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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23세의 회칙 '어머니요 스승'(1961)
성좌와 화해하고 결합하는,
나의 경애하는 형제들인 주교들에게
그리고 가톨릭 세계의 모든 성직자와 신자들에게,
경애하는 형제들과 아들들이여,
건강과 교황 강복을!
머리말
1. 교회의 사명 : 어머니와 스승
만민의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인 가톨릭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이래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두고 그 사랑의 품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높은 생명의 충만함과 구원의 보장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왔다. "진리의 기둥이요 기초"(1티모 3,15)인 이 교회에 가장 거룩하신 그 창설자께서는 자녀를 낳아서 가르치는 두 가지 사명을 맡기셨으며, 교회는 어머니다운 마음으로 개인들과 국민들의 생명을 보살펴 왔고, 또한 스승다운 배려로 그 생명의 존엄성을 지도해 왔다.
2. 인간 구원의 길잡이인 교회
교회는 세상과 하느님 나라, 지상과 천상을 결합시키기 위하여, 정신과 물질, 지성과 의지의 결합체인 인간의 마음을 지상의 변화하는 조건으로부터 끊임없는 행복과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 올리도록 인도하는 길잡이이다.
3. 길잡이의 임무 : 시대 상황에 육화함
이처럼 가톨릭 교회는 사람들의 영혼을 성화하여 초월적인 질서의 선에 참여하도록 하는 특별한 사명을 받고 있으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또한 사람들이 영위하는 일상생활의 필요에 대해서도 깊은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다만 생명의 물질적 조건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문명의 경제적 조건까지를 다 포함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사람이 되어 오셨듯이 교회도 이 시대의 상황에 육화해야 하는 것이다.
4. 교회의 길잡이이신 그리스도
이 행동에 있어서 교회는 창설자이신 그리스도의 명령을 봉행하고 있는 것이니, 그분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라 하시고, 또 "나는 이 세상의 빛"(요한 8,12)이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주로 인간의 영원한 구원에 뜻을 두고 하신 말씀이지만, 다른 때에는 굶주린 군중을 보시고 측은한 마음으로 "이 많은 사람들이 벌써 사흘이나 나와 함께 지냈는데 이제 먹을 것이 없으니 참 보기에 안 됐다."(마르 8,2)고 탄식하심은 또한 사람들의 지상적 요구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신 것이다. 거룩하신 구세주께서는 이 관심을, 다만 말씀으로만 나타내신 것이 아니라 일생의 행동으로서도 나타내셨으니, 그분은 군중의 굶주림을 덜기 위하여 여러 차례 기적으로 빵을 많게 하셨다.
5. 생명의 빵
육체의 영양을 위하여 주어진 이 빵을 통하여, 예수께서는 수난 전야에 인류에게 영혼의 천상 양식을 주시기로 예고하셨다. 바로 구세주이신 그분이 인류를 위한 '생명의 빵'이셨다.
6. 사회 교리와 사회 활동은 사랑의 가르침과 실천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하여, 옛날 부제 제도로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2천 년 동안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과 너그러운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사랑을 말과 행동 이 두 가지로 주라는 계명을 오묘한 방법으로 조화시켜 왔으니, 이것이 교회의 사회 교리와 사회 활동이다.
7. 불멸의 회칙 '새로운 사태'
여러 시대를 통하여 교회가 행해 온 이 사회 교리와 사회 활동의 뚜렷한 사례는 틀림없이 불멸의 회칙 '새로운 사태'이며, 이는 나의 선임자 레오 13세가 이미 70년 전에 가난한 노동자의 문제를 복음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원리를 선포하신 것이다.
8. 교회 활동의 새로운 길을 열다
실제로 교황 레오 13세의 지시와 호소로 교회 활동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레오 교황은 비천하고 억눌린 사람들의 고달픔과 부르짖음과 애타는 고통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삼으면서, 다시 한 번 저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보호자 노릇을 하고자 하였다.
9. 회칙 '새로운 사태'의 영향력
그 뒤 70년이 지난 오늘날에 있어서도 '새로운 사태' 회칙의 힘은 레오 13세를 계승한 후임 교황들의 문헌 가운데 아직도 작용하고 있고, 여러 교황들은 사회 교리를 가르칠 때마다 항상 '새로운 사태' 회칙으로 돌아가, 때로는 거기서 영감을 받고, 때로는 그 내용을 적용하도록 명시함으로써 가톨릭 활동에 대한 자극을 거기서 구해 왔다. 또한 '새로운 사태' 회칙의 힘은 여러 나라들의 입법 사례에서도 작용하고 있다. 이는 이 위대한 회칙에 포함되어 있는 확고한 기반을 가진 원리와 역사적인 지시와 가부(慈父)적인 호소가 오늘날까지도 그 가치를 지니고 있고 또한 새롭고도 중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오늘날 나타나는 사회 문제의 본질과 범위를 판단하게 되고 그에 대한 각자의 책임을 자각하게 되고 있는 것이다.
제1부 '새로운 사태' 회칙과 그 적용
- 레오 13세부터 비오 12세까지
10. 회칙 '새로운 사태' 시대의 어두움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는 급진적인 변화와 고조된 대립과 격렬한 반항의 시절에 나왔다. 그 시대가 던진 어두움은 우리로 하여금 그 가르침이 비추는 빛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해 준다.
11. 어두움의 실체 : 자본주의
잘 아는 바와 같이, 그 시대에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가장 크게 실천되어 온 경제 체제의 관념은, 경제 활동의 유일한 동기가 개인적 이득에 있다는 것으로서, 경제 활동과 도덕 사이의 관계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었다. 경제적 요인 사이의 관계를 규정ㅎ사는 최고의 법칙은 무제한의 자유 경쟁이라는 것이었다. 자본에 대한 이자, 물자와 봉사의 대가, 이윤과 임금 등이 오로지 시장의 법칙에 의하여 기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국가는 경제 분야에 일체의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동 조합은 여러 나라의 형편에 따라 금지되기도 하고 허용되기도 하며 사법적인 법인체로 인정되기도 했다.
12. 어두움이 가져온 혼란
이렇게 구성된 경제 질서에 있어서는 최강자의 법이 이론적 근거로 완전히 정당화되고, 실제로 사람들 사이의 구체적 관계를 지배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경제 질서는 극단적인 혼란을 가져왔다.
13. 어두움의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고통
한편으로 거대한 재산이 소수의 수중에 쌓여갈 때 노동 계급은 점점 더 심한 곤궁 상태로 몰려감을 깨달았다. 임금은 불충분했거나 굶주림을 참기 어려운 것이었고, 육체적 건강, 도덕적 행위, 종교적 신앙 등은 도무지 무시되었다. 무엇보다도 비인도적인 노동 조건은 어린이들과 부녀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실업의 유령은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서 가족은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14. 어두움에 대한 반발
이렇게 되니, 노동 계급에는 굉장한 불만이 생겨서 반항과 폭동의 정신이 침투되고 강화되어 가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로 말미암아 노동 계급 안에서, 고쳐야 할 해악보다도 더 나쁜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극단론자들의 이론이 굉장히 인기를 끌게 되었다.
15. 시대의 어두움을 비추는 빛, '새로운 사태' 회칙
이와 같은 어려운 고비에 교황 레오 13세는 사람의 본성 그 자체에 기초를 두고 복음의 원리와 정신을 살리는 사회 회칙을 반포하였고, 그 회칙은 반포되는 그날로 응당 있을 수 있는 약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찬양과 열성을 일으켰다. 이는 물론 교황의 사도직이 지상적 관심사의 분야로 내려와 궁핍한 사람들을 변호하러 나선 최초의 일은 아니었다. 레오 13세의 다른 회칙들이 이미 그 길을 열었으나, 이들 회칙에서 나타난 여러 원리들을 유기적으로 종합한 '새로운 사태' 회칙은 참으로 넓은 역사의 전망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경제 사회 분야에 있어서 가톨릭 사상을 요약해 놓은 문헌이 되었다.
16. 레오 교황의 용기
이러한 일에는 모험이 뒤따라야만 했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교회가 사회 문제에 관여하려면, 가난한 이들에게는 참을성을 설교하고 부유한 이들에게는 너그러움을 찬양하는, 그런 일에만 관여하라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레오 교황은 사회 문제에 관한 가톨릭 교리를 제시하는 첫 머리에서 엄숙히, "나는 교황에게 맡겨진 사도적 권리로 분명하게 그리고 확신을 갖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하는 이 빈부격차 문제를 밝히고자 한다. 종교와 교회의 도움 없이는 이 문제의 진정한 해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새로운 사태, 24항)이라고 선언하며, 가난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선포하고 옹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7. 경제 질서의 재건 원리 : 회칙 '새로운 사태'
교황 레오 13세가 뚜렷한 권위와 명철함으로 가지고 상세히 설명한 그 근본 원리들은, 인류 사회의 경제 사회 질서를 재건하는 기준으로서 경애하는 형제들에게 잘 알려진 것들이다.
18,. '새로운 사태' 회칙의 근본 원리 :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 인격의 표현이다
그 근본 원리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앞선 관심사는, 노동이 단지 팔고 사는 상품이 아니라 인격의 표현으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절대 다수 사람들에게 있어서 노동은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근원이며, 그렇기 때문에 노동의 보수는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의 힘에 맡겨둘 수 없고 정의와 공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비록 노동 계약이 쌍방의 자유로운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 원칙을 크게 해치는 것이 될 것이다.
19. 사유재산의 인격적 권리와 사회적 의무
사유재산은 생산재까지를 포함하여 국가가 억압할 수 없는 자연권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사유재산의 사회적 기능도 들어 있으며, 따라서 사유재산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함과 동시에 이웃의 이익을 위해서도 사용되어야 하는 수단이다.
20. 국가 공권력의 의무 : 공동선 실현
국가 공권력은 그 존재 이유가 세속적 질서 안에서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에, 경제 질서로부터 초연해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물질적 복리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생산을 증가시키는 데 나서야 하며, 생산된 "그 물질을 사용하는 것은 덕행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것"(토마스 아퀴나스, De regimine Principum, I.15)이고, 정부는 또한 모든 국민의 권리, 특히 노동자, 부녀자, 어린이들과 같은 약자의 권리를 보살펴주기 위하여 나서야 한다. 정부는 또한 노동자의 생활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이바지해야 할 불가피한 과업을 가지고 있다.
21. 국가 공권력의 의무 : 노동 환경 속에서의 인간 존엄성 보호
또 한 가지, 국가 공권력은 노동 관계를 정의와 공평의 원리에 따라서 규정하고, 노동 환경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육체에서나 영혼에서나 침해당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 점에 관해서 회칙 '새로운 사태'가 자극을 주었기 때문에 현대 국가들과 사회 입법이 마련되어 왔고, 이는 비오 11세 교황이 이미 회칙 '사십 주년'(12항)에서 밝힌 바와 같이 새롭고도 가장 바람직한 법률 분야의 하나인 노동법의 발생과 발전에 유효한 공헌을 하였다.
