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코스 : 대부도 관광안내소 - > 한울 배곧 공원
경기 둘레길 52코스를 걷고자 아침 7시가 조금 지나 집을 나선다. 7시 시간대는 출근하는 승객으로 붐비지만 8시대는 한가하여 평일에 야외를 나갈 때는 조금 늦게 나가는 좋다.
하지만 52코스가 소재한 지역은 자택인 일산 신도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라 어쩔 수 없이 조금 일찍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 대곡역에서 서해선으로 환승을 하고 초지역에 이르니 9시가 조금 지났다.
예전 같으면 11시쯤이 돼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서해선 개통으로 2시간가량을 절약할 수가 있었는데 들머리인 대부도 관광안내소를 가는 버스 123번과 123-1번 버스가 40분 후 도착 예정임을 알려준다.
시간은 금이라고 하였기에 오이도역까지 전철로 가서 도시형 버스를 타고자 했지만, 오히려 더 늦을 수가 있을 것 같아 무료하게 4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고 대부도 관광 안내소(버스 정류장은 방아머리 선착장임)에서 하차하여 대부도 관광안내소에 이르렀다.
경기 둘레길 스탬프 함 앞에서 시작을 알리는 인증도장을 찍는데 유리창 넘어 서해랑 길, 남파랑 길, 해파랑길 안내자료가 눈에 띄어 창을 열고 들어가 경기 둘레길 종주자임을 밝히고 안내자료를 요청하니 매우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여 주며 자료를 하나하나 챙겨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출발지점에서 시간을 확인하니 11시 20분이다. 오전이 거의 다 지나갔다. 오늘은 아마도 코스를 걷는 시간보다 걷기를 위한 교통수단의 소요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도로를 따라 걸어갈 때 버스 정류장의 유리 벽에 안산의 인물을 알려주는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주인공은 단원 김홍도이다. “ 안산 성포리 출신인 조선 시대 천재 화가인 김홍도는 영, 정조의 문예 부흥기부터 순조 연간 초기에 활동하였는데 어린 시절 강세황의 지도를 받아 그림을 그렸고
도화서의 화원이 되어 정조의 신임을 받으며 당대 최고의 화가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산수, 인물, 도석등 여러 분야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조선 후기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산수화와 풍속화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겼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비록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김홍도 선생의 풍속화인 씨름과 서당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이지만 안산 출신임은 오늘 이곳 버스 정류장에서 알았다.
이 나라를 빛낸 우리 고장의 인물은 우리의 표상이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배운 생육신의 한 분이신 추강 남효온 선생이 일산 출신이며 최영 장군의 묘가 고양시에 있고, 고양 팔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고향은 아니지만 30년 넘게 살고 있어 그런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 땅을 걷는 것은 다리 운동을 하기 위하여 걷는 것이 아니다. 땅에 맺힌 역사의 향기를 찾아 걸어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땅 걷기는 정신 목욕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길에서 만난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은 눈으로 남지만, 역사의 향기는 가슴속에 맺혀 잊을 수 없다. 김홍도 선생이 안산 출신임은 이제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은 생각에 잠시 젖고 갈 길을 재촉한다.
바람이 거세게 분다. 옷차림은 초가을 간편복이어서 그런지 다소 추위도 느끼며 시화 방조제 이르렀다. 방조제를 건너면 오이도이다. 비록 12km에 불과한 거리이지만 굽어진 길이 아니고 직선으로 뻗어간 도로가 되어 걸어도 걸어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머나먼 거리로 다가와 어쩌면 고행길로 비견될 수 있는 길이다. 만약 누군가가 시켜서 걸어가라고 한다면 친구 사이이면 의가 상할 것이고 극기 훈련의 장소로 삼는다면 두고두고 원망스러움을 떨쳐 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즐거운 미소가 입가에 떠나지 않는 것은 30대 초반 천안시에서 직장생활하면서 서산, 당진시로 출장 갈 때 삽교천 방조제를 지나갈 때면 방조제길을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그때의 막연한 소망을 경기 둘레길을 종주하면서 시화 방조제에서 실현하는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어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바닷물은 출렁이는데 사방 어디 하나 막힌 곳이 없는 허허벌판 같은 방조제에 서의 바람이 더한층 거세게 분다. 오늘의 넘어야 할 장벽 1호로 다가왔다.
바윗돌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새롭게 해주는 낭만의 향기도 강풍에 떠내려가지만, 발걸음을 더디게 할 수는 있어도 되돌아가게 할 수는 없었다. 방조제 둑과 자동차 로견을 왔다 갔다 하며 강풍을 피하며 시화 나래 휴게소에 이르렀다.
