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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위산경책 僞山大圓禪師警策 위산영우[潙山靈祐]/불조삼경(2)
위산영우(潙山靈祐, 771~853) 선사는 당나라 때 스님으로서 위앙종(潙仰宗)의
초조이며 속성은 조(趙)씨이고 복건성(福建省) 장경(長慶) 출신이다. 15세에 출가
하여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 용흥사(龍興寺)에서 경·율을 배우고, 백장회해의
문하에 들어가 법을 이었다. 위산은 그가 주석한 대위산(大潙山)을 가리킨다.
선사는 특히 경책문 때문에 강원에서는 잘 알려진 분이다.
경책문은 독립된 한 권으로서 불교의 역대 명문 중의 하나에 속한다.
『유교경』과『사십이장경』, 이 위산경책문을 묶어서 불조삼경(佛祖三經)이라고 일컫는다.
위산 스님은 당시에 수행자들이 점점 게으르고 위의를 갖추지 않으며
승려의 본분을 지키지 않으므로, 드디어 이 경책문을 지어서
그들을 경책하여 수행의 정도로 돌아오게 하였다.
夫業繫受身 未免形累 稟父母之遺體 부업계신수 미면형루 품부모지유체
假衆緣而共成 雖乃四大扶持 常相違背 가중연이공성 수내사대부지 상상위배
無常老病 不與人期 朝存夕亡 刹那異世 무상노병 불여인기 조존석망 찰나이세
업業Karma으로 받은 몸은 형체에 매임을 면치 못하여 부모가 남겨주신
몸을 받고 여러 인연을 빌려 이루어진 것이다.
4대四大<지수화풍地水火風>로 지탱해 가나 그것들은 항상 서로 등지니
덧없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우리에게 예고 없이 다가와 아침엔
살았다가도 저녁에 죽어 찰나에 다른 세상이 된다.
譬如春霜曉露 焂忽卽無 비여춘상효로 숙홀즉무 岸樹井藤 豈能長久 안수정등 기능장구
念念迅速 一刹那間 轉息卽是來生 념념신속 일찰나간 전식즉시래생
何乃晏然空過 하내안연공과
마치 봄 서리<상霜>나 새벽이슬<로露> 같아서 잠깐 사이에 말라버리며,
벼랑 위의 나무나 우물속의 등<등藤>넝쿨과도 같은데<안수정등岸樹井藤>
그것이 오래갈 수 있겠는가. 생각생각 <념념念念>빨리 지나 한 찰나에
숨이 떨어지면 그대로가 내생來生인데 어찌 편안하게 허송세월하랴.
父母 不供甘旨 六親 固以棄離 부모 불공감지 육친 고이기리
不能安國治邦 家業 頓捐繼嗣 불능안국치방 가업 돈연계사
緬離鄕黨 剃髮稟師 면리향당 체발품사
그대들‘출가 사문’은 좋은 음식으로 부모를 봉양하지도 않고 6친六親을
이별하였다. 나라를 다스리지도 않고 가업家業의 상속을 모두 버렸으며, 속세를 멀리 떠나 머리 깎고<剃髮체발>스승에게 계를 받았다.
內勤剋念之功 外弘不諍之德 내근극념지공 외홍부쟁지덕
逈脫塵世 冀期出離 형탈진세 익기출리
그렇다면, 안으로는 망념<념念> 이기는 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밖으로는
다투지<시비是非> 않는 덕德을 키워서 티끌 같은 세상에서 아득히
벗어나기를 기약해야 한다.
何乃纔登戒品 便言我是比丘 하내재등계품 변언아시비구
檀越所須 喫用常住 不解忖思來處 단월소수 끽용상주 불해촌사래처
그런데 계戒를 받자마자‘나는 비구比丘로다’하며 신도들이 바라는 바가
있는 시주[단월檀越]물<상주물常住物>을 먹고 쓰면서도 그것이 어디서
왔는가를 헤아려 생각할 줄 모른다.
謂言法爾合供 喫了 위언법이합공 끽료 聚頭喧喧 但說人間雜話 취두훤훤 단설인간잡화
然則一期趁樂 不知樂是苦因 연즉일기진락 부지락시고인 (쫒을,진)
그리고는 의례‘공양을 받을 만하다’고 하면서 먹고 나서는 머리를
맞대고 세상 잡사만을 시끄럽게 떠드니, 이것이야말로 그저 한때의
즐거움만을 찾는 것일 뿐, 그 즐거움이 결국에는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줄을 모르는 것이다.