22. 자발저으로 조직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
회칙 '새로운 사태'에서는 노동자들만으로나 또는 노동자들과 사용자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집단의 권리가 정당하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합법적인 경제적 직업적 이익을 달성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단체를 조직할 권리와, 또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조직 내부에서 자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도 정당하다고 선언하였다.
23. 자유 경쟁이나 계급 투쟁이 아니라 상호 협력을!
노동자와 고용주는 인간의 단결과 복음적 사랑의 영감 아래서 그들의 상호 관계를 규정해야 할 것이니, 자본주의의 자유 경쟁이나 사회주의의 계급 투쟁은 복음 정신과 상반되는 것이다.
24. 건전한 경제 사회 질서를 위한 기본 원리
경애하는 형제들이여, 회칙 '새로운 사태'가 선언한 이러한 원리들이 건전한 경제 사회 질서를 건설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리들이다.
25. 이 원리를 실천하기 위한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유능한 재능을 가진 가톨릭 신자들이 회칙 '새로운 사태'의 호소에 호응하여 이 원리를 실천하기 위한 많은 활동을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슷한 종류의 객관적 필요에 움직여 세계 각국의 선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행동하려는 감동을 받았다.
26. 회칙 '새로운 사태'는 경제 사회 재건의 대헌장
이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회칙 '새로운 사태'는, 현재의 경제 사회 질서를 재건하기 위한 '대헌장'(사십 주년, 16항)이라고 인정되어 왔다.
27. 회칙 '새로운 사태' 반포 40주년을 기념하는 회칙
비오 11세 교황은 회칙 '새로운 사태'가 반포된지 40주년을 기념하여 또 하나의 장엄한 문헌인 회칙 '사십 주년'을 반포하였다.
28. 회칙 '새로운 사태'의 확인과 재해석
비오 교황은 회칙 '사십 주년'에서 인류를 괴롭히는 긴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하여 공헌한 교회의 권리와 의무를 확인하였다. 그는 레오 교황의 기본 원리와 시대의 징표가 역사적으로 지시하는 표지들을 확인하고, 그 가르침 중에 신자들 사이에서도 약간의 의문이 일어나고 있던 몇 가지 점들을 더욱 명백히 함으로써 그 시대의 변화된 조건에 알맞는 그리스도교 사회 사상을 재형성하였다.
29. 의문점들
그때에 일어난 의문점들은 특히 사유재산 소유권, 임금 그리고 온건 사회주의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태도에 관한 것 등이었다.
30. 사유재산 소유권의 사회적 의무를 확인하다
사유재산 소유권에 대해서 비오 교황은 그 자연법적 특성(인격적 권리)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사회적 기능(사회적 의무)을 강조하였다.
31. 적정한 임금의 기준과 조건을 밝히다
임금 제도에 관해서 비오 교황은 그 제도 자체가 본질적으로 정의에 어긋난다는 견해를 배격함과 동시에, 가끔 나타나는 비인도적인 불공평한 행태를 단죄하면서 정의와 공평의 원리에 따른 적정한 임금 기준의 조건을 확대하여 가르쳤다.
32. 노동자들을 소유, 관리, 이윤 배당에 참여시켜야 한다
다만 노동 계약을 서로 대립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노동력을 상품처럼 팔고 사는 매매 계약으로서가 아니라, 서로가 함께 기업을 경영해 나가기 위한 협동 계약적인 요소로 점차 수정해 나가는 것이 현재의 형편으로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노동자들이 소유, 관리, 이윤 배당에 참여할 수 있도록"(사십 주년, 30항) 하는 수정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것이 자유 경쟁과 계급 투쟁의 폐해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방향이다.
33. 노동의 사회성과 인격성을 강조하다
비오 교황의 가르침 가운데 교리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의 인격적 성격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성격까지 고려되어야만 노동은 공정하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며 엄격한 정의에 따른 적정 보수도 받을 수 있다."(사십 주년, 31항)는 점이다. 따라서 비오 교황은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정의가 요구하는 바는, 첫째 노동자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야 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둘째 그들이 일하고 있는 기업의 형편과, 셋째 공동선의 요구를 다 같이 고려해야 한다."(사십 주년, 32.34항)고 선언하였다.
34. 과격한 공산주의와 온건한 사회주의에 대한 단죄
공산주의와 그리스도교와의 대립은 근본적인 것이지만 온건한 사회주의도 지지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그 이유는 사회주의적 인간관은 현세에 국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사회 경제적 복리에 최고 목표를 두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생산만을 전 목적으로 삼는 사회 구조 형태를 주장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에 중대한 손실을 가져오거나 또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진정한 사회 권위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35, 자유 경쟁 정신의 파멸
비오 11세 교황은 회칙 '새로운 사태'가 반포된 이후 40년 동안 역사적 조건이 심각하게 변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우선 자유 경쟁 정신은 자체의 논리적 모순으로 말미암아 거의 파멸로 끝나고 말았다. 사실상 자유 경쟁은 소수의 수중에 거대한 부를 축적시켰으며 그에 따른 경제력을 집중시켰다. 그 소수의 사람들도 "투자된 자본의 소유주가 아니라, 대개는 보관자나 관리인으로서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그 자본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사십 주년, 41항)
36. 자본주의의 개인주의 정신은 무자비한 독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비오 11세 교황이 똑바로 지적한 것과 같이 "자본주의의 개인주의 정신은 자유 경쟁을 내세웠으나 자유 경쟁은 그 자체의 모순으로 자멸하였고 경제적 독점으로 변질되었다. 개인주의 정신의 최종 결과는 무자비한 독점이었다. 이윤 추구의 욕망은 고삐 풀린 지배의 야망으로 이어졌고, 전체 경제 생활은 무서울 정도로 다루기 힘들고 무정하고 가혹해졌다."(사십 주년, 42항) 이리하여 공적 권위가 집단의 이익 앞에 종속되게 되었고 황금이 국제적 헤게모니를 쥐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37. 도덕의 혁신과 구조의 개혁으로 경제 질서를 재건하라
이와 같은 사태를 시정하기 위한 근본 원리로서 교황 비오 11세는 경제 질서를 도덕 질서 안에 재건하여 공동선의 테두리 안에서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찾으라고 가르쳤다. 그 가르침에 의하면, 첫째로 국가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 성원의 창의성에 의하여 경제적 직업적 목적 달성을 위한 자주성을 가지는 중간 단체의 재조직을 통하여 사회 생활을 재건하자고 가르쳤다. 둘째로, 모든 사람들의 공동선을 증진시켜야 하는 국가 공권력의 의무를 다시 회복하자는 것을 가르쳤다. 셋째로는, 세계적인 면에서 경제 사항에 관한 각국간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다.
38. 회칙 '사십 주년'의 근본 요점 ⓵
비오 11세가 반포한 회칙 '사십 주년'의 특성을 이루는 근본 요점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 활동이나 조직의 최고 기준으로 삼아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 또는 자유 경쟁, 경제적 권력, 국가의 월등한 힘, 그밖에 다른 비릇한 기준들이다.
39.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애덕 : 경제 활동과 사회 조직의 최고 기준
그 대신에 경제 활동이나 조직의 최고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애덕이다. 이것이 도덕 혁신의 기준이다!
40. 회칙 '사십 주년'의 근본 요점 ⓶
둘째로 권고된 점은, 경제 분야에서 사회 정의의 정신으로 충만한 공사(公私)의 확고한 조직체를 갖는 국가적 국제적 사법 질서를 확립하고, 경제 행위자로 하여금 정의의 요구에 합치되고 공동선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곤란이 없도록 해 주는 일이다. 이것이 구조 개혁의 기준이다!
41. 비오 12세의 노력 : 성령강림 메시지
교황 비오 12세는 방송 메시지로 가톨릭 사회 교리를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였다. 그는 1941년 성령강림대축일에 방송된 메시지에서 레오 13세의 획기적인 사회 회칙 '새로운 사태' 반포 50주년에 대한 가톨릭 세계의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회칙 '새로운 사태'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가톨릭 교회에 주신 그 은총에 대하여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그날로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더 많이 전 인류에 불어넣어 주신,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숨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42. 사회 경제 생활의 3대 기본 가치 : 재화, 노동, 가족
그 라디오 메시지를 통하여 비오 12세 교황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 제도의 기초가, 우리들의 조물주이시며 구속자이신 하느님께서 자연법과 계시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 주신 불변의 질서와 합치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의심할 수 없는 적임자가 교회"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회칙 '새로운 사태'의 가르침이 사라지지 않는 활력과 무진장한 풍성함을 가졌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사회 경제 생활의 3대 기본 가치에 관해 더욱 직접적인 도덕 원리'를 선언하였는데, 이 3대 기본 가치는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상호 보충적이며 종속적인 가치들로서, '재화의 사용, 노동 그리고 가족의 세 가지'라고 규정하였다.
43. 기본 가치 ⓵ : 재화의 사용 문제
재화의 사용에 관해서 비오 12세 교황은,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이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중요한 경제적 권리들보다 앞서는 것이며 따라서 사유재산 소유권보다도 앞서는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물론 개인들이 자신의 재화를 소유할 권리도 자연권이기는 하지만 하느님께서 세우신 객관적 질서 안에서 사유재산 소유권은 "만민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그 재화가 정의와 사랑의 원리에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흘러가도록 해야 할 절대적인 필요가 있으므로" 이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잘 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가르쳤다.
44. 기본 가치 ⓶ : 노동 문제
노동 문제에 대해서도 비오 12 교황은 회칙 '새로운 사태'를 인용하면서, "노동은 모든 사람의 의무인 동시에 권리"임을 환기시켰다. 그러므로 노동의 상호 관계를 조정하는 일은 노동을 의무요 권리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다만 관련된 쌍방이 그들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거나 수행하지 못할 사태에 있어서만 "정부가 노동 분야에 개입하여, 공동선이 정당하게 허락하는 형태와 방법에 따라서 노무를 구분하고 조정할 의무가 생긴다."
45. 기본 가치 ⓷ : 가족 문제
가족 문제에 관해서도 비오 12세 교황은 노동자가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양육할 수 있을 만큼 물질적 사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가족의 보호와 양육을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재산이 노동의 결과로 형성되어야만 "(노동자인) 가장이 그에게 필요한 건전한 자유를 확보하여 조물주께서 그에게 맡기신 가족의 경제적 정신적 종교적 복리에 관한 모든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노동을 통해서 적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로써 사유재산을 형성하여 가족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 가난한 노동자들이 사유재산을 형성할 권리야말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46. 성령강림 메시지 발표 이후 20년 동안의 변화
비오 12세 교황이 그 라디오 메시지를 발표하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각 국가의 내부에 있어서나 국제 관계에 있어서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47. 과학 기술 경제 분야에서의 변화
과학 기술 경제 분야에 있어서 그 변화는 실로 눈부신 것이었다. 원자력이 발명된 이래 처음으로 전쟁 목적으로 사용되었는가 하면, 화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무한정하게 물질의 합성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공업과 서비스 부문에 자동기계가 도입되었으며, 농업 부문이 근대화되고, 통신 시설이 발달하는 가운데 특히 라디오와 텔레비젼의 영향으로 물리적 거리감이 없어졌으며, 교통 수단도 발달하여 지역간 교통시간이 단축되었고, 인공위성이 등장하여 비록 초보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우주공간을 정복하기 시작하였다.
