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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53
마태복음 6장 9-13절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는 서문과 함께 여섯 개의 간구로 되어 있습니다. 그 중 첫째 간구는 “주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입니다. 요리문답은 이 기도의 내용을 두 가지로 요약하는데, 첫째는 주를 올바로 알게 하시며, 주의 모든 일에서 주를 거룩히 높이고 영화롭게 하고 찬송하게 하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서 주의 권능과 지혜와 선하심과 정의와 자비와 진리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를 올바르게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주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도록 기도한다는 것은 그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님을 올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그의 존재, 그의 속성, 그리고 그의 일하심을 알아야 합니다. 그가 무엇을 기뻐하시고 싫어하시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는 주의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주시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 지식으로 주의 모든 일에서 주를 거룩히 높이고 영화롭게 하고 찬송할 수 있도록 구해야 합니다.
둘째는 우리의 모든 삶과 생각과 말과 행위를 지도하시고 인도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주의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고, 오히려 존귀하게 되고 찬양을 받게 되기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 기도는 우리를 선택하신 목적, 때가 되어 우리를 부르신 목적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인생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 때문에 그 영광이 증가하거나 감소되는 법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 백성답지 못할 때 백성으로 인하여 하나님이 모욕을 받는다고 말씀합니다. 마치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속에서 자녀의 ㄷ잘못할 때 부모가 모욕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때문에 주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도록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가 거룩해져야 하는데, 이것은 우리 힘에 달려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룩하게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모든 삶과 생각, 말과 행동을 지도해 주시고 인도해 주셔서 주의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오히려 존귀하게 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이제 두 번째 간구의 내용을 살펴보겠는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123문입니다.
123문. 둘째 간구는 무엇입니까?
답. “주의 나라가 임하시오며”인데, 이는 “주의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다스리사 우리가 더욱더 주께 굴복하게 하시며(시119:5,105, 143:10, 마6:33), 주의 교회를 보존하시고 흥하게 하시며(시122:6-9, 마16:18, 행2:42-47), 또한 주의 나라가 완성되어 주께서 만유의 주로서 만유 안에 계시기까지(롬8:22-23, 고전15:28, 계22:17,20), 마귀의 일들과, 주를 대적하여 높이 오르는 모든 권세들과, 또한 주의 거룩한 말씀을 대적하는 모든 악한 도모들을 멸하시옵소서(롬16:20, 요일3:8).”라는 것입니다.
우선 하나님의 나라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하나님께서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물론 하나님은 모든 만물을 창조하실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하여 섭리하시기 때문에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이십니다. 그래서 성경은 “기약이 이르면 하나님이 그의 나타나심을 보이시리니 하나님은 복되시고 유일하신 주권자이시며 만왕의 왕이시며 만주의 주시요”(딤전6:15)라고 말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빌라도 앞에서 하신 말씀, 즉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18:36)는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 나라는 세속적인 나라와는 다른 나라입니다. 세상에 있는 나라가 아닌, 세상 나라와는 구별된 나라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영적인 나라라고 칭합니다. 혹은 교회라고도 칭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란 하나님께서 홀로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시고 통치권을 시행하시되, 특히 교회를 다스리시고 보존하시는 것과 연관된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께서 교회 안에서 역사하시는 것인데, 이는 성부께서 성자를 보내사 교회의 사역을 제정하시고 보존하시며 그로 말미암아 그의 목적을 이루시게 하시는 것입니다. 여기서 그의 목적이란 그의 말씀과 성령으로 말미암아 온 인류 가운데서 교회를 모으시고 다스리시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원수들에게서 보존하시고 보호하시며 죽음에서 일으키셔서 결국 모든 원수들을 영원한 정죄에 던지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난 후 그 교회를 하늘의 영광으로 장식하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 하나님께서 만유 안에 계셔 만유가 되게 하시고 그의 교회로 말미암아 영원토록 찬양을 받게 하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이런 하나님 나라는 그 실체에 있어서는 오직 하나이지만 활동의 양상에 있어서는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우르시누스는 하늘의 양상과 땅의 양상이 각기 다르다고 말합니다. 흔히 이를 영광의 나라와 은혜의 나라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동일한 구분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합니다. 곧 하늘나라는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금생에서 시작되며 다른 하나는 내생에서 완전해진다. 그리고 이것에 근거해서 두 번째 간구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나라가 임하시오며 라고 기도할 때에, 우리는 그 나라가 금생에서 우리 속에서 세워지기를 바라며 또한 동시에 그 나라가 내생에서 가장 높은 궁극적인 완성에 이르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은 그 정도와 활동의 양상에서만 구별될 뿐 동일한 나라다. 이 나라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안에는 수단을 필요로 하나, 그 궁극적인 완성의 상태에서는 수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때에는 교회가 완전히 영화롭게 되며, 죄책과 형벌의 악으로부터 완전히 구원을 받게 되고 하나님께서 만유 안에 계셔 만유가 되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의 나라가 임하시오며’라고 할 때 크게 두 가지를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는 은혜의 나라와 관련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영광의 나라와 관련해서입니다. 