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상상력
Sos아동복지센타
내가 미술을 가르치는 곳이다
이 곳은 오년 전
내게 미술지도를 요청 해온 센타이다
그 동안 무릎 수술
남편 병간호와 사망등으로 몇차례 미술 지도를 그만 두었지만 끊임없는 요구로 올해 또 미술 지도를 하고 있다
오늘은 5,6학년 시간에 6학년 어린이들은 안 오고 5학년 동준이 유주 국빈이 정현이 네 명만 수업을 하게 됐다
동준이는 2학년 때,
국빈이와 유주는3학년 때,
만났고
정현이는 여자아이로 올해 만난 친구이다
이 아이들이 내가 오지 못했던 일년 동안에
장난꾸러기 유주는 여전히 장난꾸러기이지만 다정다감한 아이로 변하고
말 잘 듣고 친절했던 국빈이는 사춘기여서 삐딱하니 내 말에 시비를 걸곤 해서 나를 엄첨 힘들게 하고
동준이는 예전보다 더 싹싹하고 성실하게 변해 있었다.
애들은 변화 무쌍한 존재들이니까 이상할 게 없다.
동준이가
''선생님, 우리 마음대로 그리면 안돼요?''
''선생님,우리가 마음대로 그릴게요,''
유주도 동준이의 말을 거든다.
''그래? 너희들 그리고 싶은 데로 그리게 해달라고? 그럼 무얼 그릴 건지 내게 이야기 해 봐.''
''정한 건 없어요.''
''딱히 그릴 그림이 있는 게 아니라고? 요놈들, 오늘 미술 학습 하기 싫은 거지? ''
''선생니임~~ 그렇게 해줘요오~~''
동준이의 애교에 내가 양보 하기로 했다.
이 녀석들! 오늘 미술학습은 하기 싫은 거다.
이럴 땐 억지로 수업을 해도 학습효과가 없으니 애들 말을 들어 주기로 했다
''그럼 너희들 부탁을 들어 줄 테니 스토리가 있게 잘 그려야 해.''
각 자 그림을 그리는데 유주는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한다.
''캐릭터는 안된다!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어야 해!''
내 단호한 말에 유주가
''아이 씨~.''!
하며 캐릭터를 지운다.
국빈이는 어김없이 흥미 없다는 태도로 딴짓만하고 있다.
동준이는 통통한 동물을 그리더니
''선생님, 폰 좀 줘봐요.
호랑이사진 좀 보고 그리게요.''
''폰 보고 그리기는 안돼! 옛날에 호랑이 그려 봤으니 생각 해서 그려 봐. 어디보자. 이게 호랑이야? 뛰어 가면 배가 늘씬해야 할텐데 배가 왜 이렇게 뚱뚱하니?.''
하면서 배를 늘씬 하게 고쳐 주었더니
''선생님.움직임이 빨라 보여요. 선생님 짱!. 그런데 호랑이 같지 않아요 나 늑대로 그릴래요.''
하더니 쓱쓱 그리더니 '으르렁'거리는 늑대가 그려 졌다.
늑대 맞은 편에는 서서 달려드는 곰을 그렸는데 발톱이 공격적이다.
내 생각엔 아마도 늑대와 곰의 싸움을 표현 하려했던 것 같다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는데 제지를 당한 유주가 무얼 그릴까 고민하고 있더니 동준이와 내가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을 보더니 동준이와 내 사이로 도화지를 들고 비집고 들어 오더니 쓱쓱 무언가를 그린다.
함차가 달려가는 늑대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대체로 애들은 머리부터 그리는데 유주는 이상하게 꼬리부터 그리더니
늑대가 커서 도화지끝에 머리가 잘리게 그려 졌다.
그러나 난 이 그림을 유주가 어떻게 처리 할것인가? 무심한 척 지켜보기로 했다.
''어? 너무 크게 그렸네?''
유주가 자기가 그린 늑대를 보고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한다
난 유주가 그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릴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이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니까.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하라고 말 할뻔 햇다
그러나 참고 지켜 보았다.
그런데 한참 고민하던 유주가 동준이의 도화지와 자기의 도화지를 갖다 붙이더니 동준이 도회지 끝에 자기가 그린 늑대의 부족한 머리를 그리고 있지 않은가?
놀랍게도 동준이 그림과 유주의 그림이 하나의 그림이 되었다
이렇게 조합을 이루다니!
놀 랍다
더 놀라운 건 마침 사춘기여서 삐딱하니 매시간 마다 나를 힘들게 하던 국빈이가 뭔가 쓱쓱 그리고 있다.
''다 그렸다!''
놀 랍게도 동준이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국빈이의 도화지엔 수풀 속에서 동준이와 유주가 그린 동물을 겨냥하고 있는 사냥꾼의 총과 사냥꾼이 그려져 있지 않은가?
그림에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
''야아~ 국빈아! 너 잘 그렸다.
어떻게 사냥꾼을 그릴 생각을 했어? 너 정말 잘 그렸는데!''
내 극찬에 한껏 up된 국빈이!
그러자 이 세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그림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처음엔 늑대와 곰의 대결을 그릴려고 했던 동준이의 생각이 국빈이가 그린 사냥꾼을 보고 바뀐것 같다.
동준이가 곰과 늑대 사이에 밧줄에 꽁꽁 묶인 토끼를 그린다
그러자 국빈이가 토끼위로 밧줄을 길게 그리더니
''토끼는 사냥꾼이 쳐 논 미끼야'''
''야잇! 드디어 곰과 늑대들이 걸려 들었어!''
''크크~ ~곰과 늑대는 그 것도 모르고....
먼저 먹으려고 달려 들잖아!''
''이제 사냥꾼이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
이녀석들 봐라!
그림속 세계에 빠져 성대모사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수업은 성공!
세 명의 어린이가 완성한 합동작!
세아동의 그림을 붙여 놓고 보니 마치 한 사람이 그린 것 처럼 구도와 등장동물들의 배치가 좋으며
토끼를 향한 곰과 늑대들의
탐욕스런 표정
큰 동물들 사이에서 공포에 떠는 토끼의 모습,
큰 동물들을 향한 사냥꾼과 사냥총의 긴장감,
거기에 스토리가 있으니 더 없이 훌륭하다.
무심하고 배타적인 사춘기의 국빈이까지 합심하여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그림을 완성해 가는 이 아이들의 창의력!
교사는 창의력을 만들어 주는게 아니고 아이들의 잠재해 있는 창의력을 자극하여 발휘 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활만 하면 된다
40분이 금방 끝났다.
채색은 다음 시간에 하기로 하고,
''얘들아! 너희들 최고다! 너희들이 너무 잘 그려서 선생님 깜짝 놀랬다. 너희들은 천재야.''
''선생님. 고흐처럼요?''
''그럼. 고흐도 어렸을 때 너희들처럼 이렇게 재밌고 좋은 그림은 못 그렸을 걸? 너희들이 더 훌륭할 수도 있어.''
이럴 땐 극찬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이 칭찬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약이 될테니까!
- 얘들아, 오늘 미술시간 재미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