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등선폭포로 1... (중부고속도로로)
춘천 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삼악산... 맥국(貊國)이라는 부족국가가 있었다. 맥국군이 패해 망했다는 망국대(亡國臺), 맥국의 부흥을 기원하는 사찰이었다는 흥국사, 맥국의 마지막 패망 현장이 된 삼악산성과 이외에도 말골, 칼봉, 북문새 등 지명에 따른 많은 전설이 간직하고 있다. 맥국의 패망한 원한(怨恨)이 정상에 검은 구름으로 감돌다가 비바람을 몰아치면 춘천지방 주민들은 삼악산이 조화를 부린다고 말하고 있다. 또 태봉(泰封)의 궁예(弓裔)가 철원에서 왕건(王建)에게 패하고 샘밭, 삼한골을 거쳐 이곳에 성을 쌓아 피신처(避身處)로 이용하였다는 대궐 터가 삼악산에 흔적(痕迹)이 남아있다.
654m의 주봉인 용화봉을 비롯하여 청운봉, 등선봉 등 3개로 이루어진 삼악산(三嶽山)... 기암괴석과 봉우리가 첩첩(疊疊)으로 이어져 암봉(岩峰)을 이룬다. 안보차원과 수도권 상수도원의 확보를 위해 조성된 북한강의 의암호와 청평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화천군 화악산(華岳山)의 지맥(支脈)이 남쪽으로 뻗어 오다 북한강과 마주친다. 우뚝 솟은 기암절벽 아래 계곡에는 수렴동, 옥녀탕 등 명소가 있다. 이 명소 중에서 높이 15m의 등선폭포(登仙瀑布) 이외에 승학, 백련, 옥녀탕, 비룡, 주렴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진다.
이 삼악산을 2월 27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 2월의 여행 일정이 한 번 발표하였으면 가급적 변경하지 말아야 하는데 세 번에 걸쳐 부분 수정이 있었다. 월중 계획은 부분적으로 변경한다고 예고는 하였지만 단체를 인솔한 나로서는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등 불편하다. 대부분 여행은 둘, 셋이 다니지만 나로서는 많은 계를 산악회에 참여, 현지 식당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 또한 산행 계획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작성한 교안(敎案)처럼 산악대장이 직접 구상(構想)하여야 한다. 그래야 계획과 실천에 이어 반성도 할 수 있다.
오늘 원래 계획은 남이섬으로 대전IC를 떠나 중부고속도로로... 대전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흐렸지만 이천 휴게소 근처에 가니 주변 설경(雪景)이 아름답다. 특히 휴게소 근처의 도드람산은 얼마 전에 갔던 덕유산 설경처럼 오늘 등산객 모두 탄성(歎聲)을 지른다. 3월이면 꽃 소식이 들려오는 화신풍(花信風)이 불게 마련... 특히 24절기 중 소한에서 곡우까지 부는 바람을 ‘24번 花信風’이란다. 이는 닷새만큼씩 새로운 바람이 부는데 그에 응해서 절기 꽃이 차례로 핀다고 한다. 서울로 올라가면서 언제 눈이 왔냐는 식으로 맑다.
춘천 등선폭포로 2... (남양주를 지나며)
한강을 지나면 토평IC... 강일IC에서 경춘 고속도로가 시작한다면 토평에서는 남양주와 가평을 잇는 수석호평도시 고속도로가 이어져 동호평IC에서 국도 46번으로 이어져 가평과 연결된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서울의 교통망...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국토의 균형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도 50%가 이곳에서 선출되니 아무래도 서울 중심으로 국정 운영을 정부에 압박할 것이다. 지방자치 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갈등... 어느 교육청처럼 친일 인명사전 예산배정이 요즘 화두에 오르고 있다.