囊劫徇塵 未嘗返省 時光淹沒 歲月蹉陀 랑겁순진 미상반성 시광엄몰 세월차타
受用殷繁 施利濃厚 動徑年載 수용은번 시리농후 동경년재
不擬棄離 積聚滋多 保持幻質 불의기리 적취자다 보지환질
헤아릴 수 없는 세월 속에서 6진塵에 휘둘려 한 번도 돌이켜보지
못하는구나. 세월이 갈수록 받아쓰는 것이 늘어나 시주의 은혜는
두터워만 가고 여차하면하면 해가 지나버리는데 쌓이고 모인 것이
점점 많아지는데도 버릴 생각은 하지않고 허망한 몸뚱이만 붙드는구나.
導師有勅 戒勖比丘 進道嚴身 三常 不足 도사유칙 계욱비구 진도엄신 삼상 부족
人多於此 貪味不休 日往月來 颯然白首 인다어차 탐미불휴 일왕월래 삽연백수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도道를 닦고 몸을 단속하는 데에는 옷과
밥과 수면, 이 세 가지를 부족 한듯하게 하라’고 경계하며 법도를
지어주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것을 쉬지 않고 탐貪하느라
세월을 보내 어느덧 흰머리가 된다.
後學 未聞旨趣 應須博問先知 후학 미문지취 응수박문선지
將謂出家 貴求衣食 장위출가 귀구의식
佛先制律 啓創發蒙 軌則威儀 淨如氷雪 불선제율 계창발몽 궤칙위의 정여빙설
방향을 잡지 못한 후학이라면 반드시 선지식에게 널리 물어야
하는데도 ‘출가한 이는 옷과 밥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한다. 부처님께서는 먼저 계율을 정하여 발심한 이를 인도引導해
주시고 몽매함을 열어 주셨는데 그 법도가 깨끗하기를 얼음이나
눈처럼 청정淸淨하다.
止持作犯 束斂初心 微細條章 革諸猥弊 지지작범 속렴초심 미세조장 혁제외폐
毘尼法席 曾未叨陪 了義上乘 豈能甄別 비니법석 증미도배 요의상승 기능견별(탐낼,도)
우선 선善을 실천하고 악惡을 예방하는 것으로 발심을 단속케 하시며,
나아가 자세한 조목으로 모든 폐단을 개혁하시어 계율도량을 이루셨다. 그런데도 학인들은 전혀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궁극적인 이치로
가는 최상법문<비니법석(毘尼法席)>을 어떻게 알 수 있으랴.
可惜 一生空過 後悔難追 가석 일생공과 후회난추
敎理 未嘗措懷 玄道 無因契悟 교리 미상조회 현도 무인계오
애석哀惜하다. 일생을 부질없이 지내면 후회한들 돌이킬 수 없다.
교리에 뜻을 두지 않으면 현묘한 도를 깨달을 씨앗이 없다.
及至年高臘長 空腹高心 不肯親部良朋 급지년고랍장 공복고심 불긍친부량붕
그러고도 나이 먹고 승랍僧臘이 많아지면 속은 빈 채 아만을 부리며,
어진 벗과 친하려 하지 않고 오직 거만할 줄만 알뿐이다.
惟知倨傲 未諳法律 戢斂全無 유지거오 미암법률 집렴전무 (외울,암/그칠,집)
或大語高聲 出言無度 不敬上中下座 혹대어고성 출언무도 불경상중하좌
婆羅門聚會 無殊 바라문취회 무수
법도와 계율을 몰라 전혀 조심성이 없어서, 말끝마다 점잖치 못하게
큰소리치며 위아래 사람을 공경恭敬하지 않으니, 바라문 집단과 다를
바가 없다.
椀鉢作聲 食畢先起 去就乖角 僧體全無 완발자성 식필선기 거취괴각 승체전무
공양供養을 할 때는 발우 소리를 시끄럽게 내다가, 공양을 마치고는
먼저 일어나 거슬리고 괴팍스럽게 행동하니 승려<사문(沙門)>의
체통이라곤 전혀 없다.
起坐忪諸 動他心念기좌종제 동타심념 / 不存些些軌則 小小威儀 將何束斂
부존사사궤칙 소소위의 장하속렴 / 後昆新學 無因倣傚 후곤신학 무인방효
(당항할,종)(본받을,효)(적을,사)
불쑥불쑥 섰다 앉았다 하여 남들을 놀라게 하니 자그마한 법도와
소소한 몸가짐도 되어 있지 않은데 무엇을 가지고 단속하겠는가.
