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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번다함으로 사전답사를 5월 첫 주 토요일에 다녀오고는 이제사 끄적이며 꺼내 논다.
빨리 올려 5월 산행에 정보와 재미를 미리 전할 책임이 있기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내 분주함을 변명하면서
까무룩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조금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사전답사기를 얹는다.
"가덕도를 아세요?"
박달수 고문이 가덕둘레길의 사전답사 중 이번 산행의 이름이라며 붙인 제목이다.
예총행사를 만들면서 이리저리 컴을 뒤지다가 만난 눌차 둘레길.
거가대교가 생기면서 가덕도는 섬이 아닌 육지로 편입되고
부산 갈맷길 해안7백리의 마지막이자 江 서쪽 초입이 되는 곳.(처음은 기장, 동쪽 초입이 된다)
사진이나 다녀온 입소문에 혹해서 우리 문산도 가고 싶다는 발심이 선다.
서둘러 답사조를 불러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3번 출구에서 집합, 정보대로 58번 버스를 목을 빼고 기둘린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전자표지판엔 57분 후로 떴다가, 46분이 되더니 종래에는 인지조차도 아리송하게 숫자가 바뀌고
급기야 문 국장, 집에 있는 식구에게 컴으로 몇 분 배차인지 확인을 시키더니 28분인가,
아무튼 30여분에 한 대꼴이라는 전언이다.
차림새가 우리와 흡사한 한 무리 아저씨 군단 역시 30분 만에 한 대씩 다닌다는 말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네는 일행 중 한명이 화장실 간 사이 차가 왔고,
다른 한 사람이 늦게 와서 다시 한 대를 보내는 통에 한 시간을 기다렸으니 이제 곧 올 것이라 말할 때
저 만치에서 58번 가덕선창 행 버스가 하단 정류장에 들어서는 것이 뵌다.
가덕도도 부산시 강서구 천가동인지라 교통카드는 당연히 '환승입니다' 라며 우리를 싣고 신항을 뚫고 30분만에 도착,
가덕 선창, 선창이 船이 아니라 仙인 것에 놀란다.
가덕섬의 관문이며, 가덕 첨사 시절에는 수군의 군항지이던 곳,
함께 탄 아저씨 군단은 천성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우리는 눌차 길을 따라 발걸음도 가비얍게 눌차다리를 건넌다.
고향집 고샅같은 길을 따라 유채꽃도 만나고,
마늘밭도 만나고, 흑염소도 만나고,
잘 못 든 길인가 싶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촌로에게 물어 동선 새바지길로 가는 길섶,
바닷바람에 곱게 핀 해당화의 행렬이 길다. 새바지란 샛바람을 만나는 곳이란다.
다시 기도원을 향한 바닷길이 트인다.
모두들 환호를 내지른다.
멀리 다대포구의 아파트 군단이 보이고,
가깝게는 명지의 킹덤 영어마을이 해무 낀 하늘을 스크린 삼아 펼쳐진다.
개불주머니 꽃이 노랗게 지천인 절벽 아래 바닷가에서 아직 산은 시작도 아니했건만,
버스를 기다리느라 이미 점심시간이 훨 지난 뱃속의 콜에 그만 그 바닷길 초입에서 그 요란한 도시락을 편다.
전날 재무 혜연 샘과 문 국장 모두 지인의 상가에 가서 새벽녘에야 귀가했노라면서도,
꼬불쳐온 생탁과 엄마표 고구마, 삶은 계란, 머위쌈 등이 돌빡 식탁에 질펀하다.
자고로 배가 빵빵하면 산행은 난행임이 자명한 일,
부른 배와 생탁의 취기는 산들한 바람 앞에 자꾸만 발이 꼬이고,
메모와 표지판을 따라 펼쳐진 편편한 바닷길을 그나마 다행스러워 하며 걷는다.
가덕 기도원을 지나는 해변길은 붉그누르한 바위들이 널려있다.
심장의 빨간 핏줄처럼 나이테가 있는 특색 있는 돌에는 갯강구가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연이어 시작된 산그늘 길엔 이름 모를 관목에서 떨어진 하얀 꽃들로 길이 희다.
우리는 바닷가 갯바위 햇볕아래에서 밥을 먹었지만, 우리 문산님들은 어디메서 성찬을 펼칠 것인가를 고민하며
이곳저곳 여기가 좋겠다, 또 다시 나타난 길을 찜하며 여기가 더 좋겠다, 점심을 여러 수차례 차려댄다.
생교동골 삼거리를 지나고 살짝 올라선 능선,
그늘도 좋고, 눈 앞 바다 풍경도 절경이요,
정자도 있고,
작은 시내도 있는 구릉능이 딱이다 싶어 의견일치,
우리의 38차 산행 점심은 가덕도 구릉능에서...다.
아마도 우리는 ‘구릉능에서 그날’ 하는 글 한 편 쯤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시 어음포를 향해서 발을 놓는다.
부른 배와 취기와 노근함이 호흡의 끈을 조이나 보다.
어음포를 향하면서
우리의 호프 최 회장님이 이 길을 무사히 완주할 것인가에 의견이 분분하다.
사알살 골프장을 걷던 실력으로 오실 수 있다에 몇 표, 글쎄에 몇 표,
어음포 표지판 앞에서 애초의 계획대로 대항새바지를 거쳐 대항포구를 지나 천성으로 갈 것인가,
그냥 지양골로 올라 임도를 타고 지름길로 선창으로 갈 것인가 잠시 고민한다.
문산치고는 산행다운 산행, 제법 많이 걸었다 싶어
지양골에서 임도를 타기로 정하고 어음포를 둘러본다.
