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둘째주입니다. 동락점빵은 지난화요일 이사회를 마치고, 다음주에 있을 대의원 총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사회와 간담회에 대한 이야기도 곧 올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동승자가 함께 했습니다.
여민동락농업회사법인으로 새로 함께 합류한 황예은 선생님이였습니다.
마을의 지리를 익히고, 지역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리고자 한 동안 동락점빵을 함께 할 예정입니다.
9시 15분,
아침부터 어르신들께선 부랴부랴 마을 풀을 메고 계셨습니다. 일자리 사업으로 부지런하게 일하시는 어르신들입니다. 지나가는 차량을 보시곤
"우리 토방에 막걸리 3개만 갖다 놔주게~" 하시며 건네십니다.
아들이 와서 일을 돕는다며, 아들 챙기시고자 막걸리 찾으십니다. 바로 물건 해드리고 토방으로 갖다 놨습니다.
토방으로 갖다놓고 내려오는 길, 맞은편에서 어머님이 불러주십니다. 담금주 담으신다고 댓병 2개를 사십니다. 지난번 아기 옷사라고 주셨던 마음, 덕분에 잘 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기 보여달라는 말씀에 바로 보여드리니 이뻐해주십니다. 아이를 출산한 일이, 아빠된 일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온 동네 분들에게 축하받고 격려 받으니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9시 30분,
오늘도 어르신께서 나오시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걸음 보조기는 있어 문 안에 들어가보니, 티비 볼륨이 엄청나게 높게 되어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잘 들리시지 않으셨는지 손짓을 하며 차로 가자고 하십니다.
다시다, 간장, 코다리 여러 가지를 사시고는 고민 하시더니 막걸리와 북어채를 더 사십니다.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주신다며 봉지에 담아 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께선 종종 주변 분들 주신다고 막걸리를 사시곤 합니다.
어르신은 라면을 여쭤보시곤 집에 있는 빈 컵을 갖고와주셨습니다. 빨간 국물 라면 보단 흰국물 라면을 찾는 어르신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선 다음주에 갖고와달라며 주문해주셨습니다. 봉지라면도 갖다놔볼까 싶습니다.
어르신 거래하던 중 오랜만에 만난 다른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윗집 어르신이 밭메다가 허리가 부러졌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한동안 얼굴이 보이지 않아 무슨일이 있었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있으셨습니다. 조만간 한 번 집에 가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어르신들은 빈땅 노는것을 잘 못보십니다. 무언가를 심어야할 때가 되면 도로부터시작해서 온 곳곳에 작물들을 심기 시작하십니다.
벽 옆으로 작게 있는 좁은 땅에 땅콩 심어진 모습보며, 어르신들의 알뜰함을 다시봅니다. 그러면서도 부지런하심을 본받아봅니다.
10시,
말끔하게 차려입은 두 어르신. 점빵차 보자마자
"어이~ 오늘은 영광 가네~" 하십니다. 바로 윗동네로 가라고 말씀해주시는 어르신들. 잘 다녀오세요~ 인사드렸습니다.
10시 20분,
점빵차가 가자마자 바로 손흔들어 붙잡는 어르신. 물건이 필요하신가 싶었는데 밭을 갈다가 옆에 나있는 파들을 모두 캐셨다며 양이 엄청 많은데, 바로 다듬어서 갖고가라고 하십니다. 장사를 해야해서 다듬을 시간이 없다고하니 옆에 계신 어르신께서 포대에 담아가라고 하십니다. 일단 어디서 필요할지 몰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어르신께서는
"거 어르신들 식사하시잔아~ 갖다 해먹어~" 하십니다.
저희 주간보호센터 생각하셨나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대파 한 포대를 받아왔습니다.
10시 30분,
새로온 직원을 보며 어르신께서 본적을 여쭤보십니다.
"금산에서 왔어요~" 하니, "인삼?!" 하십니다.
금산 인삼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어르신들 마다 다 인삼 이야기를 하십니다. 인사 하고다니니 어르신들 모두 이쁘게 봐주십니다.
10시 50분
오랜만에 봰 어르신이 계십니다. 그간 근황 여쭈니 몸이 안좋아 회관에 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번 간담회 때 못챙겨드렸던 생강차 갖고와서 어르신들 대접해드리며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러던 차, 아까 받은 대파가 기억이나서 필요하신지 여쭤보니 회관에서 함께 나눠먹겠다고 하십니다. 갖고와서 보여드리니 양이많다며 좋아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본인도 별로 없었는데 잘됬다고 하시며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십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없는 것일수도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잉여농산물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1시 30분,
꽃모자쓴 어르신이 오십니다. 한창 농사 준비를 하고 계셨나봅니다. 점빵차 보자마자 반찬 거리 사가십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모습입니다. 어르신들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이동장터를 어떻게 이용하실 수 있게 할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13시 30분,
어르신께서 일하다가 오십니다.
"아이구, 내 다리가 움직이질 않어~! 이제 그만해하는데 다리 땜에 못살겠네~" 하십니다.
주간보호에 오셔도 좋은데... 어르신께선 아직까지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더 있으신다고 합니다. 어르신께서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실 때 오셔야 건강을 유지 강화할텐데 당부의 말씀만 드리고 왔습니다.
13시 45분,
남자 중년들, 새로온 여자 직원보며 낯설어 하시다가도,
"마음을 이쁘게 써야 얼굴도 이뻐져~" 하십니다. 젋은 중년 남자들 답게 농담도 짗궃습니다. 그래도 잘 웃어 넘겨주는 우리 선생님 고맙습니다.
