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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벽투광(鑿壁偸光)
벽을 뚫어 빛을 훔친다는 뜻으로, 어두워도 등을 밝힐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 남의 집 벽을 뚫어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의미로 힘들게 공부하는 모습이나 사람을 형용하는 말이다.
鑿 : 뚫을 착(金/20)
壁 : 벽 벽(土/13)
偸 : 훔칠 투(亻/9)
光 : 빛 광(儿/4)
출전 : 유흠(劉歆)의 서경잡기(西京雜記) 卷2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성어와 함께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딧불과 눈과 함께 노력해 이룬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차윤(車胤)과 손강(孫康)이다.
이 말은 이름까지 들어간 차윤취형(車胤聚螢)과 손강영설(孫康映雪)로도 사용되니 더 영광이다.
또 졸음을 쫓기 위해 상투를 천장에 매달고, 허벅다리를 송곳으로 찌르며 공부한 현두자고(懸頭刺股)의 소진(蘇秦)도 못지않다.
여기에 한 사람 더 등잔을 켤 기름이 없어 벽에 구멍을 뚫고(鑿壁) 이웃집에서 나오는 빛을 훔쳐(偸光) 책을 보았다는 광형(匡衡)이 있다. 빛을 훔쳤다고는 하지만 빛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 감무(甘茂)가 말한 자광(藉光)과 뜻이 상통한다.
여러 아가씨가 촛불을 밝히고 일을 하는데 초를 살 형편이 못되는 처녀는 청소를 해 주고 빛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다. 빛이 더 사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동진(東晉) 때의 학자 갈홍(葛洪)의 저작이라고 알려진 서경잡기(西京雜記)의 빛 도둑 이야기도 보자.
전한(前漢) 때의 학자 광형은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집안이 가난하여 초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밤에는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형편이 나은 이웃집에서는 밤마다 촛불을 훤하게 밝혀 광형은 내심 부러웠다. 그러다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그는 몰래 벽에 구멍을 뚫고 이웃집의 촛불 빛이 자기 방에도 비치게 하여 그 빛으로 책을 읽었다.
衡乃穿壁引其光(형내천벽인기광)
以書映光而讀之(이서영광이독지)
마을의 부잣집에서 품을 팔 때도 품삯대신 그 집에 있는 책을 빌려 읽었던 적도 있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독서를 한 결과 많은 학식을 갖춘 태학의 박사가 됐고 시경(詩經)의 해설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풍부해진 오늘날 빛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학생들은 세계의 경시대회에서 수시로 상위 성적을 휩쓴다. 열심히 공부한 덕이다.
그런데 억지로 시키는 공부가 많아 졸업 후는 흥미를 잃고 창의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도 발전이 없다면 문제다.
▶️ 鑿(뚫을 착, 구멍 조, 새길 촉)은 형성문자로 凿(착)은 통자(通字), 凿(착)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착)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鑿(착, 조, 촉)은 (1)'뚫을 착'의 경우는 ①뚫다 ②파다 ③깎다 ④(쌀을)쓿다(곡식을 찧어 속꺼풀을 벗기고 깨끗하게 하다) ⑤집요하게 파헤치다 ⑥요란(搖亂, 擾亂)하게 두드리다 ⑦자세(仔細, 子細)히 따지다 ⑧뚜렷하다 ⑨명확하다(明確--) ⑩확실하다(確實--) ⑪끌(나무에 구멍을 뚫거나 겉면을 깎고 다듬는 데 쓰는 연장) ⑫정 ⑬마음 따위의 뜻이 있고, (2)'구멍 조'의 경우는 ⓐ구멍 등의 뜻이 있고, (3)'새길 촉'의 경우는 ㉠새기다 ㉡상감하다(象嵌--)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穿(뚫을 천), 鑽(뚫을 찬) 등이다. 용례로는 파서 뚫음을 착개(鑿開), 구멍을 뚫음 또는 새로 길을 들어 냄을 착공(鑿空), 구멍이나 굴을 파 들어감을 착굴(鑿掘), 장애물을 파헤쳐 길을 냄을 착로(鑿路), 벽을 뚫음을 착벽(鑿壁), 산을 뚫음을 착산(鑿山), 바위를 뚫음을 착암(鑿巖), 우물을 팜을 착정(鑿井), 샘을 팜을 착천(鑿泉), 구멍을 뚫음을 착혈(鑿穴), 구멍을 뚫음 또는 학문을 깊이 연구함을 천착(穿鑿), 땅을 파거나 바위 등을 뚫음을 굴착(掘鑿), 새기고 판다는 뜻으로 문장을 아름답게 꾸밈을 이르는 말을 조착(雕鑿), 둥근 구멍을 원조(圓鑿), 모난 장부와 둥근 구멍이라는 뜻으로 사물이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예조(枘鑿), 모난 장부와 둥근 구멍이라는 뜻으로 사물이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조예(鑿枘), 밭을 갈고 우물을 판다는 뜻으로 백성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평화롭게 삶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경전착정(耕田鑿井), 중국 전한 때에 광형이라는 사람이 집안이 가난하여 등불을 구할 수가 없어서 벽을 뚫고 새어 나오는 이웃집의 불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데서 유래하는 고학苦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착벽투광(鑿壁偸光), 모난 장부와 둥근 구멍이라는 뜻으로 사물이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방예원조(方枘圓鑿),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갈아서 먹는다는 뜻으로 천하가 태평하고 생활이 안락함을 착음경식(鑿飮耕食) 등에 쓰인다.
