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6년도 저물어간다...
마침, 년말 년시가 공휴일인데 이 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여러가지로 생각해본다.
무박으로 진행하는 일출 산행으로 정동진 궤방산도 있고, 말일날의 당일 산행으로 국망봉 산행이 있는데, 여러가지로 갈등하다가 홀로 설악에 들어가기로 한다.
설악산은 고향 산이라서라기보다 그 자체로서 남한의 산 중에서는 가장 거칠고 남성적이며 위엄이 있는 산으로서 상대적으로 서울에서 접근 시간이 짧으므로 자주 찾게 된다. 생각해보면, 서울에 이사와서 근처에 정착하게 되어 지금까지 살고 있는 관악산 다음으로 많이 찾은 산인 것 같다. 그런 연유로 한 겨울에도 겨울 설악이 보고 싶어서 가끔 혼자서 설악을 넘고는 한다. 최근 홀로 겨울에 설악을 넘은 것이 2013년이니 오래 되기도 하여 설악으로 결정한다.
이제 설악을 다녀올 수단이 문제인데,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무박으로 다녀오면 비용면에서 조금 저렴하겠지만, 사실상 잠을 자지 못하고 긴거리를 걷게 되니 많이 피곤하여 자유롭게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구체적인 교통편은 설악으로 갈 때는 구의터미널에서 아침 첫 차 (6시 30분)를 타고 들어가서 오색에서 하차하여 설악을 넘어서 천불동계곡을 거쳐서 설악동으로 하산하여 시내버스를 타고서 속초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좋은 것은 속초에서 고속버스가 밤 11시까지도 있으니 당일이지만 설악에서 자유롭게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산행일 3일전부터 기온이 급강하하여 서울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내려가지만 다행히 토요일은 영하 2도로 많이 올라간단다. 그래도 설악산 정상은 낮에도 영하 6도에 이른다.
드디어 12월 31일(토) 당일인 되서 새벽 일찍 일어나, 산행 준비를 마친 후에 집에서 나와서 전철 첫차를 타려고 하였는데, 코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10여분 후에 두번째 전철을 타고 강변역에 내리니 6시 15분경, 터미널에서 미리 예약해놓은 차표를 자동발매기에서 받아서 버스에 오르고 버스는 6시 30분에 정확히 출발한다.
원래 버스회사의 설명에는 오색까지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고 되어있는데, 아침이라 도로 사정도 좋아서 정체도 없는데, 중간이 인제와 원통에서 잠시 쉬고는 다시 달려서 설악산 한계령에 오른다. 한계령에서 기사가 버스를 세우는데, 하차하는 산객이 하나도 없다. 버스 기사는 한계령에서 많이 내리는데 왜 오늘은 한 사람도 내리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이유는 몇일 전 수요일에 내린 대설 때문에 설악의 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이 통제되었기 때문에 한계령에서 들어가는 산객이 없는 것이다.
다시 버스는 한계령길을 따라서 잠시 내려가 오색탐방센터 앞에 정차한다. 이젼에는 버스가 오색탐방센터 앞에서 세워주지 않고 오색약수 주차장 앞의 시외버스 정거장에 정차하여 오색탐방센터까지 다시 걸어올라와야 했었지만, 이제는 정상적으로 오색탐방센터 정류소가 생긴 것이다. 오색에서 하차하니 예상 시간보다는 조금 늦은 9시 10분 정도. 오색탐방센터의 데크에서 천천히 산행 준비를 마치고는 산행을 시작한다 (9시 20분).
설악지역에 대설이 몇 번 왔지만, 오색탐방센터의 고도에는 잔설이 남은 정도로 눈은 별로 없다.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옅은 흰구름이 간간이 흘러가는 쾌청한 날씨다. 오색 정류소에서는 나를 비롯한 여러 산객들이 하차하였는데, 모두들 산행 준비를 마치고는 뿔뿔이 산행을 시작한다. 등로를 따라서 정상쪽으로 올라감에 따라서 적설량이 깊어진다. 오색코스는 9부 능선 정도는 올라가야 남으로 조망이 열리기 때문에 천천히 앞만 바라보며 올라간다. 얼마를 올랐을까. 6부 내지 7부 능선 정도에 올랐을 때 뒤를 돌아보니 남쪽 나무 사이로 파란하늘이 열리는데 유난히도 하늘이 파랗고 태양과 하얀 조각구름이 신비스럽게 걸려 있다. 사진을 몇 장 담고는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서 바람도 거세진다. 바람이 막히는 경사면에서는 산행하기 적당하지만 바람이 닿는 샛능선에 오르면 상당히 추워진다.