은혜의 나라와 관련해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안에서 세워지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영광의 나라와 관련해서는 내생에서 가장 높은 궁극적인 완성에 이르게 되기를, 그리고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요리문답은 특별히 은혜의 나라와 관련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기도해야 할 내용은 언급하는데, 하나님 나라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면서 언급했던 내용들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하나님 나라가 우리 안에서 세워지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할 때 무엇보다 주의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다스리사 우리가 더욱더 주께 굴복하게 되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간단히 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다스려 우리가 하나님께 굴복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하나님 나라의 왕은 하나님이십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이 하나님 나라의 왕이십니다. 반면 하나님 나라의 백성은 예수 그리스도를 참되게 믿는 자입니다. 당연히 신자는 우리의 왕이신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기도가 필요합니까? 영광의 나라는 궁극적인 완성의 상태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죄와의 싸움이 없습니다. 거기서는 마귀가 유혹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은혜의 나라는 다른 말로 하자면 전투하는 교회란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죄와의 싸움이 있다는 것이요, 우리의 대적 마귀가 우리를 유혹하여 넘어뜨리려고 활동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아 더욱더 하나님께 굴복하게 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본래는 아담의 타락 이후 모든 사람이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 권세 잡은 자를 따랐습니다(엡2:2).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영원 전에 선택하신 자기 백성들을 불러내시는데, 골로새서에 보면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다고 말씀합니다(골1:13). 사탄의 권세에서 이제는 그리스도의 권세 아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은혜의 나라 안에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은혜의 나라는 지상에 있는 교회요, 전투하는 교회입니다. 영적인 전쟁이 있는 곳입니다. 또한 마귀의 유혹이 있기도 합니다. 우리의 머리되신 그리스도를 시험하여 넘어뜨리고자 했던 것처럼 그의 몸 된 교회인 우리도 시험하여 넘어뜨리고자 합니다. 심지어 우리의 본성은 너무나도 연약합니다. 특히 우리 안에는 부패성이 있어서 죄에 대해서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롬7:19)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자로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를 다스려 우리가 하나님께 굴복하기를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무엇으로 다스림 받기를 기도해야 하는가? 주의 말씀과 성령입니다. 특히 주의 말씀은 신앙과 삶의 유일한 규범입니다. 유일한 규범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규범입니다. 그러나 말씀만 가지고는 다스림 받을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을 사용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역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의 말씀과 성령을 통해 다스림 받기를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요리문답은 하나님 나라가 우리 안에서 세워지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할 때 주의 교회를 보존하시고 흥하게 하시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주의 말씀과 성령으로 우리를 다스리사 우리가 더욱더 주께 굴복하도록 주의 몸 된 교회를 보존해 달라는 것이고, 나아가 교회가 더욱 흥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 기도는 자연스럽게 주의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의 억제를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앞서도 말했지만 지상 교회는 전투하는 교회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리문답은 주의 나라가 완성되어 주께서 만유의 주로서 만유 안에 계시기까지 마귀의 일들과 주를 대적하여 높이 오르는 모든 권세들과 또한 주의 거룩한 말씀을 대적하는 모든 악한 도모들을 멸하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한다는 것은 주의 말씀과 성령으로 다스림을 받도록 하는 것인데, 이 일을 위하여 두 가지 기도가 필수적입니다. 하나는 주의 몸 된 교회의 보존과 흥함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악한 세력이 멸해지도록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주의 나라가 완성되어 주께서 만유의 주로서 만유 안에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교회가 보존되도록, 나아가 교회가 흥왕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한 세력이 있으며, 그들은 하나님의 교회를 넘어뜨리려고 합니다. 사도 베드로가 그의 서신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습니다(벧전5:8). 때문에 교회가 보존되도록, 달리 말하면 주의 말씀의 다스림을 떠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교회가 흥하도록, 영원 전에 택하신 자들이 효력 있는 부르심 앞에 순종하여 교회 안에 들어오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의 흥함은 이런 면도 생각할 수 있는데, 사도행전 2장 42절 이하 47절입니다.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 사람마다 두려워하는데 사도들로 말미암아 기사와 표적이 많이 나타나니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 여기서 사도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은 주의 말씀으로 다스림을 받는 것입니다. 거기에 성령의 역사가 나타날 때 어떤 일이 있는가?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합니다.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줍니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씁니다.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합니다. 이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었는지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음으로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십니다.