그래가지고는 새로 배우는 후배들이 본받을 것이 전혀 없다.
纔相覺察 便言我是山僧 재상각찰 변언아시산승
未問佛敎行持 一向 情存麤糙 미문불교행지 일향 정존추조(거칠,추/매조밀쌀,조)
그러다가 남을 훈계하게 되면‘나는 산승山僧이로다’하나 불교적
수행修行은 들어 본적도 없고 오직 티끌 같은 경계에만 생각을 둔다.
如斯之見 盖爲初心 慵惰 여사지견 개위초심 용타(게으를,용)
饕餮因循 荏苒人間 遂成疎野 도철인순 임염인간 수성소야
不覺 躘踵老朽 觸事面墻 불각 용종노후 촉사면장(어린애걸음,룡)
이 같은 소견은 모두 발심부터가 졸렬하고 게을러 도철饕餮
<Taotie: 욕심이 많아서 자신을 망치는 짐승獸人> 처럼 세속에서 세월을 그럭저럭
보내다가 드디어는 황폐해진 것이니, 어느 결에 걷지 못할 정도로
늙게 되면 하는 일마다 담장을 마주한 듯 캄캄하다.
後學咨詢 無言接引 縱有談說 不涉典章
후학자순 무언접인 종유담설 부섭전장
후학後學이 물어도 이끌어 줄 말이 없고, 설사 있다 해도
경전의 말씀과는 관계없는 말이다.
或被輕言 便責後生 無禮 혹피경언 변책후생 무례 嗔心忿起 言語該人 진심분기 언어해인
一朝 臥疾在牀 衆苦榮纏逼迫 일조 와질재상 중교영전핍박
曉夕思忖 心裡徊惶 前路茫茫 未知何往 효석사촌 심리회황 전로망망 미지하왕
혹 업신여기는 말을 듣기라도 하면 즉시 예의가 없다고 화를 내면서
꾸짖는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병상에 눕게 되어 뭇고통이 조여
오면 아침저녁으로 생각해 보아도 속으로 두려워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앞길이 아득하다.
從滋 始知悔過 臨渴掘井 奚爲 종자 시지회과 임갈굴정 해위
自限早不豫修 年晩多諸過咎 자한조불예수 년만다제과구
臨行 揮藿 拍怖樟惶 임행 휘곽 파포장황
이러고 나서야 허물을 후회하니, 마치 당장 목이 타는데 우물을 파는
격이니 어찌하겠는가! 일찌감치 수행하지 않고 나이 들어
여러 가지로 허물이 많음을 스스로 한스러워하다가 죽는 마당에
가서는 손을 허우적거리며 두려움에 떤다.
穀穿雀飛 識心隨業 곡천작비 식심수업 如人負債 强者先牽 心緖多端 重處偏墜
여인부채 강자선견 심서다단 중처편추
그 다음에는 막아 놓았던 비단뚜껑을 뚫고 병 안의 새가 날아가듯,
식심識心<심왕心王: 의식작용의 본체>이 업業을 따라가는데, 마치 여러
사람에게 빚진 사람이 힘센 빚쟁이에게 먼저 끌려가는 것과 같아서,
마음도 여러 갈래지만 업業이 무거운 쪽으로 떨어진다.
無常殺鬼 念念不停 命不可延 時不可待 무상살귀 념념부정 명불가연 시불가대
人天三有 應未免之 인천삼유 응미면지
죽음을 재촉하는 귀신이 생각 생각에 정지하지 않으니<무상(無常)>,
수명은 더 이상 연장하지 못하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서
인계人界나 천계天界나 삼계三界에 태어남을 면免하지 못한다.
如是受身 非論劫數 여시수신 비론겁수/ 感傷嘆訝 哀哉切心 豈可緘言 遞相警策
감상탄아 애재절심 기가함언 체상경책
이렇게 받아온 몸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겁劫을 따져볼 수도 없다.