48. 사회 분야에서의 변화
사회 분야에서는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 보험 제도가 생기고 일부 경제적 선진 국가에서는 사회 보장 제도까지도 시작되었다. 노동 운동에 있어서도 경제적이고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에 대해 더 큰 책임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이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국민을 위한 초등 교육의 내용이 개선되었으며, 사회 복지는 더 넓은 범위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향상되었고, 사회 생활은 내부에서 커다란 유동성을 지니고 움직이게 되었는가 하면 그에 따라 사회 계급이 고정된 신분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게 되었으며, 일반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매일같이 일어나는 전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 제도의 능률이 향상된 나라들이 많아져서 농업 부문과 공업 및 서비스 부문간의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이 축소되었고, 각국 내부에서 경제 발전 분야와 낙후된 분야의 격차가 줄어 들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유럽 대륙 전체에도 반영되어서 경제적 선진 국가와 개발 도상 국가 사이에 존재했던 심각한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이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49. 정치 분야에서의 변화
정치 분야에서 이룩된 변화도 의미심장한 것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사회 각계 각층의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국가 공동 생활에 참여하게 되었고, 경제 사회 분야에서는 공공 기관이 더 넓고 더 깊게 활동하게 되었으며, 국제 정치 분야에서도 식민지 정치의 종말과 함께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서 많은 나라들이 정치적으로 독립하였으며, 모든 국민들 간에 밀접한 국제 관계가 형성되었고 그들 간에 상호 의존성이 커졌으며, 초국가적 기준에 의하여 움직이는 전 세계적인 범위를 가진 조직체들이 등장하여 그 조직망이 끊임없이 커져가고 있다.
50. 새 회칙이 나온 이유
그러므로 위대한 선임자들이 붙여놓은 사회적 애덕의 횃불을 살리고, 우리 시대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선임자들의 노력에서부터 영감과 교훈을 얻도록 권고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깨닫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회칙 '새로운 사태'의 장엄한 기념식에 즈음하여 나는 선임자들에 의해 이미 다루어진 사회 교리의 요점을 이 기회에 확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동시에 새롭고도 더 중요한 오늘의 문제들에 관해서도 가톨릭 교회의 마음을 밝히고자 한다.
제1부 사회 교리의 발전
제1쟝 경제 분야에 대한 개인의 창의성과 국가의 개입 문제
51. 경제 질서는 개인 창의성의 산물
무엇보다도 먼저 확인되어야 할 사항은, 경제 질서란 시민 각자가 공동선을 수행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개인적으로나 여러 사람들의 공동 노력을 통해 이루어낸 개인적 창의성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52. 국가 공공기관은 개인적 창의성을 지원해야 한다
여기서 또한 선임자들이 지적한 이유 - 공동선의 원리 - 로 말미암아 국가 정부를 비롯한 공공 기관도, 만일 그들이 국민 전체의 복지를 위한 사회 진보를 목적으로 생산 발전을 적절한 방법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기관이라면, 국민 각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공공 기관 역시도 개인들과 마찬가지로 공동선을 위해서라면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요, 이는 개인의 창의상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53. 공동선을 위한 보조성 원리
공공 기관들의 이러한 활동은 공동선을 지시하고, 개인의 창의성을 자극하며, 이를 위해서 협조하고, 때에 따라서는 통합해야 하는 성격의 활동이다. 이는 비오 11세 교황이 '사십 주년' 회칙에서 선언한 바 있는 '보조성의 원리'에 의하여 이끌리지 않으면 안 된다. "공동선을 위한 보조성의 원리는 공동선과 형제적 사랑을 진리로 수호하는 사회철학의 확고한 원리이다. 개인들이 주체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서 능히 할 수 있는 것을 공공 기관이 빼앗아서 처리하는 것이 잘못인 것처럼 국가 정부보다 작은 하위 기관에서 능히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국가 정부가 흡수해버리는 것도 또한 불의한 일이다. 공동선을 해치는 중대한 해악이고 올바른 사회 질서를 교란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가 정부든 공공 기관이든, 본질상 모든 사회 활동은 사회 조직체의 개개 성원을 도와주는 데 진정한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며, 그들을 파괴하거나 흡수하는 데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사십 주년, 35항)
54. 국가 공권력에게 주어진 가능성
과학 지식과 생산 기술의 발달로 공권력은 여러 생산 부문의 격차와 국내 여러 지역의 격차, 그리고 여러 나라들 사이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최대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 덕분에 공권력은 효과적으로, 경제 변동을 통제하고 대량 실업을 방지할 수도 있게 되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경제 활동을 더 광범위하게, 더 고차적으로 조직하기 위하여 공동선을 책임지는 권력기관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권력 기관에 적절한 기구와 계획과 수단과 방법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55. 정부 개입의 한계
그러나 발달한 과학 기술 덕분에 아무리 정부가 광범위하고 일관된 조정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국가 공권력의 개입은 국민 각자가 발휘하는 창의성에 대한 자유와 범위를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민 개개인이나 국민 전체를 유효 적절하게 보호함으로써 가능한 한 한 최대한도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도록 전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공권력으로 보장해야 할 기본적인 인권 속에는 반드시 각 개인들이 자신의 가족의 생계를 근본적으로 항상 책임져야 할 국민의 권리가 빠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경제 체계에 있어서는 생산 활동의 자유 발전이 허용되고 촉진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재강조되는 것이다.
56. 역사 진화의 조건 : 개인의 창의성과 정부의 지원
그렇게 되면 그 나머지는 역사적 진화 과정이 점점 더 명확하게 우리에게 보여주는 바와 같이, 경제 분야에 있어서 국민 각자의 주체성이 창의적으로 발휘되고 이에 대해 정부가 방임하지 않고 공동선을 위하여 국민 각자의 창의성을 지원한다면, 국가의 질서가 잡히고 결실이 풍부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국민 각 개인이 겪는 인생의 곡절과 환경의 변화에 대해 공동선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개인을 지원함으로써 개인의 창의성과 공권력의 지원이 상호 합작해야만 사회의 질서가 잡히고 경제적으로도 풍부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뚜렷한 일이다.
57. 개인의 창의성이 사라진다면?
사실상 사회주의 체제의 경험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각 개인의 창의성이 사라진 곳에는 정치적 독재가 있었음과 동시에 경제 부문, 그 중에서도 특히 광범위한 소비재 생산 부문과 서비스 부문에 불경기가 닥쳐왔다. 이 소비재와 서비스 부문은 물질적 필요 이외에 정신적 요구에도 관계되는 것이며, 이는 특수한 방법으로 개인의 창조적 재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58. 정부의 봉사가 부족하다면?
그 반면에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체제의 경험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정부 공권력의 봉사가 부족하고 무능한 곳에는 반드시 고질적인 혼란이 있었고, 밀밭에 돋아나는 가라지처럼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무성하는 염치없는 강자들이 약자들을 착취하기 마련이었다.
제2장 사회화
59. 우리 시대의 특징 : 사회화
우리 시대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모습은 '사회화' 현상이다. 이는 사회 생활이 공동선을 향하여 진보하는 현상으로서,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활동이 다양해지고 그런 가운데에서 부분적으로는 법적으로 제도화되기도 하는 현상이다. 이는 한 순간에 생겨난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현상으로서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발달과 대량 생산 능력 그리고 경제적 생활 수준의 향상 등에 힘입은 것이다.
60. 사회화가 진행된 분야들
가장 어려운 문제에 속했던 국민 보건이나 청소년 교육, 전문 직업 교육, 불우한 이들에 대한 원호와 재활 사업 등을 지원하는 공공 기관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났는데, 이것이 사회화 현상을 발생시키는 원인도 되고 그 결과도 되었다. 이는 사람에게 잠재되어 있어서 거의 없앨 수 없는 자연적 경향, 즉 개개인의 능력과 수단이 미치지 못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공동으로 협력하는 그 경향의 표현이며 결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서 특히 지난 십년 동안 대단히 많은 사회화의 움직임이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인 규모로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경제, 문화, 사회, 체육, 휴양 등과 전문 정치 분야 등에서 수많은 집단, 사회 운동, 협회, 기구 등이 결성되었다.
61. 사회화 현상에 대한 평가 : 장점
이러한 사회화 현상은 많은 장점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사회화 현상은 사실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많은 개인적 권리들을 충족시켜 준다. 예를 들면, 생계 유지가 어려울 때 생활 보호를 받을 권리, 보건 혜택을 받을 권리, 고등 교육을 받을 권리, 직업 훈련을 받을 권리, 주택을 가질 권리, 노동할 권리, 휴식을 취할 권리 등을 들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사상 전파를 위해 더욱 발달되어 가는 현대적 방법들 - 신문, 영화, 라디오, 텔레비젼 - 을 통하여 각 개인들이 전 세계적인 규모로 벌어지는 사건을 알 수 있도록 해 주었다.
62. 사회화 현상에 대한 평가 : 단점
그러나 동시에 사회화 현상은 여러 조직체를 증가시키고, 생활 각 분야의 인간 관계에 대해서 전에 없이 세밀하게 법적으로 구속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로 개인의 자유 행동의 범위를 구속하고, 각 개인은 기존의 수단과 방법에 따르는 일 밖에는, 독자적으로 생각하거나 독창적으로 기획하고 혹은 각자가 책임을 지고 자신의 인격을 확립하고 발전시키기가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사회화를 위한 사회 운동은 발전해 갈수록 사람들을 자동기계화시키고 말 것이라고 결론지어야 할 것인가? 그 대답은 "아니오." 라고 해야 할 것이다.
63. 사회화 현상은 창조적 역사 현상이다
그 이유는 사회화 현상이 결정론에 따라 역사 안에서 이미 예정된 것처럼 작용하는 자연적인 산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록 사람들이 사회화 현상에 있어서도 경제 발전과 사회 진보의 법칙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그로 인한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더라도, 이 현상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의식과 자유를 지니고 그 본성상 책임을 지고 일하는 존재인 인간이 창조적으로 이룩한 현상이다.
64. 사회화 현상은 지속되어야 할 과업이다
그러므로 사회화 현상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그렇게 실현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다.
