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익산은 건조 주의보 인가 봅니다.
이곳 시골에 베이스 캠프를 정한 후로 어제 처음으로 먼지 바람을 보았습니다.
봄에 성토한 건너 밭에 바람이 휘몰아 치는가 싶더니, 마른 흙을 쓸어 담아 하늘에 한껏 뿌리는 폼이 한번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 양 몇번을 되풀이 하는 흙먼지 바람을 어제는 몇번이고 보왔습니다.
나 같이 텃밭농사나 장난 같이 일 삼아 하는 사람이야 그냥 저냥 걱정도 하다가 "뭐~하느님이 준데로 먹지"하면 그만인데 농사를 가계에 보탬으로 삼은 사람들은 참 큰일 입니다
한달전에 뿌린 참깨는 겨우 반절 정도 싹 트긴 했지만 도대체 아침 저녁으로 물을 줘도 크지를 않습니다.
4월 세째주에 심은 고추도 겨우 숨만 쌕쌕 쉬는지 고추 열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작년 같으면 지금쯤 두서개 정도 방아다리를 쳤을 참인데............
그런데 말입니다. 지하수를 주는 것 보다 비가 내리면 식물은 "쑤욱, 쑤욱" 글자 그대로 정말 잘 자랍니다.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정도 이니 비교가 되지 않지요. 그러니 품은 품대로 들고 효과는 별로 없는 물 주는 노동이지요.
하긴 인간도 물이 없으면 일주일을 버티지 못한다 하지요. 잠시만 멈춰도 죽음과 입맞춤하는 피도 결국은 물에 녹아 있는 각종 미량요소를 온몸에 보내니까요.
리처드 도킨스가 지은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은 처음 바다물 속에 흘러 다니는 한개의 세포였다지요.
이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어느날 의기 투합 했는지, 죽탕-도킨스는 "풀"이라도 표현 했던데-속에 서로 뒤섞여 있다가 몇몇 놈들이 눈 맞아 전략적인 제휴를 했다지요.
그래서 함께 지낼 껍데기를 필요로 했고 유전자들의 특성에 맞춰 인간 혹은 동물 혹은 식물이라는 형태를 갖추기 시작 했다지요.
본향이 바다 물 속이였으니 지금도 우리 몸속의 피의 성분은 바닷물의 성분과 같다나 어쩠대나, 아무튼 가뭄이 들면 다 죽고 그러다 보면 지구도 죽고 아닌가? 스스로는 영양활동을 못하는 사람과 동물만 죽나...........모르겠네^^
나 아주 어릴때 정말 지독한 가뭄이 들었던 해가 있었습니다.
그때 마을 어른들과 형들은 "울력"-마을 공동작업-나오라고, 한집에 한명씩 나오라고 방송에 따라 나가서 관정-샘-을 파더군요.
한참을 파니 물은 나오긴 나왔는데 글쎄요 그 물 가지고 동네 방네 농사를 지을 정도로 수량이 적당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아무튼 울력한 댓가로 밀가루 한포는 아니고 하여간 밀가루를 나눠줘서 멀건 수제비를 한참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밭작물은 "서숙" 아니면 "수수" 만 자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이야 관개 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 그런 가뭄이 와도 그때 처럼 "울력"이야 안하겠지만 하지만 그때는 또랑-개울-에는 또랑새비-새우-도 많았고, 요즘은 암환자들이 찾는다는 몇년씩 묵은 민물 장어도 여름이면 형들이 잡곤 했던 물도 풍부했었지요.
여름 밤이면 또랑가 풀잎에 반디불이 밤하늘의 은하수 처럼 많기도 많았고요.
사는 것이 무엇이 바쁜지 밤하늘의 은하수는 커넝 보름달 쳐다보는 여유도 자꾸 잊어 버리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세계적으로 식량의 무기화가 거론되는 것으로 봐서 농산물이 오르긴 오르나 봅니다만 가뭄으로 그나마 올해는 자급자족의 소량 가정 경제 조차 허락치 않으려나 봅니다.
그래도 비를 기다려야지요. 그렇다하더라도 누가 했던 인디언 기우제식 조사는 지금도 비웃음을 지어도 충분하지 않을것 같긴 합니다만..........
다음달도 비가 안오면 나도 인디언식 기우제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