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양오토갤러리 조실장입니다.
한국 GM이 이번 달 3월에 3년후의 중고차 가치를 55%로 보장해 주는 가격보장 할부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대상 차종은 크루즈, 올란도, 캡티바 3개 차종으로 가격보자으이 주체는 할부 상품을 제공하는 KB캐피탈입니다. 한국시장 철수가 거론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 GM이 판매증대를 위한 시행하고 있는 마케팅 상품으로 보장율 55%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인듯 합니다. 외산차 판매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일반 잔가율 대비 월등하게 높은 비율이며 "고잔가"라는 특별한 기준과도 대등한 수준입니다.
한국GM은 과거에도 중고차 잔가보장을 이용한 마케팅을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7년 7월, 한국 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자동차 할부판매 시스템이 그 효시 였습니다. "새로운 할부"라는 좀 촌스러운 이름의 "Buy-back" 시스템으로, 당시 신차로 갓론칭한 라노스, 누비라,레간자 3개차종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신차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2년 경과시 55%,3년 경과시 40%의 보장가격을 제시해 주고 할부기간 만료시 중고차로 반납하거나 혹은 보장가격을 현금으로 납입할 수 있도록 선택 기회를 준 제도였습니다.
지금이야 흔하디 흔한 마케팅 수단이지만 당시로서는 이 제도가 국내 최초의 획기적인 제도로 인식되었습니다. 이 제도의 시행을 통해 대우자동차는 시행 첫 달인 1997.7월에 월간 승용차 판매실적 42,011대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판매량 1위 업체인 현대자동차 월간 승용차 판대새구ㅏ 43,041였으니 대우의 기세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는 일입니다. Buy-back 할부를 운영했던 1997년 7월~9월 내내 대우자동차 승용차 월간 판매실적이 3만대를 상회했습니다.
보장 잔가율 2년 55% 3년 40%는 최근의 기준으로 보면 턱 없이 낮은 잔가율입니다. 이번 달 한국 GM이 시행하는 잔가율 3년 55%와 대비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무려 1년이라는 기간 경과 감가율 차이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로서는 중고차 가격이나 연차별 감가율 데이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격보장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년 기준 40%를 보장해 주어도 시중의 유통가격 대비 낮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대우자동차는 판매되 약 6만대의 대상 차량 중 약 1/3 정도인 약 2만대가 환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30정도 밖에 환입되지 않았습니다. 만일에 대비해 적립된 대손충당금 대부분이 그대로 영업 외 수익으로 전환되는 요행을 누렸지만 환입된 중고차의 처리를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신축한 자동차경매장(기흥 소재 "서울자동차경매장")은 초기 운영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Buy-back 할부에 따른 환입 중고차가 거의 없어 별도로 출품 중고차를 확보해서 경매장을 운영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경매장을 직접 신축, 운영해서라도 중고차 유통가격을 유지하겠다는 메이커의 의지가 소비자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져 중고차의 투매를 막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을 둘러 보면 중고차 가격 보장과 관련된 마케팅 제도가 꽤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대자동차가 상시 운영하는 신차 판매차량에 대한 중고차 가격보장 제도입니다. 다시 현대 자동차 신차를 재구매한다는 조건하에서 1년 75% 2년 68% 3년 62%로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주는 제도입니다. 운행조건과 차량 상태에 따라 소정의 감가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한 가격 보장율입니다. 신차 재구입이라는 조건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본래 의미의 가격보장 제도에 가장 근접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 제네시스 같은 고가격 차량은 적용되지 않고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은 선별적으로 적용을 하는 듯 합니다.
수입차 판매업계에서도 가격보장 마케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토요타 자동차는 이번 달 3월에 프리우스, 라브4, 라브4 HV를 대상으로 잔존가치 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차량의 잔존가치를 미리 보장받아 월 부담금을 최소화하고 금융계약 종류 시점에 보장받은 가격으로 반납, 금융 재계약, 전액 상환등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선수금 30%를 내면 차종별로 보장받는 잔존가치는 3년 기준으로 프리우스,라브4,라브4 HV 58%/시에나 55%/아발론 52% 입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3월에 파사트 GT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잔가보장형 할부 상품을 운영합니다. 50%까지 잔존가치를 보장받아 계약기간이 끝나면 차량을 구매할 때 보장받은 가격으로 차량을 반환하거나 금융재계약 신청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작년 12월에 ‘재규어 개런티 60 프로그램’이라는 최대 60%의 잔존가치를 보장하는 금융상품을
운영한 바 있습니다. 이 금융상품을 이용해 대상차량을 구입하면 차량 가격의 30%를 먼저 낸 뒤 할부를 진행하면 3년 뒤 잔존가치 60%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작년 말에 해치백 V40 D3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의 잔존 가치를
최대 60%까지
보장하는 금융 프로모션을 운영한 바 있습니다.