65. 공동선 의식과 자주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가 공권력을 위탁받은 사람들이 공동선에 대한 건전한 견해를 언제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며, 이는 공직자들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각 개인의 인격이 통합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염원하는 모든 사회 조건이 이루어질 때 형성되는 것이다. 동시에 공동선을 구현하려는 모든 사회 활동을 실천하는 중간 단체나 많은 사회 기업들도, 물론 공동선의 요구에 종속되어 있는 그들 자체의 특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호 간에 충실히 협동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자주성을 공권력으로부터 향유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위에 말한 단체들도 진정한 공동체의 형태와 본질을 가져야 하고, 또한 그 단체에 속한 사람들도 인격을 지닌 존재로서 대우받아야 하며, 자신의 삶에서 공동선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장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66. 필요한 균형 : 자발성과 조정
현대 사회에 있어서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한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과 집단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동시에 공공 기관도 이들 개인과 집단의 활동을 알맞게 조정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필요성 사이에 새로운 균형이 잡힐수록 질서가 더 잘 실현되는 것이다.
67. 사회화 현상은 인격 성숙과 사회 재건의 길이다
사회화 현상이 위에서 말한 조건에 따라 그 활동을 도덕 질서의 범위 안에 국한시키는 한, 그 본질상 개인들의 인격을 파멸시킬 정도로 심하게 구속하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사회화 현상은 진정으로 개인들의 인격을 드러내고 성숙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또한 사회를 유기적으로 재건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비오 11세 교황이 회칙 '사십 주년'에서, 사회 정의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불가결한 전제 조건이라고 내세우고 변호한 바로 그것이다.
제3장 노동의 보수
68. 불공평한 임금 사정
많은 나라, 여러 대륙에서 한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인간 이하의 상태로 몰아 넣는 적은 임금을 받고, 헤아릴 수 없는 비참 속에 잠겨 있는 사정을 생각할 때, 나는 깊은 슬픔이 내 가슴에 벅차오름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도 틀림없이 그러한 나라들과 대륙에서는 산업화의 과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거나 시작은 되었어도 아직도 그 발달 정도가 충분하지 못한 데 있을 것이다.
69. 불의하게 벌어진 극심한 빈부격차 현상
그러나 이러한 나라들에서 국민 대다수는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특권을 누리는 극소수는 무절제한 사치를 벌이고 있는 나라가 있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나라에서는 정의와 인도적인 기준으로는 허용될 수 없는 속도로 국가 경제와 생산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비인간적 착취를 강요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어떤 나라에서는 국민 세금 중에서 엄청난 부분을 국가 위신을 과시하는 전시용 사업에 탕진하고 있으며 거대한 액수가 군비에 소모되고 있다.
70. 불공평한 임금 구조
그뿐만 아니라 경제가 발달한 나라들에 있어서도 아주 보잘 것 없는 일이나 거의 그 가치가 의심스러운 일을 수행하는 데에는 막대한 보수가 주어지는 반면에, 부지런히 일하는 전체 노동 계급이 수행하는 착실하고 수익성 있는 업무에 대해서 주어지는 임금은 너무나 적고 불충분한 지경이다. 사회의 복지에 대한 그들의 공헌이나 그들이 종사하고 있는 기업체의 이윤이나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그들의 공헌에 비해서 전혀 알맞지 않은 임금을 그들은 받고 있는 것이다.
71. 노동의 보수는 정의와 공평의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나는 노동의 보수가 절대로 시장의 법칙에 전적으로 방임될 것이 아니라 실로 정의와 공평의 원칙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이 원칙에 따라 노동자는 진정으로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가족에 대한 부양 책임을 품위있게 수행할 수 있는 임금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임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는 감안해야 할 조건이 있다. 즉,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이룩해 낸 기업체의 경제 상태와 고용 수준이 낮아지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들이 공동선에 기여한 정도를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72. 노동의 생산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판단 기준이 구체적으로 적용될 경우에는 노동의 생산성에 따른 부(富)를 고려해야 한다. 이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다를 수 있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다를 수 있으며 같은 나라 안에서도 시대에 따라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73. 경제 성장의 기본 원리 : 공정한 소득 분배로 사회를 진보시키는 일
그와 동시에 여러 나라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특히 세계 제2차 대전 이후에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해 가는 이즈음, 나는 한 가지 기본 원리에 대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다. 그것은 경제 성장의 과실로 생긴 이윤과 소득을 국민들이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진보가 이루어져야만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원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득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도록 세밀하게 감독하고 효율적인 노력을 기울여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74. 경제 성장의 목적은 국민들의 인격적 발전이다
나의 선임자 비오 12세도, "국가 경제는 국민들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이므로 소득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져서 국민 각자의 경제 생활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득 분배가 확고하게 보장된 나라에서는 국민이 진정한 의미에서 부유해지는 것이니, 그 이유는 세상의 재물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개인적 권리인 일반적 복지가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조물주께서 원하신 목적에 합치되는 것이기 때문"(1941년 성령강림 방송 메시지) 것이라고 명백하게 선언하였다. 여기에서 결론지을 수 있는 사실은 한 사람의 경제적 부는 모아 놓은 재산이 많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보다는 정의에 입각해서 진정하고도 효율적으로 재화를 재분배하려는 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로 말미암아 사회 성원들의 인격적 발전이 보장되는 것이며 그렇게 되는 것이 국가 경제의 진정한 목적인 것이다.
75. 자본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
우리는 여기서 오늘날 여러 경제 단위에 있어서 중간 규모 이상의 큰 기업체들이 자기 자본만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사실에 주의를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경우에 나는 노동자들이 - 특히 그들이 최저 임금밖에 받지 못할 경우에 - 그들이 중시하고 있는 회사의 몫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6. 자본과 노동의 협력
이 점에 관해서는 나의 선임자 비오 11세가 회칙 '사십 주년'에서 설명한 원칙을 상기할 것이니, "자본과 노동의 협력으로 얻어진 것을 자본에만 돌린다거나 혹은 노동에만 돌린다는 것은 완전히 그릇된 일이며, 또한 어느 편이나 상대방의 공헌을 무시하고 이윤을 독점한다는 것은 정의에 크게 어긋나는 흉악한 부정인 것이다."(사십 주년, 24항)
77. 기업의 소유권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에 대한 이러한 요구는, 경험에 비추어서 짐작할 수 있는 여러 방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그 중의 하나 - 가장 바라고 싶은 것 중의 하나 - 는 노동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크게 기업 자체의 소유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며, 따라서 오늘날에 와서는 나의 선임자 시대보다도 더, 모든 노력을 다하여 적어도 앞으론ㄴ 생산 수입의 정당한 몫만이 자본가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며, 충분한 몫이 노동자의 손으로 지급되도록 해야 한다."(사십 주년, 29항)
78. 공동선의 요구와 조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노동의 대가와 수익을 조정하는 경우에, 언제나 사회 전체의 공동선이 요구하는 바와 조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79. 공동선의 요구 : 국가적인 면에서
국가적인 면에서 공동선의 요구로 고려되어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최대 다수의 노동자가 고용되어야 한다. 둘째, 노동자들 사이에서라도 불우한 계급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임금과 물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고 재화와 시설이 국민 최대 다수에게 이용되어야 한다. 넷째, 농업과 공업과 서비스 부문 사이의 불균형을 없애거나 될 수 있는 대로 줄여야 한다. 다섯째, 경제 성장과 공공 시설 투자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여섯째, 발달된 기술을 이용하여 가능한 한 최대 한도로 생산 방법을 과학적으로 진보시켜야 한다. 일곱째, 현 세대의 인생 항로를 개선하되 다음 세대에 대한 더 나은 미래를 예비하려는 목적에 맞추어 조정해야 한다.
80. 공동선의 요구 : 세계적인 면에서
그밖에 또 세계적인 면에서 공동선이 요구하는 바는 각국 간의 경제 사이에 모든 형태의 부당한 경쟁을 피하는 것, 실질적인 이해심으로써 이러한 국가 경제 사이의 협력을 장려할 것,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들의 경제 성장에 협력할 것 등이다.
81. 자본가와 경영자들은 공동선의 요구를 명심해야 한다
국가적인 면과 세계적인 면에서 언급된 이러한 공동선의 요구는 기업 운영의 책임자들에게 이윤으로 돌아갈 - 또는 자본을 댄 사람들에게 이자나 배당의 형태로 돌아갈 - 수익의 비율을 결정하는 문제가 발생할 때에 항상 명심해야 할 사실임이 뚜렷하다.
제4장 생산 조직에 있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정의의 요구
82. 생산 조직에도 정의의 요구가 있다
정의는 재화의 분배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라, 생산 활동이 전개되는 기업체의 조직과도 관련시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인간 본성 가운데에는 사람들이 생산 활동에 종사할 때에, 그들 자신의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그들 자신의 인격을 완성할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 내재적 욕구가 있다.
83. 정의에 어긋나는 생산 조직의 모습
그러므로 만일 경제 체제의 구조, 기능, 환경 등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태롭게 한다면, 그리고 만일 조직적으로 사람의 책임감을 무디게 하고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사람들의 창의성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설사 그 경제 체제를 통하여 생산된 부가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정의와 공평의 기준에 의하여 분배된다고 하더라도, 그 경제 체제는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84. 정의로운 생산 조직 : 노동자의 경영 참여와 중소 기업 육성
어떠한 경제 체제가 인간의 존엄성에 더 합치되고, 인간의 책임감 발전에 더 적절한 것인가를 지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비오 12세 교황은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가르친 바가 있다. "농업, 수공업, 공업, 상업에 있어서 중소 기업이 협동조합의 형태로서도 더 큰 대규모 기업이 누리는 이익을 가질 수 있도록 보호 육성해 주어야 할 것이며, 동시에 대기업에 있어서는 노동 계약을 경영 참여의 형태로 수정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디오 방송, 1944.9.1)
85. 수공업과 협동조합 : 보존되어야 할 직능 공동체
수공업 경영이나 가족적인 규모를 가진 농업 경영은, 그 두 가지를 통합할 요소도 될 수 있는 협동조합적 기업과 마찬가지로, 공동 복지를 유지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한 한계 안에서 보존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86. 수공업과 협동조합의 중요성
가족적 규모를 가진 농장 기업의 문제는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수공업과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87. 수공업자와 협동조합원 자신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두 가지 기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와 기능과 생산에 있어서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의해서 나타난, 그리고 또한 소비자의 변화하는 욕구와 선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수공업자 자신과 협동조합원 자신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이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해야 한다.
88. 정부의 지원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두 업체는 기술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좋은 훈련을 받아야 하며, 또한 직업적으로 조직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특별히 그들을 지도하면서 세금, 신용, 사회 보장에 대하여 적절한 경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89. 정부의 지원은 공동선에 합치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공업자나 협동조합원을 위해서 정부 당국이 취하는 조치도 또한 이 두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정한 인간 가치를 보전하고, 문명의 진보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정당성을 가진 것이라야 할 것이다.
90. 수공업자들과 협동조합원들에 대한 격려
이러한 이유로서 나는 전 세계의 수공업자들과 협동조합원들에게 그들이 가진 직업의 권위와 그 본질적 공헌을 인식하도록 애정을 가지고 권고하는 바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국가 공동체 안에서 책임감과 협동 정신을 뚜렷이 살리고, 헌신적이고 독창적인 노동 의욕을 항상 간직하기를 바란다.
