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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 : 2012년 12월 1일(토) / 불광역 5번출구 (10시)
◈ 산행코스: 불광역-쪽두리봉-<원점회기>-불광역-광화문역
◈ 동참자 : 7명 (양주, 형채, 재웅, 전작, 정한, 해황 및 경식(뒷풀이때 참석)>
◈ 동반시 :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 임영석
◈ 뒷풀이 : 대구탕에 막걸리 / '장안식당'(교보빌딩 뒷편)
오늘은 북한산을 오른다. 서울의 동북부에 우뚝 솟아 있는 북한산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속 자연공원으로 수도권 어디에서나 접근하기 쉬워 평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산이다. 최고봉 백운대(836 m)와 인수봉(810 m), 만경대(799 m)의 세 봉우리가 세 개의 뿔처럼 솟아 삼각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연평균 탐방객 수가 5백만 명으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오늘 199회 북한산 산행에 동참한 산우는 박형채 회장님과 전작 총장님을 비롯해 이재웅, 정해황, 정한, 그리고 오늘 작가를 자원한 내 까지 6명이다. 올해 1월 내가 시산제를 겸한 산행에 처음으로 동행하면서 올랐던 도봉산 산행 이후 가장 적은 수의 산우들이 참석한 날이 아닌가 한다. 오늘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 다른 산우들은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혹은 날씨가 너무 추우니 가지 말았으면 하는 마나님의 눈 총에 입었던 등산복을 어쩔 수없이 벗어 던진 친구도 있다는 등 우리네 세상사가 그러하듯 불참 사연도 가지 가지이다.
우리 일행이 정한 오늘 산행코스는 불광역에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조금 지나 족두리봉으로 향하는 길목을 들머리로 하여 족두리봉을 찍고 향로봉과 비봉을 거쳐 사모바위에서 연신내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재건축단지 회의에 참석하느라 오늘 산행에 동참하지 못한 이경식 산우가 추천했다고 한다. 어제 밤에 눈비가 오락가락 해서 오늘 산행은 좋은 날씨를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우려와는 달리 가을이라 착각할 정도로 청명한 푸른 하늘과 더불어 바람도 없어 산행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우리 일행은 불광역을 출발 오늘 산행에 나서는 인파와 뒤섞여 구기터널 방향으로 한동안 가다가 오전 10시 33분 족두리봉으로 향하는 들머리에 들어서 꽤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가픈 숨을 내쉬며 쉼 없이 한 참을 올라갔다. 올가을 산객들의 마음을 흔들었을 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었던 산기슭엔 앙상한 가지에 깡마른 나뭇잎들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나무들이 고운 단풍으로 뽐내던 가을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는 듯 쓸쓸하게 서 있다.
산은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 두 계절이 공존하고 있었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늦가을 햇살처럼 내리쬐는 햇볕이 따스하게 느껴지면서도 가끔 불어오는 바람 끝은 차가워서 계절은 역시 어김없이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족두리봉을 향해 올라가던 우리 일행은 족두리봉에 한참 못 미치는 길목에서 오르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산 아래를 바라보니 불광동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멀리 오른편에 여의도 63빌딩과 인천대교가 보이고 왼편에는 인왕산, 남산타워와 북악산도 보인다.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정해황 산우가 배낭에서 떡을 내놓으며 먹어보라 두어 개를 권한다. 모시떡 이었다. 말랑거리면서도 윤기가 흐르고 따뜻해 한웅큼 입으로 베어 먹어보니 정말 맛이 있었는데 평소 군것질을 잘 하지 않던 필자도 모시떡 두개를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다. 나는 처음 먹어보지만 다른 산우들은 이미 그 떡의 맛을 잘 알고 있었던 듯 보였고, 박 회장은 마나님에게 가져다 주겠다면서 모시떡 몇 개를 배낭에 챙겨 넣는다.
잠시 쉬는 동안 박형채 산우가 오늘 산행 후에는 영화 "26년"을 관람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영화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관련된 조직폭력배, 사격선수, 대기업 회장 등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벌이는 액션 복수극이다. 우리는 영화를 관람하기로 의기투합하고는 영화를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면서 일어서 다시 족두리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픈 숨을 내쉬며 한참을 올라 족두리봉의 턱밑에 이르자 영화관람을 위해 족두리봉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우리의 발길은 곧바로 향로봉으로 향한다. 향로봉으로 가는 길은 우회하는 길이다. 우회하는 길은 경사가 급한 바윗길로 쇠밧줄을 잡고 가야만 했다. 응달진 곳이어서 어젯밤 내린 눈이 녹지않아 미끄럽다 보니 오고가는 산객들로 더디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우회하는 길을 벗어나 능선에 오르니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산, 그리고 숲은 도시의 메마른 삶에 지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내어준다. 산을 오르면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근력이 강화되며 무엇보다 정신적인 만족감을 준다. 산행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취미로서 주말 산행이라도 할라치면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 등 서울 근교 산들은 인파로 넘쳐난다.
