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손대장은 장차 실시할 라이딩 코스에 대하여 항상 머리속에 그리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강원도 홍천군에 속한 응봉산(868m),대학산(876m), 발교산(998m)임도다. 원래는 덕적도, 굴업도를 1박2일간 다녀올까도 생각했었는데 산악 임도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산악 임도는 라이더들이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코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도는 노면이 거칠고 굴곡이 심한 난이도가 높은 코스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고 주의가 각별히 요구된다. 특히 한 여름철에 실시하는 산악 임도 라이딩은 탈진과 열사병이 우려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물과 간단한 음식(과일, 초콜릿 등), 약품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라이딩은 초행 길이고 생면강산(生面江山)이라 바이크 손대장은 인터넷 위성지도 검색을 통하여 지형연구를 철저히 한 후 코스를 선정하였다. '서울이 무섭다 하니까 남태령부터 긴다'는 속담처럼 새벽 일찍 숙기하고 밴에 탑승한 후 서울, 양양고속도로를 따라 동홍천 IC 방향으로 향하였다.
동홍천 IC에서 빠져나와 56번 국도를 타고 솔치재 터널을 지나 서석면 초원 기사식당에서 두부찌개로 아침식사를 하고 08시 20분에 부목재 임도 입구에 도착하였다. 부목재는 동면 속초리 방면에서 서석으로 이어지는 444번 지방도로 상의 고개로, MTB 코스 기점으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 약 600 m 인 부목재는 홍천군 동면 노천리와 서석면 어론리 경계를 이룬다. 응봉산이란 명칭이 전국적으로 많지만 홍천군 내에도 두개가 있다. 화촌면의 응봉산(868m)과 서석면, 내면의 응봉산(1,156m)이다. 화촌면 응봉산 주변에는 800m 이상 높은 고지군으로 울쑥불쑥한 천산만악(千山萬嶽)의 산봉우리들이 즐비하다.
응봉산 북서쪽에는 가리산(1050.7m), 서쪽에는 공작산(882.4m), 북동쪽에는 아미산(916m), 남쪽에는 대학산(876.4m), 발교산(998m),수리봉(959.6m) 등이 있다. 가리산 임도는 지난 해 다녀왔던 코스이다. 산악 임도는 부목재를 기점으로 응봉산과 대학산, 발교산으로 이어져 있다.
응봉산 37.7km, 대학산과 발교산 28.1km 이다. 오늘 라이딩 코스는 응봉산 북동쪽 코스는 생략하고 남서쪽 19km를 택하였으며, 대학산은 발교산 북서쪽 임도를 포함한 전 코스를 밟기로 하였다. 08시 25분에 부목재를 출발하여 바로 대학산 임도로 접어들었다.
하늘은 흐리며 해는 구름에 갇히고 날씨는 초가을 같이 선선하였다. 대학산은 한강기맥을 수리봉에서 오음산으로 이어주는 구름다리 역할를 한다. 한강기맥은 백두대간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비교적 큰 심산들을 두루 거친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까지 약 160여 km의 산줄기다.
대학산은 교통이 뚫리기 전까지는 홍천군 내에서도 오지중 오지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산꾼들이 공작산과 함께 인기있는 산으로 변하였다. 임도 따라 대학산을 오르게 되면 힘들이지 않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스겟소리도 있다. 임도는 대략 500m-600m(7부능선) 표고로 이루어져 있다.
대학산 임도는 초입부터 잡초들이 덤부렁 듬쑥하여 노면상태를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시작부터 내리막길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페달링을 하였지만 잡초들이 만만치 않았다. 자전거 체인에 잡초들이 끼어들어가고, 다리는 수풀에 스치어 핏자국이 선명하였다.
그리고 노면상태를 알 수 없어 맹인이 더듬거리듯 라이딩하는 기분이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질번한 사고가 여러번 있었다. 허리까지 자란 무성한 잡초들과 전투하면서 달리다 보니 시야가 가려 눈이 피로하고, 잔뜩 긴장하여 손목과 어깨, 목이 아플 정도였다.
약 7km 쯤 가면 가랫골 임도사거리가 나온다. 비교적 넓은 공터로 산악감시 초소가 있으며, 가랫골, 구세턱골, 화방재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숨고르면서 카보로딩(carbo hydrate loading)을 위한 연양갱과 꿀물을 들이켰다.
여기서 부터 가랫골, 어울목 방향 7.5km 구간은 업다운이 계속적으로 반복된다. 잡초들이 무성하게 우거지다 보니 독사, 살쾡이가 지나가는 광경을 목도하고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였다. 스머프 차는 번개처럼 달려든 벌떼들에게 쏘여 모기,진드기 뿌리는 약으로 응급조치 하였다.
가랫골에서 어울목까지는 유전자 보호구역으로 태고의 원시림이 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생태 보전지역이다. 그러다보니 뱀이 나오고 살쾡이가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인적이 드믄 적막한 구절양장(九折羊腸)의 임도는 들리는 것은 오직 산새들과 매미 울음소리, 두바퀴 굴러가는 소리 뿐이다.
마치 속진을 피하여 깊은 산속의 절간에 들어와 이신양성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소삼한 초목 숲 사이로 보이는 유유창천은 손에 잡힐듯 하고 흘러가는 구름은 마치 바다의 물결처럼 보인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소가 푸주에 들어가듯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자연은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가라고 손짓한다. 무성한 초목의 녹음은 청량한 공기와 시원한 에어컨을 선사하여 홍건히 적신 땀방울을 닦아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임도 커브길을 돌자 양지바른 곳에서 탐스럽게 핀 자주색 칡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모양이 나비 모습과 비슷한 예쁜 꽃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에 담았다. 칡은 다년생 식물로 8월이면 꽃이 피기 시작하고 9-10월에 열매를 맺는다. 칡은 숙취 해소에 좋고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해 갱년기 여성의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칡꽃과 팥꽃을 같은 양으로 가루내어 먹으면 술을 마셔도 취할줄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사타구니에 습이 많으면 모든 정력 기관이 망가지고 정액 배출이 안되기 때문에 칡순과 칡꽃이 영약이라고 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깊은 계곡과 첩첩산중 뿐이다.