91. 기업이 인간적인 사회가 되도록 하려면 종업원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선임자들에 의해 세워진 노선에 따라 나는 고용인들이 노동자로서 소속되어 있는 그 기업체의 경영에 참여해야 함을 정당하게 주장하고 싶다. 어떻게 또 얼마만큼 참여할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기업들은 각기 다른 조건 속에 놓여 있으며, 그 조건들이란 늘 변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노동자들이 기업의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문제가 - 그 기업이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간에 -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아무튼 모든 노력을 다하여 기업 자체가 전체 종업원들에 대한 관계, 기능, 입장에 있어서 하나의 작은 단위로서 인간적인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92. 종업원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
이렇게 되자면, 고용주를 비롯한 기업 임원들과 노동자들의 관계가 서로 감사하고 서로 이해하는 자세로 서로에 대해 충실하고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가운데 쌍방 모두 기업에 대해 헌신적인 태도가 공통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그 기업체의 전체 구성원들이 그 사업을, 다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입을 버는 직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고 공동선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기 위한 사도직 터전으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또한 노동자들이 그 기업체를 능률적으로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데 발언권을 가질 수 있고, 또 그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비오 12세 교황은 "모든 사람에게 바람직한 사회의 질서는 경제적 사회적 기능에 있어서 각자의 활동이 완전히 타인의 의사에 종속된 채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담화문, 1956.10.8)이라고 가르쳤다. 기업 운영에 대한 통념에 의하면 당연히 권위와 명령 계통을 확립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렇다고 함께 협력해야 할 노동자들을 일하는 기계쯤으로 취급하여 그들의 경험을 살릴 기회도 없이 그들의 활동을 규정하는 결정들에 대해서 전적으로 수동적이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93. 종업원들의 기업 경영 참여는 역사 발전의 방향에 따른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주의를 환기해야 할 사실은 생산 조직 안에서 노동자들이 기업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수행해야 할 책임은 그러한 경영 참여가 다만 사람의 본성 안에 존재하는 합법적 요구에 상응하는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분야에서도 - 예를 들면 투표권을 통한 정치 참여 등 - 참여의 범위가 늘어온 역사적 발전 방향과도 합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94. 이를 가로막는 장애들
그러나 불행히도 내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그리고 이 아래에서 더 충분히 살펴볼 바와 같이, 정의와 인간성에 어긋나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현대에 너무나 많고, 경제 세계의 활동, 목적, 구조, 작용 가운데 퍼져 있는 과오들은 너무나 뿌리가 깊다. 또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과학적 기술적 진보에서 오는 자극으로 말미암아 생산 체계가 오늘날에 와서는 과거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근대화되고 능률화되어 가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더 큰 능력과 전문적인 자격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95. 유리한 환경
그와 동시에 - 그리고 그 결과로 - 노동자들은 세대에 알맞게 교육 훈련을 받고 자신들의 문화를 이루고, 도덕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인격을 도야할 수 있는, 더 큰 방편과 더 많은 자유시간이 주어져 있다. 이리하여 노동자들의 새로운 세대에게 기초 훈련과 동시에 전문적인 직업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도 과거보다 더 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96. 역사의 진보
이리하여 노동자 계급으로 하여금 기업 내부에서 더 큰 책임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장려해주는 인간적인 환경이 조성됨과 동시에 모든 국민이 생활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공동선을 달성하려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국가들에서 인정하고 있다. 이것이 역사가 하느님 나라에로 진보하는 현상이 아닌가!
97. 노동 운동을 넘어서 사회 운동으로
현대에 와서 노동 조직 운동이 크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여러 나라의 법률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면에서도 인정되어 있고, 그들의 목적은 특히 노사 간의 단체 교섭에 의한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각 생산 조직체의 범위를 넘어서 각계 각층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시기에 적합하고 중요한 일인지 이루 다 강조할 수 없다.
98. 사회 운동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
그 이유는, 각 생산 조직체는 아무리 거대하고 능률적이라 할지라도 자기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조직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그 부분성에 의하여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99. 사회 운동의 내용
노동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각 생산 조직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이라기보다는, 세계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전국적인 범위에서 활동하는 조직체나 정부 당국에 의해서 내려지는 결정이며 또한 생산의 여러 분야 업종에 관계되는 그러한 결정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조직체나 기관이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자본의 소유자나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이나 또는 그들의 권리와 요구와 희망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발언권을 가져야 할 것이다.
100. 노동자 단체에 대한 격려
나는 여러 대륙에서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는 직업 집단과 복음 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 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격려하고자 한다. 그들은 많은 곤란과 때로는 치명적인 장애에도 불구하고, 각국 내부에서나 세계적인 면에서나 노동자 계급의 이익과 그들의 물질적 도덕적 향상을 위하여 투쟁해 왔고 또 현재도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101. 복음적 사회 개혁에 대한 자극
그들의 활동사이 눈에 띠기 쉬운 직접적인 일이나 즉각적인 결과만으로 평가되는 것은 부족하다. 노동 분야에서 바른 원리를 퍼뜨리고 복음적 사회 개혁을 자극하고 있는 그들의 활동에 대하여 노동계 전체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으로도 그들의 활동상은 참으로 높이 평가받을 만한 것이다.
102. 그 활동상은 참된 복음 정신의 표현이다
나는 또 이러한 활동이 가톨릭 신자들이 다른 직업 단체나 조합에서 공동체에 대한 본성적 원리에 대해 영감을 받고,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참된 복음 정신으로 수행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103. 국제 노동 기구에 대해 감사함
나는 국제 노동 기구에 대해서도 충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그 기관은 수십 년 동안 세계에 정의롭고 인도적인 경제 질서와 사회 질서를 수립하는 데 유효하고도 귀중한 공헌을 해 왔다.
제5장 사유재산 소유권
104. 공동선에 배치되고 있는 자본의 흐름
최근 수십 년 동안에 보는 바와 같이 생산재를 소유하는 규모는 커지는데 이를 소유하고 있는 대규모 경제기구를 운영하는 책임자들의 사회적 책임은 점점 더 심하게 망각되고 있다. 많이 소유하고 있는 자들이 소유 자체에만 집착할 뿐 그 소유를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애덕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관심과 책임감이 부족한 것이다. 이는 정부 당국에 의해서도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가져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큰 회사의 - 그중에서도 특히 한 나라의 전 경제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 중역들이 추구하는 목적이 공동선의 요구와 배치되고 있음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이는 경험이 보여 주는 바와 같이 대기업ㅁ을 가능하게 하는 자본이 개인에게 속했거나 또는 공공 기관에 속했거나 간에 별 차이 없이 마찬가지이다.
105. 회사 보험과 사회 보장 제도의 혜택
그리고 또한 오늘날 많은 서민들이 - 더욱 그 수는 늘어가고 있는데 - 회사 보험에 가입하거나 사회 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음으로 말미암아 안심하고 미래를 바라보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 안심이란 이전에는 아무리 적은 것일지라도 그들이 상속한 재산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106. 자본 소득보다 노동 소득에 더 긍지를 가지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재산의 소유자가 되기를 바라기보다도 직업적인 훈련을 받는 데 더욱 힘쓰고 있다. 자본에서 나오는 소득이나 자본에 근거를 둔 권리에서 나오는 소득보다도 노동에서 나오는 소득 또는 노동을 근거로 하는 권리에서 나오는 소득에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현상이 눈에 띤다.
107. 노동을 존중하는 풍토는 인류 문명의 진보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의 진정한 특성과 잘 조화되는 일이다. 노동이란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방편적인 가치밖에 없는 외부적 재물의 풍성함보다는 더 높은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본보다 노동에서 소득을 얻으려고 하는 현상은 인간화되어야 할 인류 문명이 한 걸음 진보한 것이다.
108. 사유재산 소유권에 대한 의문이 생기다
경제계가 보여주는 이러한 현상 때문에 선임자들이 꾸준히 가르친 경제적 사회적 질서의 원리 - 생산재까지를 포함하는 사유재산 소유권이 자연권이라는 원리 - 는 그 중요성을 상실했거나 적어도 설득력이 없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퍼지고 있다.
109. 자유로운 창의성은 사유재산 소유권 안에서
그러나 이러한 의문은 나올 수 없다. 생산재를 포함한 사유재산 소유권은 영구적으로 유효한 것이다. 그것은 존재론적으로나 신학적으로나 각 개인이 사회보다도 먼저 존재했다는 데 기초를 둔 자연권이기 때문이다. 또 만일에 경제 분야에 있어서 자유로운 개인적 창의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결한 수단인 재산을 가질 수 없도록 한다면, 이는 창의성에 대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와 경험이 가르치는 바에 의하면 생산재까지를 포함하는 사유재산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 제도 하에서는 자유가 근본적으로 억압되었거나 무시당해 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란 사유재산 소유권 안에서 정당하게 발현되는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110. 사회 운동의 변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얼마 전까지 사회에서 정의와 자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던 사회 운동, 정치 운동들이 생산재의 사유 제도를 강력히 반대했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사회의 실정을 잘 파악한 나머지 종전의 입장을 재고하고, 그 권리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111. 사유재산 제도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따라서 나는 여기서 선임자 비오 12세의 가르침을 나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한다. "사유재산의 원리를 가르침에 있어서 교회는 중대한 윤리적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현재의 사태가 하느님의 뜻에 맞는 것이라고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며 또한 원칙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무산자들에 대해서 부호와 유산자들을 보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교회는 도리어 사유재산 제도가 하느님의 거룩하신 지혜의 안배에 합치되고 사람들의 본성 질서에 합치되도록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라디오 방송, 1944.9.1.) 이리하여 그 자연권은 개인의 기본적 자유의 보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사회 질서의 불가결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12. 노동의 보수는 사유재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경제 체제가 생산 능률을 급속히 증가시키고 있음을 보고 있다. 수입이 증가함에 따라서 노동의 보수도 공동선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증가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의와 공평이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난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더욱 쉽게 저축하고 그들 자신의 사유재산을 형성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증가된 생산 능률로 수입도 증가시킨 나라들이 이제 이토록 중대한 권리의 본질적인 특성을 의심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유재산을 소유할 권리란 땀흘려 노동을 해서 생겨난 결실에 중요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이며, 그 결실에 의해서 끊임없이 조성된 것이고, 노동자 각자의 인격을 보장하고 다방면에 책임을 수행하도록 해 주는 최적의 수단을 마련해 주는 것이며, 가정 생활을 견고하게 안정시키고 사회를 평화롭고 질서있게 발전시키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113. 사유재산 소유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생산재까지를 포함한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본성적인 기본권이라는 점을 주장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생산재까지를 포함한 사유재산이 모든 사회 계급 사이에 효과적으로 분배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사유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인격적 권리보다도 이를 정의롭게 분배해야 하는 사회적 의무가 더 강조되어야 한다. 그래야 가난한 노동자들이 사유재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14. 모든 사람이 사유재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황 비오 12세가 선언한 바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은 생존해 나가기 위한 자연적 기초로서 지상의 재물을 사용할 권리를 요구하며, 그 권리에는 될 수 있으면 모든 사람이 사유재산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의무가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노동의 거룩함에서 오는 여러 요구 중의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국민의 모든 계급에게 사유재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사회 질서를 보존하고 완성하는 일이다."(라디오 방송, 1942.12.24.)
