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와 관련해 四書三經에서 단지 네 번만 나온다. 論語 雍也편에 “子謂子夏曰女爲君子儒요 無爲小人儒하라(공자가 자하에게 일러 말씀하시기를, “너는 군자인 선비가 되고 소인인 선비는 되지 말라.”)”와 孟子 滕文公上편에 “夷子曰儒者之道에古之人이 若保赤子라하니 此言은 何謂也오 之則以爲愛無差等이오 施由親始라하노라(墨家인 이자 가로대, “유자의 도에 옛 사람이 갓난아이를 보호함과 같다 하니 이 말은 무엇을 이름인고? 지는 곧 사랑이란 차등이 없고, 베풂은 어버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노라.”)와 ”盡心下편에 “孟子曰逃墨이면 必歸於楊이오 逃楊이면 必歸於儒니 歸커든 斯受之而已矣니라 今之與楊墨辯者는 如追放豚하니 旣入其苙이어든 又從而招之로다(맹자 가라사대, “묵적(墨翟)을 피하면 반드시 양주(楊朱)에게 돌아가고, 양주를 피하면 반드시 유가(儒家)로 돌아오니, 돌아오거든 이에 받아들일 뿐이니라. 이제 양주와 묵적과 더불어 변론하는 자는 놓친 돼지를 쫓는 것과 같으니 이미 그 우리에 들어왔는데 또 쫓아가서 매어놓도다.”)”의 네 번이다.
苙 구릿대 립, ‘짐승우리 립’ 招 얽어맬 초
漢나라 때 재정리된 禮記 儒行편에는 儒者의 언행과 덕목들을 다루고 있지만 儒라는 글자에 내포된 뜻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儒가 人(사람 인)에 需(기다릴 수, 周易의 다섯 번째 괘명)를 더한 글자로,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면 그 개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水天需䷄괘는 君子 自彊不息의 重天乾䷀과 厚德載物의 重地坤䷁과 經綸의 水雷屯䷂과
果行育德의 山水蒙䷃괘 다음으로 飲食宴樂한다는 괘이다. 需는 雨 아래의 而는 비가 내리는 象을 나타낸 글자이다. 괘상을 보면, ☰ 위에 ☵가 있어 하늘 위에 구름 낀 상태로 때 맞춰 비가 내리기를 기다린다는 뜻이기도 하고, 비가 오기에 그치기를 기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人事로 본다면 바깥이 험하고 어둡기에 內實을 갖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앞서 공자가 말씀하신 君子儒란 需卦의 爻辭와 小象傳에 ‘恒常’ ‘衍中’ ‘敬愼’ ‘順聽’ ‘中正’ ‘敬之’라고 한 내용을 체득하여 어떠한 位置에 있더라도 그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水天需䷄괘의 괘사와 효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需는 有孚하여 光亨코 貞吉하니 利涉大川하니라
수는 믿음이 있어 빛나서 형통하고 바르게 하여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라.
彖曰需는 須也니 險이 在前也니 剛健而不陷하니 其義 不困窮矣라 需有孚光亨貞吉은 位乎天位하여 以正中也요 利涉大川은 往有功也라
단에 가로대, 수는 기다림이니, 험함이 앞에 있으니 강건하여 빠지지 아니하니, 그 뜻이 곤궁하지 않은지라. ‘수유부광형정길’은 천위에 자리하여 바름으로써 가운데하고 ‘이섭대천’은 가서 공이 있음이라.
象曰雲上於天이 需니 君子 以하여 飮食宴樂하나니라
상에 가로대 구름이 하늘보다 위함이 需니, 군자가 이로써 마시고 먹으며 잔치하여 즐거우니라.
[해설] 군자의 ‘飮食宴樂’이란 시도 때도 없이 잔치하며 酒池肉林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儀式의 엄숙함 뒤에 이를 풀면서 知天命의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군주의 엄숙함을 때맞춰 내리는 비와 같다(肅에 時雨若이라 - 『周書・洪範』의 八庶徵中)고 비유한 것도 水天需괘의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정성을 다하고 무리들과 함께 즐거워할 줄 아는 군자라면 修人事待天命하며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
初九는 需于郊라 利用恒이니 无咎리라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림이라. 항상함을 쓰면 이로우니 허물이 없으리라.
象曰需于郊는 不犯難行也요 利用恒无咎는 未失常也라
상왈 ‘수유교’는 어렵게 행함을 범하지 않음이고, ‘이용항무구’는 떳떳함을 잃지 않음이라. [해설] 가장 아랫자리이자 剛으로, 자리가 낮아 ‘은미하여 나타나지 아니하며(隱而未見) 행하여도 이루지 못하기에(行而未成) 切磋琢磨의 修身과 學問에 정진하라는 뜻이다.
九二는 需于沙라 小有言하나 終吉하리라
초구는 모래에서 기다림이라. 조금 말은 있으나 끝내 길하리라.
