나무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나무는 누구를 탓하지도 않고 비애조차 내비치지 않으며 홀로 그 상처를 치유한다. 생명이 하는 일이다. 생명은 그래서 장엄하다. 아무리 삶이 곤고해도 내색하지 않고 검질기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들의 행위를 통해 세상에 새로운 것을 가져온다.” 그는 나무를 보며 우리네 삶을 보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리 살 것이니 얼마나 대견하냐고 우리의 등을 도닥거려 주는 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든지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있는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겁니다. 그걸 알게 되면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지요. 모두가 창조주의 능력을 받은 존재니까요. 이 순간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무얼 창조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