115. 재산 분배의 중요성
점점 더 늘어나는 숫자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나라들의 경제 기구가 급속한 발전을 하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 이 재산 분배의 문제는 더욱 시급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미 유효한 것으로 증명된 여러 기술 - 경제 사회적 기술 - 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그들은 용이하게 기업을 발전키시고, 경제 사회 정책을 실현하여 생존에 필요한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는 광범위한 기회를 쉽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족적 농장 시설, 중간 또는 대시설, 기업에의 참가 등을 통하여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사회적으로 진보한 일부 국가들에서 다행스러운 경험으로 보여주는 바와 같다.
116. 공공재는 국가가 소유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말한 것은 덧붙일 필요도 없이, 국가나 기타 공공 기관이 합법적으로 생산재를 재산으로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개인들이 소유할 경우, 일반적으로 사회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너무 큰 생산재를 국가나 공공 기관이 소유하는 것"(사십 주년, 46항)은 당연한 일이다.
117. 공공재의 국유화는 보조성 원리에 따라서 제한되어야 한다
현대의 특색은 중요한 생산재를 국가나 공공 기관이 소유하려는 경향이 커져가는 것이다. 그것은 공동선의 요구에 따라 국가 공공 기관이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는 앞서 말한 보조성 원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국가나 기타 공동선에 대한 명백하고도 실제적인 동기가 요구할 때 외에는 그 소유권을 넓혀서는 안 되는 것이며, 하물며 사유재산 소유권을 줄이거나 없앨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18. 공직자들이 공동선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와 기타 공공 기관의 경제적 기획은 특수하고 확고한 능력과 결백한 정직과 조국에 대한 강력한 책임감을 한 몸에 지닌 사람들에게만 맡겨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그 공직자들이 경제력의 중심을 형성하지 않도록 그들의 행위와 활동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존재 이유인 공동선을 공직자들 자신이 파괴할 수도 있다.
119. 사유재산 소유권의 사회적 의무
또 한 가지 선임 교황들에 의하여 항상 주장된 교리의 요점은 사유재산 소유권에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기능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창조 계획에 의하면 지상의 재물은 무엇보다도 먼저 전 인류에게 적절한 활동을 보장해 주기 위해 창조되었다.(새로운 사태, 36 참조)
120. 공동선을 위한 민간 중간 집단의 노력
오늘날 국가와 공공 기관은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일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사유재산의 사회적 기능이 존재할 이유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회적 기능이란 사유재산 소유권의 본질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미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칠 수도 없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급한 - 비극적인 상태와 필요가 언제나 널리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 각 개인의 인간적 동정시과 복음적 사랑으로써 사랑의 나눔을 실천해야 할 광범위한 분야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개인이나 중간 집단이 벌이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노력들이 사랑의 나눔이라는 영적인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에는 공공 기관의 노력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자주 나타난다.
121. 사랑의 나눔을 권고함
여기서 나는 또한 성서에서 사유재산 소유권은 합법적으로 인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동시에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부자들에게 호소해서 그들이 가진 물질적 재물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정신적인 재물로 변경시킬 것을 꾸준히 권고하였으며, 그 정신적 재물은 도둑도 훔치지 못할 것이며, 좀먹거나 녹슬어 못쓰게 되는 일도 없고,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창고 속에서 더욱 불어갈 것이다. "재물을 하늘에 쌓아 두지 말아라. 땅에서는 좀먹거나 녹이 슬어 못쓰게 되며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가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너희는 재물을 하늘에 쌓아 두어라. 거기서는 좀먹거나 녹슬어 못쓰게 되는 일도 없고 도둑이 들어와 훔쳐 가지도 못한다."(마태 6,19-20) 그리고 주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애덕을 베풀거나 거절하는 것을 당신 자신에게 그렇게 한 것으로 여기시겠다고 하셨다 :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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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해설>
1. 회칙 '어머니요 스승'이 반포된 배경
교황 요한 23세는 '새로운 사태' 회칙 반포 70주년을 맞이하여 이를 기념하는 새로운 사회 회칙을 반포하였다. "만민의 어머니요 스승인 가톨릭 교회는..."으로 시작되는 본문 첫 문장의 두 단어를 따서 이 회칙의 이름은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으로 불리운다. 요한 교황은 이 회칙의 머릿 부분에서 사회 교리로 가르치고 사회 활동으로 사랑을 선포하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 '만민의 어머니요 스승'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어서 '새로운 사태'부터 '사십 주년' 회칙까지 나타난 가톨릭 사회 교리의 주요 흐름을 되짚으면서 주요 원리를 확인한다.
가. 사회 교리와 회칙 '새로운 사태'
교황 비오 11세는 회칙 '사십 주년'에서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애덕은 사회 질서의 혼"으로서 사회 질서 재건의 원리가 되어야 함을 가르친 바 있다. 이제 그 가르침을 계승하여 요한 23세 교황도 사회적 애덕이 사회 교리의 중심 원리임을 확인하고 있다. 사회적 애덕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실행되는 사랑을 말하는데, 그 근거는 "서로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계명에 바탕을 두고 있고 이 계명을 따라 세워진 교회는 이 계명을 가르침과 실천으로 지켜왔다. 사실 사회 교리에서 교회가 선포하는 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며 이는 교회의 이웃 사랑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이웃 사랑의 가르침인 사회 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 - 판단 - 실천으로 구성된 구조 가운데 실천일 수 밖에 없고, '새로운 사태' 회칙은 그 뚜렷한 예이다. 따라서 요한 교황은 가난한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애덕을 강조하기에 이른 회칙 '새로운 사태'의 배경을 다시 한 번 요약하면서 그 당시까지도 지속되고 있었던 사회적 상황을 재확인한다.
나. 회칙 '새로운 사태'의 배경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는 "급진적인 변화와 고조된 대립과 격렬한 반항의 시절"에 나왔다.(10항) 여기서 '고조된 대립과 격렬한 반항'을 초래한 '급진적 변화'는, 바로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악 현상이었다. 이러한 사회악 현상은 레오 교황과 마찬가지로 요한 교황에 있어서도 '시대의 어두움'으로 관찰되고 있으며 '새로운 사태' 회칙은 시대적 어두움을 비추는 '시대의 빛'으로서 관찰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듯 사회를 어둡게 만든 사회악 현상을 낳은 사상적 오류는 자본주의 사상이었다.
요한 교황이 지적하는 자본주의 사상의 오류는 11항에 잘 나타나 있다. 자본주의 사상은 첫째, 경제 활동은 개인적 이득을 추구하는 동기에서만 이루어진다고 본다. 둘째,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무제한한 자유 경쟁을 경제 활동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법칙으로 본다. 셋째, 자유 경쟁의 원리에 따라 시장 법칙을 왜곡할 수 있는 모든 간섭은 배제되어야 하며 따라서 국가의 간섭은 물론 노동 조합도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사상은 가난한 이들의 소외 현상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악 현상까지도 자초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가난한 노동자들의 육체적 건강을 해치고 도덕적 생활을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 신앙도 차단하였다.(13항)
이렇게 경제 활동과 도덕 사이의 관계를 부인하는 자본주의 사상은 사람의 본성을 부인하는 명백한 오류이다. 왜냐하면 도덕이란 사람의 본성에 뿌리내린 질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급기야 가난한 노동자의 불만이 커지고 반항과 폭동의 정신이 파급되어 공산주의 사상과 운동을 촉발시켰다.(14항)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결과이지만, 공산주의로서도 자본주의가 초래한 사회악 현상은 치유되거나 해결될 수 없다. 왜냐하면 공산주의도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본성에 어긋나는 잘못된 대안이기 때문이다.
다. 회칙 '새로운 사태'의 가르침
요한 교황은 회칙 '새로운 사태'가 이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여 건전한 경제 사회 질서의 기본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레오 교황은 아래와 같이 종교적 원리로써 사회악 현상을 식별하고 가난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선포하고 옹호하였다.
-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 인격의 표현이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 같은 기계적인 시장 법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도덕의 원리인 정의와 공평의 원리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18항)
- 사람의 본성상 사유재산은 반드시 필요하므로 사유재산을 소유할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사유재산의 결핍으로 고통받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부유한 이들의 사유재산에는 사회적 성격이 따르기 마련이고 부자들은 사유재산의 사회적 기능인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19항)
- 국가의 역할과 존재 이유는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가 경제활동에 개입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 개입은 가난한 이들과 약한 이들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20항)
- 국가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경제활동에 개입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노동법이 필요하다.(21항)
- 공동선의 원리에 따라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 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자연적인 권리이다.(22항)
-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는 공동선의 원리에 따라 형성되어야 한다. 자유방임적 의미에서의 자유경쟁이나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에서의 계급투쟁은 사람의 본성에 어긋나는 오류이다.(23항)
라. 회칙 '사십 주년'의 공헌
요한 교황이 관찰할 때, 비오 11세 교황은 '사십 주년' 회칙을 통해 회칙 '새로운 사태'의 기본 원리를 확인하면서, 그 후 40년 동안 이루어진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도 이 기본 원리로써 해석하고 있다. 그 촛점은 주로 사유재산 소유권, 임금 제도, 온건 사회주의에 대한 교회의 태도 등에 관한 것이다.
- 사유재산 소유권 : 가난한 이들의 사유재산 소유권을 옹호하려던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부자들의 사유재산 소유권을 옹호하는 것인양 일부로부터 오해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비오 교황은 당연히 부유한 이들이 지닌 사유재산 소유권의 사회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사유재산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다.
- 임금 제도 : 비오 교황은 레오 교황을 따라 정의와 공평의 기준에 따른 임금 설정 기준을 재확인하면서 적정한 임금이 설정될 수 있는 구조를 제안하였다. 그것은 첫째, 가족의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고, 둘째 기업의 지불 형편도 고려하며, 셋째 국가의 전체 공동선 상황 특히 실업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적정한 임금 구조가 안정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노동자들이 기업의 경영 사정을 잘 알 수 있고 또 이윤 배당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방향으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요한 교황의 새로운 가르침으로서 비오 교황이 제안했던 새로운 사회 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며 특히 그 질서의 핵심인 직능 공동체 건설의 요점을 이어받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설사 직능 공동체를 직접적으로 건설하지 못할 경우에 자본주의 사기업을 개혁하는 실질적인 대안으로서 더욱 광범위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온건 사회주의 : 공산주의가 사유재산 제도를 부인하고 생산재와 소비재를 모두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사회주의는 사유재산 제도를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 생산재만을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공산주의보다는 덜 과격한 편이다. 과격한 공산주의보다는 온건한 사회주의가 그리스도교적인 사회 원리에 많이 접근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인간관이 현세에 국한되어 있고 경제적 복지에만 그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에 중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밖에 없으며 하느님께서 정하신 사회 질서와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
- 자유 경쟁 : 자본주의의 자유 경쟁 정신은 그 자체의 논리적 모순으로 말미암아 독점으로 파멸하고 말았다. 게다가 독점 자본은 정치적 권력까지 거머쥐고 공동선의 질서를 마비시키고 있다. 이같은 정경유착 현상은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악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또 다른 사회악 현상이다.