물론 이런 모습이 있다 할지라도 지상의 교회요, 지상의 교회로서 전투하는 교회입니다. 다시 말해 죄의 유혹이 전혀 없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예를 보여주는 것이 사도행전 5장에 나오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입니다. 1절 이하 4절까지만 보면 이런 내용입니다. “아나니아라 하는 사람이 그의 아내 삽비라와 더불어 소유를 팔아 그 값에서 얼마를 감추매 그 아내도 알더라 얼마만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니 베드로가 이르되 아나니아야 어찌하여 사탄이 네 마음에 가득하여 네가 성령을 속이고 땅 값 얼마를 감추었느냐 땅이 그대로 있을 때에는 네 땅이 아니며 판 후에도 네 마음대로 할 수가 없더냐 어찌하여 이 일을 네 마음에 두었느냐 사람에게 거짓말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로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더 주의 말씀의 다스림을 받도록, 그 말씀을 사용하시는 성령의 다스림을 받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의 보존과 흥함을 위해서, 그리고 교회를 대적하는 악한 세력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주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세 번째 간구의 내용을 살펴보겠는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124문입니다.
124문. 셋째 간구는 무엇입니까?
답. “주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인데, 이는 “우리와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뜻을 버리고 아무런 반대 없이 주의 뜻에 순종하게 하시기를 구하오니, 이는 오직 주의 뜻만이 선함이옵니다(마7:21, 16:24-26, 롬12:1-2, 딛2:11-12). 또한 그리하여 각 사람이 하늘의 천사들처럼(시103:20-21) 자신의 직분과 소명의 의무들을 기꺼이 신실하게 수행하게 하시옵소서(고전7:17-24, 엡6:5-9).”라는 것입니다.
먼저 하나님의 뜻이란 무엇인가? 뜻은 하나님의 의지인데, 성경에서 하나님의 뜻 혹은 의지는 하나님의 명령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데살로니가전서 4장 3절에 보면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고 말씀합니다. 이때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명령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작정이라는 의미로도 표현됩니다. 누가복음 22장 42절에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라고 할 때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작정의 의미입니다. 또 로마서 9장 19절에서 “혹 네가 내게 말하기를 그러면 하나님이 어찌하여 허물하시느냐 누가 그 뜻을 대적하느냐 하리니”라고 할 때 ‘그 뜻’은 하나님의 작정의 의미를 갖습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작정은 불변합니다. 방금 로마서 9장 19절의 말씀처럼 아무도 그 뜻을 대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명령은 명령 받은 인간에 의해 때로는 순종으로, 때로는 불순종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말씀을 사용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역사로 말미암기 때문입니다. 반면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본성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주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것은 그 전제가 불순종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명령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요리문답은 우리와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뜻을 버리고 아무런 반대 없이 주의 뜻에 순종하게 해 달라는 것을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여기서 자기 자신의 뜻을 버린다는 것은 하나님의 율법에 거스르는 우리의 바람과 소원들을 모두 기꺼이 포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앞에서 하나님의 율법, 특별히 도덕법에 대해서 살폈습니다. 그런데 도덕법으로서의 십계명이 우리의 본성과 일치가 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본성은 늘 십계명을 거스릅니다. 율법의 두 번째 돌판 내용만 보더라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하지 말라고 하신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합니다. 이런 부패한 본성과 그로부터 나오는 모든 바람과 소원을 포기하도록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뜻을 버린다는 것은 주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16장 24절 이하 26절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
오히려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가? 아무런 반대 없이 주의 뜻에 순종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주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서는 주의 뜻을 알아야 되는데, 골로새서 1장에 보시면 이런 기도의 내용이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도 듣던 날부터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그치지 아니하고 구하노니 너희로 하여금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하시고 주께 합당하게 행하여 범사에 기쁘시게 하고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게 하시며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하시고”(골1:9-10) 우리는 하나님 자신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뜻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사도 바울은 마지막 부분에서 하나님을 아는 것에 자라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이것이 주기도의 첫 번째 간구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사도 바울은 모든 신령한 지혜와 총명에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으로 채우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왜 하나님의 뜻을 알기를 원하느냐? 주께 합당하게 행하여 범사에 그를 기쁘시게 하고 모든 선한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반대로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모든 선한 일에 열매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 합니다.
