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피(燈皮),이별연습
오영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삶 살아온 어머니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 살아가는 어머니가
북어처럼 병상에 누워만 계신지 두어 달을 넘긴 어머니가
갈치를 드시고 싶다 하네요
고등어가 드시고 싶다시네요
흰죽은 지겹다며 팥죽이 먹고 싶대요
'어머니, 팥죽은 신장에 쥐약이에요'
말하고 싶지만, 어머니가 뱉어내야 할 가래처럼 꾹 참고 밤새 팥죽을 쑤워갔습니다
고등어도 조리고 갈치도 구웠지만
어머니 목구멍 깊이 침식하는 가래에 가슴 졸이는 일 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요
어머니의 몸은 이미 무미건조해서 힘 줄 수 없고
다리에 힘이 가지 않아 걸을 수 없습니다
정신은 또렷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어머니
'이러고 누워만 있는 게 속상해' 하시며 개미 오줌만큼 아미 끄트머리에 매달린 안개비 보았습니다
기도삽입관 막고 있는 성대가 떨리며 쇳소리가 들릴 듯 말듯 입 모양으로만 알아챌 수 있는 소통의 순간
오직 마른 몸에서
눈으로
눈으로만 피로해질 때까지
쥐어 짜내는 간기 없는 물이 있어 다행이랄까요
나의 어머니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의지와 상관없는 마지막 길을 누워 갑니다
나에게는 그런 어머니의 등불 곁에 두지 못하고 생이별 남포등 나날 보내는 아버지도 계십니다
첫댓글 작년에 천국 가신 저희 어머님도 그러셨지요~ 아련한 마음 느껴집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