회환과 탄식으로 가슴이 저려오니, 어찌 입을 봉하고<함언緘言>
경책警策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所恨 同生像季 去聖時遙 소한 동생상계 거성시오
佛法生疎 人多懈怠 불법생소 인다해태 略伸菅見 以曉後來 약신관견 이효후래
若不觸矜 誠難輪過 약불촉긍 성난윤과
다만 한스러운 것은 상법像法,말법末法 시대에 태어나 부처님 세월이
아득하다는 점이다. 불법佛法은 생소하고 사람들은 게으름을 많이
피우므로 간략히나마 좁은 소견을 펴서 뒷사람들을 일깨우려 하니,
만일 뽐내는 마음을 진실로 버리지 않는다면 생사윤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夫出家者 發足超方 心形異俗부출가자 발족초방 심형이속 紹隆聖種 震攝魔軍 用報四恩
拔濟三有 소륭성종 진섭마군 용보사은 발제삼유 若不如此 濫厠僧倫 약불여차 람측승륜
출가한 사문이라면 길을 떠나 세속을 뛰어넘어 몸과 마음을 그들과
달리 해야 한다. 부처의 종자를 이어 융성隆盛하게 하고 마군魔軍이
두려워 떨게 하고 4은四恩<부모,사장,국왕,시주(父母恩ㆍ師長恩ㆍ國王恩. 施主恩)>에
보답하고 3계 중생을 제도해야 하니, 만약 그렇지 못하면 외람되게
사문의 대열에 끼어들었을 뿐이다.
言行荒疎 虛霑信施 언행황소 허점신시
昔年行處 寸步不移 恍忽一生 將何憑恃 석년행처 촌보불이 황홀일생 장하빙시
그리하여 언행이 거칠고 신도의 시줏물만 헛되게 받으며 옛사람들의
삶과는 조금도 닮아가지 않고 정신없이 일생을 보내니 장차 무엇을
의지하겠는가.
況乃堂堂僧相 容貌可觀 황내당당승상 용모가관
皆是宿植善根 感斯異報 개시숙식선근 감사이보
便擬端然拱手 不貴寸陰 변의단연공수 불귀촌음
事業不勤 功果 無因克就 사업불근 공과 무인극취
豈過一生空過 抑亦來業無裨 기과일생공과 억역래업무비
하물며 당당한 승려의 용모는 가히 볼 만하니, 지난 세상에 선근善根을
심어 이렇게 남다른 과보果報를 받은 것인데, 여기서 그저 팔짱을
끼고서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부지런히 닦지 않으면 과보를
성취해 낼 원인이 없으니 어찌 일생을 부질없이 지내랴.
이렇게 해서는 내생의 업業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辭親決志被緇 意欲等超何所 사친결지피치 의욕등초하소
曉夕思忖 豈過遷延過時 효석사촌 기과천연과시
어버이를 하직하고 결연한 마음으로 먹물 옷을 입은 것은 무엇을
뛰어넘으려 했던 것인가. 아침저녁으로 생각하면 어찌 마음 편하게
세월을 보내랴.
心期佛法棟樑 用作後來龜鏡 심기불법동량 용작후래구경
常以如此 未能少分相應 상이여차 미능소분상응
마음속으로 불법의 대들보가 될 것을 다짐하여 뒷날 본보기가 되게
하라. 설사 항상 이와 같이 한다 해도 약간의 상응相應마저 쉽지
않을 것이다.
出言 須涉於典章 談說 乃傍於稽古 출언 수섭어전장 담설 내방어계고
形儀挺特 意氣高閑 형의정특 의기고한 (머무를,계)
말을 꺼냈다 하면 반드시 경전에 들어맞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옛것을 상고해야 하며, 형의는 뛰어나고<형의연특(形儀挺特)>
고고한 기상氣像을 가져야 한다.
遠行 要假良朋 數數淸於耳目 원행 요가양붕 삭삭청어이목
住持 必須擇伴 時時聞於未聞 주지 필수택반 시시문어미문
故云 生我者父母 成我者朋友 고운 생아자부모 성아자붕우
먼 길을 갈 적에는 좋은 도반道伴과 동행하여 자주자주 눈과 귀를 맑게
하고, 머무를 때에도 반드시 도반을 가려 때때로 아직 듣지 못한 것을
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속서俗書에도 이르기를‘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고
나를 완성시켜준 사람은 벗이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親附善者 如霧露中行 雖不濕衣 時時有潤 친부선자 여무로중행 수불습의 시시유윤
狎習惡者 長惡知見 曉夕造惡 압습악자 장악지견 효석조악
卽目交報 沒後沈倫 즉목교보 몰후침륜
착한 사람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마치 안개와 이슬 길을 가는 것
같아서, 비록 당장에 옷이 젖지는 않아도 점점 촉촉하게 적셔진다.