13시 50분,
어르신도 밭에서 일하신가 싶어서 한 번 더 들렸습니다.
"아니 귀에 보청기가 빠져서 밭을 다 훑고 있었어. 그나저나 어디서 왔다고? 내 손주가 있는데...."
손주는 나이가 벌써 37... 40.. 어르신께 어서 인사드리고 종종 걸음으로 나왔습니다. 젊은 사람이 마을에서 지낸다는 소식은 모두의 관심과 환영할 일인가 싶습니다.
14시,
회관 도착하자마자 창문이 열리는 모습에 어르신인가 싶었는데, 다른 남성분이셨습니다.
"커피 한 잔 먹고 가게~" 들어가서 잠시 주시는 커피 한 잔 먹는 동안
"젊은 이들은 왜그렇게 조국 혁신당을 지지하는가? 윤석열이 무엇을 잘못했는데?" 하십니다.
다른 답을 드릴 수가 없었는데, 마침 물건 사신다는 어르신이 오셔서 인사드리며 총총 나오게되었습니다. 지역에서 정치 이야기하는 건 위험한 일일수도 있습니다.
14시 10분,
"호빵은 이제 없나?" 늘 밥 대신 호빵을 찾는 중년 남성. 겨울철이 되어야 먹을 수 있는 호빵.
"다음번엔 빵을 더 많이 갖고와~~" 하십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일반 도시라면 그래도 사회참여할 수 있는 구실이 많았을텐데, 이곳에선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다보니 아쉬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구실들을 제안해봐야겠다 싶습니다.
14시 30분,
오늘은 어르신이 두부 값보다 더 많은 돈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종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값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 늘 늘사시던 멸치 또는 북어채였지만, 남는 값은 멸치 값이었습니다. 적지 않아도 어르신이 필요한게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리고 물건을 놓고 올 수 있습니다.
14시 50분,
위에 갔다 내려가는 길, 어르신이 손짓하십니다. 목이 아파 말씀 하기가 어려운 어르신. 사모님도 함께 나오십니다.
"지난번 공병 쓰고 남은거 있지? " 하시며 여러 물건을 고르십니다.
그 와중에 어르신은 사모님에게 먹을 것을 더 고르라고 하십니다. 사모님은 자기 때문에 남편이 돈을 많이 쓰게 된다며 웃으시면서도 간식 하나 더 고르십니다. 어르신은 공병이 많이 쌓여있다고 손짓으로 표현하십니다. 이에 이번주는 비가 올테니, 다음주에 마당에 내놔달라고 말씀드리며 다시 나섰습니다.
15시 10분,
회관 마당 옆켠에 동그란 박스가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셔 함께 들어가니 한 어르신의 막내딸이 치킨을 사다주고 가셨다고 합니다. 후라이드보다 진한 노란것이 카레가루가 양념되어보였습니다.
"카레까지 들어가니 더 비싼놈 사왔겠구만~" 하십니다. 맛이 칼칼해서 괜찮으셨는지 여쭤보니
"간이 너무 쌔서 밥이 필요해~" 하십니다.
이번에 노인대학에 참여 인원이 많이 줄어들어 혹시 다른 연유가 있는지 어르신들께 여쭸습니다. 요일이 바뀌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어르신들은 그간 매년 잘다녀왔지만 올해는 다들 조금 쉬기로 하셨다고 합니다. 어르신들께는 노인대학 송영 도와드리면서 더 자주 볼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씀드리며 점빵에서 좀 더 찐하게 시간보내자고 말씀드리며 나왔습니다.
15시 50분,
오늘도 일회용품을 사시고자 하는 어르신들. 부식에 설거지가 힘들어 일회용품으로 대체해서 진행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사용량과 빈도가 높아 괜찮으신지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어르신들도 고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설거지를 하는 인원이 제한이 되어있는데, 함께 하지 않다보니 그 일이 만만치가 않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회용품 쓰는것으로 한다는 어르신들. 하지만 그 구입비가 만만치가 않아 이또한 부담이 되었습니다.
회관의 운영 이야기라 외부인이 개입하는 건 하지 말아야합니다. 장사꾼의 입장에서는 물건 판매만 이야기하면 되겠지만, 결국 회관의 운영이 잘되고 부식비가 잘 쓰이길 바라고자 한다면 어르신들의 관계가 잘 풀리고 지혜롭게 방법을 만들어 갈수있도록 질문들을 잘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르신들은 일회용품 쓰지 않는 것에 동의하며, 다만 설거지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는 그릇에 비닐을 씌워 사용하여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들도 할 수 있겠지만, 무엇인가 다른 사연이 있기에 지금의 상황이 되리라 생각해보며 다시 장사를 나섰습니다.
나오는 길, 지난번에도 비닐이 안뜯긴 전동차가 있었는데, 이번주에도 뜯지 않으셨습니다. 새 전동차에 비닐 뜯는것도 아까워하시는 어르신들. 아직까지 곳곳에 빛나는 모습이 어르신께서 얼마나 아끼고 계시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장사보단 어르신들 이야기에 더 집중했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선생님 소개 시켜드리며, 안부나누고, 근황 나누느라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새로오신 선생님도
"이동장터 사업이 장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르신의 근황을 확인하고 동네를 살피는 일에 더 집중 되어있군요~" 하며 이해를 해주었습니다. 이동장터는 그러합니다. 장사보단 어르신의 삶, 동네의 안위를 더 더살피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 내일도 동네 곳곳 다니며 삶과 근황 여쭙고 다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