드디어 정상을 100여미터 앞 둔 지점의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등로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정상에서의 바람맞이 준비를 위해 옷가지와 바람쟈켓 그리고 버프까지 꺼내서 바람추위에 단단히 대비한다. 정상의 바람맞이 준비를 마치고는 정상에 올라서니 바람이 세차다 (12시 50분). 그런데 정상 전까지는 구름이 없었는데, 정상에 올라서니 공교롭게 그 무렵에 구름들이 지나간다. 정상석 뒤의 바위 밑에서 바람을 피해가며 구름이 걷히는 순간마다 주위의 경치를 카메라에 담는데, 움직이지 않고 서서 있으니 금새 손끝이 시려온다. 이렇게 정상에서 구름이 걷히는 순간마다 주위 경치를 담느라 몇 십분을 소요하고는 중청 대피소를 내려갈 때야 구름이 거의 걷힌다. 천천히 걸어내려가면서 맑아진 시야를 통해 설악의 거친 속살들을 담는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시간은 1시 25분. 2016년 말일의 토요일이지만 추운 겨울 날씨라서 중청대피소에도 산객들은 몇 명 안된다. 대피소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지하의 취사장으로 내려가는 복도에 자리를 잡는다. 바람을 막아주고 햇볕이 들어오니 상대적으로 대피소 안은 아늑하다. 복도에 의자를 펼치고 앉아서 준비해온 중식 먹거리로 혼자만의 중식 시간을 갖는다......
중식시간으로 40분 정도 쉬다가는 다시 배낭을 메고서 중청대피소를 빠져나온다 (2시 5분). 중청대피소에서 중청봉의 북사면을 돌아서 소청 내려가는 샛능선에 올라서니 다시 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하지만 구름이 걷히고 시야가 맑으니 눈 아래로 용아장성과 내설악의 풍광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이 곳에 서니 내설악과 외설악의 풍광이 눈에 다 들어오니 중청봉부터 우측으로 돌면서 용아장성, 공룡능선, 천불동을 거쳐서 대청봉까지 파노라마 사진으로 담아본다. 능선을 따라서 조금 더 내려오니 소청 삼거리에 이르고 (2시 30분), 여기서 희운각대피소쪽으로 하산한다. 겨울철에는 이 소청삼거리부터 희운각대피소까지의 등로를 따라서 내려가기가 제일 불편하다. 경사는 급한데 많은 눈이 응달이라서 많은 눈이 쌓여 있고 그 깊은 눈으로 누군가 미끄럼을 타고 내려간 까닭에 마치 봅슬레이 경기장처럼 고랑이 깊게 파여져 걸어 내려가기가 편치않다. 올해 몇 번의 대설이 왔다지만 아직은 초겨울이라서 생각보다는 적설량이 많지는 않다. 미끄럼을 타듯이 눈길을 따라서 내려오다보니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한다 (3시 20분).
희운각 대피소에서 잠시 쉬면서 앞으로 천불동 코스는 바람이 없고 상대적으로 덜 추울테니 쟈켓과 겉옷을 벗어서 배낭 속에 넣고서는 무너미고개를 거쳐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간다. 이번 같은 산행코스로 진행하게 되면 언제나 천불동 계곡에 들어서면 천불동 계곡에 그늘이 깔려서 사진 담기는 좋지 않게 되는데, 이번은 12월이라 낮시간도 짧아서 천불동의 응달은 더욱 일찍 깔리게 되니 천불동의 경치를 담기는 좋지 않다. 그래도 천불동 계곡을 따라서 내려오면서 주위의 근사한 계곡 풍광을 담아가며 내려오다 보니 양폭대피소가 나타난다 (4시 5분).
양폭대피소를 지나서 내려옴에 따라서 적설량은 점점 적어지고 주위가 어슴프레 어두어져간다. 얼마를 걸었을까 비선대에 이르고 (5시 10분), 비선대부터 좋아진 등로를 따라서 내려가니 어둠이 제법 내려와 앉는다. 비선대에서 40분을 걸어내려가니 소공원이 나타나고 (5시 50분), 이곳의 화장실에 들어가서 웃옷을 벗고는 찬물로 얼굴과 머리를 감고 물수건으로 상체의 땀을 간단히 닦아내고 새 옷을 갈아 입고는 오랜 만의 겨울 설악산행을 정리한다....