신차 메이커나 임포터가 아니면서 중고차의 잔가율에 민감한 회사들은 렌터카나 리스회사들 입니다.
이들 회사들 역시 잔가율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매월의 렌트비나 리스료가 결정되고 그 렌트비나 리스료 수준에 따라 영업 경쟁력이
좌우되게 됩니다. 동일한 차량이라 해도 잔가율을 높이면 월 납입액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잔가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높은 잔가율을 유지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잔가율을 보장해주는 전문 잔가업체와 장기 제휴계약을 체결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자체적으로 높은 잔가율을 설정한 후 직접 환입된 중고차를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서 인증이나 보증 조건으로 직접 소비자에게 소매
판매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증이나 보증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법령상 금융회사가 직접 중고차 소매를 하는 사업은 할 수도 없게 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개는 경매장이나 공매장에 출품하여 도매로 처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전문 잔가업체들은 소정의 기본 잔가율을 설정해 두고 있으면서 약정 희망업체가 있을 경우 상호조율의 과정을
거쳐 수익적 목적으로 잔가약정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약정 기간 만료 후 중고차 환입시, 시중 중고차 가격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잔가율을 체결하여 환입 중고차를 통해 소정의 수익을 얻는 사업 구도
입니다.
잔가 희망업체의 요구에 따라 의도적으로 잔가율을 높게 하되 소정의 보장 수수료를 지급받는 방식도
있습니다. 소위 “고잔가(高殘價) 약정
계약”이 그것입니다. 만기 환입시 차량의 손절판매가 예상될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손실 예상금을 사전에 충당 받아 두는 시스템입니다.
잔가약정 사업은 리스크가 매우 큰 사업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중고차시장의 불투명성과 그에 따른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중고차가격 변동폭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실
거래 데이터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3~5년 이후 미래시장에서의 메이커별, 차종별, 트림별, 옵션별
가격 수준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외산차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어느 회사는
국내에서 실 가격 데이터를 구할 수 없어 외국의 어느 전문업체로부터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관련하여 중고차 가격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관찰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수도 없이 많은 시세표나 가격산정 시스템이 있는 것으로 광고, 홍보
되고 있지만 실상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실제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시세표나 시스템은 하나도 없습니다. 광고
가격을 평균으로 어림짐작을 한 것이거나 과거의 시세표를 기준으로 임의로 인위적 가감을 한 것 들이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실 거래 데이터에 대한 집적과 분류 그리고 통계화를 위한 실용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거 대비 실 거래가격 신고비율이 높아진 것이 분명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실 거래가격이 집계되고 통계화 활용되는
사례는 전혀 없습니다. 역량있는 주체가 그런 실거래가격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하여 활용화의 기틀을 잡는
수고를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상품용 중고차의 제시,매도
업무를 수행하는 중고차 매매조합들도 자체적으로 그런 실 거래데이터의 취합 활용이 가능한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취득세나 부가가치세 과세 데이터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나 국세청 혹은 이전등록 데이터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등도 그런 빅 데이터의 가공, 활용이 가능한 정부 기관입니다. 이런 자료의 민간 활용도 계속 추구해야
합니다
향후 장기적으로 볼 때 자동차 산업환경 급변으로 인해 중고차가격 변동 주기가 점차 짧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일부 국가에서 예고된 디젤차량 생산, 판매에 대한 규제로
인해 디젤차량의 중고차 가격 하향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뒤로 곧 전기차량 사용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내연기관 전체에 대한 규제가 예상되기도 합니다. 이 또한 전체 중고자동차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카 쉐어링 사업의 확대도 궁극적으로는 자동차의
소유 필요성을 줄여 중고차의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언젠가 다가 올 자율 주행 교통체계의 완성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전기차의 보급 확대나 카 쉐어링과 자율주행시스템이 일반화되어 가는 과정에서도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디젤이나 가솔린 연료차량) 판촉을 위한 마케팅은 더욱 더 강력하게
시행될 것입니다. 회사의 존립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고차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에 대응하기 위해 중고차 가격보장과 관련된 마케팅 수단이 더욱 강도높게 시행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한국 GM이 지금 시행하고 있다는 중고차 55% 가격보장 시스템의 운용 경과를 지켜보려 합니다. 그러나 3월 한달 이라는 기간, 3개 차종에 국한된 대상 등 제한된 시행
내용으로 인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듯 보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앞 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도 여전합니다.
중고차 가격보장, 잔가약정 시스템은 중고차 시장을 지탱하는 하부
구조입니다.
이에 대한 중고차시장 사람들의 관심과 연구가 깊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