향로봉으로 향하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탕춘대 성곽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에 이르자 누군가가 향로봉도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서 하산을 하자고 한다. 역시 영화 관람을 그 이유로 내세운다. 오늘은 영화 "26년"이 당초 예정했던 나머지 우리의 산행 여정을 뒤로 미루어 버렸으니 그런 만큼 영화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내심 향로봉과 사모바위까지의 산행 여정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산 아래로 향하였다.
우리 일행은 탕춘대 성곽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한참을 더 내려 걷다가 향로봉 아래 조망이 좋고 편편한 바위가 있는 지점에 이르러 자리를 펴고 앉았다. 각자가 준비해온 떡, 과일, 두부, 현미밥과 김치 등을 내어놓고 막걸리 한 잔씩을 비운다. 오후에 들어서는 바람도 조금 불면서 날씨가 쌀쌀해지다 보니 막걸리가 썩 당기지 않는지 준비한 두병을 비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전작 총장께서 작가를 자원한 필자더러 오늘의 동반시 임영석 시인의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를 낭송해 보라 한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 임영석
거미는 밤마다 어둠을 끌어다가
나뭇가지에 묶는다 하루 이틀
묶어 본 솜씨가 아니다 수천년 동안
그렇게 어둠을 묶어 놓겠다고
거미줄을 풀어 나뭇가지에 묶는다
어둠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나무가지가 휘어져도
그 휘어진 나뭇가지에 어둠을 또 묶는다
묶인 어둠 속에서 별들이 떠오른다
거미가 어둠을 꽁꽁 묶어 놓아야
그 어둠 속으로 별들이 떠오르는 것이였다
거미가 수천년 동안 어둠을 묶어 온 사연만큼
나뭇가지가 남쪽으로 늘어져 있는 사연이
궁금해졌다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따뜻한 남쪽으로 별들이 떠오르게
너무 많은 어둠을 남쪽으로만 묶었던
거미의 습관 때문에 나무도 남쪽으로만
나뭇가지를 키워 왔는가 보다 이젠 모든 것들이
혼자서도 어둠을 묶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수천년 동안 거미가 가르친
어둠을 묶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리라
거미는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뜨는 것을
가장 먼저 알고 있었나 보다
임영석의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에는 곳곳에 깊은 어둠이 배어 있다. 이 어둠은 삶 속에서 겪게 되는 많은 고통과 상처로 "세월이 누르는 무게" ('나무는')라 할 수 있다. 이 시에서 이러한 어둠은 빛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거처야만 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빛을 존재하게 하는 전제조건이 된다. 때문에 이 시가 깊은 어둠을 노래하고 있는 것은 그 어둠을 배경으로 떠오를 빛을 맞이하기 위한 전주곡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권경아 문학평론가의 시평>
오늘 중식 중에 오간 얘기 가운데 새겨 들을만한 정보가 하나 있다. 정한 산우의 말에 따르면 현미밥이 몸에는 좋지만 밥이 거칠어서 먹기가 조금은 불편한데 발아된 현미로 밥을 지으면 먹기 좋게 부드럽고 영양도 풍부해서 좋다는 것이다. 발아 현미를 만드는 방법은 '현미를 물에 씻어서 2일간 말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으로 아주 간편하다.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먹을거리가 좋아야 하고 그 중에서도 밥은 뺄 수 없는 음식이어서 우리 시산회 산우들에게 한번 만들어서 먹어 보기를 권해 본다.
준비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초겨울 찬 기운에 몸이 으시시 떨려와 서둘러 하산길에 나섰다. 하산길에 나서면서 영화관 예약을 하려는데, 결국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에는 좌석이 2석 뿐이어서 영화 관람은 포기하였다. 탕춘대 성곽을 따라 죽 내려가다 보니 북한산 둘레길인 옛성길구간(7구간)이 시작되는 탕춘대성 암문입구에 다다른다.
탕춘대성은 조선 숙종 때 서울의 북서쪽 방어를 위해 축성한 것으로 군량미를 저장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암문을 나서 계속해서 둘레길을 따라 내려가니 족두리봉, 향로봉 그리고 비봉능선과 문수봉 등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르러 북한산 8개 봉우리를 조망한 뒤 곧바로 불광동 장미공원을 거쳐 불광역으로 향하면서 오늘 산행 여정을 마무리 하였다.
오늘 비록 예정했던 산행지를 모두 들리지는 못했지만, 서너 시간은 족히 산길을 걷다보니 다리에 힘이 주어지고 한결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오는 12월 15일에 있을 올해 마지막 200회 산행에 필자는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많이 아쉽지만, 내년에도 우리의 산행은 계속될 것이니 빠짐없이 동행하겠다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시산회 산우들 화이팅!
2012년 12월 6일 나양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