12 km 정도 가면 쉼터가 나온다. 긴 나무의자로 3개가 가로 놓여있다. 그리고 옆에는 시원한 계곡 물이 흐른다. 계곡속에 들어가 심호흡하면서 사진촬영도 하였다. 고추잠자리들이 춤을 추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평화롭기만 하다. 약 14.5km 지점 부터는 어울목을 지나 대각정사까지는 급경사 커브 내리막길 이다.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커브길 내리막이다. 이곳에서 대부분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급경사 내리막 일때는 파밭 밟듯 석신명(惜身命)이 우선이다. 스머프 차는 자갈밭 임도 급경사 내리막길 일때는 끌바하면서 내려간다. 아직 신출내기로 숙달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교산 대각정사에 들러 사진촬영도 하고 긴 호흡을 하였다. 대각정사는 조계종에 속한 절로 2011년 가을에 준공하였으며,아담하고 산뜻해 보였다. 대각정사에서 늘목재까지는 휘어진 급경사 오르막 약 1,2 km 이다. 기진맥진하면서 가까스로 고개 정상에 도착하였는데 풀석 주저앉고 말았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마치 죽음의 길과 같았다. 바이크 손대장은 몹시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다른 음식은 거절하고 꿀물만 연거푸 들이킨다. 늘목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산이 발교산(998m)이며, 화방 마을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덕치천 중앙교에서 임도는 끝나고 406번 도로를 타고 화방재까지 2 km를 가야 한다. 화방재에서 다시 임도가 시작된다. 화방재는 한강기맥이 통과하는 지점으로 오음산(930m)으로 이어진다. 화방재 입구부터 가랫골 임도사거리까지 약 4 km는 계속 오르막길 이다.
잡초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어 페달링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지치고 힘이 들어 자주 쉬면서 내달렸다. 가랫골 임도사거리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구세턱골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구세턱골 방향 임도 3 km 구간은 급경사 내리막길이라 조심조심 내달렸다.
444번 지방도로와 만나고 대학산 임도가 끝나는 지점이다. 대략 30 km를 뛴 거리로 오후 3시경 이었다. 6시간 35분 동안 시속 4,5km로 달린 셈이다. 밴에 탑승하고 응봉산 임도 입구로 가려고 하였으나, 밴차량이 갑작스럽게 시동이 걸리지 않아 더 이상 라이딩하기가 곤란하였다.
밴 차량 기사는 미안한 듯 연신 얼굴을 붉혔다. 응봉산 라이딩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차량부터 정비하기로 하였다. 홍천시내 정비업소에 가서 조사한 결과 밧데리가 문제였다. 정비업소 사장님이 우리들을 보고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고 칭찬한다.
나이가 지긋한 70대가 험한 임도 라이딩을 했다는 것에 대한 놀랍고도 존경의 표시이기도 하다.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산악 임도 라이딩은 언감생심이다. 힘이 지칠대로 지쳤지만 대학산,발교산 임도를 완주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서울로 가는길에 음식점에 들러 점심식사 하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홍천군 하오안리에 자리한 홍천 대가화로구이 식당에서 고추 돼지고기 삽겹살구이에 메밀 막국수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돼지고기 삽겹살 화로구이는 쫀득쫀득하면서도 매운 맛이 톡 쏘는 별미였다. 메밀 막국수는 강원도 향토음식의 하나이다. 본 고장이 평창군 봉평면이다.
봉평은 메밀로 유명한 곳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무대이며 이효석이 태어나 자란 곳 이기도 하다. 강원도는 고원지대로 메밀의 생육조건에 적합하여 다른 지방보다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단백질이 풍부하여 영양가가 높고 독특하고 시원한 맛이 있어 여름철 별미로 인기가 높다.
음주 후에 막국수를 먹으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메밀에는 루틴 함량이 많아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주고,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 등의 혈관손상을 예방해 주는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메밀은 당지수(GI)가 낮은 대표적인 음식으로 당뇨와 비만 예방에 웰빙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응봉산 남서쪽 라이딩을 하고 조가터에서 종료하도록 되어 있는데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똥 누고 밑 아니 씻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바이크 손대장은 아쉬움을 달래면서 응봉산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응봉산에서 라이딩할 날이 꼭 오기를 바란다.
대학산, 발교산 임도 라이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무성한 잡초를 만나 혼쭐이 난 고난의 길이었지만 사고없이 대미를 장식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그리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멋진 추억을 만들어준 바이크 손대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오늘 라이딩의 사자성어(四字成語)는 '악전고투(惡戰苦鬪)', '고진감래(苦盡甘來)'다. 성동고 16회 바이콜릭스(Bikeholics) 브라보!
시작부터 길이 보이지 않는 원시림
뒤에 보이는 응봉산
바위에 칡꽃이 핀 임도
칡꽃
뒤로보이는 대학산
임도사거리
칡꽃을 배경으로
여울목
발교산 대각정사
늘목재 오르는길
뒤로보이는 발교산, 늘목재 정상
중앙교 (406번 도로)
화방재 업힐
화방재 정상
구새턱골 가는길
멀리보이는 응봉산 (임도4거리에서)
다시 돌아온 임도 4거리
임도 4거리에서 다운힐(구세턱골 가는길)
고장난 밴을 수리하는 자동차 정비소
화로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