한편 악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나쁜 지견知見을 길러서
아침저녁으로 악한 짓을 하는데, 가까이는 목전目前에서 과보를 받고
멀게는 죽은 뒤에 고통의 윤회에 들게 된다.
一失人身 萬劫不復 일실인신 만겁불복 忠言逆耳 豈不銘心者哉 충언역이 기불명심자재
便能操心育德 晦迹鞱名 변능조심육덕 회적도명 (감출,도)
蘊素精神 喧囂止絶 온소정신 훤효지절 (어젓할 훤/소리,저자 효)
한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영원히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기 어렵다.
충성스런 말이 귀에는 거슬리나 어찌 마음에 새겨두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곧장 마음을 씻고 덕을 길러 자취와 명성을 숨기고,
정신精神을 깨끗하게 길러서 마음에 속세의 시끄러운 경계가
끊어져야 한다.<무경계(無境界)>
若欲參禪學道 頓超方便之門 약욕참선학도 돈초방편지문
心契玄津 硯幾精妙 決擇深奧 啓悟眞源 심계현진 연기정묘 결택심오 계오진원
博問先知 親近善友 박문선지 친근선우
만일 참선參禪으로 도道를 익혀 방편方便을 단박에 초월하려 하면,
마음을 현묘한 나루터에 두고서 정밀하고 묘함을 끝까지 파고 들어야
한다. 심오한 뜻을 결택하여 참 근원을 깨닫도록 해야 하며,
선지식에게 널리 묻고 좋은 도반을 가까이 해야 한다.
此宗難得其妙 切須子細用心 차종난득기묘 절수자세용심
이러한 종지는 그 묘한 도리를 깨닫기 어려우니 정말로 빈틈없이
마음을 써야한다.
此宗 難得其妙 切須仔細用心 차종 가득기묘 절수자세용심
可中 頓悟正因 便是出塵階漸 가중 돈오정인 변시출진계점
此則破三界 二十五有 차즉파삼계 이십오유
▷삼계三界 : 생사유전生死流轉이 쉴새없는 미계迷界를 분류한 것.
①욕계欲界 - 탐욕세계 특히 식욕食欲ㆍ음욕婬欲ㆍ수면욕睡眠欲이 치성한 세계
②색계色界 - 욕계와 같은 탐욕은 없으나 미묘한 형체가 있는 세계
③무색계無色界- 色界와 같은 미묘한 몸도 없고 순 정신적 존재의 세계.
만일 그러던 중에 본심<정인(正因)>을 단박에 깨달으면 그대로
끌세상과 수행점차를 벗어나니, 이것이 곧 3계三界 25유二十五有를
타파하는 것이다.
內外諸法 盡知不實 從心變起 내외제법 진지부실 종심변기
悉是假名 不用將心湊泊 실시가명 불용장심주박(모일,주)
但情不附物 物豈碍人 단정불부물 물기애인
任他法性 周流 莫斷莫續 임타법성 주류 막단막속
안팎의 ‘모든 법이 실제가 아니라 마음을 따라 변하여 일어난 것’으로,
모두가 거짓 명칭(가명假名)임을 알아서 절대로 마음을 그쪽으로
끄달리지 말라. 감정이 사물에 끄달리지만 않는다면 사물(색色)이 어찌
사람을 장애하랴. 그저 법성法性이 흐르는 대로 맡겨둘 뿐,
끊으려고 하지도 말고 잇지도 말라.
聞聲見色 盖是尋常 문성견색 개시심상 遮邊那邊 應用不闕 차변나변 응용불궐
如斯行止 實不枉被法服 여사행지 실불왕피법복
소리(성聲)를 듣고 물건(색色)을 볼 적에도 평상대로 하며, 이쪽과 저쪽에
응용應用하되 조금도 모자라게 하지 말라. 이렇게 살아가면 실로
속절없이 법복法服만을 입은 것은 아닐 것이다.
亦乃酬報四恩 拔濟三有 역내수보사은 발제삼유
生生 若能不退 佛階 決定可期 생생 약능불퇴 불계 결정가기
往來 三界之賓 出沒 爲他作則 왕래 삼계지빈 출몰 위타작칙
나아가 4은四恩에 보답하고 3계 중생을 구제하며, 세세생생토록
도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끝내는 성불을 기약하리라. 3계의 손님으로
왕래하면서 나고 죽는 이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此之一學 最妙最玄 但辦肯心 必不相賺 차지일학 최묘최현 단판긍심 필부상잠(속일,잠)
이 한 가지 문이 가장 오묘하니, 하겠다는 마음만 내라.