어음포란 물고기의 소리가 많이 나는 포구라는 뜻으로 그만큼 어업생산기지로 소문난 곳이란다.
그 뒤로 해발 459m의 연대봉의 볼록한 봉우리가 보인다.
능선에 서면 바다풍치가 뛰어나게 수려한 산,
바닷가에는 흔치 않은 작은 계곡이 있는 가덕도의 유명한 산-연대봉을 올려다 본다.
어음포에서 지양골로 가는 길은 온통 큰 천남성과 작은 천남성 밭이다.
아마도 약초 군락인 지 이 골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청정한 산약초를 흠뻑 마신 듯 달디 단 이 정기를 무어라 말해얄꼬.
여기도 천남성, 저기도 천남성, 꽃을 새는 것으로 호흡을 다듬는다.
저 아래 바다를 터전으로 살았던 흔적인 듯 석축이 보인다.
집은 허물어지고 사람의 기척은 흙이 되어 한 뼘 산으로 앉아 있다.
가멍쉬멍 올라온 길, 바로 연대봉 아래 임도를 만난다.
물병은 비고 목은 마르고 이곳 주민들이 모여 앉은 곳에 물 동냥을 간 혜연 재무,
저 아래 일급수가 있노라는 정보를 안고 통통 뛰어온다.
물병을 든 세 여인이 당도한 곳에 졸졸 청정수가 흐르고 있는 약수터,
누군가가 물줄기를 찾아 관을 꽂고 바가지를 놓았으리,
그 분들게 행운있으라, 꿀떡꿀떡 해갈을 하며 찬물 목울대를 타고 내리자 온 세상이 단맛으로 온다.
물병을 채우고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
찔레도 피고 보리도 패고, 새들의 울음을 들으며 어음포골을 지나 국군 충혼탑을 돌아보고, 계속 내려오자 경사가 끝나는 곳쯤에 오롯이 보육원이 자리하고 있다.
소향 보육원, 하얀 향기 素香?
이름이 예쁘다는 생각 끝에 하교하는 여러 무리의 학생들이 마주 오고 있다. 그곳으로 귀가하는 듯한 그들의 눈빛이 밝고 맑음에 괜스레 마음이 좋다.
산이 끝나자 천가 마을이다.
마늘이 곧 수확철인 듯 잎들이 누릇누릇 대가 실하고,
꼬불꼬불 마을 길 양켠으로 고등학교, 오목조목 가게들도 보인다. 집집마다 고향집에서 보았던 꽃들이 담을 넘고 있고 이리 휘고 저리 휘인 깨끗한 골목을 돌자 천가초등학교가 모교인 양 반긴다.
피로한 다리도 쉴 겸 들어가 아름드리 은행나무의 나이를 가늠해 본다.
대원군의 척화비와 마을 송덕비를 보면서 언제 보아도 시골 초등학교의 포근한 모습에 아픈 다리도 피로도 잠시 놓는다.
거가대로 진입로 아래 목로에서 하산주 한 잔, 시원한 맥주와 가게주인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내어 논 멸치, 미역귀를 촌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 등산의 마침표는 바로 이 맛이야^^
슬밋슬밋 느린 걸음으로 천가마을 구경을 하며 선창으로 가는 길,
꽃이 아름다운 화원에 들어가 이것저것 꽃들이 뱉는 향기와 그들의 속삭임에 귀를 대어본다.
오늘 하루, 가덕섬에서의 시간,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기에 그들의 전초기지가 되기도 했던 상흔이 있는 곳, 낙동강 하구를 장악하여 웅천성을 노리던 왜구들의 발자국이 아직도 아프게 각인되어 있는 가덕섬을 둘러 본 5월 하루,
난바다 남해 바람이 참 좋았던 그날,
문산님들 다시 함께 하십시다.
길은 둥글다/ 박정애
욕망의 정글, 문명의 도시에서 콤파스는 원을 그리고
뒤도 옆도 안 보고 앞으로만 달렸으나
늘, 제자리 쳇바퀴 속에서 우리가
저마다 길을 가졌듯 사람의 길은
둥글고 길었다
얼마나 눈이 부시든가 우리가 걸어온 길
길이 길을 만나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걷고 싶은 부산 갈맷길 칠 백리
누구나 주인공이되 길의 주인이라는 것쯤은
저절로 알게 되는 길
기장에서 가덕도, 가덕도에서 기장까지
가슴 벅찬 저 아름답고 정겨운 이름들
바람 맑게 빛나고 햇살 향기론 해안선 따라
결결이 들이치는 먼 원양의 푸른 숨결과
펄펄 뛰는 부산의 힘찬 맥박소리
오르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다시 오르고
굽은 길 휘어 돌며 세상은 평지만은 아니라는 거
걸어온 길 다시 걸으면 묵은 정도 일어나는
한걸음씩 인생의 축도를 쌓아 온 길
오체투지 순례자 도보 고행승도 생명을 다칠까
뒤꿈치 든 까치발로 왔다 말하지 마시라
이제까지 보고도 못 봤던 그것을 봤다고
건강한 두 발로 걷는 자연의 길에서
이제까지 몰랐던 그것을 알았다고
길의 주인이신 그대들 앞에선
누구도 말하지 마시라
우리를 빛나게 하는 저물녘, 집으로 돌아와
아침이면 더욱 힘찬 발걸음 걸음마다
모든 게 새로운 건 일상회복이라고
말보다 몸이 먼저 안다는 거
세상 모든 일들이 길에서 시작되고
그리하여 모든 이들이 이 길로 간다는 거
길의 끝은 길의 시작이라고 말하되
말하지 않는 길 위의 사람들.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가덕도는 신항이 생기면서 지도상 육지로 되었는데도
길은 막혀있었는데 길이 열린샘이지요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