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9. 27
추미애 법무부장관, 이인영 통일부장관, 김두관 민주당 의원, 윤미향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정경두 전 국방부장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자녀들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아 알려진 경우일 뿐, 드러나지 않은 유학생 공직자 부모는 훨씬 많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전 민주당 의원,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내로라하는 유명정치인들 자녀들도 역시 해외유학파이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홍정욱 전 의원 등의 자녀들은 아예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두 해외에서 다니고 있다. 세계화시대에 무슨 뒤틀린 심사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료, 선출직들이 자녀들을 해외 대학에 보내는 것은 사업가나 자영업자, 회사원이 자녀를 유학 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 상당수가 자녀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는 현실은 매우 참담하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20~30년 전에도 그런 경향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반미를 외치면서 자식은 미국유학 보낸다"고 비난하지만 사실 자식사랑에는 여·야도, 좌·우도 없다. 과거에는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부터 유학 가는 경우가 많았다면 2000년대 중반부터는 학부부터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민족사관학교, 대원외고 등의 최상위 학생들이 해외유학을 선호하면서 이들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금들도 많이 생겨났다. 예전에는 서울대를 정점으로 학벌 카스트가 형성되었다면 최근에는 서울대 위에 해외 명문대라는 새로운 계급이 만들어졌다.
사실 해외유학은 비용부터 국내 대학과는 사뭇 차이가 난다. '개천의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들로서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설사 저축한 돈으로 유학 보냈다 하더라도 정치인 자녀들의 유학경비에 대한 국민들 시선은 곱지 않다. 윤미향 의원은 부부의 합산 연소득이 5000만원이지만 2016년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다. 그렇기에 많은 국민들은 윤 의원이 소득신고를 거짓으로 했거나, 정대협의 자금을 유용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김두관 의원의 경우 아들의 5년 영국유학동안에도 재산이 꾸준히 증가해 네티즌들로부터 유학경비 해명요구를 받기도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딸 역시 현재 시카고의 한 예술대학에 재학중이다. 본인의 청렴 주장과는 별개로 외부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은 석연치 않은 자녀 유학경비 출처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5월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들 '힘 있는 부모'는 국내에서 자녀의 스펙을 만들기도 한다. 나경원 전 의원 아들은 미국에서 고교를 다니다 2015년 서울대 의대 교수의 연구에 참여해 국제학술단체에 논문발표를 하고, 예일대학교에 진학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유력인사들의 자녀들은 언젠가 한국에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 유학을 마치고 국내 대학과 대기업에 자리 잡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는 부모 찬스를 통해서 또래 사람들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조국 전 장관의 아들은 아빠 찬스를 통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안착했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도 60대 1의 경쟁을 뚫고, 전북의 프로축구단에서 인턴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살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영어를 잘 하거나 국제 감각을 갖춘 것으로 포장된다.
정치인, 정부 고위관료들의 자녀들에 대해 주목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가만 있어도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한다. 일반 부모를 둔 학생과 똑 같은 생활을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자식이 원하는데, 이를 이기는 부모 없다"는 식의 변명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고위 관료라면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정말 한국의 교육이 문제라면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야지, '남들은 모르겠고, 내 자녀만은 해외에서'라는 생각은 고슴도치의 자식사랑일 뿐이다.
홍성철 /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