반드시 속임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若有中流之士 未能頓超 약유중류지사 미능돈초
且於敎法 留心 溫尋貝葉 차어교법 유심 온심패엽
단박에 생사를 초월하지 못할 중간부류라면 우선 교학에 마음을 두어
경전을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
精搜義理 傳唱敷揚 接引後來 報佛恩德 정수의리 전창부양 접인후래 보불은덕
時光亦不虛棄 必須以此 扶持 시광역불허기 필수이차 부지
住止威儀 便是僧中法器 주지위의 변시승중법기
이론을 치밀하게 연구하여 전傳해 주고 널리 펴서 뒷사람을 지도하여
부처님의 은덕에 보답해야지 그저 세월만 보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이와 같이 해나갈 것 같으면 모든 일상이 사문 가운데서
법기法器가 될 만하다.
豈不見 倚松之葛 上聳千尋 기불견 의송지갈 상용천심
附託勝因 方能廣益 부탁승인 방능광익
어찌 보지도 못하였는가! 소나무에 의지한 칡덩쿨이 천 길이나
솟아오르듯 경전에 의탁하면 바야흐로 널리 이익 될 것이다.
懇修齋戒 莫謾虧踰 간수재계 막만휴유 (속일,만)(이지러질,휴/넘을,유)
世世生生 殊妙因果 세세생생 수묘인과 不可等閑過日 兀兀度時 불가등한과일 올올도시
可惜光陰 不求升進 가석광음 불구승진
재齋와 계戒를 성실히 닦을 뿐, 부질없이 부족하거나 넘치게 하지 말라. 출가사문이 된 것은 세세생생 닦아온 수승한 인연때문이니
<수묘인과(殊妙因果)>헛되이 날을 보내고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可惜光陰 不求升進 가석광음 불구승진
徒消十方信施 亦乃孤負四恩 도소시방신시 역내고부사은
세월이 아까운데도 닦으려 하지 않고 부질없이 시방十方신도의
정성어린 시주물만 소비하고 나아가 4은四恩을 저버린다.
積累轉深 心塵易壅 觸途成滯 人所輕欺 적루전심 심진이옹 촉도성체 인소경기
이렇게 쌓인 업은 더더욱 깊어가고 마음의 티끌은 막히기 쉬워
부딪치는 곳마다 걸리니, 사람들에게 업신여김과 기만을 당한다.
古云 彼旣丈夫 我亦爾 不應自輕而退屈 고운 피기장부 아역이 불응자경이퇴굴
若不如此 徒在緇門 荏苒一生 殊無所益 약불여차 도재치문 임염일생 수무소익
옛사람은 말하기를 ‘그가 장부였다면 나도 대장부니 결코 자신을
가볍게 여기고 퇴굴退屈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만일 이렇지
못하면 부질없이 절집(불문佛門)에 있으면서 일생을 그럭저럭 보낼 뿐,
조금도 이익이 없을 것이다.
伏望 興決烈之志 開特達之懷 복망 흥결렬지지 개특달지회
擧措 看他上流 莫擅隨於庸鄙 거조 간타상류 막천수어용비 (그만두다,썩이다/조)
엎드려 바라건대 맹렬한 뜻과 각별한 마음을 내어, 상근기를
바라보고 처신할지언정 함부로 용렬하고 비속한 것들을 따르지 말라.
今生 便須決斷 想料 不由別人 금생 변수결단 상료 불유별인
息意忘緣 不與諸塵作對 식의망연 불여제진작대
금생에 모름지기 결단하라. 생각해 보면 깨달음이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알음알이를 쉬고 반연攀緣을 잊어
모든 번뇌와 마주하지 말라.
心空境寂 只爲久滯不通 심공경적 지위구체불통
마음은 텅 빈 것이고 경계 또한 고요하건만 단지 오래 막혔기 때문에
통하지 못할 뿐이다.
