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희망이 성령의 힘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로마 15,13)
4개의 기둥:
희년,
축성 생활,
세계 청년 대회
준비, 가정 안에서 신앙 이어주기
1. 희망의 순례자인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2025년을
정기 희년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이 희년은
'희망의 순례자들( Pilgrims of Hope)'을
주제로 올해 성 베드로 성년의 문이
열리면서 시작하여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끝납니다.
이번 희년에 교황님께서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Spes Non Confundit)" 라는 칙서를 통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세상 모든 이를
하느님 사랑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칙서에는
"자녀 낳을 수 있는 사회 환경 마련하기,
이주민 환영하기,
수감자 방문하기,
평화를 위하여 일하기,
사형제도 반대하기,
젊은 이들의 일자리 찾아주기,
가난한 나라 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하기,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 바치기,
군비를 식량 지원금으로 전환할 것 요구하기,
피조물 존중하기" 등을 하나씩 제시하면서
교회와 국제사회의 관심과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희년의 칙서는 우리 교구가 그동안
지속해서 지향하고 실행하고자 한
사목적 지향들,
곧 '가난한 이들을 위한 연대와 나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공동의 집인 지구 보호',
'시노드적 교회 이루기'가 희년의 지함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줍니다.
희망을 증언하는 희년 동안,
우리 교구민 모두가
그리고 교구의 모든 본당 및 공동체가
이 지향을 사목 계획 안에
적극 반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 하느님의 섭리
지난 9월 '사도좌 정기방문'을 함께 다녀온
주교님들 모두는 교황청에서
이제 한국 가톨릭교회가 교회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바라보는 것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특히 '가난, 다종교, 다문화',
이 세 가지 특징을 지닌
아시아 교회의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가 그 중심 역할을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함을 절감했습니다.
유럽교회에선
이미 오래 전에 젊은이들이 보수적인 교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떠났으며,
한국교회도 자본주의 발전과 무신론이
팽배해지면서
젊은이들이 교회에 관해
관심이 크게 줄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 이후 전레가 중단되면서
초등부 중고등부 청년부 할 것 없이
참여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시기에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는 희망의 순례자로서
희년을 지내는 우리 한국교회와
아시아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세상과 교회의 기쁨이자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 교회가
세계 젊은이들을 위한 기도와 더불어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충실히 해나가는 것도
희년을 잘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입니다.
특히 각 나라의 어려운 형편의 청소년들과
우리나라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하는 청년들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사전 행사로 진행되는 교구대회의
'홈스테이(Home stay)'는
세계 젊은이들과 친교를 이룰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 교구도
100여 개 본당에서
젊은이들이 홈스테이를 신청한
가정에 머물 것입니다.
본당과 지구 그리고 교구가 협력하여
우리 교구를 방문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경험한 '신앙의 유산'을 나누고,
이들을 통해 '하느님의 삽리'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일회적인 행사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3. 희망
오늘날 우리 교회가 처한
여러가지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징표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멈출 수 없습니다.
희망의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에게
믿음,
곧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모든 시련과 난관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순례를 위한 바탕이 됩니다.
그리스도 신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된
니케아 공의회(325년) 개최
1,700주년을 기념하는 2025년은
우리 시대의 예수님에 대한 신앙을
새롭게 공부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교회는
수도 생활 쇄신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60주년을 기념하여,
1년 동안(2024. 11. 21~ 2025. 10, 28)
'한국교회 축성 생활의 해'를 지내게 됩니다.
우리 광주대교구에서는
축성 생활의 정체성 확립 그리고
갈수록 노화되어 가고
성소자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쇄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하는 장이 필요합니다.
성소자 감소에 따른 교회의 위기감은
수도회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라 하느님께 자신의 삶을
봉헌하고 청빈, 정결, 순명을 위해
자신을 투신하는 삶이
요즘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희망의 꽃이 자라는 공동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창 시절을
'경쟁의 잔쟁터'로,
독일 학생들은 '축제'로 표현했다는
어느 연구 조사 결과가 몹시도 아프게
다가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경쟁 위주의 문화와
불투명한 미래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하느님을 향한 믿음이 삶의 희망을 찾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어느 본당에서는 사목 목표를
'신자들을 설레게 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외적으로는 성당에 꽃을 많이 심고
주변 청소와 정리 정돈을 말끔히 하여
아름다운 성당을 만들고,
내적으로는 미사 강론 중에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요,
'구원에 초대받은 사람들'임을 강조하면서
신자들이 영적인 위로를 받고
기쁨을 체험하도록 했습니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성당에 와서
학교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고,
차도 마시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볼링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 활동도
함께 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첫 영성체와
여름신앙학교, 복사학교 등의 본당 행사를
전 신자와 공유하여,
모두가 '하느님 백성, 한 가족'임을 느끼게
노력하였습니다.
그 열매로 본당 공동체가 활기를 되찾고
신자 수 또한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더 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가정이 작은 교회로서 신앙을 잘 이어가고
우리 교회도 가족공동체가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절망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 곁에
'충실한 주님의 일꾼들'이 있기에
희망을 체득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질 한 해,
신앙의 기쁨으로 희망을 엮는
복된 시간이길 소망하며,
교구민 모두에게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 평화가 늘 함께' 머물기를
바라고 믿습니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로마 8. 24ㄱ)
2024년 12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옥현진 시몬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