영유아 급식비는 자체 소관이 아니라면서 정부지시를 거부하는 반면 친일 인명사전은 강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교육부 말을 듣지 않는 시도 교육청... 일선학교 교장에 압박을 넣고 있다. 더욱 웃기는 것은 지방의회가 학교장을 소환한다는 뉴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경제보다는 민주주의를 찾는 사람은 경제발전을 한 박정희 대통령 보다는 동 시대에 대통령을 역임한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을 더 선호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살았던 필리핀은 지금 국민 소득이 얼마인지 아는가? 일만 달러에 못 미친단다.
동호평IC로 가는 길에 홍유릉(洪裕陵)... 조선 왕조의 마지막 왕인 고종과 순종의 陵이며, 최초의 황제(皇帝)陵이다. 황제라고 하지만 국권을 일본에 넘긴 잘못은 씻을 수 없는 수모(受侮)다. 명나라 황제 능을 참고하여 정성들여 모셨다. 다른 왕릉에 비해 능역이 매우 크고 화려하지만 석물들이 낯선 이국풍이고, 분위기 전체가 침침하고 스산하다. 순조, 헌종, 철종으로 이어지는 60여 년간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에 신물이 난 조대비와 이를 지켜본 흥선대원군이 만든 고종의 등극(登極)... 하지만 세도정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책봉한 명성황후...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갈등이 조선의 멸망을 가져왔다.
하늘에는 비운의 먹구름은 몰려오고, 바다에는 거센 파도가 출렁거리는 암울한 시기... 을사 늑약(勒約)에 이어 헤이그 밀사 사건에 의하여 고종이 퇴위(退位)를 당하고 순종(純宗)이 등극하면서 정미칠조약을 강제로 체결 당하였다. 여기에 비운의 영친왕과 덕혜옹주... 왜놈과 강제 혼사를 맺었으니 민족의 비극이 아닐 수가 없다. 덕혜옹주의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못한 반면 영친왕의 황태자비인 이방자여사는 우리에게 따뜻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일왕의 사촌인 이방자 역시 정략결혼이었으니 그녀 역시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비극이다.
춘천 등선폭포로 3... (청평댐을 지나며)
마석역 근처의 모란 미술관...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 야외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넓은 마당을 품고 있는 집처럼 여유로움과 호젓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산책과 사색을 위한 휴식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국내외 유명 조각가의 작품들을 전시하여 한국 현대조각의 발전과 국제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실내 전시장, 학예연구실을 갖추고 있다.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도자기골 달뫼에서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된다. 한편 마석(磨石)... 맷돌이 많이 생산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磨石하니 돌다리도 두드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장님이란다. 몇 가지 난센스 퀴즈를 보면... .오이가 죽었다. 오이친구가 묘비(墓碑)에 새긴 말은? ‘오이무침’, 눈물이 많은 물고기는 ‘감성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글자는 ‘190,000’, 지렁이를 밟으면 꿈틀거리는 것이 아니라 즉사(卽死)한단다. 또 친구들과 술집에 가서 술값을 안내려고 추는 춤은? 주춤주춤이란다.‘ 금남IC를 지나면 ’희망과 행복이 있는 미래창조도시’ 가평군이다... 제일 먼지 지나는 곳이 대성유원지다. 가운데가 솟아서 불룩하게 이루어진 언덕을 뜻하는 대승(大升)리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다른 설(說)은 이곳에 흐르는 북한강 기슭이 마치 성곽처럼 이어져 있다는 데서 붙여진 것이라고도 한다.
청평댐을 지난다. 높이 31m, 길이 470m, 저수량 1억 8000만 톤인 이 댐은 조종천(朝宗川)이 북한강을 흘러드는 위쪽의 굽어진 곳에 있다. 주변에 국민관광지인 청평호반과 안전유원지가 자리 잡고 있다. 해마다 여름철에는 MBC의 강변가요제가 열리는데 여름에는 수상스키, 모터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을 전에 찾았던 친구가 귤 한 줄을 오천 원에 샀단다. 만원을 냈는데 거스름을 육천 원을 받았단다. 그 친구 주인이 알기 전에 눈썹이 휘날리게 열심히 뛰었단다... 그런데 아뿔싸... 귤을 놓고 왔으니 요놈의 정신...
