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고사리·달래·삼동 지천 새우난초 등 희귀종도 풍부 오르내리고 굽으며 곶자왈 통과 빌레·천연림 등 자연경관 '압권' "심신 피로 풀고 즐거운 경험"
두릅나무와 삼동나무(상동나무)가 지천에 널려 있었다. 두릅은 지금이 제철인 나물이고 삼동은 5월 초는 돼야 익는 열매라는 점이 다르다. 에쿠투어에 나선 탐방단이 만난 두릅나무에는 두릅이 없었고, 삼동나무에는 삼동이 가득 열려 있었다는 점도 달랐다.
지난 18일 201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프로그램 첫 탐방이 진행됐다. 이날 트래킹 코스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소재 도너리오름 입구에서 출발해 한경·안덕곶자왈(저지곶자왈)을 거쳐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소재 문도지오름을 오른 뒤 다시 곶자왈을 지나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소재 남송이오름을 오르고 내리는 순서로 진행됐다. 오전 8시 제주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출발해 4시에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오후 늦게 예보됐던 장대비가 오전부터 쏟아지기 시작해 일부 코스를 단축해 1시간 30분 정도 앞당겨서 마무리됐다.
이날 트래킹에 앞서 김병준 한라일보 편집국장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가족 등 개별관광이 대세를 이루고, 체험·휴양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제주관광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에코투어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심신의 피로를 풀고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하기 위한 트래킹이기 때문에 동식물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래킹연구소장도 트래킹코스를 설명하면서 당부했다. "오늘 탐방하게 되는 곶자왈 지대는 봄이 지나면 풀과 나무가 우거져서 늦가을이나 돼야 다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첫 코스로 잡았습니다. 트래킹 도중 만나게 되는 고사리와 달래를 캐는 건 괜찮지만 새우난초 등 보호종은 절대 손에 대서는 안됩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문도지오름 정상에서 넓게 펼쳐진 곶자왈과 곳곳에 우뚝 솟은 오름 등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즐기고 있다(사진 위). 사진 왼쪽부터 제비꽃. 할미꽃. 강희만기자
시작부터 금기와 주의사항을 당부하는 인사말에 긴장할 법도 하지만 일행은 오히려 흥에 겨운 분위기였다. 좀처럼 접할 수 없는 곶자왈을 비롯한 제주의 속살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던 터다.
오전 9시쯤 도너리오름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비를 갖춰 입은 일행은 당초 계획한 도너리오름 둘레길을 포기하고 바로 문도지오름을 향했다. 방목지와 곶자왈 경계를 따라 두릅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두릅은 없었다. 손쉽게 두릅을 채취하기 위해 정전가위를 이용해 새순을 밑둥까지 잘라내면서 무차별적으로 채취한 때문이다. 두릅나물은 손으로 뜯어내야 이듬해 다시 새순을 제공한다.
문도지오름 정상으로 올라가는 탐방객들.
첫번째 들어선 방목지에서는 정면에 한경면 저지오름이 바라다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한림읍 느지리오름과 금악오름이 한라산을 향해 뻗은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약 40분쯤 방목지와 곶자왈, 다시 방목지를 걸어 문도지오름에 도착했다. 문도지오름은 곶자왈에 둘러쌓여 있는 오름으로 죽은 돼지 형상에서 오름 명칭이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름 정상에 오를 즈음 비바람이 더욱 거세졌지만 정상에서 북서사면 기슭으로 몸을 옮기니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문도지오름에서 내려와 둘레길을 걸어 다시 곶자왈지대로 접어들었다. 이곳은 제주 곶자왈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빌레와 천연림이 가장 잘 보존된 곳 중의 하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두릅나물과 붉게 부풀어 오른 삼동열매, 억센 힘으로 발길을 부여잡는 구찌뽕 가시까지 모두 이곳에서는 흔하디 흔하다. 날카로운 가시 속에서 순백색과 연노란색 꽃을 피워낸 탱자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제철인 고사리와 달래는 발길에 채이고, 새우난초 등 희귀종도 행여 꽃잎이라도 스칠 세라 신경을 곤두설 만큼 풍부하다.
오르고 뛰어내리고, 굽히고 건너 뛰면서 곶자왈을 헤쳐 나가는 도중에 장대비가 쏟아져 온몸을 때려댔다. 남쪽에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이름 붙은 남송이오름에 올라도 비날씨는 여전했다. 그러나 이날 둘러본 3개의 오름을 둘러싼 한경·안덕곶자왈지대의 경관을 한눈에 감상하기엔 충분했다.
이번 에코투어에 동참한 진석빈·홍성자씨 부부는 답사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비가 왔지만 오히려 공기가 더 깨끗해져서 육체보다 정신적으로 치료받은 느낌이 들어 자연에 감사하게 됐습니다. 부부가 같이 오름에 다니지만 비코스는 처음이어서 가능하다면 계속 함께하고 싶습니다." 안전요원으로 참여한 유미숙씨도 소감을 밝혔다. "비가 많이 와서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참가자들이 모두 잘 따라줘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비날씨 탓에 생략한 도너리오름 둘레길을 제외하고 약 10㎞에 달하는 이날 트래킹 코스를 걷는 데 약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2주 후인 5월 2일 진행하는 에코투어는 소록산-대록산-진평천-가문이오름-성불오름의 코스로 제주시 구좌읍과 서귀포시 표선면을 넘나드는 오름 군락이 펼쳐진다.
▶제주관광 질적 성장 도모
최근 관광 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가족 단위 등 소규모 개별관광이 대세를 이룹니다.
에코투어(생태관광)는 자연을 즐기면서 환경의 중요성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되는 자연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여행 프로그램입니다. 21세기 들어 에코투어는 이미 여가여행의 주목적이 되었으며,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으로 인정받은 제주섬은 에코투어의 최적지입니다.
한라일보는 제주관광을 단순방문형에서 체류·휴양형으로 발전시키고 나아가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201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매달 2회 진행하는 에코투어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