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금) 오전 08시 40분 관음사 코스로 백록담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여 오후 4시 성판악 입구에 도착했다. 총 7시간 20분이 소요됐다. 성판악 코스로는 네번을 올랐는데 관음사 코스로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오랫동안 마라톤과 산악달리기 등 심한 운동으로 무릎이 좋지 않아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많은 걱정과 철저한 준비를 했는데 매우 성공적으로 산행을 마쳤다. 사전 테스트로 강화 석모도 해명산 산행 7km와 평지길 6km를 성공적으로 마쳐 어느 정도 희망감은 가졌었지만 실행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먼저 탐방예약이 어려웠다. 관음사 코스는 06시에서 08시 사이 가능 인원이 400명, 성판악 코스는 800명인데 항상 정원이 차있었다. 예약 요령은 전날 10시 정도 늦은 시간 부터 새벽까지 예약 취소하는 사람들이 생겨 이때 예약을 하면 된다. 두번째로 어려웠던 점은 백록담 정상의 강풍으로 삼각봉 대피소에서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전날 산행 준비를 하고 06시에 일어나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관음사 입구에 도착하여 예약 확인을 받은 후 출발 시간이 08시 40분이었다. 30여분 걷는 동안 산행 아래 부분은 대부분 눈이 녹아 있었다. 날이 흐려 주변 풍경도 보이지 않았다. 오랫만에 산행이라 아이젠 착용, 우비 벗기 등으로 산행 시간이 느려졌다.
산행 중 백록담에 오르는 삼각봉 대피소에서 입산 금지가 해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판의 소요 시간에 따르면 삼각봉대피소에 12시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30~40분이 늦게 되었다. 이에 해제될 경우를 생각해 쉬지 않고 개미 등을 지나며 부지런히 올랐더니 삼각봉 대피소에 오히려 40여분이 남게 도착했다. 도착후 통행금지인데 가능인지 불안반 기대반으로 확인했는데 '통행가능'이다.
삼각봉 대피소에는 먼저 산행을 한 50여명이 등산객이 간식을 취하는 등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도 10여분 간식을 취한 뒤 바로 정상을 향해 올랐다. 대피소에서 정상까지 길이는 2.7km인데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 후 1시 정도에 백록담에 도착했다. 중간에 앉아 점심을 먹었는데 최근 운동 부족인지 그래도 힘이 들었다.
한라산 정상에 올랐는데 날이 흐려 백록담 내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30분 이상 기다리며 정상석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이미 네번이나 오른 나는 정상석이 멀리 보이는 모습으로 촬영했다.
한라산 정상 부근 등 해발 고도가 높을 수록 상고대 등 설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아이젠으로 밟는 눈도 감촉이 매우 좋았다. 다만 성판악에 도착하기 3km 정도 지점부터는 기온이 올라 그런지 눈이 녹아 질퍽이는 곳도 있었다.
한라산은 해발 2천미터 정도가 되어(정확히는 1,947m) 해변가보다 평균 섭씨 13~14 정도 낮다. 제주에서 한라산 정상을 봤을 때 경사면이나 나무가 없는 곳에 눈이 보이면 정상 부근에는 눈이 쌓여 있다고 보면 된다.
설악산 설경도 무척 좋지만 날이 맑으면 제주 앞바다 훤히 보이고 쌓인 눈도 두터운 한라산 겨울 산행은 대한민국 겨울 산행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산행에서는 날이 흐려 왕관릉과 삼각봉을 보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쉬웠다. ※ 추신: 그러나 이 글을 쓴 뒤 왕관릉과 삼각봉에 대해 알아 보니 내가 봤는데도 알지 못해 못 알아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병호 남북교육연구소 소장· 교육학 박사