욕심을 경계한 견물생심(見物生心)...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같지 못하고(過猶不及), 달도 차면 기울게 마련이다(月盈則食). 욕심도 마찬가지다.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부르게 된다. '내 돈 서푼은 알고 남의 돈 칠푼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제 것만 중하게 여기고 남의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사람으로선 차마 하지 못할 일이다. 맑은 물의 본고장인 청평(淸平)... 주변에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절경인 호명호수, 잣나무 향이 아름다운 축령백림, 산이 구름을 뚫고 구름 위에 떠 있는 운악망경 등이 일품이다.
춘천 등선폭포로 4... (등선폭포에서)
국도 46번을 타고 가평읍을 거쳐 선착장에 도착한다. 청평대교에서 391번을 타고 북한강을 끼고 돌면 남이섬으로 가는 선착장이 도착할 수도 있다. 관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렇게 갔으면 좋으련만 대부분이 등산객이라 전체의 의사를 따르기 마련... 남이섬은 춘천시이고 근처의 자라섬은 가평군이다. 태종의 외증손인 남이(南怡) 장군은 이시애의 난(亂)을 평정하는 등 가는 곳마다 전과(戰果)를 올려 세조(世祖)의 총애(寵愛)를 받았다. 하지만 남이는 진외6촌인 예종(睿宗)에 의해 역모에 몰려 거열평(車裂刑)으로 처형(處刑)되었다.
순조 때 복권된 남이는 ‘충무’의 시호(諡號)가 추증(追贈)되었지만 이미 죽은 다음에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가 남긴 북정가(北征歌)... 白頭山石 磨刀盡(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사라지고), 豆滿江水 飮馬無(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애고), 男兒二十 未平國(남자 이십세에 나라를 평안케 하지 못하면), 後世誰稱 大丈夫(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겠는가) 이 시(詩)를 보면 호연지기(浩然之氣)의 기개가 넘쳐흐른다. 이 未平國을 미득국(未得國)으로 고쳐 모함한 유OO... 서출(庶出)로 고변(告變)과 음해(陰害)로 정적(政敵)을 숙청(肅淸)해 영달(榮達)하다가 결국 자신도 유배지에서 삶을 마친 간신(奸臣)이다.
한편 서자(庶子)로 태어나면((庶出) 관직에 나갈 수 없는 일... 자기의 선택과 전혀 무관하지만 태생적 걸림돌로 지워지지 않는 오점(汚點)이었다. 홍길동처럼 반란과 망명을 선택하는 저항의 길로 갈 수도 있다. 또한 손병희처럼 천도교에 심취(心醉)해 민족운동을 일으켜야 세상에 알려지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유OO처럼 체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그 장애를 뛰어넘는 순종(順從)의 길로 가는 방법도 있다. 훗날 무오사화와 갑자사화에 주도(主導)하였다는 이유로 평해(울진)에 유배(流配)되어 죽었으니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남이의 묘는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있지만 역적으로 몰릴 때 이곳에 묘를 조성하였단다. 청평댐의 건설로 섬이 된 남이섬은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불모지(不毛地)였던 이곳을 남이의 묘도 보수하고 나무를 심으면서 유원지로 개발하였다. 일행은 모두 섬에 갔지만 나는 삼악산 등선폭포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폭포입구의 기암절벽... 흐르는 계곡과 노송군락... 바로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처럼 시원한 물줄기... 자연의 웅장한 신비(神秘)다. 돌아오면서 경강교에서 선착장까지 산책하면서 북한강의 콧바람을 마시면서 마친다. 고맙습니다.
위는 등선폭포 아래는 남이섬 출입구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