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시인이 한국최초로 "날개환상통"이라는 시집으로 미국비평가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시집은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구를 돌지"라는 제목의 시집입니다 거대한 서사의 사모곡으로도 생각될 정도로 모친 4년의 처절한 병상기록이라고도 볼 수가 있습니다 유사아픔의 통증이 전해져 힘들게 책장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우주적인 언어로 파헤진 아픔과 정면으로 응시한 시 한 편 올립니다
우주엄마와 우리 엄마
우주는 무한하나 그 속엔 낙이 없구나(누군가의 명언) 이 알 속에는 나만 있구나(계란 노른자의 명언)
엄마는 물 마시고 싶고 우주엄마는 물 만져보고 싶고
엄마는 창밖의 푸른하늘로 다이빙하고 싶고 우주엄마는 검은 체널 돌려 우리엄마 시청하고 싶고
엄마는 마지막 예금으로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고 싶고 우주엄마는 검은 우물 속에서 벗어나고 싶고
엄마는 병원에서 집에 가는게 소원 우주엄마는 엄마를 우주로 데려가는게 소원
엄마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손을 허우적거리고 우주엄마는 점점 다가오고
우주엄마가 다가올수록 우리엄마는 아프고 엄마는 이제 그만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고싶고
머나먼 우주, 바다의 모래처럼 많은 별 중 에 어디서 내가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엄마는 나한테 그런 소리나 하고 우주엄마는 우리엄마의 몸을 깨뜨려 별들이 무한하게
엄마의 알을 깨고 거기 우리엄마 대신 노른자처럼 눕 고 싶은 머나먼 우주의 검은 엄마는 딸아 딸아 내 이쁜 딸아 나를 부르고 <p169 >
슈베르트 마왕의 그 급박하고 초를 달리는 음악이 귀로 들려오고 커튼이 열리고 보입니다 시가 음악이고 그림입니다
딸도 엄마입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는 딸도 엄마입니다 엄마인 나를 내 딸이 아파합니다 엄마인 나는 나의 엄마가 미치도록 슬픕니다 나의 엄마의 엄마는 나의 엄마가 고통스럽습니다 몇 세대를 걸친 엄마들의 아픔들이 깨진 유리조각처럼 서로 끼어듭니다 이런 아픔들을 무어라 해야 하나요
간신히 넘기던 페이지가 "우주엄마와 우리엄마" 에서 멎었습니다 깊이도 없는 우주의 순환을 지키는 검은손이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무섭지 않았습니다 뭉크의 절규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첫댓글 혼백을
네...!
최선으로 건강하십시다
늘 감사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