熟覽斯文 時時警策 强作主宰 莫徇人情 숙람사문 시시경책 강작주재 막순인정
業果所牽 誠難逃避 업과소견 성난도피
이 글을 자세히 살펴보고 수시로 경책하여 굳세게 주관을 세워
인정人情에 끄달리지 않게 하라. 업業의 결과果가 끌어당기는 바는
진실로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聲和響順 形直影端 성화향순 형직영단 因果歷然 豈無憂懼 인과역연 기무우구
목소리가 온화하면 메아리도 순조롭고, 형체가 반듯하면
그림자도 단정하다. 이처럼 인과因果가 분명한데 어찌 근심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랴.
故 經云 假使百千劫 所作業 不無 고 경운 가사백천겁 소작업 불무
因緣會遇時 果報 還自受 인연회우시 과보 환자수
그러므로 경전에서 이르기를 ‘비롯, 영원세월이 지난다 해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아서 인연이 회합해 만날 때 자기 과보果報를 다시
받는다’고 하였다.
故知 三界刑罰 縈絆殺人 고지 삼계형벌 영반살인(얽힐,영)
努力勤修 莫空過日 노력근수 막공과일
그러므로 삼계三界라는 형벌이 사람을 얽어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열심히 닦고 부질없는 날을 보내지 말아라.
深知過患 方乃相勸行持 심지과환 방내상권행지
願 百劫千生 處處同爲法侶 원 백겁천생 처처동위법려.
5욕五欲 생사生死가 허물과 병통임을 깊이 알아 비로소 수행하고
지계持戒할 것을 권하는 것이니, 백천 겁토록 어디서나 다 같이
법의 도반이 되기를 원하노라.
⚫명銘으로 말하리라. <내위명왈(乃爲銘曰)>。
<환신몽택 공중물색(幻身夢宅 空中物色)>
허깨비 몸, 꿈속의 집이여 허공 꽃이어라.
<전제무궁 후제영극(前際無窮 後際寧剋)>
앞서 지나갈 때 다 함 없는데 뒷길이라고 다 함 있겠는가
<출차몰피 승침피극(出此沒彼 升沉疲極)> 잠길,침
여기서 나와서 저기에서 사라지니 떴다 잠겼다 지칠 대로 지쳤도다.
<미면삼륜 하시휴식(未免三輪 何時休息)>
3계 윤회 면치 못했는데 그 어느 때에 쉬어지랴.
<탐연세간 음(오음)연(12연)성질/貪戀世間。陰(五陰)緣(十二緣)成質>
세간을 탐내고 그리워하여 5온·12연으로 이 몸뚱이 이루니
<종생지로 일무소득(從生至老 一無所得)>
연따라 태어나서 늙어지도록 하나도 얻은 것 없도다.
<근본무명 인자피혹(根本無明 因茲被惑)>
근본무명이 그것으로 인하여 미혹이 되고 말았으니
<광음가석 찰라불측(光陰可惜 剎那不測)>
시간이 아깝구나 찰나도 헤아리기 어렵거늘
<금생공과 내세질새(今生空過 來世窒塞)>막힐,질
금생을 부질없이 보내면 내세에도 꽉 막히리라.
<종미질미 개인육적(從迷至迷 皆因六賊)>
미혹에서 미혹에 이르는 것 모두 6적<6塵>이 씨앗 되어
<육도왕환 삼계포복(六道往還 三界匍匐)>。기다,포/엎드려기다,복
6도道에 오락가락 3계에 기어 다니네
<조방명사 친근고덕(早訪明師 親近高德)>
일찌감치 눈 밝은 스승 찾고 덕 높은 도반을 가까이 하여
<결택신심 거기형극(決擇身心 去其荊棘)>
몸과 마음을 결택하고 애욕의 가시덤불일랑 모두 버려라.
<세자부허 중연기핍(世自浮虛 衆緣豈逼)> 닥칠,핍
세상은 본디 들뜨고 비었는데 뭇 인연이 어찌 사람을 핍박하랴.
<연궁법리 이오위칙(研窮法理 以悟爲則)>
법의 이치 연구하려면 깨닫겠다는 목표를 세우라.
<심경구손 막기막억(心境俱捐 莫記莫憶)>
마음과 경계를 함께 버리고 새겨두거나 기억하지 말라.
<육근태연 행주적묵(六根怡然 行住寂默)>
6근六根이 고요하면 하는 일마다 고요하고
<일심불생 만법구식(一心不生 萬法俱息)>
한 마음 나지 않으면 모든 법 저절로 쉬어지리라.
潙山警策 終.
위산경책 끝.
[출처] 위산경책(불조삼경)|작성자 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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