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서유기[제35회] 당태종의 고난 [1]
두장군은 궁문에서 귀신을 막고 당태종은 귀부에서 살아오다
태종의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인들이 바둑판을 들고와서 안에 놓았다.
이래서 위징은 사은하고 황제와 마주앉아 바둑을 두었다.
요기까지가 지난회 끝이었다
태종과 위징은 바둑판을 가운데 두고 진을 벌려나갔다.
바둑에서는 근엄함을 소중히 여긴다 고수는 중앙에 터를잡고
하수는 변에 두며 중수는 귀를 차지한것이 바둑의 상식이다.
기법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한점을 내주더라도 선수를 잃지말라!
왼쪽을 치면 오른쪽을 살피고 뒤를 공격하면 앞을보라!
돌이 앞에 있으면 뒤를 잇고 뒤에 있으면 앞으로 나가라!
모두 살려면 끊기지 말아야 하되 모두 살리려고 이어나가지 말라.
이렇게 태종과 위징이 바둑에 열을 올리고 있던중이다.
잠시후 꼭 오시 삼점이 되자 아직 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위징이 별안간 서안에 엎드려서 코를 골기 시작했다.
태종은 웃으면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경이 사직을 편안케하고 나라일을 돌보느라 쉴새없이 일하다보니
너무 피곤해서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구려."
태종은 위징이 자게 내버려두었다.
잠시뒤 잠을깬 위징은 어쩔줄을 모르고 마루에 엎드려 빌었다
"폐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눈꺼풀이 자꾸 내리덮혀 지엄하신 폐하 앞인 줄을 알면서도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폐하! 아무쪼록 신이 폐하앞에서 태만한 이죄를 용서하소서."
"아니오 아니오. 경의 잘못이 아니오 경의 잘못이 아니요.
자. 일어나시요 .이 판은 그만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하도록 하지."
위징은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고 다시 바둑알을 쥐었다.
이때 궁문밖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어
진숙보와 서무공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용의 머리를 들고와서 아뢰었다.
"폐하 바닷물이 줄어들고 강물이 마르는 일은 전에도 있었습니다 만은
이같은 괴변은 들어본 적이 없사옵니다."
태종과 위징이 같이 벌떡일어 났다.
"아니 이것이 어디서왔소?"
"천보랑 남쪽 십자로 구름사이에서 이 용머리가 떨어졌기에
아뢰지 않을수가 없어서 가지고 왔나이다"
태종은 놀라며 위징에게 물었다.
" 아니? 이것이 어찌된일이요?"
위징은 다시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렸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신이 꿈속에서 벤것이옵니다.
태종은 이를듣고 더더욱 놀랬다.
"경은 잠시 선잠을 잔것 뿐이요 그동안 짐이 죽 지켜보았는데
경은 수족을 놀리지도 않았고 또 칼도 가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용을 베었다는 말이요?"
"폐하! 신의 몸은 비록 폐하 앞에 있었으나 꿈에 폐하곁을 떠났아 옵니다.
폐하와 바둑을 둘때 갑자기 눈이 감기며 정신이 몽롱해졌나이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어서는 꿈에 폐하 곁을 떠나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기운이 넘쳐 흘렀사옵니다.
그용은 천병들에게 잡혀 과룡대에 묶여 있더이다.
신이 용을보고 "네가 천법을 거슬렸으니 죽어 마땅하다!"
나는 옥제의 명을 받고 너를 참해하러 왔다"고 소리쳤더니
용이 살려달라고 빌었 습니다.
그러나 신이 듣지를 않으니 용은 즉시 발톱을 가두고 비늘을 거두고
죽음을 받으려 했사옵니다.신은 소매를 걷고 앞으로 나가며 서릿발 같은
칼을 휘둘러 단칼에 베었습니다.
용의 머리가 떨어진 것은 그 때문 이옵니다.
태종은 한편 기쁘면서 한편 슬프기도 했다.
조정에 위징같은 인재가 있으므로 나라의 안위는 걱정이없으니
기쁜일이고 꿈에 용왕을 살려주겠다고 약속 했는데
뜻밖에 목이 달아났으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요.
그러나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 돌이킬수가 없다.
태종은 마음을 다잡고 숙보에게 명하여 용의 머리를 저자에
내어걸게 하고 그런 한편 위징에게는 큰 상을 내렸다.
백관이 물러가고 태종은 궁중으로 돌아왔으나 기분이 울쩍하다.
꿈에서 용이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일이 이렇게되고보니
후환을 면하기가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을 못이루고 있는데 이경쯤 되었을때
궁문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태종은 오싹 두려움이 밀려드는가 했더니
비몽사몽간에 경하의 용왕이 나타났다.
