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죽은 사람의 기억을 도서관에 보관해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현대. 지민은 남편과 상의 후 결정해서 현재 임신 중이지만 아이에게 애착이 들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러다 도서관에 들러 엄마의 데이터를 보려 하지만 관내분실이라는 흔치 않은 이유로 실패한다. 고인의 의미 있는 물건을 쓰면 찾는 게 가능하다는 연구원의 말에 유품 상자도 찾아보고 동생을 만나기도 하지만 얻은 게 없었고, 아빠에게 가 보니 엄마(은하)가 임신 전 다녔던 회사에서 표지 디자인을 맡았던 책을 받고, 그 책으로 엄마의 기록을 찾는 데 성공한다. 엄마를 만나 이제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며 끝난다.
좋아하는 소설인데 단편이라 빨리 끝난 게 아쉬웠다.
뒷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서 희곡으로 써 보았다.
각색
지민: 이제 엄마를 이해해요. 임신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회사에서도 새 일을 주지 않고, 주변 사람들도 아이가 어떤지만 물어. 나만 세상에서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기분을 엄마도 열 달, 그 이상을 겪어서 그런 거야?
은하: 날 어떻게 찾은 거니?
지민: 아빠한테 들었어. 살아 있을 때는 그렇게 딸한테 관심이 많았으면서 죽었다고 모두에게서 잊혀지길 바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엄마를 이해하는 거랑은 별개로 속상하고 서운해.
은하: 나라고 그러고 싶었겠어? 그리고 넌 날 싫어했잖아. 엄마가 맨날 집착하고 잔소리하고 원망하고 그랬는데 이제 와서 죽은 날 찾고 데이터에다 억울함을 호소하면 뭐가 달라져?
지민: 나도 알아. 앞에 서 있는 엄마는 그냥 엄마의 기억을 가져다 쓰고 있는 환상인 걸. 근데 이 기억마저 없으면 우리 가족은, 나는 어디서 엄마를 생각할 수 있어? 엄마가 살아온 삶은 저 낡은 책 세 권이야? 엄마는 억울하지도 않아? 난 회사에서 곧 나갈 사람처럼 보는 것도 화나는데 엄마는 어쩜 이럴 수 있어?
은하: 어차피 죽으면 다 끝나는 걸 뭣 하러 남겨? 지금 상황을 봐, 지민아. 서로 목소리만 높이고 있잖니. 지민아, 밖엔 네 친구도 동생도 남편도 있는데 이미 없는 사람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면 힘들잖아. 그래서 너희 아빠한테 내 데이터를 지워달라 한 거야.
지민: 그래도...
은하: 지민아, 난 이 데이터가 나로 대체되는 게 싫어. 너희 아빠도 왔다 갔지. 이 기억을 분실하지 않았다면 벌써 몇 번은 더 왔을 거야. 당연하지. 사람은 무언가가 없어진 뒤에야 후회하거든. 너에겐 미안해. 좋은 엄마가 되어주지 못해서. 엄마의 마지막 부탁이야.
지민: 한 마디만 하게 해줘.
은하: (지민을 똑바로 바라본다)
지민: 엄마가 싫어. 근데 엄마가 안아줄 땐 아주 조금 좋았어. 그냥 그렇다고.
은하: (웃으며 팔을 벌린다) 한 마디가 아닌데? 그래, 이리 와봐.
은하: (지민을 토닥이며) 마지막까지 거하게 싸웠네. ...나도사랑해.
연구원: 어떠셨어요? 찾아서 다행이네요.
지민: 네, 감사해요. 음, 도와주셨는데 죄송해요. 예전처럼 검색에서 찾을 수 없게 해주시겠어요?
연구원: (놀라며) 네?
지민: (웃으며) 저희 엄마가 좀 자유로우셔서요. 갇혀 있는 건 싫으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