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
잠들기 전 “내일은 날씨가 좋으니 비양도를 가보면 어떨까?” 하는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날씨가 정말 좋으면 한번 가보자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너무 좋다.
오늘은 비양도를 갈 운명이었나 보다.
배 시간표를 알아보니 12시 배를 타고 들어가 구경하고 2시 15분에 나오면 딱 좋겠다 싶었다.
아침에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보다 일찍(9시 30분) 일어나.
아빠는 커피를 내리고 흑돼지 마늘 볶음밥을 만들고 유부초밥을 싸고.
엄마는 뜨거운 물을 끓여 텀블러에 담고 간식을 이것저것 챙긴다.
오늘은 12시까지 한림 선착장에 가야하기 때문에 아침은 생략이다.
10시가 조금 지나 아이들을 부산하게 깨워 씻기고 옷을 입혀.
집 정리도 하지 않고 출발.
그 시간이 11시를 조금 넘긴다.
왜 이렇게 아이들 챙겨 나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까?
항상 의문스럽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겨우 12시배를 5분 남겨놓고 탈 수 있었다.
다행히도 바다와 하늘이 너무 푸르고 햇빛 쨍쨍이다.
누군가 갈매기를 만나려면 새우깡을 들고 가라는 말을 들어 새우깡을 들고 배 2층으로 올라간다.
손가락 사이에 새우깡을 길게 늘어뜨려 하늘을 향하니 어디선가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새우깡을 순식간에 잡아챈다.
아이들은 이게 너무 재밌었나보다.
자꾸 새우깡을 가져다가 갈매기 밥을 주고 있다.
아이들은 갈매기가 손 가까이 날아와 새우깡을 입으로 물어 가는 게 너무 신기하겠지?
이 재미에 한참 빠져 있을 무렵 벌써 비양도에 도착이다.
예전에 마라도 갈 때는 멀미를 했는데 거리가 가까워 15분밖에 걸리지 않아 배 타는데 큰 부담은 없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도착하니 다르다.
뭔가가 다르다.
바로 바닷물빛!
선착장 바닷물 색깔이 투명하다.
어느 동남아시아 푸른 바다인 줄...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정말 자연이 잘 보전되었나 보다.
다음 여름엔 꼭 여기에 와서 바다에 첨벙 뛰어들고 싶다.
투명한 바닷물 속으로 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다 보인다.
아이들은 그게 너무 신기한지 계속 바닷속만 들여다본다.
가자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바다를 보며 산책길이 섬을 둘러싸고 있다.
빠른 걸음으로 한 40분쯤 걸린다고 한다.
그 출발에 앞서 잠시 마음을 다잡고자 어느 작은 카페에 잠시 들른다.
바다를 바라보는 통창이 달린 길가 바로 옆 작은 시골 카페.
그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아이들과 맛있는 한라봉 아이스크림과 갓 구운 와플을 먹고 출발한다.
해안을 따라 평지를 걷자니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저 멀리 제주도와 정상엔 눈 덮인 한라산이 보이고 그 사이로 비행기가 날아간다.
오른쪽으로는 풍력발전을 위한 날개가 한 줄로 늘어서 있다.
햇볕이 바다 위로 내리쬐며 보석같이 반짝인다.
아이들과 한참을 쳐다보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출출하여 길가 어느 정자에 자리를 잡는다.
앉아서 아침에 열심히 싸온 도시락을 꺼낸다.
오늘의 도시락 메뉴는 아빠표 흑돼지 마늘 볶음밥과 유부초밥.
보온 도시락 통에 담아 와 그런지 김이 모락모락 아직 뜨끈하다.
종이컵에 밥을 나눠 담아 숟가락만으로 아점 시작!
바다의 찬바람을 맞으며 먹는 따끈한 볶음밥.
너무나도 맛있다.
아이들은 자꾸 더 주라고 빈 종이컵을 내민다.
볶음밥을 많이 해와서 다행이다.
엄마와 아빠는 아침에 내린 커피 한잔.
해안 길을 따라 한 바퀴 도니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여유롭다.
한참을 걷다보면 비양도의 명물 코끼리 바위와 호니토를 만날 수 있다.
‘호니토’란 용암류 내부의 가스가 분출하여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로 보통 내부가 빈 굴뚝 모양을 이루며 비양도에서만 관찰된다. 비양도에 분포하는 40여개의 호니토 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호니토의 높이는 4.5m, 직경이 1.5m로, 애기 업은 사람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애기 업은 돌’로 불리는 바위이다.
우리는 이 두 명물을 자세히 관찰하며 천천히 보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으로.
어른들은 어른들의 눈으로.
한참을 걷다보니 우리 뒤에 사람들이 없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배 떠날 시간이다.
아이들과 사진 찍느라 수다 떠느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지도 몰랐다.
빠른 걸음으로 4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우린 섬 한 바퀴를 도는데 거의 1시간 반이 걸린다.
멀리서 들어오는 배를 보면서 더욱 걸음을 재촉한다.
돌아오는 배에서 아이들은 힘들었지만 참 좋았단다.
그래서 어른들도 좋다.
오늘은 섬 속의 섬 비양도를 잘 다녀왔기에.
예전에 마라도를 다녀왔으니 이제 남은 섬은 우도와 차귀도.
다음엔 또 다른 섬 도전이다.
제주에는 정말 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만났다.
그래서 참 감사한 하루.
오늘 하루 종일 걷는 게 힘들었다며 아이들은 ‘한수풀 도서관’에 또 가잔다.
가서 좀 쉬자고. ㅋㅋㅋ
어른들도 좋다...
특히 오늘은 1인당 책을 10권씩 빌릴 수 있는 더블데이~~
그래서 무조건 가야한다.
아빠는 가서 글을 좀 끄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