- 사회 질서의 재건 : 이같은 사회악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경제 질서를 도덕 질서 안에 재건해야 하며 도덕 질서는 공동선을 실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선 국가의 공권력이 아닌 중간 단체들을 조직함으로써 개인들의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경제적이고 직업적인 자주성을 갖는 직능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둘째, 국가 공권력은 이를 위한 역할을 통하여 공동선을 증진시키는 의무를 회복해야 한다. 셋째, 세계적인 면에서도 각국 간에 공동선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 사회 질서 재건의 원리 : 그 원리는 사회 정의와 사회적 애덕이다. 자유 경쟁이나 경제적 권력, 정부의 통제력 등은 비오 12세도 '새로운 사태' 회칙 반포 50주년을 맞이하여 방송된 성령강림절 강론을 통해 이와 같은 원리를 확인하였다.(41-45항) 특히 비오 12세는 회칙 '새로운 사태'를 평가하면서 사회 경제 생활의 3개 가치에 대해 강조하였는데, 첫번째 기본 가치로서 재화의 사용권이 소유권보다 우선한다고 가르쳤다. 왜냐하면 사유재산 소유권은 자연법적인 권리이지만, 그 사용권은 재화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뜻에 따른 절대적인 필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법적 권리인 재화의 사용권이 자연법적 권리인 그 소유권보다 우선한다는 가르침은 사회교리와 자본주의 사상을 구분짓는 가르침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마. 회칙 '어머니요 스승'의 배경
이렇게 요한 23세 교황은 전임 교황들의 가르침을 요약하고 나서 비오 12세 교황 이후 20년 동안의 변화상을 약술한다. 그 변화는 주로 자본주의적 산업화에 의한 기술적, 사회적, 정치적 변화였는데 이것이 요한 교황이 낙관적으로 사태를 관찰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편 요한 교황이 낙관적으로 관찰하는 이러한 사태는 주로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한 변화였고 유럽 이외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비관적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어머니요 스승' 회칙에서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아무튼 비오 12세 교황 이후 세계는 제2차 세계 대전을 비롯하여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는데, 요한 교황은 이러한 변화 현상에 담긴 시대의 징표를 파악하고자 전임자들의 가르침에서 영감과 교훈을 받아 이 회칙을 펴낸다고 밝히고 있다.
요한 23세 교황은 레오 교황이 '새로운 사태' 회칙에서 가르친 사회 원리로써 그 동안 변화된 사회 상황을 관찰한 다음, 그 특징을 사회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뚜렷한 사회악 현상을 관찰했던 레오 교황이나 비오 교황과 달리, 요한 교황의 관찰은 낙관적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사회 상황에 있어서 공동선에 합치되는 바를 격려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관찰하는 한편 공동선에 배치되는 바는 짧지만 단호하게 단죄한다. 그가 관찰할 때 사회화 현상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것은, 경제 질서와 사회 체제의 문제, 사회화 현상의 원인과 범위 및 평가, 노동 임금 문제, 생산 조직의 문제 그리고 사유재산 소유권 문제 등이다.
사회 체제를 1차적으로 결정짓는 것이 경제 질서이다. 경제 질서란 시림들이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하여 개인적으로나 공동의 노력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창의성의 산물이다.(51항) 사회 체제와 경제 질서를 구성하는 요인은 정부와 공공 기관 그리고 국민 개개인들이다. 그런데 정부와 공공 기관의 역할은 국민들 각자가 개인적으로나 공동으로 공동선을 위하여 노력ㄹ하는 창의성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52항) 이것이 보조성의 원리이다. 만일 개인적으로나 공동으로 공동선을 위해 이루어지는 창의적 노력을 저해한다면, 그것이 정부의 활동이든 공공 기관의 활동이든 공동선을 해치는 중대한 해악이고 올바른 사회 질서를 교란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53항) 무릇 모든 사회 활동이란 사회 조직체의 개별 성원을 도와주는 데 진정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 발달한 과학 기술과 사회적 기술로 말미암아 정부 공권력은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한 개인들의 창의성을 도와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요한 교황은 과학 기술이든 사회 조직의 기술이든 공동선에 기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를 통해서 우선, 여러 생산 부문 사이와 국내 여러 지역 사이 그리고 여러 나라 사이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둘째로, 경기 변동을 통제하고 대량 실업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도 보유하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 공권력은 과학적이고 사회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여러 가지 경제 활동을 공동선에 합치되도록 조정해야 할 책임이 주어져 있다.(54항) 그러므로 당연히, 정부 공권력의 이 책임은 국민 각자의 개인적 창의성을 보호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이를 제한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 질서와 사회 체제는 생산 활동이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발전하도록 허용하고 추진하는 질서와 체제여야 한다.(55항) 공동선을 위한 생산 활동의 개인적 창의성이 보호되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 공권력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사회의 건전한 질서가 잡힐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풍부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될 것이다.(56항)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경험도 있었다. 그 첫째는 공산주의 체제로서, 여기서는 개인적 창의성이 말살됨으로써 경제 성장이 아니라 전반적인 불경기를 초래하였다. 그 반면에 독점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공동선을 위한 정부 공권력의 지원이 부족하고 자원이 있다 해도 무능하여 고질적인 혼란이 초래됨으로써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겨났다.(57-58항)
이 부분에 관한 요한 교황의 관찰 속에는 1940-50년대 유럽과 미국의 현실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다. 즉, 그동안 미국은 처음으로 겪는 대공황을 맞이하여 수정 자본주의적인 뉴딜 정책으로 대처했고 다행히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 여파로 제2차 세계 대전 후에는 미국이, 종전에는 미국의 선진국이던 유럽에 대해서 경제 부흥 원조를 실시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진영을 형성하면서 커다란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나 분배 구조까지는 개선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자본주의 구조의 수정을 요구하는 사회 민주주의 정당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서 자유 경쟁과 시장 법칙, 그리고 개인적 이득 추구를 내세우던 초기 자본주의가 수정되거나 혼합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3. 사회화 현상
가. 사회화 현상이란 무엇인가
교황 요한 23세는 경제 질서에 대해여 정의하여 가르치기를, "시민들이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하여 개인적으로나 다양한 공동 노력으로 이룩한 창의성의 산물로서, 사회 생활 혹은 경제 질서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제도화됨으로써 공동선을 향하여 진보하는 현상"(51,59항)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나타난 사회화 현상의 징표는 무엇인가?
요한 교황은 하나의 경제 질서에서 사회화 현상으로 진보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징표들로서, "공동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그 가운데에서 부분적으로라도 이루어지는 법적인 제도화"를 든다. 특히 사회화 현상이 두드러졌던 분야들은, 국민 보건, 청소년 교육, 직업 교육, 불우한 이들에 대한 원호와 재활 사업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분야들에서 다양한 공공 기관들이 생겨났고, 이것이 바로 사회화 현상의 결과이면서 또한 원인도 되었다. 이로 인하여 정부의 공권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사회악 현상을 개인들의 선한 창의성에 바탕한 공동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났다. 이것이 보조성과 연대성 원리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사회적 선의 효과이다. 이 원리들에 따라서, 일단 시작된 사회화의 움직임은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인 규모로도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 분야들을 열거하자면, 경제, 문화, 사회, 체육, 휴양, 전문 정치 분야 등을 들 수 있고 여기서 수많은 집단, 사회 운동, 협회, 기구 등이 결성되었다.(60항)
나. 사회화 현상의 평가
사회화 현상은 구조적인 사회악 현상에 대한 공동선의 대책이다. 개인들의 선한 창의성이 공동 노력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사회화 현상은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기 위하여 공동선을 증진시킬 수 있는 보조성과 연대성 원리의 구현이다. 사실 사회화 현상은 공동선에 필수적인,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많은 개인적 권리들을 충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사회악 현상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화 현상은 아직까지 완전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형편이다. 사회화 현상은 사회적 선의 현상으로서 구조적인 사회악 현상에 대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개인들의 선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화 현상이 여러 조직체를 증가시키고 사회 각 분야의 인간 관계를 세밀하게 법적으로 구속하게 됨으로써, 개인들의 창의적인 자유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62항) 사회화 현상으로 생겨난 공공 기관들은 개인들의 창의성을 제한하는 또 다른 공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한 교황은 본시 건전한 사회 질서에 반드시 필요한 사회화 현상이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데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즉, 그는 "사회화를 위한 사회 운동이 발전해 갈수록 사람들을 자동 기계화하고 말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 대답은 "아니오."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인간의 창의성이 이룩한 사회화 현상도 경제 발전과 사회 진보의 법칙을 따라서 발전되어 나가는 것이므로 지금은 단점이 장점보다 더 크게 드러나있지만 본래의 장점을 살리고 또 드러난 단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사회화 현상은 꽃을 피울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과업이라는 것이다.