구글포토스 사진 구경하기 ---> https://goo.gl/photos/aSHbVwDfrhGQR2tv9
산행시작: 9시 20분
산행종료: 5시 50분
산행거리: 15.1 km
산행시간: 8시간 30분
최고고도: 1710 m
최저고도: 185 m (오색 고도: 약 450 m)
평균속도: 1.8 km/h
대청에서 조금 내려가다가 서서, 중청부터 외설악방향으로 대청까지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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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청대피소에서 나와서 소청쪽으로 조금 이동하다가 서서 담아본 파노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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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으로 내려가는 능선에 서서 중청에서 용아장성, 공룡능선, 천불동을 거쳐서 대청까지 거의 270도 회전하면서 담은 파노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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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트랙 파일:
설악산(오색-대청-희운각-비선대-설악동) 2016-12-31.gpx
설악산(오색-대청-희운각-비선대-설악동) 2016-12-31.kml
첫댓글 혼자만의 설악산행~
눈과 얼음으로 뒤덮힌 설악산이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건 왜 일까요?
아마도 그건 혼자만의 산행이라 산우님들이 없기에 그러지 않을까요.
포천 국망봉은 시야가 흐려 제대로 된 조망을 볼 수 없었는데
설악산은 맑은 날이였나 봅니다.
파란하늘이 넘 좋네요.
올 핸 쓸쓸하게 혼자만의 산행은 잠시 접어두고 여러산우님들과 함께하는 시끌벅적한 산행을 하자구요.
물뫼님 설악산 구석구석 잘 담아오셔서 잘 보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셔요~~~
엠티 카페의 한줄 인사던지 산행사진 댓글이라던지 그 글 수가 탑을 달리시고 산행 회수도 가장 많으실 듯 한 정열의 언제나님.. 년말에는 엠티 사장님이 이런 분에게 작은 상이라도 드려야 할 듯 한데요. ^ ^
국망봉 산행은 마지막 산행의 의미가 있지만, 좋으시고 능력 있는 회원분들도 많으시고 하여 이럴 때 바람 쐬고 오자 하여 홀로 다녀왔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함산하면서 그 귀여운 코맹맹이 목소리 계속 듣고 싶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우!!!!
자세한 설명과 함께 보지 못했던 멋진
겨울 설악의 비경을 보여주신 물뫼님!
정유년 새해에는 만복을 받으소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__^*
어 ? 한국에 계셨어요? 년말인데도 하도 조용하기에 해외 여행이라도 가셨나 궁금했었는데요. ㅎㅎ.
최근 얼마간 산에서 뵙지 못하였지만, 엠티에서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태풍님의 역할이 탄탄합니다..
새해에는 불편하신 무릎 문제 훌훌 털고 자유롭고 즐겁게 산행하는 기회 많기를 빌겠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설악 갈 때 가는 방법으로 가셨군요.
저는 봉정암에서 잔답니다.ㅋ
옛 생각하며 보고 갑니다.
오호 ! 우두커니님이 설악산도 가보셨군요. ㅎㅎ.
백담사에서 시작하여 봉정암 거쳐서 대청봉에 오르신 듯..
새해에도 많은 산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 만들기 바라며, 체력도 많이 향상되어 고산에 관계 없이 여유 있게 산행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설악은 장거리라 아직 엄두가 나질 않아 못 가봤는데 물뫼님 덕뿐에 미리 가봅니다..
대청봉에 칼바람이 엄청낫던 모양입니다..철저히 방풍대비를 하셔서 그런지
복장이 에베레스트(무산소등정)에 오르신 듯 합니다..^^ 장갑끼셨어도 손 무지 시리셨을 듯..
칼핀의 화면에 거칠은 설악을 담아내시니 정말 생생하군요..즐감 하고 갑니다..^^
결국은 산에서 얼굴 한번 못뵙고 2016년이 지나가게 되네요...
예 겨울산은 무엇보다도 바람이 가장 무섭지요. 청명한 날씨였지만 대청의 바람은 늘 그렇듯이 강하였습니다.
날씨가 좋았대서 설악의 모습들이 시원스럽죠? ^ ^
올해에는 1월 내로 산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시간 많이 가지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