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V양 사건> 북펀드 소식을 듣고 참여했는데 어제 책이 도착했다. 나를 기다리는 읽을 책들이 책꽂이에 쌓여있다. 나의 책 읽기는 일때문에 읽어야 하는 책, 어떤 이유로 읽고 싶은 책으로 크게 나뉜다. 이 책은 후자였다. 그 후자에 해당하던 <햄릿>을 잠시 밀쳐두고 비닐포장을 뜯고 책을 펼쳤다.
책 면지에 꽂혀 있는 '북펀드 참여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고 괜히 뿌듯했다. 고정순작가의 인스타를 찾아가 책을 잘 받았다고 인사를 전하고 바로 책을 펼쳤다.
버지니아 울프의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을 읽어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 조금 난해해 보이던 그림이 책 속 울프의 문장들과 만나니 이해되기 시작했다. 울프의 문장이 가지고 있는 고독감이 그림을 통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군중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것만큼 쓸쓸한 일은 없다고들 말한다. 이런 주제가 소설에도 종종 나오는데 역력한 비애감을 담곤 한다. 나 역시 V양의 일 이후로는 그 생각에 동감하게 되었다. V양과 언니의 이야기 같은 사례는 두 사람이지만 한 이름으로 이야기하는 게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이들과 비슷한 자매를 누구나 바로 여남은 명은 술술 읊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런던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다." p.17~18
첫 문단이다. 이 첫 문단을 만나기 전에 고정순 작가의 그림들을 먼저 만나게 된다. 그 그림들은 나처럼 V양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책 속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궁금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0모씨' 'A씨' 등으로 미디어에 언급되며 사후 몇 달이 지나서 발견된 누군가의 부음이 떠올랐다. "이제는 영영 다시 그 사람의 그림자를 만나지 못하"(p.47)게 될 누군가 말이다.
고정순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빛 바랜 벽화같은 느낌으로 그림을 표현했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처음 그려졌을 때는 생생하고 살아있는 듯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바람에 색이 바래는 어느 집 벽에 그려진 그림같은 작품 속 그림이 문장들을 더 눈에 담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이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상호대차를 신청해 두었다.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를 궁금하게 하는 책이다.
고정순 작가는? 작가가 궁금하면 인스타로 찾아가면 된다. 독자와 소통해 주는 고마운 작가는 자주 소식을 전해준다. 그래서 좋다. 올해가 가기 전 꼭 대면 미팅을 하고 싶다. 이 책 북토크가 어디였더라...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