" 당태종은 내 목숨을 돌려달라! 어서 살려달라! 당신은 어젯밤
나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어찌하여 위징에게 내 목을 베게했느냐?
어서나오라! 어서 나와서 염마왕께 가서 잘잘못을 가리자!"
용왕은 그렇게 소리를지르고는 태종을 거머잡고 못견디게 떠들었다.
태종은 한 마디 댓구도 못 한채 전신에 물을 끼얹듯 땀을 줄줄 흘리며
버둥대는데 이때 남쪽에서 향기로운 구름을 두루고
영롱한 안개를 피우며 한 선녀가 나타났다.
선녀가 손에든 버들가지를 한번 휘두르자 목이 떨어진 용은
구슬피 흐느끼며 서쪽으로 사라졌다.
정병과 버들가지를 든 선녀라면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이다.
보살은 석가여래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서역으로 경을 가지러 갈
사람을 구하려고 장안성 토지 묘에 묵고 있다가 밤에 귀신의 울음 소리를 듣고
나와서 죄 지은 용을 물리치고 황제의 위급함을 구해준 것이다.
용이 염라대왕에게 가서 하소연한 이야기는 잠시뒤로 미룬다.
태종은 잠을 깬뒤에도 계속해서 같은 소리만 외쳤다
"귀신이다~" 귀신이 왔다!"................
삼궁의 왕후와 육원의 빈들과 가까이 모시는 태감들이
모두 기겁을해서 안절부절 못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이윽고 대신들이 입궐하는 오경 삼점이 되었다. 문무백관은 궁궐앞에
이르러 황제가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날이 훤하게 밝도록
왠일인지 황제는 나오지를 않았다.
모두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해가 높이 솟을 무렵에야 황제로부터 기별이 왔다.
"과인은 몸이 불편하니 백관은 모두 물러가라!"
어느덧 오륙일이 지났다 황제가 계속 조회에 나오지 못하므로
신하들은 어쩔줄을 몰랐다.
궁에 들어가 황제를 뵙고 문안을 드리려 하는데 태후의 전갈이 내렸다.
전의가 들어와서 지금 진맥을 하고있으니 문무백관은
궁문 밖에서 전갈을 기다리라는 것이다.
잠시후 전의가 나타나자 모두가 물었다.
"폐하께서는 무슨병이시요?"
"폐하께서는 맥이 고르지 못합니다. 가끔맥이 멈췄다가
다시 뛰곤 합니다. 뿐만아니라 "귀신이왔다"하고 헛소리를 하십니다.
아무리 진맥을해도 병의 원인을 알수없고 오장의 활기가 없으니
망극하게도 앞으로 이레를 넘기기 힘들것입니다"
이 소리를 듣고 대신들은 얼굴이 확 변했다.
"폐하께서 서무공과 호국공 과 위지공을 부르십니다"
세 사람이 황급히 별전으로 달려가니 태종은 얼굴빛을 고치고
가쁜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말했다.
"경들은 들으시요! 과인은 열아홉살부터 군사를 거느리고
여러나라를 정벌했지만 지금까지 귀신이라곤 본일이없소.
요즈음은 귀신 때문에 사뭇 고생을하고 있소.
위지공이 아뢰었다.
"나라를 세울때는 어쩔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는 일도 피할수 없습니다.
그까짓 귀신따위를 무에 겁낼것이 있겠습니까?"
"경은 믿지를 않을수도 있겠으나 밤만되면 과인의 침전 밖에서
귀신이 울부짓고 기와를 던지며 난동을 부린다오.
낯이되면 조용해 지지만 밤이면 어김없이 소란을 피우니 견딜수가없다오"
숙보가 아뢰었다.
"폐하! 부디 안심 하옵소서. 오늘밤에는 신이 경덕과 함께
궁문을 굳게지키며 어떤 요망한 귀신인지 알아보겠 나이다.
태종이 그렇게하라고 하자. 그들은 인사를올리고 어전을 물러나 나왔다.
해가지자 호국공과 위지공 두사람은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고
철퇴와 큰도끼 작은도끼를 쥐고 궁문밖에 나가 지켰다.
두장군이 궁문곁을 지키자 귀신이 얼씬도 하지않아
태종은 그날밤 편안히 잠들수있었다 .
아침이 되자 태종은 두 장군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치하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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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목이 달아난 용이 그정도로 원한을 풀고 끝낼리는 없겠다
태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다음편에서.........!
암튼 소설 서유기 [제35회]는 요기서 ~다음 제36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