휴게소에는 관광하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다행히 경기 둘레길은 해변을 따라 걸어가 휴게소의 혼잡함을 피하여 갈 수가 있었는데 가던 장날일까, 공사 중으로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담장을 넘어 바닷가로 진입하였으나 어느새 공사 현장의 직원이 이르러 공사 중인 관계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하는 수없이 휴게소 앞으로 진행하여 공사 구간을 벗어나니 一望無際로 펼쳐진 바다의 풍광이 절경이었다.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나온 흙으로 만든 쉼터인 시화 나래 조력 공원은 ‘대부도에서 약 4km 지점에 있어 길을 걷는 나그네에는 가뭄 끝 단비 같은 존재’라고 경기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가슴에 남는 명소였다.
시화 휴게소에서 차 한잔을 마실 여유도 없이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방조제 길을 걷는다. 바람은 다소 멎은 듯하더니 또다시 강풍이 되어 걸음을 늦춘다. 예전에는 바닷바람이 그리워 바다를 찾아오곤 하는데 오늘의 강풍은 낚시군 조차 범접하지 못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다.
눈을 들으면 길의 끝은 보이지 않아 지루함을 느껴서인지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대부도까지 얼마 남았느냐고 묻는다. 남루한 모습에 나이가 지극한 것으로 보아 일자리를 찾아 대부도에 가는 사람 같았다.
한 시간은 가야 하겠네요. 라고 했더니 아직도 1시간이 남았어요? 라고 의아해한다. 피곤한 사람에게는 길은 멀다. 얼마나 힘들게 왔으면 아직도란 말을 꺼낼까? 하지만 걷는 것이 좋아 경기 둘레길을 종주하는 사람에게는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삼고 흥타령을 부르며 걸어간다.
오늘따라 유난히 거센 강풍을 만났지만 끊이지 않고 가슴에 와닿으니 어느새 다정한 친구가 되어 바람아 불어라, 내 마음에 불어라고 콧노래도 부르며 오이도 박물관에 이르니 순간의 괴로움은 모두가 기쁨과 환희로 가득 찼다.
오이도 박물관에서 걸어가는 길은 늠내길 4코스를 걸을 때 왔던 곳이 되어 매우 반가웠다. 늠내길을 걸을 때는 바닷가에 데크 공사를 하였는데 오늘은 공사가 끝나서 해변을 따라 서해의 명물 갯벌을 가까이 마주하며 걸어갈 수있었다.
한쪽은 오이도의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회센터가 천국을 이루었고 반대편에는 푸르름이 넘쳐나는 바닷가를 노을과 낙조, 갯벌 등을 바라보며 바다의 아름다운 전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조성하여 놓았다.
함상 전망대가 있고, 바다의 백미인 노을과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노을 전망대도 설치하여 놓았고 방파제 길의 한쪽은 옛 시인들의 산책로로 조성하여 김소월, 윤동주 등 이름있는 시인들의 시를 걸어 놓았다.
오늘로써 두 번째 왔지만 느낌은 처음 와 본 것 같다. 아무리 보아도 지겹지 않은 즐거움만이 가득한 풍광, 내일 다시 찾아온다 해도 또다시 오고 싶은 곳,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없이 보여주는 풍광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은 고통이다.
새들이 지나면서 배설물을 쏟아 “똥 섬”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德 섬을 지나 새로이 조성된 시흥의 신가지 한울 배곧신도시에 진입하여 종착지인 한울 배곧 공원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전철역으로 가는 교통편은 해수 풀장에서 버스를 타라고 하지만 어디인지 찾을 수 없어 기업은행까지 약 10분 정도 걸어가서 정류장에 이르니 아침에 대부도 갈 때 타고 갔던 버스의 정류장이었다.
경기 둘레길은 경기도의 외곽지역을 걸어가는 길이 되어 전반적으로 교통편이 좋지 못하다. 버스의 배차 시간이 길고 낯선 지역을 찾아가는 길이 되어 교통편에 애를 태우는데 53코스 때 왔던 곳이 되어 손쉽게 갈 수가 있었다.
● 일 시 : 2023년 10월 20일 목요일 맑음
● 동 행 : 나홀로
● 행선지
- 11시20분 : 대부도 관광안내소
- 12시40분 : 시화나래 조력공원
- 14시10분 : 오이도 박물관
- 14시34분 : 빨강등대
- 14시50분 : 덕섬
- 15시05분 ; 한울 배곧공원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15.7km
◆ 소요시간 : 3시간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