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 박성현
시니어 과학기술인(senior scientists and engineers)에 대한 사회적인 정확한 정의는 없다. 그러나 시니어 과학기술인을 “교육기관, 연구기관, 산업체, 정부기관, 언론기관 등에서 과학기술 관련 업무를 10년 이상 근무한 60세 이상인 자”로 정의하기로 하자. 이렇게 정의할 경우에 우리나라는 최근 기대수명이 매년 높아지고 있으므로,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을 것이다.
기대수명(life expectancy)은 그 해 태어난 아이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를 뜻한다. 평균수명은 특정기간 동안 사망한 사람들의 나이에 대한 평균이므로 기대수명과 관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평균수명을 얘기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대수명이다. <도표 1>은 통계청에서 2021년에 발표한 ‘생명표’로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로 남녀 간에는 6년의 차이가 있다. 1980년 기준으로 보면 남자 61.9세, 여자 70.4세로 남녀 간에는 8.5년의 차이가 있었고, 평균 기대수명은 66.1세로, 지난 40년간에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17.4년 증가하였다. 40년 전에 살던 사람들보다 현재 사는 사람들은 평균 17∼18년가량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사는 것이다. 또한 1980년 이후 남녀 간의 기대수명 차이도 차츰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그 차이가 6년으로 굳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6일 발간한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에서도 202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통계청의 생명표와 일치한다. 이제 우리는 ‘100세 건강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1위인 일본(84.7세) 뒤를 잇는 2위권으로, 38개 OECD 국가 평균(80.5년)보다 3년 긴 것이다. 한국인은 주요 국가인 미국(77.0년), 독일(81.1년), 프랑스(82.3년), 멕시코(75.2년)인 보다도 오래 산다. 10년 전인 지난 2010년에는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2년으로 OECD 38개국 중 21위였으나 10년 사이에 한국의 기대수명이 가장 빠르게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환경 개선과 높은 수준의 공공 의료 제공에 따른 결과”라고 모두 동의하고 있다. 실로 우리는 자부할만한 장수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연구원 수의 연도별, 연령별 추이 조사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인력(연구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연구원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021년 12월에 ‘2020년 연구개발 활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개발인력이란 연구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인력으로 대부분 학사 학위 이상의 인력이다. 이 조사는 과기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과학기술 통계조사로 2020년 기준 국내 69,641개 기관(공공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을 대상으로 연구개발비, 연구개발인력 현황 등을 조사한 것이다. 2020년도에 우리나라의 총연구개발비는 93조 717억 원(789억 달러)으로, 이는 OECD 국가 중 세계 5위 수준이며, 국내 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81%로 세계 2위 수준(1위 이스라엘, ‘19년 기준 4.93%)으로 조사되었다. 총연구개발비 중 정부·공공재원 비중이 23.2%, 민간·외국재원 비중이 76.8%로, 민간·외국 비중이 높다. 즉, 한국은 민간기업에서의 연구개발 활동이 매우 활발함을 통계로 보여주고 있다.
2020년도 총연구원 수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558,045명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인구 천 명당 연구원 수는 세계 1위로, 우리나라가 연구 활동에서 매우 활발함을 알 수 있다. 연구 수행 주체별 연구원 수는 기업체 401,116명(71.9%), 대학 115.924명(20.8%), 공공연구기관 41,005명(7.3%)으로, 기업체가 연구개발 활동 인력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이후 2020년까지 연구원 수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도표 2>와 같다. 총연구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50∼59세 연구원 수도 증가하여 2012년에 9.6%에서 2020년에는 13.0%로 증가하였다. 60세 이상 연구원 수도 2012년에는 1.7%였으나, 2020년에는 3.7%로 증가하였다. 즉, 차츰 연구원 비중도 50대, 60대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도만 상세히 보면, 총 연구원 수 558,045명 중에서 학위별 비중은 박사(20.9%), 석사(27.6%), 학사(45.9%), 기타 (5.6%)로 구성되어 있고, 남성은 78.6%, 여성은 21.4%를 차지하고 있다. 전공별로는 이학 81,152명(14.5%), 공학 371,068명(66.5%), 농업과학 10,853명(1.9%), 의약·보건학 33,262명(6.0%), 인문학 30,213명(5.4%), 사회과학 31,497명 (5.6%)으로 나누인다. 연구원으로는 공학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다음이 이학, 의약·보건학, 사회과학의 순이다. 연구원 중에서는 이공계가 89%이고, 인문 사회계가 11%로 압도적으로 이공계가 많다.
<도표 2>에서 2020년에 연구원으로 현역으로 일하는 60세 이상 인력은 20,700명이다, 그러면 은퇴하여 현업에 종사하지 않는 60세 이상의 연구원 수는 얼마나 될까? 이에 관한 공식적인 정부 통계 자료는 없다. 그러나 기업체에서는 60세 이상의 연구원이 아주 적고, 공공연구기관에서는 정년이 61세이므로 60세 이상으로 현역에 있는 연구원이 많지 않다. 대학은 정년이 65세이므로, 현업에서 일하는 60세 이상의 연구원은 상당히 있다. 이제는 ‘100세 건강 시대’이므로, 현재 60세 이상의 연구원(시니어 과학기술인)은 대략 5만 명 수준으로 추측된다. 그 이유는 <도표 2>에서 2012년도에 50∼59세 연구원 수가 38,413명인데, 이들이 10년 후인 2022년에는 60∼69세로 현역에 있거나 은퇴하신 분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2년에 60세 이상의 연구원 수가 6,715명인데, 이들도 10년 후인 2022년에는 70세 이상으로 은퇴한 연구원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2022년에는 60세 이상 연구원 수가 38,413 + 6,715 = 45,128명 정도이다. 추가로 2012년도에 50세 이상(60세 이상 포함)의 나이로 은퇴하여 2022년에 60세 이상이 된 연구원의 수도 적어도 1만 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합치면 최소 5만 명 수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는 60세 이상의 시니어 과학기술인(연구원)의 수는 최소 5만 명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도표 2>에서 2020년의 총연구원 558,045명 중에서 박사는 20.9%, 석사는 27.6%이었으므로 석박사 이상은 48.5%이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60세 이상의 석박사급 고경력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대략 25,000명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 최소 5만 명 이상의 시니어 과학기술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지내는가? 여기에 대해서도 설문조사 등의 자료가 전혀 없어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도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0년에 60세 이상의 연구원 수가 20,700명이므로, 대략 2만 명 정도는 아직 현역에서 일하고, 나머지 3만 명 이상은 대부분 자기의 전문 분야와 관련이 없는 취미 생활이나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이나 자녀를 돌보는 것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 시니어 과학기술인(연구원)은 국가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는 한국에서는 향후 시니어 과학기술인의 활용 문제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