다. 사회화 현상의 조건
⓵ 공동선 의식 : 사회 질서의 공동선을 위한 사회화 현상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정부 공직자들에게 공동선 질서를 구현하려는 의식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이들의 공동선 의식은 개인들과 중간 단체들도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방향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보조성의 원리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면 이러한 노력은 사회 구조를 공동선에 맞게 변화시키는 사회화 현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⓶ 공동선의 구조 : 개인들이나 중간 단체들도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필요하다. 즉, 공동선에 따라 개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함은 물론, 중간 단체들이 자주적인 연대성을 공권력으로부터 향유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65항) 이는 정부 공권력이 보조성 원리를 구현해야 할 노력과 맞물리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한 조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과 집단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동시에 공공 기
관도 시의적절하게 이들 개인과 집단의 활동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필요성 사이에 새로운 균형이 잡힐수록 질서가 더 잘 실현되는 것이다(66항)
요한 교황은 이러한 조건을 따라 사회화 현상이 이루어진다면, "그 활동은 도덕 질서 안에 머무는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개인들의 인격을 파멸시킬 정도로 심하게 구속하는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오히려 "사회화 현상은 진정으로 개인들의 인격을 드러내고 성숙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또한 사회를 유기적으로 재건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67항)
4. 사회화 현상에서 본 노동 임금 문제
가. 적정 임금 구조의 장애
사회 구조와 경제 질서가 사회화 현상으로 진보한다면 노동자의 임금은 정의와 공평의 기준에 따라 적정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71항)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요한 교황은 낙관적인 견해보다는 그에 대한 장애를 비판적으로 지적한다.(70항) 그 장애들은 부유층의 사치와 비인간적 착취, 그리고 정부가 벌이는 전시적 사업과 군비경쟁으로 인한 낭비들이다.(68-69항)
나. 분배 정의 실현 요구
요한 교황이 관잘할 때, 노동 임금 문제만큼은 사회화 현상에 있어서 진보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는 비오 11세 교황이 천명했던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더욱 근본적으로 분배 정의가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사회적 진보의 문제이기도 하다.(73항)
여기서 요한 교황은 1960년대에 걸쳐 경제 부흥을 이룩한 유럽 지역에 있어서 경제 성장에 따른 소득 분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악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론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사회적 진보 현상이며 또한 정부 공권력이 책임져야 할 "국가 공권력의 진정한 목적"(74항)이라는 것이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나 한 사회에 있어서나 경제적 부란 그 규모로가 아니라 분배의 수준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분배 정의를 이룩하지 못하는 사회는 진보된 사회가 아니라 낙후된 사회요, 더욱이 분배 구조를 악화시키는 경제 질서를 가진 사회는 문명 사회가 아니라 야만 사회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요한 교황은 분배 정의 실현 요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것은 노동자가 기업의 경영과 이윤 배당에 참여하는 문제이다.(77항)
분배 문제와 관련한 공동선의 요구가 75-80항에 담겨 있는데,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볼 때 분배 구족라 악화되어 있는 사회 구조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정당하다. 그러나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한 이러한 선택도 결국은 사회 전체의 공동선 요구에 종속되는 것이므로 양자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78-80항) 만일 그렇지 못하면 또 하나의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여 그 선택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5. 사회화 현상에서 본 생산 조직의 문제
- 정의로운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생산 조직
사회 질서를 재건하기 위하여 비오 교황은 직능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요한 교황은 이 가르침을 더욱 보편화시켜서 '인간 공동체에 합치되는 구조'로 사회 질서를 재건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 두 가지 모두 사회의 노동 구조가 공동선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사회의 노동 구조가 아무리 경제적 생산성 면에서 효율적일 뿐 노동하는 이들의 인격 완성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구조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요한 교황은 비오 12세 교황의 가르침을 인용하여, 정의로운 노동 구조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도의 조건으로서 협동조합 형태를 가진 중소 기업들을 육성하고 대기업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82-84항) 그러니까 요한 23세 교황이 새롭게 언급하는 '인간 공동체에 합치되는 구조'란 비오 11세 교황이 강조했던 직능 공동체 즉 중소 기업 규모의 협동조합에 더하여 대기업까지 포괄하려는 가르침인 셈이다.
가. 협동 조합 기업 육성
요한 교황은 협동조합 형태를 띤 중소 기업이 공동선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85항) 여기에서 분류하는 중소 기업은 수공업 경영이나 가족적인 규모를 가진 농업 경영과 협동 조합적 기업이다. 농업 경영에 있어서는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하여 123-149항에 걸쳐 별도로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수공업 경영과 협동조합적 기업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이들 중소 기업들은 비오 11세 교황이 지적하는 이른바 정경유착적인 사회악에 있어서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공동선 질서에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특히 협동조합 기업은 노동자들이 경영하는 기업 형태로설 공동선의 질서를 그 자체로서도 구현하고 있는 모범 형태이다. 중소 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이며(88-89항),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자들 자신이 기술적으로나 인간적으로 공동선의 훈련을 받는 것이고(87항), 그들이 공동선의 원리에 따라 조직화되는 것이다.(88항)
나.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
⓵ 당위성 : 노동자들이 노동의 완전한 주체가 되는 일은 공동선 질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의로운 분배는 그들이 종사하는 기업의 구조에 책임있게 참여함으로써 더욱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 있어서는 경제적인 생산성에 있어서는 효율성이 높다는 이점이 있겠으나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계급 갈등이 심화되기 쉽기 때문에 더욱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91항)
⓶ 조건 : 먼저 경영자들이 채워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것은 경영자들이 노동자들에 대하여, "권위와 명령 계통을 확립하여 일시키는 기계쯤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고쳐서, 노동자들이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인격을 완성하는 장으로 삼을 수 있도록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비오 11세 교황이 가르친 대로, 경영이란 부유한 이들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기회가 아니라 잉여 소득을 나누는 기회로 삼는 윤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도 기업에 대하여 단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창의성을 발휘하여 자신의 인격 완성과 공동선에 기여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노동자들이 채워야 할 조건이다. 그리고 경영자와 노동자 모두가 채워야 할 조건은, "감사와 이해와 충실하고도 적극적인 협력과 기업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채우자면 경영자나 노동자 모두에게 진정한 용기가 필요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⓷ 장애 : 이 대목은 사회화 현상에 대한 요한 교황의 낙관적 견해를 여실히 드러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기업 경영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은 커다란 장애에 부닥쳐 있다. 그러나 역사의 발전 방향을 보면, 정의로운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 질서를 이룩하기 위해서 대기업 경영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일이 필수적임을 요한 교황은 확신을 갖고 피력한다. 대기업의 경영에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이윤 배당은 물론 직업 훈련과 인격 도야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이는 대기업에게도 더 높은 생산성과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자본과 노동의 협력으로 이루어질 공동선에 대한 자본가들의 확신이다.(94-96항)
다. 노동 운동을 통한 노동자들의 사회 참여
교황 비오 11세는 사회 질서가 계급적 대립에 의해서가 아니라 직능으로 조직화되어 상호 협력하는 직능 공동체에 의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가르쳤다. 그런데 교황 요한 23세는 이 회칙의 초반에서 '사십 주년' 회칙을 요약하면서도 직능 공동체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사십 주년' 회칙이 반포된지 30년이 흐른 그 당시 사회상을 요한 교황이 관찰하기로는, 노동자들이 경제 질서에 참여하는 데 있어서 직종별로 내부에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직능 공동체 방식보다는 더 넓은 범위에서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연대하여 현안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과 경제 활동에 대해 영향을 주는 주요한 결정은 "각 생산 조직 내부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세계적으로나 전국적으로 적어도 지역적인 범위에서 활동하는 조직체나 정부 당국에서 내려지고 있으며 또한 생산의 여러 분야 직종에 관계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자본의 소유자나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이나 또는 그들의 권리와 요구와 희망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99항)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 운동 조직체가 "크게 발전하고 있으며"(97항), 노동자들의 "경제적이고 도덕적인 향상을 위하여 노력해 왔으며 현재도 노력하는 중"(100항)이라고 요한 교황은 관찰하고 있다.
6. 사회화 현상에서 본 사유재산 소유권 문제
교황 레오 13세가 '새로운 사태' 회칙을 반포한 이래 사유재산 소유권에 대한 가르침은 분명하다 : 첫째, 모든 사람은 사유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둘째, 사유재산에는 사회적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악 현상이 엄존하고 있는 사회적 현실에서 모든 사람에게 사유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것은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못한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특별히 해당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부유한 이들의 사유재산 가운데 잉여 소득에 대해서 주어져 있는 사랑의 의무가 바로 사유재산의 사회적 기능이다. 요한 교황은 사유재산에 관한 자연법 원리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그동안 변화된 상황 속에서 관찰되지 않고 있는 이 원리를 언급하고 있다. 사회화 현상이 진보하자면 사유재산의 자연법 원리가 구현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한 교황이 관찰하기로는, 사유재산에 관한 사회화 현상은 자본가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을 통해서 소득을 얻고 이 소득으로 사유재산을 형성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으로 얻는 소득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106항), 자본가들은 사유재산의 사회적 기능을 무시하고 경제적 이득을 증가시키는 데에만 몰두함으로써 공동선의 요구를 거스르고 있다.(104항) 하지만 낙관적인 측면도 있으니, 그것은 이전 같으면 상속 재산으로만 기대할 수 있었던 보험 혜택을 이제는 민간 보험 제도나 공적 사회보장 제도로 말미암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그것이다.(105항) 그리하여 요한 교황은 사회화 현상을 진보시키기 위하여 직전 선임자인 교황 비오 12세의 가르침을 인용하여 사유재산의 자연법 원리를 재천명한다.(111항)
사유재산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노동을 통하여 재산을 얻고 이 재산으로 각자의 인격을 완성하고 다방면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을 마련해주는 것이며 이로써 견고하고 안정된 가정 생활 및 평화롭고 질서있는 사회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112항) "국민의 모든 계급에게 사유재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사회 질서를 보존하고 완성하는 일"(114항)은 바로 노동의 존엄성에서 나오는 요구인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 공권력은 발달된 경제, 사회, 정치적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여 공동선에 합당한 경제 사회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부동산 소유에 대한 광범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115항)
그러므로 "(부유한) 개인들이 소유할 경우 일반적으로 사회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너무 큰 생산재를 국가나 공공 기관이 소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116항) 그러므로 '국가나 공공 기관에 의한 공유 재산 확대의 경향'(117항)은 사회화 현상의 주요한 진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공권력이 사유재산 문제에 있어서 공동선 원리에 충실하자면 공직자들이 투철한 공동선 의식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직자들이 공동선 의식에서 벗어나 경제력과 결탁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118항) 끝으로 요한 교황은 사유재산의 사회적 기능으로 표현되는 나눔의 의무를 실천하라고 권고한다.(119,121항) 이 권고 안에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정체성이 담겨 있다. 복음삼덕 가운데 청빈의 덕행의 근거가 되는 이 권고는 성직자든 수도자든 평신도든지 간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세속을 지배하는 세상의 죄에 물들지 않고 세속성에서 거룩함을 지향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조건이다.
나눔의 의무에 대한 실천 권고에서 첫 번째로 인용된 성경 말씀은 산상설교의 한 대목이다. "재물을 땅이 아니라 하늘에 쌓아 두라."는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하늘에 쌓아 두는' 행위가 바로 사랑의 나눔이다. 이를 위해 땅에 쌓아 두지 않기 위한 노력, 즉 탐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절제와 나눔으로 향하기 위한 애덕 실천이 하늘에 쌓아 두는 덕행으로 이어진다. 세속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판으로 기능하는 최소한도의 전제인 셈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가톨릭 사회 교리는 이 성경 말씀을 현대적이고 사회적인 표현으로 나타낸 가르침이다.
두 번째로 인용된 성경 말씀은 종말설교의 한 대목이다. 최후의 심판에서 핵심으로 제시된 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 준 사회적 애덕 실천"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 해 드린 사랑이라는 이 결정적인 말씀이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을 담보한다. 재물을 하늘에 쌓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할 결정적 목표가 여기서 제시된 것으로서, 거룩함에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인 셈이다. 가난한 이들을 돕되 예수님을 보아야 한다는 인격적이고 실존적이며 종교적인 교리가 여기서 나온다. 전체적으로 보아 가톨릭 일반 교리는 이 성경 말씀을 현대적이고 종교적인 표현으로 나타낸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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