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쓰는 의사 남궁인 전문의가 응급실 상황과 연혁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대문구 “에브리 데이” 인권강연
- 작가겸,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이 생각하는 인권이란? -
지난 16일 서대문 구청 6층 대강당에는 주민 300여 명이 모였다. 글 쓰는 의사 남궁인의 강의가 있었다. ㅇㅇ병원 남궁인은 임상의학과 임상 조교수 5년 차 전문의다. ‘만약은 없다’ , ‘지독한 하루’ 등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남 의사는 “저는 인권운동가는 아닙니다. 응급실에서 사람의 생명과 그 위급함을 보고 느낀 것을 전하고 의사가 생각하는 인권이 어떤 것인지를 말하겠습니다.”
“저희는 빨간 간판의 응급실에서 일합니다. 응급실은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지고 응급의학과 의사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전문과 의사가 올 때까지 2~4시간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를 케어하고 응급상황을 다룬다. 한국의 응급실은 1995년 선발되었고 1999년 전문(傳文)이 배출되어 20여 년 되었다.
이전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었다. 일반 내과, 외과 의사가 환자를 보는 정도였으나 현재는 1,500여 명의 전문의가 있다. 응급실은 사람의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곳이다. 많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뱀에 물리거나, 목을 매거나, 가스중독인 환자는 응급의학과 소속의 중환자실로 간다. 응급실에서 자신(환자)의 정보가 전산에 입력되는 순간 그 사람은 응급의학과 소속 환자가 된다. 접수하는 순간부터 그 책임은 의사에게 주어진다. 심근경색, 뇌졸중 등은 골든타임이 있는 질환으로 접수 시간부터 그 처치는 긴박하게 계산된다.
응급실 환자 담당 의사는 늘 환자의 명단과 증상을 확인하고 숙지한다. 응급실 환경은 세팅 한 상태에서도 계속 발전해야 할 방법을 찾고 모색한다. 같은 공간에도 환자의 이동 동선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조금 더 친절하고 안심시키는 문제 등을 연구하는 것도 응급의학과 의사의 몫이다.
▲ 중국인 부부의 싸움도 치열하다. 칼에 찔려 사경을 헤메던 남편이 중국어로 질문하던 내용은 “나는 이제 죽나요?” 였다.
119대원은 환자를 응급실로 싣고 온다. 119대원이 초반 응급처치를 잘했을 때는 환자의 생존율이 높다. 그러므로 의사는 소방서와 연계해서 119대원의 교육을 담당하기도 한다. 전국에서 환자는 1년에 1,000만여 명이 응급실을 찾는다. 레지던트도 1,000만 명이 넘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국에 1,500명 정도가 된다고 했다.
그는 의대생이면서 문학청년으로 교지에 글을 써내는 문예반 에이스(ace) 이었다. 의학서적에 시집을 들고 다니는 특이한 의대생이다. 본과 3학년 때 병원실습을 갔다. 책상에서 의학지식을 배우고 순 문학으로 글을 쓰려고 했던 그에게 병원의 실상은 충격이었다. 생명의 변방(邊方)에서 투쟁하는 사람들, 장기(臟器)를 만지고 꿰매는 의사들을 보게 되었다.
▲ 병원 현장은 생과 사의 치열함, 그 자체로 전쟁터와 같음을 느낀다. 거기서 의사는 감정에 젖어 있을수 없다.
▼ 수면제 복용으로 죽지않고 살아난 사람은 이렇게 고통이 심한줄 알았다면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결국 죽는다.
사망을 선고하는 의사,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 다치고, 고통스런 검사를 견뎌야 하는 환자들이 날마다 컨베여 벨트(Conveyor belt)처럼 돌아가는 상황이다. 병원에서 환자의 성별은 F(여자), M(남자)로 표시한다. 30대의 건강하고 예쁜 사람이 암(癌)으로 골수검사를 받고 생존율 2년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의사의 현실, 내가 본 환자의 암(癌) 조직을 현미경으로 보고 생존율 2년을 생각할 때는 눈물을 참을 수 없다.
환자의 고통이나 죽음을 일상의 일로 여기는 의사들의 냉담한 생활과 상황을 시로 남기고 싶었다. 그는 글을 쓸 것인지 의사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레지던트 4년의 생활을 이어갔다. 낮과 밤이 바뀌고 암(暗)막을 치고 자야만 하는 생활에서도 응급의학과 의사의 실태를 쓰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은 매일 일어났다.
▲ 남궁인 씨가 실습과정, 병원에서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암막을 치고 잠을 자는 상황을 설명.
▼ (왼쪽/남)자신을 119 대원이라고 소개한 주민이 질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여) 병원 측에서 불러준 119사용에 대해서 질문했다.
빙초산, 양잿물을 마시고 자살하는 환자는 하루에도 3~4명이다. 70대 할아버지가 전동차에 몸을 던져 두 다리를 잘려서 오는 경우, 40대 회사원이 사업실패로 수면제를 먹고 오는 것, 삶의 의지를 보여준 환자가 퇴원하고 나갔다가 7층에서 뛰어내려 머리가 부서져서 두 시간 만에 다시 오는 경우는 실로 참혹하다. “저는 글 쓰는 사람의 시선으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실들을 겪고 다지면서 미친 듯이 글을 썼습니다.”
남궁인의 글 『죽음에 관하여』 “우리는 이 생명이 얼기설기 위태롭게 엮인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이해하고서도 실은 우리는 어떤 죽음에 관해서도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죽음에 관하여 왈가왈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것이 타인과 어떤 관계에서든 아무도 가볍게 올려서는 안 된다…(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