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이야기이다. 편도 3차선 큰길에서 우회전하여 편도 1차선 길로 우회전하여 가는 중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팔트 위를 걸어다니는 까치를 보았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였다. 내가 지나는 차선을 지나 중앙선 반대편 차선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반대편 차선을 지나던 운전자도 까치를 보고 속도를 줄였으며 핸들을 약간 틀어 방향을 바꾸었다. 거기까지만 보고 나는 지나쳐왔다. '아니 날개를 두고 하필 위험하게 아스팔트 위를 걸어다니는 거야?'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렇게 생각을 한 내 자신을 다시 돌아봤다.
날개를 가졌다고 늘 날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무슨 말도 안되는 생각인가. 게다가 도로라는 게 무엇인지 알려 준 적도 없고, 아니 이전에 도로라는 걸 만들 때 새나 기타 다른 생명체에게 허락 따위를 받은 적도 없으면서, 도로를 건널 때 주의할 점을 교육시킨 적은 더더구나 없으면서 도로를 걸어다니는 새에게 (아주 미미하지만) 짜증이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와중에 든 우스운 생각 하나. 만약 까치에게 도로 공사에 대한 사전 검열을 받았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거다.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이루어진 까치는 아스팔트 위에서 완벽하게 보호색을 띄어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으니 말이다. 물론 운전을 조금이라도 해 본 이들은 도로에 갑자기 나타나는 물건에 얼마나 놀라는지 이해를 할 것이다. 비닐 봉지 하나를 피하려다 큰사고를 친 경우도 뉴스에서 본 적도 있으니 말이다. 사고의 위험에 대한 방어 기제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수도 있다는 자기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좀더 생각을 진전시켜 봐야겠다 싶었다.
현대사회에서 땅을 개발하는 일은 오로지 인간, 혹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자본만을 위해서 이루어졌다. 자연과의 조화나 여러 생명체와의 상생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나마 최근에야 고속도로 위 동물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등의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수준의 배려만 할 뿐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성장한 나로서는 어쩌면 인간 중심의 사고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위험하게 걷고 있는 새를 운전 중에 만났을 때에는 방해물로만 여기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던 것은 아닌지 나를 의심해 본다. 어쩌면 모든 순간 나라는 존재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는 게 미천한 인간의 기본값이라 하더라도 그러기에 더더욱 고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렇게 나의 속을 헤집어 이기적인 생각의 근원을 찾아 하나씩 살펴 보다보면 나라는 좁은 우물을 한 발짝 벗어날 수 있겠지.
차들이 다니라고 만든 도로조차도 온전히 인간의 것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지. 불쑥 튀어나오는 새들과 고양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더 조심히, 더 주의해서 다녀야지. 마음껏 걸어다닐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린 사회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이라도 가져야지. 원래 그들과 공유하라고 만들어진 땅을 당연히 누리지는 말아야지. 적어도 그들을 향해 이유 없는 분노와 짜증을 쏟아내지는 말아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