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걷고 있네"
걷고 있네, 추악의 그 길을
허름한 한옥집 대문을 나서면
널직한 밭과 논들이 시원스럽게 펼쳐저있고
뒷편에는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다.
지금은 그 모습이 추억의 그림자일뿐...
어린시절 마차길은 잘 포장된 길이 되고
가까운 바다 갯벌은 복토되고 그 위에 물류창고,
해양경찰소와 수출입 컨테이너 적치장이 되어 있다 .
갯벌에서 게 잡던 추억
뻘밭에서 미끄럼 타다가 굴껍질에 배가죽에 상처 생기고
혼날까봐 말도 못하고 참고 지냈던 일들....
망둥어는 갯벌의 망나니
그놈 잡으려 이리저리 뛰어 다니던 일, 그놈 잡아 갈대에 꿰어
삭정이 불에 구워 먹던 추억,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데
그 곳에는 현대문명의 거대한 장애물이 말없이 서 있다.
움푹한 바다에 제방을 쌓고 호수를 만들고 수문을 만들고
그리고는 도로을 만들고 철도 교량을 만들고 농수로를 만들어
물을 공급하니 고맙기도 하다.
하루를 돌아서 가야 할 거리를 한시간 거리로 만들어 준
현대의 건설 기술에 감사 한다.
그 덕분에 꼬불꼬불 산길이 넓직한 신작로가 포장되니
생활은 참으로 편안다.
나의 추억은 그 속에 묻히고
머지않아 내가 떠날 생각을 하면 눈시울이 뜨겁다.
이미 받은 유산은 고속도로 건설에 반토막이 났고
후손들은 이미 고향을 떠났고, 선조들은
묻혔던 자리에서 밀려나 화장장에서 한줌의 재로 변신하니
오호통제라 억울하고 서글프다.
세월은 순간에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더불어 나의 추억도
지나간 세월에 묻혀 삭아서 희미해 진다.
나는 추억의 그 길을 언제까지 걸을 수 있을까?
저물어 가는 인생길에 남은 것은 어린시절 발가벗고
뛰어 놀던 아산만의 갯벌과 망둥어 대합 그리고 칠게 뿐이다.
추석날 밝은 달밤에 바다식물 나문재 가지에 게가 매달려
그네를 탄다는 어른들 말에 달밤에 게잡으러 갔다가
옷만 버리고 돌아와 어머니한테 부지갱이로 얻어 맞은
기억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산야도 그때 산야가 아니다.
마을도 그 시절 마을이 아니다. 그 때 그 모습은 내가 살고 있는
아버지와 밤마다 뒷산에서 나무 베어다가 지은 한옥 뿐이다.
인심도 그때 인심이 아니다. 한없이 부드럽고 공손함은 사라지고
삶의 기술만이 넘쳐난다.
그래도 그 시절 모습은 사라졌어도 나는 추억을 먹으면서 살다가
갈 때가 되면 조용히 미소 지으며 갈 것이다/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겠습니다
참으로 지난날을 들춰보면 미소를 짓게 만들지요?
누구나 고향의 옛추억은 아름답고 깊이 간직하고 싶지요.
개발이란 놈이 다 망가뜨려 찾아 보기 힘들지만요.
아마도 강원도나 전라도 지방 분들이나 아직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