又
今臘十一七兩書俱 卽入見細諳去後 客履漸蘇於病餘 是所慰喜課程後於人 日久非誠心 勤力不能追及矣 務加勵精焉
금 년 섣달 17일에 두 권의 책을 모두 자세히 보고 외우고는, 병고 끝에 점점 회복하는 손님에게 찾아갔다. 이는 사람들에게 위로하고 기쁘게 하는 課程이란다. 날이 오래되어 성실한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는지 힘들인 만큼 해내질 못했구나! 더 마음잡고 힘써야 되겠구나!
※今臘十一七: 筆寫本도 印刷本과 같으나, ‘一’을‘有’라 推定함. 病餘: 病을 앓고 난 뒤. 勵精: 마음을 가다듬고 기운을 내어 힘씀. 勵힘쓸 려
吾日與穉孫言笑 而此兒亦有日新之工 如數飛之鳥 日日有別樣 獻奇之藝 汝遊學幾年 無可見可聞 底學術 獨不愧於幼穉之兒耶
내가 날마다 어린 손자와 말하며 웃으니, 이 아이 역시 날마다 새롭게 다듬어져, 마치 자주 날갯짓하는 새처럼 날마다 다른 奇拔(기발)함을 내놓는 재주가 있구나! 네가 공부하러 간 지가 몇 년이 지났느냐?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데, 열심히 공부한 것이 다만 어린아이보다 부끄럽지는 않겠지?
※穉어릴 치(本字 稚). 數자주 삭. 底: 아주, 몹시
他日相對之筵 較其相長 則汝必不及於此兒矣 幸勿泛遊也 餘歲除在𨓸 惟望軆健學新 不多及
언젠가 상대할 수 있는 자리에서 누가 더 나은가를 견줄 때, 너는 아이에게 기필코 미치지 못할 것 같구나! 아무쪼록 놀러만 다니지 마라. 얼마 남지 않은 섣달그믐이 마침내 다가왔다. 오직 건강하고 학업이 새로워지길 바랄 뿐이다. 많은 말을 더하지는 않겠다.
※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함. 歲除: 섣달그믐(세밑, 눈썹 세는 날), 除夕, 除夜, 除日, 歲盡으로도 부른다. 여기서 除는 舊曆을 革除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𨓸드디어 수(遂의 古字), 여기서는 邇(가까울 이)로 봄. 不多及: 여러 가지를 다 언급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편지의 끝에 쓰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