象曰需于沙는 衍으로 在中也니 雖小有言하나 以吉로 終也리라
상왈 ‘수우사’는 너그러움으로 가운데 있으니, 비록 조금 말은 있으나 길함으로 마치리라.
[해설] 물 바깥의 모래로 나왔다. 乾괘로 말하면 潛龍에서 見龍이 되었다. 음자리에 선 剛으로 中道를 두어 九五와 상대가 된다. 이미 세상에 나타나 그 이름이 알려졌기에 이런저런 말은 있지만 중용의 너그러운 덕을 갖고 있는지라 마침내 발탁된다. 군자의 도는 고집함이 없고 때와 더불어 행할(與時而行) 뿐이다.
九三은 需于泥니 致寇至리라
구삼은 진흙에서 기다리는 도적이 이름을 이르게 하리라.
象曰需于泥는 災在外也라自我致寇하니 敬愼이면 不敗也리라
상왈 ‘수우니’는 재앙이 밖에 있음이라. 나로부터 도적을 이르게 했으니 공경하고 삼가면 패함이 없으리라.
[해설] 重剛의 자리로 ☵坎괘 아래에 있기 때문에 泥(진흙 니)로 나타냈다. 하괘에서 가장 윗자리이자 제후의 자리로 가만히 있어도 나를 음해하려는 사람이 많다. 爲民의 정치조차 貪官汚吏들에게는 눈엣가시이다. 혹 문왕처럼 羑里獄에 갇히더라도 敬愼하면 무너짐이 없을 것이다.
六四는 需于血이니 出自穴이로다
육사는 피에서 기다림이니 구멍으로부터 나오도다.
象曰需于血은 順以聽也라
상왈 ‘수우혈’은 天命에 따라 순하게 듣느니라.
[해설] 음자라에 음으로 바르게 했으나 험한 ☵坎괘에 처해 있는데다 外互卦로 볼 때 불인 ☲離괘에 걸려 있기에 처지를 血롤 나타냈다. 하지만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아래는 윤택한 연못☱兌괘이므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은 항상 天命에 順하여 여론을 듣고 군주의 말을 따르는 데에 있다.
九五는 需于酒食이니 貞코 吉하니라
구오는 술과 음식에서 기다리니 바르고 길하니라.
象曰酒食貞吉은 以中正也라
상왈 ‘주식정길’은 중정하기 때문이라.
[해설] 需卦는 군자가 할 일을 마치고 때를 기다린다는 ‘修人事待天命’에 해당하니, 大象傳의 ‘飮食宴樂’이 바로 구오효의 ‘需于酒食’이다. 바로 九經의 법도를 다하며, 때맞춰 조회하고 제사를 지내고 난 뒤에 다 함께 그 음식을 飮福하며 樂天知命함이 中正한 道이다. 술은 아무 때나 마시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뒤에 마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出則事公卿하고 入則事父兄하며 喪事不敢不勉하며 不爲酒困이 何有於我哉리오(나가서 공경을 섬기고, 들어와서는 부형을 섬기며, 초상 치르는 일을 감히 힘쓰지 아니함이 없으며,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다 마친 뒤에 술을 미시니 술에 곤하게 되지 않음이 무엇이 나에게 있으리오. - 論語 子罕편)”라고 하신 것이다.
上六은 入于穴이니 有不速之客三人이 來하리니 敬之면 終吉이리라
상육은 구멍으로 들어감이니, 부르지 아니한 손님 세 사람이 있어 오리니, 공경히 하면 끝내 길하리라.
象曰有不速之客來敬之終吉은 雖不當位나 未大失也라
상왈 ‘유불속지객래경지종길’은 비록 마땅한 자리는 아니라 크게 잃지는 않느니라.
[해설] ‘入于穴’은 빠진다는 坎☵괘에 맨 윗자리로 벼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入于穴’이라 하였고, 三人은 마땅히 올라와야 할 乾☰을 빗댄 말이다. 이미 고위직에서 물러난 지라 공식적으로 맞이할 손님이 아니기에 客이란 표현을 썼다. 상육은 어두운 가운데 정성스러운 덕이 있는 사람이기에 국사의 어려운 일을 의논하기 위해 손님이 찾아왔고, 신중히 답할 賢能한 사람이기에 周公은 ‘終吉’이라 했고, 공자는 더욱 신중을 기해 ‘雖不當位나 未大失也라’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이 바로 공자가 말씀하신 君子儒이다. 그러므로 군자인 선비는 “敬以直內하고 義以方外하여 敬義立而德不孤하니라(공경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로써 바깥을 방정히 하여 공경과 의리가 서서 덕이 외롭지 않느니라. - 重地坤卦 문언전 제2절)”
첫댓글 敬以直內 義以方外, 소중한 가르침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