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2-24
2 기행紀行 24 가현椵峴
취우암전촌驟雨暗前村 소나기로 앞마을이 컴컴하더니
계류철저혼溪流徹底渾 시냇물 바닥까지 흐려졌구나.
첩봉차객안疊峯遮客眼 첩첩이 겹친 봉우리 길손의 눈을 막는데
일경입계원一徑入溪源 지름길 하나 시내 위로 통하였네.
청초면황독靑草眠黃犢 푸른 풀 위에는 누런 송아지 누워 있고
창애규백원蒼厓呌白猿 푸른 절벽에는 흰 잔나비 울부짖는다.
십년남북거十年南北去 십년 동안 남북으로 다녔지만
기로정소혼歧路正銷魂 갈림길 만나면 또한 애태우네.
소나기가 퍼붓자 앞마을이 컴컴하고
계곡물이 콸콸 흘러 밑바닥까지 흐리네.
첩첩 산봉우리가 나그네의 눈을 가로막고
오솔길 하나가 계곡 위쪽을 따라 잇대네.
푸른 풀숲엔 누렁 송아지 잠들어있고
파란 언덕에선 흰 잔나비가 울부짖네.
십년간 조선팔도를 다 가봤지만
갈래 길만 만나면 정녕 넋을 잃고 만다네.
갈림길에 서면
소나기로 앞마을 어둡더니
시냇물 온통 탁하네
첩첩봉우리가 나그네의 눈을 막고
깊은 골짜기 향해 한 줄기 길 나 있네
파란 풀밭에 누런 송아지 잠들었고
푸른 낭떠러지엔 흰 원숭이 울부짖네
십년 세월 남북으로 떠다녔건만
갈림길에만 서면 애가 타누나
►가현椵縣 지금의 평안도 철산군鐵山郡 가도리椵島里일 것으로 추정되나 確因된 바 없음
►취우驟雨 소나기. 세차게 쏟아지다 금방 그치는 비
►혼渾 흐리다. 혼탁混濁함
►황독黃犢 누렁 송아지.
►소혼銷魂 놀람. 넋을 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