▶️ 壁(벽 벽)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막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辟(벽)으로 이루어졌다. 흙을 쌓아 올려 안과 밖을 구별하여 막다, 전(轉)하여 집의 벽을 가리킨다. ❷회의문자로 壁자는 ‘벽’이나 ‘낭떠러지’, ‘성의 외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壁자는 土(흙 토)자 辟(피할 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辟자는 죄수나 하인을 그린 것으로 ‘피하다’나 ‘벗어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담벼락은 외부로 하여금 내부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壁자에 쓰인 辟자는 그러한 의미가 담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壁자는 흙을 쌓아 외부의 시선을 피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壁자가 항상 흙으로 만들어진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담벼락처럼 큰 낭떠러지도 壁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적벽대전(赤壁大戰)으로 유명한 중국 허베이성의 적벽산(赤壁山)이 바로 그러하다. 그래서 壁(벽)은 (1)바람벽 (2)벽성(壁星) 등의 뜻으로 ①벽, 담 ②진터 ③군루(軍壘) ④나성(羅城: 성의 외곽) ⑤별의 이름 ⑥낭떠러지 ⑦진지를 굳게 지키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기사를 적어 벽이나 게시판에 붙이는 종이를 벽보(壁報), 벽에 색칠을 하는 일을 벽채(壁彩), 벽에 바르는 흙을 벽토(壁土), 방안의 벽에다 아궁이를 내고 굴뚝에 벽 속으로 통하게 한 난로를 벽로(壁爐), 벽에 쓰거나 써 붙이는 글을 벽서(壁書), 바람벽을 뚫어 작은 문을 내고 그 안에 물건을 넣게 된 곳을 벽장(壁欌),건물이나 무덤 따위의 벽에 그린 그림을 벽화(壁畫), 벽에 바르는 종이를 벽지(壁紙), 담과 벽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장벽(墻壁), 칸막이로 가리어 막은 벽을 장벽(障壁), 벽과 같이 깎아지른 듯한 물가의 해안 절벽을 안벽(岸壁), 깎아지른 듯이 험하게 솟은 바위를 암벽(巖壁), 성의 담벼락을 성벽(城壁), 외부로부터 쳐들어오는 것을 막는 담벼락을 방벽(防壁), 가파르고 급한 낭떠러지를 절벽(絶壁), 벽면과 천장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무덤을 일컫는 말을 벽화고분(壁畵古墳), 빈한한 집안이라서 아무것도 없고, 네 벽만 서 있다는 뜻으로 살림이 심히 구차함을 이르는 말을 가도벽립(家徒壁立), 뚫어진 창과 헐린 담벼락이라는 뜻으로 무너져 가는 가난한 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창파벽(風窓破壁), 벽을 향하고 아홉 해라는 뜻으로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온 힘을 쏟음을 비유하여 이름을 면벽구년(面壁九年), 벽을 깨고 날아갔다는 뜻으로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출세함을 이르는 말을 파벽비거(破壁飛去), 하얗게 꾸민 벽과 깁으로 바른 창이라는 뜻으로 미인이 거처하는 곳을 이르는 말을 분벽사창(粉壁紗窓), 굳건한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안전한 곳에 들어앉아서 남의 침범으로부터 몸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견벽불출(堅壁不出) 등에 쓰인다.
▶️ 偸(훔칠 투)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兪(유, 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偸(투)는 ①훔치다, 도둑질하다 ②사통(私通)하다(남녀가 몰래 서로 정을 통하다) ③탐(貪)내다 ④구차(苟且)하다 ⑤교활(狡猾)하다 ⑥깔보다 ⑦야박(野薄)하다, 인정(人情)이 박(薄)하다 ⑧엷다 ⑨남몰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눈 앞의 안일만을 도모함을 투안(偸安),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침을 투도(偸盜), 도둑을 투아(偸兒), 남의 영역에 몰래 들어가 삶을 투거(偸居), 경박하고 소신이 없음을 투미(偸靡), 남의 산의 나무를 몰래 벰을 투벌(偸伐), 빛이 바램을 투색(偸色), 경박한 풍속을 투속(偸俗), 도둑을 맞음을 투실(偸失), 국경을 몰래 넘음을 투월(偸越), 남 몰래 차지함을 투점(偸占), 남 몰래 쓴 무덤을 투총(偸塚), 남의 물건을 몰래 훔쳐 냄을 투출(偸出), 남 몰래 훔쳐 빼냄을 투탈(偸脫), 죽어야 옳을 때에 죽지 않고 욕되게 살기를 탐함을 투생(偸生), 도둑질하여 먹음을 투식(偸食), 몰래 봄을 투안(偸眼), 바쁜 가운데 틈을 얻어 냄을 투한(偸閑), 용렬하고 미련함을 투용(偸庸), 닭을 훔치고 개를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살금살금 나쁜 짓만 함을 투계모구(偸鷄摸狗), 쥐나 개처럼 가만히 물건을 훔친다는 뜻으로 좀도둑을 이르는 말을 서절구투(鼠竊狗偸),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으로 얕은 꾀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엄이투령(掩耳偸鈴), 개미가 금탑을 모으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근검하여 재산을 축적함을 이르는 말을 여의투질(如蟻偸垤), 교묘하게 훔치고 무리하게 빼앗는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을 교투호탈(巧偸豪奪) 등에 쓰인다.