그럼 하나님의 뜻은 어디서 알 수 있습니까? 기록된 말씀, 바로 성경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간구에서 말씀과 성령으로 다스림 받기를 기도한다고 할 때 이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앎으로 그분의 다스림을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령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다고 말하지만, 성령 하나님은 결코 말씀을 벗어나서 역사하시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말씀과 성령은 분리할 수 없습니다. 말씀과 상관없는 성령의 역사는 그런 점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요리문답은 왜 우리가 주의 뜻에 순종하게 하시기를 구해야 하는가 할 때 오직 주의 뜻만이 선하기 때문이라고 가르칩니다. 주의 명령에 불의함이란 있을 수 있는가? 없습니다. 오히려 주의 명령 앞에 불순종하는 우리의 불의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조차 합력하여 선을 이루십니다(롬8:28). 즉 주의 명령은 늘 선하지만, 선한 주의 명령에 불순종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자기 백성으로 하여금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내신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요리문답은 아무런 반대 없이 주의 뜻에 순종하게 하시기를 구하여 각 사람이 자신의 직분과 소명의 의무들을 기꺼이 신실하게 수행하게 해 주시기를 기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즉 주의 뜻에 순종하게 하시기를 구한다고 할 때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주신 어떤 직분이 있다면 그 직분에 합당한 의무들을 기꺼이 신실하게 수행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주의 백성에게 주신 의무들이 있는데, 그런 의무들에 대해서도 기꺼이 신실하게 수행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공통적인 의무들과 특수한 의무들을 합당하게 행할 수 있도록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의무들을 행함으로 주의 뜻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리문답을 보면 주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구한다고 할 때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을 천사들에 대한 내용으로 설명합니다. 이것은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비롯하여 개혁자들의 공통적인 해석으로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해석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왜냐하면 천사가 우리의 본이 되도록 하셨다는 말씀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성경은 사람을 본으로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사람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본으로 인성을 취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제시합니다. 이와 관련된 예는 히브리서 12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12:1-2) 심지어 로마서 8장에서는 아들의 형상과 동일한 형상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미리 예정하셨다고 말씀합니다(롬8:29). 우리가 본받아야 할 대상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그럼 천사는 어떤 존재냐? 히브리서 1장 14절입니다. “모든 천사들은 섬기는 영으로서 구원 받을 상속자들을 위하여 섬기라고 보내심이 아니냐”
그러므로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는 것은 주기도의 서문처럼 하늘에 계신 하나님,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하나님,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에 대하여 작정하시되 정하신 그대로 될 수밖에 없는 그분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작정의 실행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대적하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대하여 불순종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하나님은 자신의 선하신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거기에 불의함이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의 선함이, 그의 자비만이, 그의 공의만이 나타날 뿐입니다. 그래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겁니다.
결국 주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부패한 욕심과 소원들을 우리 속에서 제거해 달라는 기도요,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알게 하시고 성령 하나님께서 그 말씀을 사용하여 우리 가운데 역사하여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두 번째 간구를 통해 하나님께서 그의 말씀과 성령으로 다스려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교회가 보존되고 흥하도록, 악한 세력이 멸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세 번째 간구를 통해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 하늘에서부터 뜻하신 바가 이 땅에서 이루어주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세 번째 간구인 주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질 때 두 번째 간구인 주의 나라가 임하는 것이고, 두 번째 간구인 주의 나라가 임하게 될 때 첫 번째 간구인 주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처음 세 개의 간구를 통해 하나님만이 영화롭게 되기를 기도해야 하는데, 이 일을 위해 우리는 주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도록, 주의 나라가 임하도록, 주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