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리후생 차이 중소기업 발길 ‘뚝’ 엇갈린 구인·구직 】

[대전점포]

“최악의 구인난이다. 일자리가 없다고들 하지만 현장에는 사람이 없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조차 LG화학 등 대기업 채용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1800여명이 근무하는 도내 중견기업인 심텍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생산직 구인시장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이닉스와 LG화학 등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차별화된 복리후생으로 생산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반면 도내 중소기업들도 해마다 향상된 복리후생제도와 인상된 임금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직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 기업들의 구인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1000명 이상이 근무하는 중견기업까지도 생산직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대기업은 구직자가 몰려 들어 비밀면접을 실시하는 등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진은 도내 한 중소기업 생산 현장.

자격기준 낮춰도 희망 구직자 없어
심텍 관계자는 “100명 넘게 결원이 생겼다.  인력난을 겪은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업계는 업무의 특성상 젊은 사람을 선호한다. 인력난이 심하지 않을 때는 20대를 선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이 제한을 35세 미만으로 정해놓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 조차도 어려워 45세까지 자격기준을 완화했지만 인력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텍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의 초임을 연봉으로 환산할 경우 2100만원 선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기숙사를 제공하고 식사와 출퇴근 등 나름대로 복리후생도 확대하려고 노력하지만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심텍은 물론 한솔테크닉스, 에이스디지텍, 파워로직스 등 대기업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300인 이하의 일반 중소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은 중견기업들도 하나같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현장 여건은 점점 어려워진다. 8시간 3교대를 해야 하는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2교대로 전환하고, 특근을 통해 간신히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기존 근로자들까지도 근무여건이 열악해져 퇴사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신규채용 인력 가운데 80%는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하는 것은 물론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인력을 충원하는 등 하루하루가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경쟁 치열해 비밀 면접
도내 업체 가운데 인력수급이 자유로운 곳은 LG계열사들과 하이닉스, 매그나칩 반도체 정도다. 이들 업체들은 우선 임금에서 차이를 보인다. LG화학 관계자는 “시급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따라 개인 편차가 크다”고 말하면서도 2700~3000만원 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와 매그나칩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그나칩 관계자는 “결원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남다른 복리후생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비와 학자비 지원이다. 의료비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10만원을 초과한 자신과 배우자의 의료비 전액을 회사가 부담한다. 또한 자녀수와 관계없이 학비 전액이 지원된다. 이밖에도 주택자금 지원 등 중소기업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신입사원 연령도 대부분 25세 미만이다. 고등학교 졸업자나 전문대 졸업자들이다. 한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단순노동이 아니라 장비를 다루는 일을 해야하다보니 PC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낫다”고 설명했다.

지원자가 많다보니 지역도 고려할 여력이 있다. 매그나칩 관계자는 “엔지니어는 물론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도 지역 인재를 고용할 경우 이직률이 낮아 되도록이면 지역 사람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신규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LG화학의 경우 비밀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면접관도 당일에 발표한다. LG화학 관계자는 “구직자가 크게 몰려 과열양상을 보이다보니 외부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비밀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LG화학 오창공장은 현재도 지속해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채용 이후로도 상반기 내에 100명 이상의 대규모 채용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오창2산단 35만여㎡부지에 들어설 신사업분야 공장도 3월에는 착공해 연말이면 공장 1동이 완공될 예정이다. 오창2산단까지 고려하면 LG화학의 대규모 신규채용은 2012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LG화학을 비롯해 오송에 들어설 녹십자 등 바이오 관련 기업 등 대기업 채용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소기업에는 구직자들의 발길이 뚝 끊겨 버렸다. 미취업자들이 당분간 쉬더라도 대기업에 들어가겠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박상석 주성대 인력개발실장

“연봉 많은 생산직보다 가난해도 사무직 원한다”
박상석 주성대 인력개발실장
주성대에는 기업 관계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창을 중심으로 증평·진천 등 인근에 기업체 입주가 활발해지면서 관련분야 학생들의 인력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박상석 주성대 인력개발실장은 “반도체·태양광 업체를 중심으로 구인 요청이 쇄도하지만 보내줄 인원이 없다”며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대학도 많은 학생들을 취업시키고 싶지만 눈높이가 달라 연결이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예전에는 전공자들이나 맞춤형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을 선택적으로 채용했지만 지금은 이를 가릴 형편이 아니다.

박 실장은 지금의 취업시장에 대해 구직자·기업·정부가 모두 엇박자라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학생들은 연봉이 적더라도 사무직을 원한다. 일부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생산직을 꺼린다”고 지적하며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말하면서 오히려 창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대학도 마인드 교육을 하는 등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정부도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풀어간다면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충북인뉴스/오옥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