▶️ 光(빛날 광)은 ❶회의문자로 火(화; 불)와 사람 인(人=亻; 사람)部의 합자(合字)이다. 사람이 횃불을 들고 밝게 비추고 있다는 뜻이 합(合)하여 빛을 뜻한다. 또 전(轉)하여 번영하다로 되고 가차(假借)하여 광대(廣大), 광원(廣遠)의 뜻으로도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光자는 ‘빛’이나 ‘빛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光자는 儿(어진사람 인)자와 火(불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光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빛이 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光자를 보면 儿자 위로 火(불 화)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 주위가 매우 밝게 빛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光자는 ‘빛’이나 ‘비추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光(광)은 (1)빛 (2)화투의 스무 끗짜리 패. 모두 다섯 장임. 또는 그런 패 짝을 넷 또는 다섯을 땄을 때 상대편으로 부터 끗수를 더 받게 되는 일 (3)어른어른하게 비치고 번지르르하게 보이는 환한 윤기(潤氣). 광택(光澤)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빛, 어둠을 물리치는 빛 ②세월(歲月) ③기세(氣勢), 세력(勢力), 기운(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오관(五官)으로 느껴지는 현상) ④경치(景致), 풍경(風景) ⑤명예(名譽), 영예(榮譽) ⑥문화(文化), 문물(文物) ⑦문물의 아름다움 ⑧빛깔, 번쩍거리는 빛 ⑨어른어른하게 비치는 윤기(潤氣) ⑩영화롭다 ⑪빛나다, 비치다, 비추다 ⑫크다, 넓다 ⑬멀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볕 경(景), 갤 청(晴), 빛 휘(暉), 빛 경(耿), 빛 색(色), 밝힐 천(闡),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늘 음(陰), 흐릴 담(曇), 비 우(雨)이다. 용례로는 옛일을 되찾음이나 잃었던 나라를 되찾음을 광복(光復), 벌어진 일의 형편이나 모양을 광경(光景),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빛을 광채(光彩), 빛의 반사에 의하여 물체의 표면에 어른어른하게 번쩍이는 윤기를 광택(光澤), 아름답게 번쩍이는 빛을 광휘(光輝), 밝은 빛이나 밝고 환함을 광명(光明), 아름다운 빛이나 빛나는 기운을 광화(光華), 빛의 자극에 의하여 일어나는 감각을 광각(光覺), 발광체가 내는 빛의 강한 정도를 광도(光度), 스스로 빛을 내는 물체를 광원(光源), 세상에서 인정받는 좋은 이름이나 자랑을 광명(光名), 해와 달이라는 뜻으로 흘러가는 시간이나 세월을 광음(光陰),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명승과 풍속 등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관광(觀光), 경쟁에서 이기거나 남이 하지 못한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의 빛나는 영예를 영광(榮光), 사람이나 사물의 어떤 방면에서 있어서의 등장이 눈부실 만큼 찬란히 빛남을 각광(脚光), 경치나 모습을 풍광(風光), 번쩍이는 빛을 섬광(閃光), 밤 또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내는 빛을 야광(夜光), 아침의 햇빛을 신광(晨光), 등불이나 촛불의 빛을 촉광(燭光), 흐르는 물과 같이 빠른 세월을 유광(流光), 빛을 감춘다는 뜻으로 학식이나 재능을 감추고 남에게 알리지 않음을 도광(韜光), 언행이 떳떳하고 정당하다는 광명정대(光明正大), 세월의 흐름은 흘러가는 물과 같이 빠르다는 광음유수(光陰流水), 비가 갠 뒤의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이라는 뜻으로 마음이 넓고 쾌활하여 아무 거리낌이 없는 인품을 광풍제월(光風霽月), 어둠 속에 빛이 비친다는 뜻으로 뜻밖에 일이 잘 해결된다는 암중방광(暗中放光), 이전에도 그런 예가 없었고 앞으로도 또한 없을 것이라는 절후광전(絶後光前)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